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밤

※ 다음은 폐업한 시골 고시원 건물의 철거를 앞두고, 옛 세입자 실종 건을 알아보던 기록팀이 받은 녹취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제보자는 자신을 그곳 총무라 밝혔다. 녹취 시각은 밤 열한 시 사십 분.

─ 냄새부터 물으셨죠. 그래요, 그 냄새.

비 온 뒤에 흙이 부풀면 마당 쪽에서 먼저 올라와요. 젖은 흙냄새 말입니다. 근데 여기 사람들은 그걸 흙냄새라 안 불러요. 탄내라 그러지. (하긴, 십 년을 맡았으면 코가 먼저 알지.) 논두렁 타는 냄새하고는 달라요. 살이 눋는 냄새는… 한 번 맡으면 콧속 어디에 눌어붙어서 안 떨어져요.

그날도 딱 그 냄새였어요. 십 년 전 그날.

─ 순서대로 말하라니, 그럽시다.

읍내에서 한참 들어온 이 골짜기에 방 열두 칸짜리 고시원이 하나 있었어요. 공사판 인부, 요양병원 야간 아지매, 농협 앞에서 붕어빵 굽던 노인, 뭐 그런 사람들이 한 칸씩 얻어 살았지. 다들 어디 딱히 갈 데가 없어서 흘러든 사람들이라. 밤이 되면 사장이 나한테 현관을 잠그라 했어요. 시골이라 도둑이 무섭다고. (도둑은 무슨. 방세 밀린 사람 야반도주가 무서웠던 거지.) 그 쇠문 열쇠는 나 하나만 갖고 있었고.

그날 밤에 불이 났어요. 붕어빵 노인 방 전기장판에서. 나는 그때 뒷마당 평상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어요.

─ 왜 문을 안 열었냐고요.

…열려고 했어요. 열쇠를 들고 뛰어갔는데, 손이 떨려서. 연기가 문틈으로 뿜어 나오는데, 안에서 사람들이 문을 두드리는데, 신발들이, 현관에 벗어 둔 신발들이 그 앞에 그냥 가지런히 놓여 있었어요. 열두 켤레가. 주인들은 다 방 안에 갇혀 있는데 신발만 얌전히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나는 열쇠를 떨어뜨렸어요. 그리고 뒷걸음질 쳤어요.

열두 명이 그 안에서 죽었습니다. 신발도 못 신고. 여기 사람들은 발에 신을 안 신기면 저승길 못 간다고 그래요. 맨발로는 그 길이 하도 험해서 못 걷는다고. (그 말을 나는 그 밤 이후로 믿게 됐어요.)

─ 지금 얘기요. 요즘 밤 얘기.

불난 자리에 사장이 건물을 새로 올렸어요. 방 열두 칸. 똑같이. 나더러 다시 총무를 보라 하더군요. 갈 데 없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래서 여태 여기 삽니다. 십 년을.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밤마다 현관에 신발이 하나씩 늘어요.

처음엔 세입자가 벗어 둔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니야. 낡은 신발이에요. 밑창 다 닳고, 그을음이 앉은. 붕어빵 노인이 신던 그 검정 고무신. 요양병원 아지매 흰 운동화. 하나씩, 하나씩. 아침이면 슬그머니 와 있어요. 누가 갖다 놓는 것도 아닌데.

─ 열두 켤레가 차면요.

방이 하나 없어져요.

웃지 마세요. 진짜예요. 신발이 열두 켤레 다 차는 날 아침이면, 복도 끝 방 하나가 그냥… 없어져 있어요. 벽이 매끈하게 이어져서. 문이 있던 자리에 문이 없어. 그 방에 살던 사람도 같이 없어져요. 짐도, 이름도, 아무도 그 사람을 기억 못 해요. 나 말고는.

그렇게 세 사람이 사라졌어요. 십 년 동안.

─ 왜 방이냐고요.

생각해 봤어요. 그 사람들이 신발을 되찾아 오는 거예요. 저승 못 간 사람들이. 한 켤레씩, 제 발에 맞는 걸 현관으로 데려오는 거지. 열두 켤레가 다 모이면 그제야 신을 신고 나가는 거고. 근데 저승길이 험하다니까, 혼자 가긴 무섭다니까, 한 사람을 데려가요. 이 집에서. 산 사람을.

(그 밤에 문을 못 연 값이지요. 신발값이라고 나는 불러요.)

─ 오늘요?

