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를 재는 날

수요일에는 아이의 키를 쟀다.

양말을 벗기고, 뒤꿈치를 벽에 붙이고, 턱을 조금 당기게 했다. 여자는 아이의 정수리에 책을 얹었다. 책등에는 금박으로 성경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이는 그때마다 숨을 멈췄다. 숨을 들이마시면 키가 커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벽에는 연필 선이 하나뿐이었다. 아이의 머리보다 손가락 하나쯤 높은 곳에 그어져 있었다. 날짜도 이름도 없었다.

“아직 괜찮네.”

여자가 책을 덮으면 아이는 발가락부터 움직였다.

나는 그 모습을 세 번째 보던 날에야, 괜찮다는 말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았다.

*

구인 공고에는 입주 생활 보조라고 적혀 있었다. 지방의 개인 주택, 여성 우대, 숙식 제공. 월급은 내가 일하던 식당의 두 배였다.

면접에서 여자는 내 가족관계를 오래 물었다.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형제는 없다고 하자, 연락하고 지내는 친척도 없느냐고 물었다. 나는 명절에도 일할 수 있다는 뜻으로 없다고 대답했다.

여자는 예순 정도로 보였다. 손톱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고, 안경에는 가느다란 금줄이 달려 있었다. 내 손을 뒤집어 손등까지 살폈다.

“사진보다 훨씬 낫네요.”

그녀가 내 이력서를 보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집은 과수원 너머에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 사과 냄새보다 물에 젖은 종이 냄새가 났다. 수확이 끝난 나무 아래로 갈색 봉지들이 널려 있었다.

현관에서 휴대전화를 맡겼다. 집 안 사진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다. 계약서는 저녁에 쓰자고 했다.

식탁에는 남자 둘과 아이 하나가 앉아 있었다.

가장 나이 든 남자는 휠체어에 앉아 턱받이를 하고 있었다. 사십 대쯤 된 다른 남자는 셔츠의 맨 위 단추까지 채우고 있었다. 아이는 여덟 살 정도로 보였고, 빈 의자 옆에 붙어서 앉아 있었다.

여자는 내 등을 살짝 밀었다.

“다녀왔습니다, 해야지.”

나는 웃었다. 무슨 뜻인지 몰라서였다.

셔츠를 입은 남자가 수저를 내려놓았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천천히 놓았다.

“다녀왔습니다.”

내가 말하자 여자는 외투를 받아 주었다.

“그래. 손 씻고 와.”

화장실 거울 옆에는 가족사진이 있었다. 바닷가에서 찍은 오래된 사진이었다. 사진 속 여자도 지금처럼 안경 줄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 곁에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 스무 살 안팎의 아들과 딸, 어린 남자아이가 있었다.

딸의 얼굴이 나와 닮았다.

정확히는, 머리카락으로 귀를 가리고 입을 다문 모습이 닮았다.

세면대 아래에서 아이가 내 소매를 잡았다. 따라 들어온 줄도 몰랐다.

“누나.”

“응?”

“귀 보이면 안 돼.”

아이는 내 머리카락을 앞으로 당겨 주었다.

*

첫날 밤 방문이 밖에서 잠겼다.

나는 손잡이를 몇 번 돌리다가 문을 두드렸다. 착오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밖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집은 열 시에 자.”

“화장실은요?”

“침대 밑.”

침대 밑에는 뚜껑이 달린 분홍색 요강이 있었다.

나는 그걸 보고도 한동안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창문을 열자 창틀 바깥에 촘촘한 철망이 있었다. 손바닥으로 밀어 보니 굵은 못이 박힌 부분만 조금 울렸다.

그제야 문을 발로 찼다.

여자는 다시 오지 않았다. 대신 한참 뒤에 벽 너머에서 누군가 손톱으로 긁는 소리가 났다.

세 번, 쉬었다가 세 번.

“목 아껴요.”

