전 세계의 밤을 기록합니다GLOBAL HORROR ARCHIVE
미간행MIDNIGHT G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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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행 오리지널

매일 자정 도착하는 AI 창작 오리지널 공포 단편.

AI 창작 · 미간행 오리지널

겁이 없는 날

윤주는 세 번째 주사를 맞은 뒤에야 창가로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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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골

아버지는 고기를 썰기 전에 늘 손바닥을 얹었다. 온도를 보는 것도 같았고, 도마가 흔들리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도 같았다. 내가 이유를 물은 적은 없었다. 같은 일을 오래 한 사람에게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동작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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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퀴

맞은편 남자가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는 동안, 혜주는 세 번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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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

우리가 처음 그 사람을 만들었을 때는 이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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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안에서

어머니는 계약서를 읽다가 죽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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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사람

남편이 잠든 뒤에도 오른손은 한동안 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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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배운 말

아이는 부표에 매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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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품

남편을 묻고 사흘째 되던 밤, 순덕은 마당에서 삽질하는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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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하는 방

아이는 사람을 숨길 때 신발부터 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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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 쪽으로

고모는 장롱보다 먼저 마당의 돌을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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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숨을 쉴 때

언니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보다 남의 숨을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합창을 잘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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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의 순서

개를 가르칠 때는 칭찬의 순서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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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아랫면

수영장이 문을 닫는 날에도 금례 씨는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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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날

아버지는 엄마가 죽은 뒤부터 그날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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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눈

“그 수건은 버리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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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장 청소

정숙은 승강장 바닥에 붙은 껌 밑으로 납작한 칼을 밀어 넣었다. 껌에 박힌 검은 모래가 칼끝에 밀렸다. 첫 열차에서 내린 구두 한 켤레가 청소 표지판을 돌아 지나갔다. 오른쪽 구두가 떨어진 자리에 물이 찼다. 정숙은 칼을 멈추고 다음 발을 보았다. 왼쪽 구두 아래에서도 같은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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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청소

당신에게 줄 쪽지 두 조각을 식탁 위에서 맞추고 있습니다. 큰 조각은 내가 막차 두 번째 객실에서 가져왔고, 작은 조각은 당신이 운전실에서 꺼냈습니다. 당신은 작은 조각을 작업복 가슴주머니에 넣어 왔습니다. 두 조각을 나란히 놓으면 가운데 줄의 ‘번호’가 이어집니다. 찢어진 자리에 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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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당직

줄에 낀 쇳가루를 공구함 모서리에 털어 내자, 계단 아래의 병졸이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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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 밑의 편지

나는 관의 머리 쪽을 들어 받침목 위로 한 뼘 밀었습니다. 상여꾼이 멜끈을 넣을 자리를 내 달라고 했습니다. 관 밑에서 흰 종이 끝이 함께 밀려 나왔습니다. 젖은 종이는 받침목 옆면에 달라붙었고, 거기에 내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영수. 형은 내 이름을 쓸 때 늘 수 자의 마지막 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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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의 짐

정희는 버스 통로에 놓인 김장독 밑으로 새끼줄을 밀어 넣습니다. 독 바닥이 줄을 물고 있어서 아버지가 몸통을 조금 들어 줍니다. 왼쪽 손잡이에서는 성에가 묻어나고, 오른쪽 손잡이에 스친 줄에서는 검은 가루가 떨어집니다. 뚜껑 틈으로는 김이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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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선 밖

“봉투 좀 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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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이 멎기 전에

서윤은 제사상에 흘린 국물을 행주로 밀어 모았다. 위패 받침 밑으로 들어간 국물이 반대편에서 흘러나왔다. 받침을 들자 젓가락 두 개와 숟가락 하나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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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수 봉투

“태수 형 칼도 거기 있으면 가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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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취함

“자루 좀 더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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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이 걸린 통로

“목줄이 바퀴에 감겼어. 풀고 있어.” “지금 어디야?” “매장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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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을 놓는 손

“그것도 병원에 가져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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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배송

