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작 · 미간행 오리지널
움직이지 않는 것
어머니는 장롱이 해마다 조금씩 문을 가린다고 했다.
나는 경첩이 내려앉은 것이라고 대답했다. 오래된 집에서는 문도 기울고 바닥도 처진다고. 어머니는 내 설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했다.
“경첩을 세 번 갈았어.”
그 말을 듣고도 나는 추석이 지나서야 내려갔다. 트렁크에는 수평계와 측정기, 어머니가 부탁한 들기름 두 병이 있었다.
고향 마을은 바다에서 십 킬로미터쯤 떨어진 낮은 구릉 위에 있었다. 사람들은 그 구릉을 등재라고 불렀다. 정상이라고 할 만한 곳은 없었다. 둥글게 솟은 땅에 집과 밭이 얹혀 있고, 서쪽 가장자리에는 오래전에 돌을 캐다 만 채석장이 있었다. 학교에 다닐 때 나는 채석장 앞을 지나며 돌산에도 속살이 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잘린 단면은 비에 젖으면 검붉어졌다.
어머니 집 대문에는 배달 기사가 그어 놓은 흰 화살표가 있었다. 골목이 비스듬해서 차를 돌리기 어렵다는 표시였다. 나는 전보다 골목이 좁아 보인다고 생각했다.
장롱은 정말로 문을 가리고 있었다.
안방 문을 끝까지 열면 손잡이가 장롱 옆판에 부딪쳤다. 벽에는 장롱이 처음 놓였던 자리의 누런 윤곽이 남아 있었다. 옆으로 손가락 세 개쯤 이동해 있었다.
“옮기셨어?”
어머니는 대답 대신 장롱 밑을 보라는 듯 턱을 들었다. 받침목 둘레에 먼지가 둥글게 쌓여 있었다. 끌린 자국은 없었다.
수평계를 바닥에 놓자 기포가 서쪽으로 붙었다. 문턱과 마루, 부엌도 같았다. 침하라면 벽이나 창틀에 흔적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창문은 잘 닫혔고 벽지에는 금 하나 없었다. 기초부터 집 전체가 조금 기울어진 것 같았다.
“언제부터 이러셨어?”
“네 아버지 있을 때도 그랬어. 그 양반이 밑에 나무 끼웠잖아.”
아버지는 열한 해 전에 돌아가셨다.
나는 장롱 아래에 손전등을 비췄다. 받침목은 쐐기 모양이었다. 그 아래에는 더 얇고 오래된 쐐기가 하나 더 있었다.
그날 밤에는 문을 열어 두고 잤다. 손잡이가 장롱에 부딪칠 때마다 어머니가 깨신다는 이유였지만, 실제로는 바닥에 놓은 구슬을 보고 싶어서였다. 내가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유리 구슬이었다. 어머니는 그것들을 반짇고리에 넣어 두셨다.
구슬은 부엌 쪽으로 굴러가 문턱에 닿았다.
새벽 세 시쯤 잠에서 깼을 때는 다시 내 머리맡에 와 있었다.
나는 한참 동안 구슬을 보았다. 어머니가 주워다 놓으셨다고 생각하려 했지만, 어머니 방에서는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수평계를 놓았다. 기포는 동쪽으로 붙어 있었다.
집이 반대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때 바닥 아래에서 소리가 났다.
크고 무거운 물건을 아주 천천히 밀 때 나는 소리였다. 땅속에서 시작된 소리가 방을 가로질러 갔다. 귀로 듣기보다 손목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마루에 댄 손바닥이 가늘게 떨렸다.
어머니가 잠결에 말했다.
“또 저러네.”
“이 소리 알아?”
“추워지면 나.”
어머니는 이불을 끌어 올렸다.
“아침엔 괜찮아.”
실제로 아침이 되자 바닥은 전날 낮과 같은 기울기로 돌아갔다.
나는 군청에 근무하는 대학 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내 전공은 지반 쪽이었지만, 장비 하나 들고 내려와 지반이 움직인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선배는 최근 주변에 공사도 없었고 지진도 감지되지 않았다고 했다. 폐채석장 아래에 물이 고이면서 빈 공간이 무너지는 것일 수도 있으니 사진을 보내 달라고 했다.