셔츠 입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내일 아침에 말을 해야 해요.”

다음 날 나는 아침을 먹지 못했다. 내 앞에도 밥그릇이 놓였지만, 여자는 내가 숟가락을 들 때마다 손목을 잡았다.

“엄마, 잘 먹겠습니다.”

그 말을 해야 했다.

점심에도 하지 않았다. 저녁에는 했다.

여자는 반찬 접시를 가까이 밀어 주었다. 나는 그릇을 들고 먹었다. 아이는 나를 보지 않으려고 밥 속의 검은콩을 하나씩 골라 접시 가장자리에 세웠다.

그날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았다.

나는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무용을 전공했고, 당근을 싫어했다. 오른쪽 무릎에 흉터가 있어야 했지만 내게는 없었으므로 긴 치마를 입었다. 남자는 내 오빠였고, 휠체어의 노인은 아버지였다. 아이는 늦게 태어난 막내였다.

내 이름은 윤희였다.

처음에는 속으로 진짜 이름을 되풀이했다. 설거지를 할 때 접시 하나마다 한 번씩. 밤에는 생년월일과 전에 살던 주소를 더했다.

여자는 틀린 말을 하면 이유를 물었다.

왜 그런 거짓말을 하니.

왜 엄마를 힘들게 하니.

그래도 계속 틀리면 복도 끝의 방으로 데려갔다.

그 방에는 가구가 없었다. 창문도 없었다. 보일러가 들어오지 않는 장판 위에 앉으면 엉덩이의 온기가 먼저 사라지고, 나중에는 발이 어디에 있는지 잘 느껴지지 않았다. 문 아래로 물은 들어왔다. 음식은 들어오지 않았다.

밖에서 가족들이 저녁을 먹는 소리가 들렸다.

“윤희는?”

여자가 물었다.

“학교에서 늦는대요.”

남자가 대답했다.

나는 그 대답이 미워서 문에 귀를 대고 울었다.

*

남자의 진짜 이름은 태수였다.

여자가 과수원에 나가는 오후, 그는 노인의 기저귀를 가는 동안 내게 말해 주었다. 집 안에 녹화 장치는 없다고 했다. 여자는 그런 기계를 잘 다루지 못했다. 대신 문과 창문을 아주 잘 잠갔고, 들어올 때 소리를 내지 않았다.

“경찰은요?”

“여기서 나가면 불러야죠.”

“아무도 찾으러 안 와요?”

그는 기저귀의 접착면을 맞추느라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일하러 간다고 했어요. 원래 몇 달씩 연락 안 했고.”

노인은 우리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태수가 젖은 수건으로 허벅지 안쪽을 닦자 얼굴을 찡그렸다.

“이분은 말을 못 해요?”

“올 때는 했어요.”

태수가 수건을 접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말을 못 했대요.”

나는 더 묻지 않았다.

진짜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태수도 몰랐다. 집에는 사진이 많았지만 신문을 오린 것이나 제사상 같은 것은 없었다. 여자는 죽은 사람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아들이 내일 어디에 가는지, 딸이 오늘 무엇을 배웠는지만 물었다.

저녁 식사 뒤에는 가끔 비디오를 봤다.

화면 속의 어린 딸이 귤을 까다 말고 웃으면 여자는 되감았다. 그리고 나를 보았다.

나는 귤을 들었다.

“이거 왜 이렇게 셔.”

“그렇게 말한 게 아니잖아.”

다시 되감았다.

화면 속 아버지는 살아서 웃고 있었다. 휠체어의 노인은 화면을 보지 않았다. 턱받이 끝을 왼손으로 계속 접었다 폈다.

아이는 비디오가 시작되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자기 차례가 오기 전부터 입 모양을 만들었다.

*

아이의 이름은 준이었다.

“진짜 이름도?”

욕실에서 내가 물었다.