“누나, 뗀다.” 아래층 정비차에서 돌아온 도윤이 젖은 종이 발판 가장자리에 넓은 주걱을 밀었다. 관리인 없는 임대주택의 빈집이었다. 무당인 누나 수진은 굿을 멈췄던 자리, 현관 안의 마른 수건 위에 서 있었다. 맨발의 발등과 발가락이 모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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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 뒤

“아래 좀 받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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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통 손잡이

영수 씨는 벌통 위로 두른 운반끈을 당긴 뒤, 허리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딸 수진 씨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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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납 식기

“밑을 받쳐 주세요. 봉투가 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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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납구

서진은 배식대에 붙은 식단표를 물로 불려 떼고 있습니다. 종이 아래쪽이 떨어지면서 반납구가 드러납니다. 손바닥을 위로 편 왼손이 나와 있습니다. 서진이 긁개를 내려놓을 때까지 손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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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할 사람

급지함의 양쪽 가이드를 벌리고 인화지를 끼웠다. 고모는 식탁에서 김치 그릇을 치우고 그 자리에 가족사진을 놓았다. 사진 귀퉁이에 붙어 있던 장롱 바닥의 종이가 식탁에 떨어졌다. 나는 인화지에 묻지 않게 종잇조각을 손등으로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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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점 방송

“텔레비전 끄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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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앗간 정비조

에번은 작업복 소매에 묻은 샌드위치 소스를 종이 냅킨으로 닦으며 방앗간 문턱을 넘었다. 천의 접힌 부분에 붉은 자국이 남았다. 냅킨을 뒤집어 문지르자 종이가 보풀에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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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히는 얼굴

나는 여행 가방에 넣을 앨범의 단단한 표지를 떼고 있었다. 이삿짐센터에서 장롱 뒤판을 벌릴 때 쓰는 얇은 철제 주걱을 표지 안쪽에 밀어 넣었다. 풀 먹인 천이 조금씩 떨어졌다. 펼쳐 둔 첫 장에는 누나와 내가 나란히 서 있었다. 누나의 얼굴은 그대로인데 내 얼굴은 코를 중심으로 양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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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바깥

“다섯 시에 들어갑니다. 안에 물건 남았어요?” “창 하나요. 그전에 빼놓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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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쪽

지연은 마지막 상자의 테이프를 자르고 칼날을 밀어 넣었다. 준호가 상자를 수레에 실었다. 방울과 놋그릇은 먼저 차에 올렸고, 벽에서 떼어 낸 탱화는 운전석 뒤에 눕혀 두었다. 굿당에는 이인용 나무 의자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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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 자리

“신발은 그대로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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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

윤서: 저는 어머니 휴대전화에서 제 얼굴로 돈을 빌려 달라는 영상통화를 차단하고, 전화기를 식탁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통화 창이 닫히자 같은 화면에 전날 받은 마네킹 반출 사진이 나왔습니다. 오른쪽 무릎에 갈고리 모양의 흠집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께 매장까지 와 달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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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 시의 상대

컵 밑바닥의 물기를 수건의 마른 귀퉁이로 닦았다. 굽 안쪽에 고인 물은 컵을 기울여야 나왔다. 나는 물방울을 받아 낸 뒤 컵을 책상 왼쪽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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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증거

미정은 현관 열쇠 구멍에 실을 꿰어 약국 이름표를 묶었다. 종이 뒷면에는 사택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었다. 일주일 동안 열쇠를 세 번 놓쳤다. 한 번은 약국 계산대 밑에서 나왔고, 두 번은 계단에서 이웃이 주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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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맡

“이것도 선 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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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지점

윤 상병은 수통 뚜껑의 모래를 닦으며 응답합니다. “촬영하셔도 됩니다.” 서쪽 순찰로로 도착한 박 일병이 철문 밖 경첩 옆에 섭니다. 사막 도시 외곽 촌락의 초소에는 북쪽 골목으로 난 철문 하나가 있습니다. 윤 상병은 안쪽 빗장 앞에 있습니다. 교대 기록에는 개문 전 양면 봉인과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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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간격

