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배운 말

아이는 부표에 매달려 있었다.

처음에는 구명조끼인 줄 알았다. 주황색 부표 아래로 희끄무레한 것이 붙었다 떨어졌다 했다. 파도가 내려갈 때마다 검은 정수리가 드러났다.

호진이 먼저 소리를 질렀다.

“사람이에요!”

나는 조타실 문을 열고 기어를 중립에 놓으라고 했다. 우리가 탄 청해호는 양식장 닻줄을 교체하는 작업선이었다. 그날도 폐양식장의 부표를 걷으러 나왔다. 손님을 태울 만한 배도 아니었고, 아이가 헤엄쳐 나올 만한 바다도 아니었다. 가장 가까운 방파제가 사 킬로미터쯤 떨어져 있었다.

선장인 박 씨가 배를 돌렸다. 호진은 갈고리를 집었다가 내 얼굴을 보고 도로 놓았다. 나는 긴 뜰채를 꺼냈다.

아이에게 소리쳤다.

“조금만 기다려. 지금 간다.”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조금만 기다려. 지금 간다.”

우리를 향해 한 말 같기도 하고, 자기가 놓치지 않도록 되뇌는 말 같기도 했다. 여덟 살쯤 되어 보였다. 물에 붙은 머리카락 사이로 이마가 유난히 넓었다.

아이는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배 옆으로 다가갔을 때 아이가 부표를 붙잡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두 팔은 물속에 늘어져 있었다. 겨드랑이 아래를 지난 흰 줄이 부표의 철제 고리에 걸려 있었다. 줄이 몸을 받쳐 주는 바람에 얼굴만 간신히 수면 위로 나온 것이었다.

호진이 엎드려 아이의 손목을 잡았다.

“살았다. 힘 빼.”

아이는 손을 마주 잡지 않았다. 그래도 호진이 끌어 올리자 팔이 펴지고 어깨가 딸려 나왔다. 나는 뜰채를 엉덩이 아래로 넣었다. 아이는 놀랄 만큼 가벼웠다. 물 먹은 이불 한 채보다 가벼웠다.

갑판에 눕혀 놓으니 다리가 조금 이상했다. 무릎 아래가 짧았고 발가락 사이에 얇은 막이 붙어 있었다. 나는 오래 물속에 있어서 그렇게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에는 모든 것이 오래 물속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추위에 질린 입술도, 가슴이 오르내리지 않는 것도.

흰 줄은 아이의 등에서 나와 있었다.

허리 한가운데 뚫린 구멍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살이 좁아지면서 줄이 되었다. 굵은 쪽에는 잔주름이 있었고, 뱃전 너머로 넘어간 부분은 엄지손가락만 했다. 그 아래는 바닷속으로 곧게 내려갔다.

박 씨가 조타실에서 나와 몸을 굽혔다.

“이게 뭐야.”

호진이 아이의 어깨를 수건으로 닦다가 멈췄다.

나는 아이의 목에 손가락을 댔다. 맥이 잡히지 않았다. 차갑기는 했지만 죽은 사람의 차가움과는 달랐다. 물이 담긴 비닐봉지에 손을 얹은 느낌이었다.

“내 말 들리니?”

아이의 입이 벌어졌다.

“거기 서 있지 마.”

목소리가 낮고 거칠었다. 방금 전의 목소리와 달랐다.

“거기 서 있지 말고 줄을 줘.”

호진이 나를 보았다. 나는 아이가 어디를 가리키는지 살폈다. 팔은 여전히 몸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름이 뭐야?”

“줄을 줘, 이 새끼야.”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얼굴은 그대로인데 목에서만 울음소리가 났다.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그러나 가슴은 움직이지 않았다. 호진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박 씨가 내 팔을 잡아 일으켰다.

“떨어져.”

그때 아이의 등에서 나온 줄이 움직였다.

뱃전에 걸린 부분이 팽팽해지더니 아이를 십 센티미터쯤 끌고 갔다. 맨살이 갑판에 쓸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반사적으로 아이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었다. 호진도 두 발목을 잡았다.

박 씨가 다시 조타실로 들어갔다. 무전기에서 해경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가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아주 작게 말했다.

“놓지 마.”

이번에는 아이의 나이에 맞는 목소리였다.

나는 겨드랑이에 넣은 손을 더 깊이 밀었다.

“안 놓아.”

아이의 입술이 조금 움직였다. 소리 없이 내 말을 따라 하는 것 같았다.

