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간격

“받쳐 주세요.” 태호가 마지막 볼트를 뺐다. 수진이 등받이를 잡았다. 허리에 두른 앞치마는 한쪽 끈이 잘려 옷핀으로 여며져 있었다.

의자는 세 개였다. 출입문에서 가장 먼 은서의 자리부터 철거했다. 높이 35센티미터인 목재 단에서 받침을 떼자 눌렸던 장판이 들렸다. 단 앞쪽 합판과 상판 사이로 긴 머리카락이 흘러나왔다. 끝이 매장 바닥을 훑었다.

태호가 작업대 아래를 확인했지만 드라이어 플러그는 빠져 있었고, 환풍기 날개도 멈춰 있었다. “빗자루 좀 주세요.” 수진이 직접 쓸어 모은 머리카락은 틈 안으로 당겨지더니 빗살 사이에 남은 마지막 몇 올까지 빠져나갔다.

태호는 의자를 통로로 옮겼다. 작업대에 공구 주머니를 올리다가 종이 한 장을 밀었다. 교육비 반환확인서였다. 은서의 이름 옆 서명란이 비어 있었다. “폐기할 겁니까?” “서명 받아야 해요.” “그 직원, 아직 연락 없어요?” “네. 실종 신고한 지 이틀 됐어요.” 수진이 종이를 접어 앞치마 주머니에 넣었다.

태호는 단 앞에 공구함을 놓고 앉았다. 머리카락이 나왔던 곳은 왼쪽 작업화에서 90센티미터 떨어져 있었다. 그는 옆 의자의 볼트에 소켓 렌치를 걸었다.

렌치가 두 번 걸릴 때마다 단 안에서 천을 끄는 소리가 났다. 머리카락이 틈을 따라 옆으로 밀리면서 끝에 붙어 있던 흰 먼지 덩어리도 함께 움직였다. 작업화까지 45센티미터가 남았다.

다음 볼트를 풀자 마찰음이 길어졌고, 흰 먼지 덩어리는 작업화에서 1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 멎었다. “나머지는 제가 뺄게요. 거울부터 옮겨 주세요.” 수진이 렌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단도 열어야겠습니다.” “견적에는 의자하고 거울만 넣었잖아요.” 수진은 단 뒤로 돌아갔다.

태호가 얇은 작업등을 틈에 밀어 넣었다. 머리카락이 붙은 두피와 귀가 빛에 들어왔다. 등을 돌리자 테이프로 막힌 입이 보였다. 은서였다. 태호의 렌치가 상판에 닿았다. 은서가 어깨를 밀었고, 틈에 걸린 머리카락이 귀와 함께 움직였다.

태호가 단 뒤로 갔다. 수진은 점검구 앞에 서 있다가 옆으로 물러났다. 태호가 밖에서 건 걸쇠를 젖히고 덮개를 들자 칸막이 없이 이어진 단 내부가 드러났다. 은서는 무릎을 접은 채 옆으로 누워 있었고, 등 뒤로 묶인 손목은 입구 가까이에 놓여 있었다. 수진이 덮개를 잡으려 몸을 숙였다.

은서의 손목을 묶은 끈의 잘린 끝은 수진의 앞치마에 남은 끝과 비스듬한 절단면의 꺾인 자리까지 맞물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