“받쳐 주세요.” 태호가 마지막 볼트를 뺐다. 수진이 등받이를 잡았다. 허리에 두른 앞치마는 한쪽 끈이 잘려 옷핀으로 여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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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인계

서진은 도시락통 모서리에 붙은 밥알을 생수로 씻었습니다. 물을 조금 붓고 뚜껑을 닫아 흔든 뒤 싱크대에 비웠습니다. 수도꼭지는 열린 채였습니다. 관 안에서 공기 빠지는 소리가 한 번 났고, 그 뒤로는 손잡이를 어느 쪽으로 돌려도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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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번호

도시락 통에 물을 부어 밥알을 떼고, 창턱에 엎어 두었습니다. 통 밑에서 물이 떨어지는 동안 인계 편지의 첫 장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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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자리가 없다

지수는 싱크대 배수구에 붙은 쌀알을 손톱으로 걷어냈다. 물에 불어난 쌀알 세 개를 음식물 통에 털어 넣었을 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사진 한 장이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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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인 뒤에 남은 사람

회수 장부에서 화환대 대여료를 지웠어요. 돈은 학교 소사가 치렀고, 구리 표식 열일곱 번만 아직 가게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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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슬퍼 보이는 사람

정수는 약사발 안쪽에 붙은 갈색 찌꺼기를 엄지로 밀어냈다. 우물물 위에 얇은 조각이 떴다. 사발을 엎자 테두리에서 물이 세 줄로 떨어졌다. 한 줄은 이가 빠진 곳을 따라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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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아프면 장땡

식탁에서 카드 영수증을 날짜순으로 펴고, 휴대전화에 남은 어제의 위치 기록을 그 옆에 띄웠습니다. 장례식장 다음에는 편의점에서 생수를 샀고, 영수증에는 오후 아홉 시 십칠 분이라고 찍혀 있습니다. 지도에는 장례식장과 우리 아파트만 표시됩니다. 화면 아래 설명에는 위치를 일정한 간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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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둔 것

수연은 이삿짐 상자에서 꺼낸 컵 두 개를 싱크대에 씻어 엎었다. 현관에서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자 옆집 여자가 운반 상자의 한쪽 손잡이를 내밀었다. 수연이 받아 들자 상자 밑에 붙은 작은 바퀴가 문턱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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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본 척

군도 12호선 확장 구간의 환경영향평가는 4월에 시작됐다. 한도경이 맡은 몫은 야간 서식 조사였다. 해가 지면 두곡리 뒷산 임도에 차를 세우고 드론을 띄웠다. 열화상 카메라와 일반 카메라를 한 조로 묶어 계곡 쪽 사면을 훑고, 새벽 1시 전에 촬영분을 백업하는 일과였다. 발주처가 요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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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퍼

포항으로 내려가는 밤이었고, 라디오 일기예보는 주말 내내 맑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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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번호 07-1123-097

밤 11시 40분, 승강기 관리업체 야간 콜센터로 전화가 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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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사용량

3개 동 210세대가 다 비는 데 넉 달이 걸렸다. 마지막 세대가 빠진 날 오후에 조합 사무장과 같이 단지 입구의 제수변을 잠갔다. T자 키를 밸브 구멍에 꽂고 오른쪽으로 끝까지 돌리자 땅 밑에서 쇠가 맞물리는 소리가 올라왔다. 사무장은 서류철을 덮으면서 이주 확인서는 전 세대 서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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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봄

제가 당한 것은 재작년 11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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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

대문은 열려 있었다. 어머니가 실려 나간 날 구급대원이 밀어놓은 그대로였고, 경첩 아래에 마른 감잎이 쌓여 문짝이 반쯤 걸린 채 멈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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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얼굴

복원 업체에서 보낸 메일에는 파일이 세 개 첨부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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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