흰 줄 위로 물방울 하나가 올라왔다. 파도가 튄 것이 아니었다. 줄이 손바닥 안에서 부풀었다 가라앉았다. 박동이었다. 두 번씩 짧게 뛰고, 오래 멎었다가 다시 두 번 뛰었다. 박동이 지나갈 때마다 아이의 입술에 옅은 색이 돌았다.

나는 아이를 호진에게 맡기고 뱃전으로 갔다.

청해호 아래 물빛이 달라져 있었다.

처음엔 배가 일으킨 흙탕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곳은 수심이 삼십 미터가 넘었다. 햇빛이 비치는 수면 바로 아래에 회색 면이 떠올라 있었다. 배가 흔들릴 때마다 그 면 위의 작은 반점들이 따로 움직였다.

반점은 눈이 아니었다. 벌어졌다 오므라드는 구멍이었다.

나는 어느 쪽이 머리인지 찾으려 했다. 그 면은 뱃머리 아래에서도 끝나지 않았고, 선미 아래에서도 끝나지 않았다. 배 한 척이 커다란 짐승의 등에 올라앉아 있는 것 같았다.

아이에게서 내려간 줄은 그 회색 면의 틈으로 들어갔다.

나는 물러서다가 빈 기름통을 찼다.

그 소리에 아이가 말했다.

“엄마.”

호진이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엄마, 나 여기 있어.”

이번에는 아주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였다.

박 씨가 조타실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거 사람 아니야. 손 떼.”

“알아요.”

내 대답이 너무 빨라서 나도 놀랐다.

나는 알고 있었다. 등에서 줄이 나온 순간부터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손을 떼라는 말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이는 지금도 호진의 팔 안에 있었다. 발가락이 수건 끝에 걸려 조금 구부러져 있었다.

박 씨가 기관을 걸었다.

줄이 갑자기 팽팽해졌다.

아이와 호진이 함께 미끄러졌다. 나는 호진의 작업복을 움켜쥐었다. 무릎이 갑판에 부딪혔고, 호진의 몸이 뱃전에 걸렸다. 아이의 하반신은 이미 밖으로 넘어가 있었다.

“멈춰요!”

기관 소리가 낮아졌다. 당기는 힘도 조금 줄었다.

우리 둘이 아이를 끌어 올리는 동안 박 씨가 뛰어나와 흰 줄을 잡았다. 그가 갑판의 계선주에 줄을 한 바퀴 감았다. 아이의 몸이 덜컥 떨렸다.

줄은 젖은 고무처럼 늘어났다. 감아 둔 자리에서 납작해졌다가, 박동이 올 때마다 다시 둥글어졌다.

박 씨가 작업용 칼을 꺼냈다.

아이가 처음으로 팔을 움직였다.

박 씨의 손목을 붙잡았다. 손가락 끝이 휘어졌다. 손톱은 없었다.

“안 돼.”

“너 가만있어.”

“안 돼.”

박 씨가 칼을 대자 아이의 입에서 여러 목소리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잠깐, 잠깐만. 배 돌려. 사람 있다고. 제발. 아저씨. 아저씨.

말들 사이로 물을 토하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는 욕을 했고 누군가는 엄마를 불렀다. 호진이 손으로 귀를 막았다.

아이는 박 씨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나는 칼등을 눌렀다.

“잠깐만요.”

“이걸 끊어야 가지!”

나는 줄을 가리켰다. 그 안으로 짙은 것이 두 번씩 밀려 올라왔다. 아이의 입술에 색이 돌았다가 다시 빠졌다.

“이걸로 사는 것 같아요.”

박 씨가 나를 쳐다보았다. 분노보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무전기가 우리 배를 불렀다. 박 씨가 욕을 하며 돌아갔다. 위치를 다시 설명하는 목소리가 바람에 끊겨 들렸다.

호진은 아이를 놓고 갑판 반대쪽에 앉았다. 얼굴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나는 수건으로 아이의 몸을 덮었다. 수건 아래 발이 두 개의 작은 봉우리를 만들었다.

“아까부터 누구 말을 하는 거야?”

아이는 입을 다물었다.

“물에 빠진 사람들?”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왔다 올라갔다.

나는 등에서 나온 줄을 보았다. 그리고 부표를 보았다. 흰 줄이 걸려 있던 철제 고리에는 오랜 녹이 슬어 있었다. 줄은 원래 그 고리에 걸린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래에 있는 것이 아이를 움직이다가 걸렸을 것이다. 미끼가 바늘에 걸리듯이.

“너는 늘 저 아래 있어?”