집 밖에 나가 보니 이웃집 담장도 멀쩡했다. 마을회관 앞의 오래된 콘크리트 계단에도 새로 벌어진 틈이 없었다. 그러나 회관에서 내려다보는 저수지의 수면은 기억보다 넓게 보였다. 예전에는 둑에 가려 보이지 않던 취수탑의 아랫부분까지 드러나 있었다.
마을이 높아진 것 같았다.
나는 중학교 운동장에 있는 측량 기준점을 떠올렸다. 운동장은 등재 밖, 국도를 건넌 평지에 있었다. 학교가 폐교된 뒤에도 기준점 표석은 남아 있었다. 기준점을 확인하고 장비를 빌려 측정하면 적어도 집 한 채의 문제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어머니에게는 점심 전에 돌아오겠다고 했다.
“휴대전화 충전해 두고. 내가 전화하면 꼭 받아.”
지난봄 어머니가 밭에서 넘어지신 뒤 우리는 서로의 위치를 볼 수 있게 설정해 두었다. 어머니는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고 늘 기능을 껐다. 나는 부엌 창턱에 놓인 전화기를 충전기에 꽂고, 위치 공유가 켜져 있는지 확인했다.
차를 타고 마을을 내려가다가 길 한가운데서 멈췄다.
아스팔트를 가로질러 검은 선이 나 있었다. 폭은 손톱 두께도 되지 않았다. 선을 따라가자 길 밖의 흙과 잡초밭에서도 같은 틈이 이어졌다. 한쪽 끝은 채석장 뒤로, 다른 쪽은 감나무 밭 너머로 사라졌다.
나는 쪼그려 앉아 틈에 손을 대었다.
따뜻했다.
햇볕을 받은 표면의 온기가 아니었다. 손가락을 가까이 댈수록 틈 안쪽에서 열이 올라왔다. 젖은 쇠 냄새가 났다. 나는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으며 마른 풀 한 줄기를 틈에 넣었다.
풀은 십 센티미터쯤 들어갔다.
그 순간 틈이 닫혔다.
풀을 놓치지 않았다면 손가락이 함께 끼었을 것이다. 풀줄기가 납작하게 잘렸다. 잘린 끝이 내 운동화 위로 떨어졌다.
나는 뒤로 넘어졌다. 도로에는 선만 남아 있었다.
영상 속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내가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만 지나치게 컸다.
선배는 영상을 두 번 보고 나서 직접 오겠다고 했다.
오후 두 시, 군청 차량 두 대가 마을 입구에 섰다. 선배와 담당 공무원, 안전 점검을 나온 기사 두 명이 내렸다. 우리가 다시 찾았을 때 틈은 벌어져 있었다. 이번에는 연필 한 자루가 들어갈 정도였다.
기사가 온도계를 대었다. 그는 수치를 읽고 다른 온도계로 한 번 더 쟀다.
“서른두 도네요.”
그날 기온은 십사 도였다.
우리는 채석장으로 갔다. 도로의 틈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어릴 때 앉아서 도시락을 먹던 바위 앞에는 잡풀이 허리까지 자라 있었다. 잘린 절벽을 올려다보던 기사가 손을 들었다.
돌벽 중간에 긴 주름이 있었다.
내 기억에도 있던 자국이었다. 수평으로 깊게 팬 검은 띠. 우리는 그곳에 돌을 던져 누가 가장 오래 돌을 걸쳐 놓는지 내기를 했었다.
그 띠가 벌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절벽 위의 나무가 흔들려 그렇게 보이는 줄 알았다. 그런데 검은 띠 아래쪽이 천천히 내려갔다. 안쪽에서 축축한 회색 면이 드러났다. 표면에는 손가락 굵기의 흰 섬유들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섬유는 팽팽해졌다가 느슨해졌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주름 안쪽에서 맑은 액체가 흘렀다. 오래된 채석 흔적을 따라 흐르던 액체가 땅에 닿자, 발치의 개미들이 한꺼번에 방향을 바꿨다.