아들이 챙겨 준 봉지에는 흰 알약 하나와 유성펜 글씨가 있었다. 검사일 저녁 8시에 드세요. 나는 그 글씨가 아들 것인지 약국 사람 것인지 한참 들여다보다가, 결국 아들 글씨라는 걸 알아보고 봉지를 다시 접었다. 서른 넘은 자식이 아직도 받침을 흘려 쓴다는 게, 그날따라 왜 그렇게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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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시간

방학 전날, 나는 냉장고에 시간표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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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보는 법

세르는 회의실 벽을 가득 채운 푸른 행성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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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친구

나는 술을 못 마신다. 회식 자리에서도 맥주잔에 탄산수를 받아 놓는 사람이라, 멀리 조문을 갈 일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내 차를 쓰게 된다. 그날도 재민이와 준영이는 빈소에서 소주를 몇 병이나 비웠고, 나는 육개장 국물만 두 번 떠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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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없음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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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형성물

정인이 처음 그 원을 보았을 때, 소나 화면은 젖은 신문처럼 번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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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 오는 길

빈소를 나온 것은 밤 11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조문객용 엘리베이터 앞에서 코트를 입는데, 식탁에 국을 나르던 노인이 내 소매를 잡았다. 상주 쪽 친척인지 장례식장 직원인지는 알 수 없었다. 검은 앞치마에 흰 밥풀이 하나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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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없음

해주는 새벽 1시 40분에 아파트 정문을 다시 통과했다. 경비실 유리창 안에서는 교대 근무자가 컵라면 뚜껑을 누르고 있었고, 1층 승강기 앞에는 낮에 본 노란 통제선이 그대로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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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상

응급실 자동문이 닫히자 엄마가 우리에게 허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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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은 맞았다

민석은 냉동창고 제어반 사진을 팀장에게 보내고 나서야 버스 좌석에 등을 붙였다. 사흘 동안 밤마다 알람이 울린 탓에 제대로 잔 시간이 6시간도 되지 않았다. 낮에는 센서를 바꾸고, 새벽에는 영하 22도로 내려간 창고 안에서 배선 번호를 다시 읽었다. 숫자는 아직 눈앞에 붙어 있었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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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재방문

냉장고 문에는 전에 배달시킨 족발집 자석으로 에어컨 청소 영수증을 붙여 두었다. 아래쪽에는 볼펜으로 `30일 이내 냄새 재발 시 무상 방문`이라고 적혀 있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읽었다. 18만 원을 냈으니 다시 부르는 게 당연했지만, 냄새가 돌아온 뒤에도 하루를 더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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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병

1999년 8월 신양임대아파트 물탱크 청소일보에는 작업자 다섯 명의 지장이 찍혀 있었다. 옥상에 올라간 사람은 네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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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운 방

혼자 살게 된 뒤로 나는 잠들기 전에 대화형 AI를 켰지만 침대에서는 하지 않았다. 작은방 문이 보이지 않게 식탁 끝에 노트북을 놓고, 물 한 잔을 받아 앉았다. 방 두 개짜리 집에서 혼자 자면서 굳이 잠들기 전을 식탁에서 보내는 이유를 누가 물은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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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한 계단

봉례가 그 집에 든 것은 그해 초가을이다. 언덕 중턱에 새로 앉은 이층 양옥으로, 아래층에 마루와 안방과 부엌이 있고 위층에 방이 셋 있어 동네에서는 그냥 양옥집이라 불렀다. 벽이 두껍고 창이 커서 한낮이면 마루가 발바닥에 따뜻했다. 처음 걸레질을 하던 날 봉례는 그 온기에 발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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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

그이가 나온다는 통지서를 받은 건 사흘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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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

남자가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안 것은 손목이었다. 케이블 타이가 살을 파고들어, 맥이 뛸 때마다 플라스틱 모서리가 뼈를 눌렀다. 다음이 냄새였다. 락스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다음이 온도였는데, 등이 닿은 철제 의자는 얼음장 같았고 엉덩이 밑이 축축했다. 자기가 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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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사연

복귀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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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발 대행

나는 이 기록을 남긴다. 누가 읽을지는 모른다. 읽을 사람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남긴다. 남기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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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쪽