아이는 내 얼굴을 보았다.

한참 뒤에 말했다.

“여기 있어.”

“지금 말고.”

“나 여기 있어.”

같은 말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엄마를 부르지 않았다.

배가 왼쪽으로 기울었다.

호진이 갑판을 짚었다. 계선주에 감긴 줄이 끼익 소리를 냈다. 나는 아이를 잡고 난간에 등을 붙였다. 바닷물이 배 옆면을 넘어 신발 밑창까지 들어왔다.

아래의 것이 내려가고 있었다.

배를 달고.

박 씨가 조타실에서 뛰어나왔다. 칼은 내 무릎 옆에 있었다. 그가 칼을 집는 동안 아이가 내 옷소매를 잡았다.

“안 돼.”

나는 아이의 손을 잡았다. 사람의 손과 같은 자리에 관절이 있었다. 손톱이 없어서 손끝이 너무 매끄러웠다.

“너를 다시 내려 보내면?”

아이는 손을 더 세게 쥐었다.

“싫어?”

아이가 입을 벌렸다.

물에 잠긴 남자의 비명이 나오기 시작했다. 길게 이어지다가 갑자기 끊겼다. 아이가 자기 입을 다른 손으로 틀어막았다.

그 동작 때문에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호진이 일어나 계선주 옆의 공구함을 열었다. 닻줄을 자를 때 쓰는 긴 가위가 있었다. 박 씨의 칼보다 나았다. 호진이 가위를 벌려 흰 줄에 물렸다.

아이는 호진을 보았다.

그다음 나를 보았다.

입을 막고 있던 손이 조금 내려왔다.

“놓지 마.”

나는 아이를 품으로 당겼다.

“안 놓아.”

호진이 가위를 눌렀다.

한 번에 잘리지 않았다.

줄 안에는 질긴 심이 있었다. 가위 손잡이가 닫히다가 멎었다. 박 씨가 호진 뒤에서 손잡이를 함께 눌렀다. 아이의 허리가 꺾였다. 내가 안고 있는데도 머리와 발이 뒤로 젖혀졌다.

그 입에서 소리가 나왔다.

지금까지 들은 어떤 사람의 목소리와도 달랐다. 너무 높아서 처음에는 배의 철판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내 앞니가 서로 부딪쳤다.

나는 아이의 귀를 덮어 주었다. 소리가 아이에게서 나오는데도 그렇게 했다.

줄이 끊어졌다.

청해호가 반대쪽으로 튕겼다. 호진이 넘어졌고 가위가 미끄러졌다. 잘린 줄의 긴 쪽이 계선주를 빠져나가며 박 씨의 손등을 후려쳤다. 뱃전 밖으로 사라진 끝에서 우윳빛 액체가 뿜어졌다.

아이가 축 늘어졌다.

박 씨는 피가 흐르는 손으로 기관을 올렸다. 나는 아이를 안은 채 바닥에 앉았다. 배가 내장을 흔들 만큼 떨렸다.

우리가 벗어나자 회색 면의 가장자리가 보였다.

살이 접힌 테두리였다. 그 아래에 짧고 굵은 돌기들이 줄지어 있었다. 돌기 사이사이에 밧줄과 그물 조각이 걸려 있었다. 노란 장화 한 짝도 보였다.

회색 면은 천천히 가운데로 접혔다.

등이 아니었다.

나는 아이의 얼굴을 내 가슴 쪽으로 돌렸다.

그것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물속에서 부표가 사라졌다. 주황색 플라스틱이 찌그러지는 소리는 기관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호진이 구급상자를 열었다. 붕대를 내게 내밀었다. 나는 아이의 등에서 남은 줄을 감쌌다. 액체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아이의 입술에서 색이 빠진 채 돌아오지 않았다.

“숨을 넣어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호진이 물었다.

나는 아이를 눕히고 턱을 들었다. 코를 쥐고 입에 숨을 불어넣었다. 가슴은 부풀지 않았다. 무언가 막힌 것처럼 내 숨이 되밀려 나왔다.

다시 했다.

아이가 눈을 뜨고 내 뺨을 밀었다.

힘은 약했지만 싫다는 뜻은 분명했다.

나는 그만두었다.

아이는 하늘을 보고 있었다. 처음 건져 올렸을 때부터 계속 얼굴이 젖어 있었는데, 이제 바람에 조금씩 마르고 있었다. 마른 부분은 우리 피부보다 투명했다. 뺨 아래로 가는 실 같은 것들이 보였다.