수도꼭지를 틀어 놓고 아이의 머리를 감기는 중이었다. 아이는 눈을 꼭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오기 전 이름 말이야.”

“그건 틀린 이름이야.”

“누가 그래?”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물이 귀로 들어갈까 봐 손바닥으로 귀를 덮었다.

등이 좁고 갈비뼈가 잘 만져졌다. 나는 수건으로 등을 닦다가 무릎 뒤에 난 붉은 자국을 봤다. 양쪽에 똑같이 나 있었다.

“어디 끼었어?”

아이는 욕실 문을 보았다.

“비밀 지킬게.”

그 말을 듣고서야 아이는 설명했다. 밤에 천으로 발목과 허벅지를 묶고 잔다고 했다. 다리를 접고 자면 덜 큰다고 했다.

“누가 그랬어?”

“그냥 내가.”

아이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조금 자랑스러웠다. 혼자 알아낸 방법이었다.

나는 젖은 수건을 쥔 채 서 있었다.

“많이 크면 안 돼?”

아이는 수건 끝을 만지작거렸다.

“작은 의자에 안 들어가.”

식탁의 아이 의자는 유아용 나무 의자였다. 앞쪽 안전 막대만 떼어 냈고 양옆 팔걸이는 남아 있었다. 아이는 앉을 때 몸을 비스듬히 넣었다. 나는 그동안 아이가 버릇없이 앉는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태수에게 물었다.

“전에 있던 아이는 어떻게 됐어요?”

벽 너머에서 대답이 없었다.

“태수 씨.”

“키만 크는 게 아니에요.”

그가 말했다.

“목소리도 변해요.”

나는 벽에 댄 손을 내렸다.

“데려가는 걸 봤어요?”

“차에 태우는 걸 봤어요. 그다음에는 몰라요.”

“살아 있었어요?”

오랫동안 대답이 오지 않았다.

“담요 밖으로 발이 나와 있었어요.”

*

나는 아이를 먹였다.

처음에는 몰래 밥을 남겨 욕실에 가져갔다. 아이는 손에 쥐여 준 밥을 먹지 않고 변기에 넣으려고 했다. 내가 손목을 잡자 놀라서 울었다.

“안 클게. 나 안 클게.”

나는 밥을 도로 받았다.

다음 날부터는 조금씩 주었다. 먹지 않으면 도망칠 때 뛸 수 없다고 했다. 그 말은 아이가 이해했다. 소리를 내지 않고 꼭꼭 씹었다.

태수는 집 뒤편 다용도실에 바깥문이 있다고 알려 주었다. 그 문은 휠체어도 나갈 수 있을 만큼 넓었다. 열쇠는 여자가 허리 안쪽에 차고 있었다.

“잘 때는요?”

“침실 문을 잠가요.”

그의 오른손 검지는 끝마디가 옆으로 조금 휘어 있었다. 나는 이제 그 손가락을 보면서 묻지 않았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시간은 저녁 식사 뒤였다. 여자는 노인을 씻길 때만 열쇠 꾸러미를 벗었다. 금속이 욕조에 부딪히는 것을 싫어했다. 세면대 위에 열쇠를 두고, 내가 노인의 어깨를 받치고 태수가 하반신을 들어 옮겼다.

욕실 문은 바깥에서 잠글 수 있었다. 아이가 혼자 목욕할 때 나와 돌아다니지 못하게 달아 놓은 걸쇠였다.

태수는 한참 듣더니 고개를 저었다.

“저분을 두고요?”

“아니요. 저분부터 밖으로 빼고.”

말로 하면 짧았다. 우리는 똑같은 이야기를 며칠 동안 나누었다. 노인을 어느 쪽으로 들어야 하는지, 젖은 바닥에서 미끄러지면 누가 먼저 일어나야 하는지, 여자가 열쇠를 다시 차면 어떻게 할 것인지.

준에게는 신발 신는 연습만 시켰다.