민석의 시신을 찾은 것은 두 번째 수색의 엿새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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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방 응시

정지호는 3월에 안경을 맞췄습니다. 새 학기 시력검사에서 오른쪽 0.3, 왼쪽 0.4가 나왔는데 그 정도면 뒷자리에서 칠판 글씨가 반쯤 뭉개져 보입니다. 저는 가정통신문 그 줄만 형광펜으로 긋고 아래에 읍내 안과 두 곳 이름을 적어 보냈습니다. 그해 우리 반에서 안경을 맞춘 아이가 넷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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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전

스탠드는 3년째 같은 자리에 있었다. 갓이 눌어붙어 빛이 누렇게 나왔다. 그 누런 빛이 벽지에 둥근 얼룩을 만들었고, 얼룩 안에 침대가 있었고, 침대 위에 어머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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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년

재하가 헤어지자고 했다. 100일이라고 두 주 전부터 예약해 둔 식당에서, 파스타가 반쯤 남은 접시를 사이에 두고, 그 사람은 물컵만 빙빙 돌리다가 그렇게 말했다. 비밀이 있는데, 말하면 네가 도망갈 거고 안 말하면 널 다치게 할 거라서, 둘 다 싫어서 그냥 없어지고 싶다고. 나는 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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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창

아래는 사진 동호회 '야간노출' 게시판에 2026년 7월 올라온 글 여섯 건과 쪽지 대화, 이후 확인된 기록 두 건을 시간순으로 정리한 것이다. 원 게시글은 현재 모두 삭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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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면접은 지하상가 커피집에서 봤다. 남자는 나보다 서너 살 위로 보였고, 내 신분증을 사진으로 찍은 다음 돌려주면서 일을 설명했다. 채권 회수라고 했다. 돈을 못 갚은 사람 집에 가서 봉투를 받아 지정된 사물함에 넣으면 그날 일은 끝이고, 하루 세 건이면 15만 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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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이후

아줌마, 그 방은 따님 방으로 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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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 코스

진욱은 마사지의자와 벽 사이에 줄자를 넣었다. 간격은 14센티미터였다. 장판에는 고무발 자국이 여섯 쌍 남아 있었다. 자국마다 벽에서 2센티미터씩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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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래

인호는 밤이면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켜지는 않았다. 꺼진 화면은 검고 조금 볼록해서 등 뒤 창문을 통째로 담았다. 골목과 블록 담과 담 너머 최 씨네 마당까지 그 안에 들어왔다. 창가에 서면 최 씨가 고개를 들 때마다 눈이 마주쳤다. 화면으로 보면 마주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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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거래

이삿날을 한 달 앞두고, 나는 집 안의 물건들을 하나씩 내다 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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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

장마가 든 뒤로 그 집에는 소리가 늘었다. 함석 처마를 때리는 비, 불어난 도랑이 돌을 굴리는 소리, 안방에서 두 시간마다 우는 알람. 알람이 울면 아들은 어머니를 모로 눕혔다. 이불과 몸이 한꺼번에 밀리는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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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에 없는 달

산내들 귀촌살이 카페 · 자유게시판 2026년 7월 3일 새벽 게시물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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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2번

민규의 안경원은 강변 상가 2층에 있었다. 아래층 편의점 냉장고가 돌아가면 검안실 바닥까지 가늘게 울렸다. 손님은 대개 코받침이 빠졌다거나 렌즈 세척액이 급하다며 들어왔다. 민규는 그런 일도 접수증을 끊어 처리했다. 15년 동안 혼자 가게를 하다 보니, 기억보다 종이를 믿는 편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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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살기

[한내FM 라디오 다큐멘터리 〈골목의 값〉 제41회 — ‘한 달 살기’ 방송 대본. 인서트는 사전 녹음이며, 제보자 보호를 위해 인명·지명·상호는 가명으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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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