선배가 내 팔을 잡아당겼다.
“나가자.”
우리가 차로 돌아왔을 때 검은 띠는 닫혀 있었다. 산은 다시 채석장이 되었다.
그 뒤 한 시간 동안 나는 많은 설명을 들었다. 지중 열원, 지하수압, 풍화층 아래의 공동. 누구도 자신의 설명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았다. 선배는 마을을 비워야 한다고 했다. 기사 한 명이 자꾸 손을 닦았다. 절벽 아래의 액체를 만졌던 손이었다. 물티슈로 닦고 나서도 손가락 사이를 벌려 냄새를 맡았다.
어머니는 대피하라는 말을 듣고 냉동실부터 열었다.
“하루면 되지?”
“모르겠어.”
“이거 녹으면 다 버려야 해.”
어머니는 검은 봉지에 든 고기를 꺼냈다가 도로 넣었다. 통장을 찾고, 약을 찾고, 화장실에 한 번 더 다녀왔다. 나는 문 앞에서 신발을 신은 채 기다렸다. 어머니를 재촉하면 오히려 더 오래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밖에서 이장의 방송이 들렸다. 산사태 위험이 있으니 회관 앞으로 모이라는 내용이었다. 산사태라는 말에 어머니가 나를 보았다.
“비도 안 왔는데.”
“그래도 가야 해.”
어머니는 장롱 문을 닫았다. 내려앉은 바닥 때문에 문이 저절로 열렸다. 다시 닫고, 두 손잡이 사이에 양말을 끼웠다.
나는 그 사소한 동작 때문에 갑자기 울 것 같았다.
회관 앞에는 스물여덟 명이 모여 있었다. 낮에 마을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이었다. 국도 쪽에서 버스가 올라오고 있었다. 경찰관 둘이 빈집을 확인하러 뛰어다녔다. 누군가는 개를 데려왔고 누군가는 닭장 문을 열어 주고 왔다며 화를 냈다. 닭은 자기가 알아서 도망갈 수 있다는 말이었다.
나는 회관 옆 느티나무 아래에서 운동장을 내려다보았다.
오전에는 지붕에 가려 보이지 않던 학교 현관이 보였다.
아직도 올라가고 있었다.
“지금 걸어서 내려가야 해요.”
선배가 무전기에 대고 말하는 동안 나는 어머니를 일으켰다. 사람들은 버스가 오고 있는데 왜 걷느냐고 했다. 바로 그때 첫 번째 전봇대가 넘어졌다.
마을 밖 평지에 세워진 전봇대였다. 꼭대기가 우리 쪽으로 꺾이며 전선이 팽팽해졌다. 전선이 끊어지는 소리가 채찍처럼 울렸다. 회관의 방송이 끊겼다.
발밑이 한 차례 크게 들썩였다.
어머니가 내 옷을 붙잡았다. 나는 무릎을 굽혔다. 땅이 흔들린다고 생각했는데 흔들림은 한 번뿐이었다. 그다음에는 계속 올라갔다. 승강기를 타고 오를 때처럼 배 속이 아래로 눌렸다.
도로의 틈이 벌어졌다.
검은 선은 이미 길 전체를 가르고 있었다. 그 너머에서 버스가 급히 멈췄다. 앞바퀴가 들렸다가 내려앉았다. 운전기사가 문을 열고 무언가를 외쳤다.
틈 안에는 흙이 없었다.
허물어진 아스팔트 바로 아래로 매끈한 검은 면이 나타났다. 빗물에 젖은 고무처럼 보였다. 그 면이 천천히 위로 미끄러졌다. 안쪽 깊은 곳에서 또 다른 면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두 면 사이에 끼어 있던 돌들이 차례로 부서졌다.
우리는 그 위에 서 있었다.