집 안에서 늘 슬리퍼를 신었기 때문에 아이는 운동화의 뒤축을 자꾸 구겼다. 나는 손가락을 넣어 펴 주는 법을 가르쳤다. 아이는 잘 때도 이불 속에서 그 동작을 했다.

그다음 수요일, 책등 아래로 여자의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았다.

여자는 아이의 턱을 들어 올렸다. 이를 보이게 하더니 입술을 놓았다.

“토요일에 나가자. 옷도 좀 사고.”

아이는 좋다는 듯 웃었다.

여자가 돌아서자 그대로 주저앉았다. 무릎이 꺾이는 소리보다 먼저 손바닥이 바닥을 짚었다. 넘어질 때도 소리를 내지 않는 아이였다.

우리는 그날 밤에 하기로 했다.

*

저녁 반찬은 두부조림이었다.

나는 몇 번이나 헛구역질을 삼켰다. 여자는 내가 밥을 잘 못 먹자 이마에 손을 댔다. 손바닥이 서늘하고 부드러웠다.

“우리 딸 아프면 안 되는데.”

나는 그 손을 피하지 않았다.

욕실로 갈 때 준은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었다. 발에는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여자는 노인의 턱받이를 풀고 있어서 보지 못했다.

태수와 나는 노인을 욕조 옆 목욕 의자에 앉혔다. 여자가 수도를 틀었다. 물이 차가운지 손끝으로 확인했다. 허리에서 열쇠를 풀었다.

세면대 도기에 금속이 닿았다.

나는 그 소리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딸랑거리지도 않았다. 묵직한 물건 하나가 얹히는 작은 소리였다.

나는 열쇠를 집었다.

여자가 돌아봤다.

“윤희야.”

내 손이 멈췄다.

그 이름을 듣고 멈추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열쇠를 쥔 채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먼저 생각했다. 여자의 손이 내 팔꿈치에 닿았다.

태수가 여자를 밀었다.

여자는 욕조 안으로 넘어졌다. 샤워기가 벽을 때렸다. 태수는 곧바로 노인의 겨드랑이에 팔을 넣었다. 나는 다리를 들었다. 노인은 놀라 몸을 폈고, 그의 발뒤꿈치가 문틀에 걸렸다.

욕조에서 여자가 일어나고 있었다.

“내려놔.”

물소리 때문에 목소리가 더 낮게 들렸다.

“아버지 내려놓으라고.”

태수의 팔에서 힘이 빠졌다. 노인의 몸이 아래로 처졌다.

나는 태수의 이름을 불렀다.

한 번으로는 되지 않았다.

“태수 씨. 태수 씨!”

그가 노인을 다시 당겼다. 나는 거의 뒤로 넘어지며 욕실 밖으로 나왔다. 여자가 내 머리채를 잡았다. 목이 뒤로 꺾였다. 노인의 다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힘을 주자 두피에서 뭔가 뜯어지는 느낌이 났다.

그때 노인이 왼손을 뻗었다.

여자의 손목을 잡았다. 손가락이 마디마다 굽어 있어 물건도 오래 쥐지 못하던 손이었다. 여자는 그의 손을 떼려고 내 머리를 놓았다.

태수가 노인을 끌어당겼다. 나도 당겼다.

문이 닫힐 때 노인의 손끝이 끼었다. 나는 문을 조금 열었다가 다시 밀었다. 안쪽에서 여자의 어깨가 부딪쳤다. 복도를 달려온 준이 걸쇠를 내렸다.

우리는 네 사람이 한데 엉킨 채 바닥에 앉아 있었다.

노인의 손에서 피가 났다. 태수가 자기 셔츠로 감쌌다.

욕실 안이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여자가 말했다.

“준아.”

아이는 걸쇠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엄마가 다쳤어.”

나는 아이를 안아 문에서 떼어 냈다.

“문 열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할게.”

아이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뭔가 말하려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옷 사러 안 가도 돼.”