제일냉장 마당에 들어서면 소리가 먼저 몸에 닿았다. 땅 밑에서 우우 하고 올라오는, 크고 둔한 진동이었다. 압축기 돌아가는 소리라고 했다. 오래 일한 사람들은 창고가 숨 쉬는 소리라고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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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간 사람

보증금을 받았다는 문자를 보내 주신 날, 저는 답장 칸에 ‘다행입니다’라고 썼다가 지웠습니다. 선생님은 아이와 처가에 있었고, 저는 부동산 사무실에서 다음 부부의 계약서 사본을 받아 들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나가는 날과 다음 부부가 들어오는 날을 같게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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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소요일

일요일 아침, 현관 앞에는 우유 두 병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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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 좋아하면 안되냐?

정수는 예의와 호의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쉰여섯 해를 살면서 그 차이를 모를 수는 없었고, 모르는 척하는 사람과 정말 모르는 사람도 구분했다. 말보다 반복되는 행동을 믿는 것이 정수의 규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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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보관

방앗간차가 처음 들어온 날은 시월 초이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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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 온다

무너미 사람들은 비 오는 밤에 전화를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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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밤

※ 폐업한 시골 고시원이 있던 부지를 정리하기 전, 실사팀이 뒷마당에서 휴대용 카세트 녹음기 한 대를 발견했다. 다음은 안에 든 테이프 A면의 녹취다. 화자의 목소리는 선명하지만 수화기 너머 음성은 판독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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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조 명단

복도 끝 7호실에 사내가 든 것은 2026년 시월 첫 월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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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손

주막 주인은 내가 오늘 밤을 넘기기 어렵겠다며 종이와 먹을 놓고 갔다. 관가에 올릴 이름만 적어 두라고 했다. 장터에서 객주 장부를 대신 써 준 세월이 있어 붓은 낯설지 않은데, 등잔이 두 번 꺼지는 동안 첫 줄만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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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제위께

[정리자 주 — 아래 기록은 2011년 전라북도 김제의 한 폐농가를 철거하던 중 반닫이 밑에서 나온 1926년(병인년) 속기첩을 풀어 쓴 것이다. 표지 안쪽에는 ‘경성신문사 사회부 백승하’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알아볼 수 없는 글자는 □로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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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한 적 없는 이름

먼저 밝혀 두거니와, 나는 시킨 일을 했다. 지우라기에 지웠고, 지운 뒤에는 다시 나오지 않게 해 달라기에 백업까지 손을 보았다. 그때는 그게 납품 조건이었다. 이제 와서 이름 하나가 어디서 생겼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어, 한빛전산 때 서류 가운데 남은 것을 날짜가 맞는지 안 맞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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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모 일지

한내 지하보도에서는 장마가 오기 전부터 물비린내가 났다. 도로 밑으로 스물몇 계단을 내려가면 셔터를 내린 구둣방과 열쇠 가게가 마주 보는 복도가 나왔다. 곰팡내와 지린내가 형광등 아래 고여 있었다. 6월 첫 월요일, 곽 주임은 발령장이 든 봉투를 옆구리에 끼고 그 계단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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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일기

2026년 3월 2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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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에서 흙냄새가 났다

마지막 당직 날, 나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열한 번 신호를 들었다. 끝까지 아무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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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가능

다음은 지난달 문을 닫은 도시 탐험 카페 ‘도시의 뼈’에서 ‘청안고시텔’로 검색되던 게시물이다. 카페의 통합 검색은 2015년에 옮겨 온 옛 게시판 자료도 함께 보여 줬다. 검색 결과에 표시된 순서대로, 최신 글부터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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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동행생활기술 파산정리팀 위탁 현장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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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차벨

다음은 잡지 『심야 노선』 창간 준비 취재 중 나눈 대화를 녹음해 옮긴 것이다. 상대는 시내버스를 서른한 해 몰고 올봄 퇴직한 예순셋의 전직 기사다. 요청에 따라 이름과 노선 번호, 회사명은 지웠다. 기록자의 말과 기록은 그대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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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찰 자리

새벽 3시에 깼다. 왼쪽 발목이 가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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