“춥니?”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호진이 자기 점퍼를 벗어 덮었다. 주머니에서 떨어진 사탕 두 개가 갑판을 굴렀다. 아이의 눈이 그것들을 따라갔다.

나는 하나를 주워 포장을 벗겼다.

입에 넣어 주려다 멈췄다. 아이는 내 손을 보고 있었다. 나는 사탕을 손바닥에 올려 주었다. 손가락이 천천히 닫혔다.

작고 노란 사탕이었다. 레몬 맛이라고 포장지에 쓰여 있었다.

아이가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지금 간다.”

내가 처음 했던 말이었다.

“응.”

나는 아이의 머리를 받쳤다.

“같이 가고 있어.”

그 뒤로 아이는 말하지 않았다. 눈이 내 얼굴에서 멀어졌다. 손안의 사탕은 끝내 녹지 않았다.

항구에 닿았을 때 구급대원이 아이를 넘겨받으려 했다. 나는 팔을 풀지 못했다. 그 사람이 다시 말해서야 아이를 들것 위에 놓았다.

점퍼가 벗겨지자 구급대원의 손이 멎었다.

그는 아이의 등을 보았다. 발을 보았다. 내 얼굴을 보았다.

“이게 뭡니까?”

나는 이름을 물었을 때 아이가 끝내 대답하지 못했던 일을 생각했다.

“물에서 건졌어요.”

그것밖에 말할 수 없었다.

아이의 몸은 병원으로 갔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우리 셋은 따로 조사를 받았다. 박 씨의 손등에는 열두 바늘을 꿰맸다. 호진은 일을 그만뒀다.

내게는 세 번 전화가 왔다. 첫 번째 전화에서는 물에 넣어 보았느냐고 물었다. 두 번째 전화에서는 몸이 움직이는 모습을 찍은 영상이 없느냐고 물었다. 세 번째 전화에서는 내가 정말로 그것과 대화를 했느냐고 물었다.

나는 세 번째 전화를 오래 받았다.

상대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끝까지 들었다. 사람에게 있어야 할 것들이 몸속에 없다고 했다. 음식이 들어갈 곳도, 공기가 들어갈 곳도 없었다. 입 안쪽은 깊지 않은 막으로 끝났다고 했다.

내가 손에 쥐여 준 사탕 이야기를 하자 상대는 잠깐 말을 멈췄다.

“그건 함께 보관하고 있습니다.”

나는 아이를 돌려달라고 했다.

돌려받지는 못했다.

박 씨는 그날 이후 내가 배에 타는 것을 싫어했다. 내 탓이라고 말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시동을 걸기 전에 늘 내가 어느 쪽 뱃전에 서 있는지 확인했다.

한 번은 술을 마시다가 그가 말했다.

“살려 달라는 소리가 들리니까 사람이겠거니 한 거야. 그게 걔 하는 일이었고.”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는지 재떨이에 담배를 세게 눌렀다.

“미끼라고. 입 있는 미끼.”

“알아요.”

“아는데 왜 그래.”

나는 술잔에 붙은 손가락 자국을 닦았다. 깨끗한 부분을 돌려 잡았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그 아이가 어떻게 말을 배웠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그러고 있었다.

어둡고 차가운 물속에서, 자기 쪽으로 다가오는 얼굴들을 보았을 것이다. 손이 뻗어 왔을 것이다. 잡아 준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아래에서 무언가 올라오면 얼굴도 목소리도 달라졌을 것이다.

아이는 같은 말을 거듭 들었을 것이다. 엄마. 제발. 놓지 마.

누군가에게 말을 걸 수 있게 되었을 때는 이미 그 말들밖에 없었을 것이다.

겨울이 되어 청해호를 수리장에 올렸다. 나는 선실에 두었던 물건을 가지러 갔다. 장갑과 보온병, 오래된 점퍼를 챙겼다. 빈 배에는 기름 냄새가 짙었다.

호진의 사탕 하나가 조타실 문턱 틈에 끼어 있었다.

나는 무릎을 꿇고 손톱으로 그것을 꺼냈다. 포장지는 햇볕에 바래 글씨가 거의 지워져 있었다. 그래도 노란색이었다.

한참 쥐고 있다가 포장을 벗겼다.

내 입에 넣었다.

처음에는 달았다. 그다음 혀 가장자리가 아릴 만큼 시어졌다. 나는 빈 갑판에 앉아 끝까지 녹여 먹었다.

그날 바다에는 우리 목소리도 남았다.

나는 아이에게 두 번이나 안 놓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