나는 열쇠를 태수에게 주었다.

*

다용도실 문은 세 번째 열쇠로 열렸다.

밖은 어두웠고, 휠체어 바퀴는 흙에 자꾸 박혔다. 태수가 뒤에서 밀고 내가 앞을 들어 과수원을 가로질렀다. 준은 내 치마를 잡고 걸었다.

집 안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났다.

아이가 한 번 돌아봤다. 나는 돌아보지 못하게 손을 잡아당겼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긁었다. 신발 안으로 흙이 들어왔다.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몰랐지만 경사진 땅의 아래쪽에서 차 소리가 났다.

도로에 닿았을 때 나는 휠체어 앞에 주저앉았다.

첫 번째 차는 지나갔다. 두 번째도 그랬다. 세 번째 차가 멈췄다. 생선을 싣고 가던 냉동차였다.

운전자는 창문을 조금 열었다. 나는 경찰을 불러 달라고 했다. 그는 우리 뒤쪽을 살피더니 차에서 내려왔다.

“사고 났어요? 가족이에요?”

그 질문에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태수는 노인의 피 묻은 손을 감싸고 있었다.

“아니에요.”

내가 말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가족 아니에요.”

준이 내 손을 놓았다.

*

병원에서는 서로 다른 병실을 썼다.

노인의 이름은 박정호였다. 실종 신고가 되어 있었다. 형이 찾아왔고, 문 앞에서 동생의 얼굴을 보고 한동안 들어오지 못했다.

태수는 병원 옷을 입고 나서야 셔츠 단추를 확인하는 버릇을 멈췄다. 퇴원하기 전 나에게 전화번호를 적어 주었다. 이름은 적지 않았다가, 내가 종이를 돌려주자 아래에 큼직하게 썼다.

준은 열한 살이었다.

의사가 나이를 말했을 때 아이는 웃었다. 어른이 일부러 틀리는 놀이를 하는 줄 알았다. 곁에 있던 사람이 웃지 않자 입을 다물었다.

아이를 찾는 전단에는 여섯 살 때의 얼굴이 있었다. 둥근 볼, 앞니 하나가 빠진 입. 실종 당시 입고 있던 옷 아래에 작은 글씨로 특징이 적혀 있었다. 왼쪽 귀 뒤의 점, 손등을 입에 대고 자는 버릇.

나는 그 버릇을 알고 있었다.

아이의 어머니가 오기 전, 담당자가 내게 잠깐 같이 있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이가 나와 떨어지는 것을 불안해한다고 했다.

나는 병실 침대 옆에 앉았다. 준은 새로 받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뒤축이 반듯하게 펴져 있었다.

“엄마가 오신대.”

아이는 이불의 무늬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여기 엄마?”

“아니. 너 어릴 때 같이 살던 엄마.”

나는 전단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아이는 사진을 오래 보았다. 자기 얼굴보다 뒤편의 놀이터를 살피는 것 같았다.

“이제 집에 가는 거야.”

“누나도?”

“나는 내 집에 가.”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벽으로 가서 신발을 벗었다. 뒤꿈치를 붙이고 턱을 당겼다.

“뭐 해?”

아이는 나를 보지 않았다.

“먼저 재 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안 재도 돼.”

복도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문밖에서 누군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담당자가 낮은 목소리로 무슨 말을 했다. 아이는 벽에 머리를 더 바짝 붙였다.

“큰 의자 있는지 물어봐 줘.”

문이 열렸다. 아이의 어머니는 들어오자마자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아이는 그녀를 보았다. 울기 시작한 여자를 잠깐 살피더니, 키를 잴 때마다 짓던 웃음을 지었다. 어깨를 조금 낮추고 무릎을 굽혔다.

나는 아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등을 벽에서 떼어 주려고 두 팔을 벌렸다.

아이는 내 어깨 너머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밥 조금만 먹어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