오늘이 이상해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조금 전에 복도에 나가서 세어 봤어요. 열한 켤레. 딱 하나가 모자라요. 그러니까 오늘 밤 마지막 한 켤레가 오면 열둘이 차는 거고, 내일 아침엔 누군가 사라지는 거예요.

그래서 세입자들 신발을 다 확인했어요. 누가 데려가질까 봐. 그런데.

─ 그런데, 내 신발이 없어요.

내 방 앞에 늘 있던 내 신발이. 진작에 현관으로 나가 있더라고요. 열한 켤레 옆에. 열두 번째 자리에.

(아니, 이상하지. 나는 오늘 밖에 나간 적이 없는데. 신을 벗어 현관에 둔 적이 없는데.)

왜 하필 내 것이 마지막으로 돌아왔을까요.

돌아왔다니. 이상한 말이네. 나가 있던 게 아니라 돌아왔다니. 내가 지금 무슨 말을…

잠깐만요. 냄새가 나요. 아까부터. 흙냄새 같은. 아니 탄내. 눋는 냄새. 콧속에 눌어붙은. 이게 어디서…

현관 쪽에서 소리가 나요. 신발 한 켤레를 바닥에 가만히 내려놓는 소리. 저벅, 이 아니라, 톡. 톡. 아주 조심스럽게.

누가 왔나 봐요. 나가 볼게요. 열두 번째가 왔나 봐요.

※ 녹취는 여기서 끊긴다. 기록팀이 확인한바, 테이프에는 질문하는 목소리가 단 한 번도 녹음되어 있지 않았다. 제보자 혼자 묻고 혼자 답했다.

※ 해당 골짜기에는 십 년 전 화재로 소실된 고시원 터만 남아 있으며, 그 자리에 다시 지어진 건물은 없다. 총무로 일했다는 남자의 인적 사항은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화재 당시 사망자 명단은 열둘이 아니라 열셋이었고, 마지막 한 명은 뒷마당에서 발견되었다. 신을 신은 채였다.

이 원고는 폐고시원 터 철거 실사 중 기록팀이 확보한 카세트테이프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테이프 재생 내내 질문자의 목소리는 한 번도 잡히지 않았고, B면은 통째로 비어 있었다.
해설 — 다 읽은 뒤에 펼치세요

한 줄로 요약하면, 십 년 전 불난 고시원에서 사람들을 가두고 혼자 도망친 총무가 실은 그 자신도 그날 죽은 사람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건의 실체는 이렇습니다. 화자는 밤마다 현관을 잠갔고, 불이 났을 때 열쇠를 떨어뜨리고 뒷걸음질 쳐 사람들을 죽게 했다고 고백합니다. 그 뒤로 밤마다 죽은 이들의 신발이 한 켤레씩 돌아오고, 열두 켤레가 차는 아침이면 방과 사람이 하나씩 사라진다고 말하죠.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마지막에 돌아온 열두 번째 신발이 '내 신발'인데 화자는 '나간 적도, 벗어 둔 적도 없다'고 합니다. '나가 있던 게 아니라 돌아왔다'는 자기 말에 스스로 소름이 돋는 순간이 핵심 복선이에요. 둘째, 각주의 폭탄. 사망자는 열둘이 아니라 열셋, 마지막 한 명은 뒷마당에서 '신을 신은 채' 발견됐다고 합니다. 즉 화자는 그날 뒷마당에서 이미 죽었고, 십 년간 총무 노릇을 했다는 것도, 다시 지어졌다는 건물도 전부 없습니다. 재건 건물은 존재하지 않고 인적 사항도 확인되지 않죠. 열두 번째 신발이 돌아온다는 건 마지막 한 사람—바로 화자 자신—이 마침내 저승길에 합류할 차례가 됐다는 뜻입니다. 질문자 목소리가 테이프에 없었다는 마지막 문장이, 이 고백이 처음부터 죽은 자의 독백이었음을 확정합니다. '톡, 톡' 신발 내려놓는 소리는 그 마중을 나온 소리고요.

생성 기록
주제 [고시원/원룸 괴담] · 형식 [녹취록/인터뷰/제보] · 구조 [이중 시간선] · 배경 [시골/촌락]
공포 유형 [찝찝한 여운] · 분위기 [애절하고 한 서린] · 시드 모티프 [밤마다 늘어나는 신발]
작가 시그니처 [완급 혼합 · 토속적 · 몰입형 · 후각 우선] · 습관 [괄호 속 혼잣말을 끼워 넣는다]
분량 [단편 · 2,455자] · 집필 모델 [claude-opus-4-8]
2.5 · 2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