회관도, 느티나무도, 밭도 우리와 함께 올라갔다. 저수지 쪽 비탈이 둥글게 부풀었고, 둑 아래로 물이 넘쳤다. 물은 바깥으로 흘러야 했지만 한동안 비탈을 따라 위로 끌려갔다. 붙어 있던 진흙이 떨어지고 나서야 물줄기가 아래로 쏟아졌다.
“뒤로 오세요!”
나는 도로에서 사람들을 밀어냈다. 틈이 넓어지며 길 가장자리가 안쪽으로 말려 들어갔다. 회색 아스팔트 밑면이 보였다. 그 아래에는 나무뿌리와 흙이 얇게 달라붙어 있었다. 우리가 땅이라고 부르던 것의 두께는 그 정도였다.
무엇인가 그 아래에서 몸을 펴고 있었다.
동쪽 감나무 밭이 갑자기 낮아졌다. 둥근 능선 전체가 동쪽으로 기울면서 그쪽 가장자리가 땅에 가까워진 것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 그쪽으로 난 오솔길을 기억했다. 과수원 끝에는 농기계가 다니던 길이 있었고 그 아래는 논이었다.
“동쪽으로 가요. 밭으로!”
우리는 집 사이를 뛰었다. 달리는 동안에는 내가 맞는 쪽으로 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길이 아는 모습과 달라졌다. 집들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 때문에 더 방향을 잡기 어려웠다. 멀쩡한 담벼락과 대문이 각각 다른 각도로 기울어 있었고, 골목 끝 하늘이 조금씩 움직였다.
감나무 밭에서 할머니 한 분이 넘어졌다. 선배와 내가 양팔을 붙잡아 일으켰다. 다른 사람들은 서로 등을 밀며 내려갔다. 흙에 떨어진 감들이 한쪽으로 굴러 우리 발목에 부딪쳤다.
밭 끝에는 높이 일 미터쯤의 턱이 생겨 있었다.
아래쪽 논은 그대로였다. 물이 빠진 논바닥에 콤바인 자국이 보였다. 턱 위에는 검은 곡면이 드러나 있었고, 그것이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젊은 경찰관이 먼저 뛰어내렸다. 그는 팔을 벌려 사람들을 받았다. 한 사람씩 내려갈 때마다 턱은 조금씩 높아졌다. 어머니 차례가 되었을 때는 내 어깨 높이였다.
“앉아서 내려가. 저분 어깨 밟아.”
어머니는 가장자리에 앉았다. 발이 허공을 더듬었다.
내 손 아래에서 검은 표면이 움찔했다.
나는 그 순간 그것이 우리를 느낀다는 것을 알았다. 내 손바닥을 댄 작은 부위만 안쪽으로 오므라들었다. 추위 때문도, 움직임의 여파도 아니었다. 손을 떼자 천천히 원래대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비명을 질렀다. 나는 어깨를 밀었다. 경찰관이 어머니를 받아 안았고 둘이 함께 논에 넘어졌다.
마지막으로 선배가 내려갔다. 나는 가장자리에 매달렸다. 발을 디딜 곳을 찾으려 검은 면에 신발을 댔다.
내 신발 밑창을 따라 표면에 주름이 잡혔다.
나는 손을 놓았다.
논에 떨어지며 발목에서 소리가 났다. 일어설 수 없었다. 선배와 경찰관이 나를 끌고 갔다. 뒤에서 흙이 쏟아졌다. 마른 흙 속에 감나무 한 그루가 뿌리째 섞여 떨어졌다.
우리가 논두렁을 넘었을 때 등재 아래에 처음으로 햇빛이 들었다.
그 밑에 무엇이 몇 개나 있었는지는 지금도 말할 수 없다. 기둥처럼 보이던 것들이 차례로 접혔다. 어떤 것은 뒤쪽으로 구부러졌고 어떤 것은 땅을 짚은 채 비틀렸다. 그 사이로 얇고 넓은 막이 매달려 있었다. 막에는 뿌리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햇빛을 받은 부분은 노랗게 비쳤다.
몸이 더 높아지자 막이 찢어졌다.
수백 년 동안 땅 밑에 갇혀 있던 냄새가 한꺼번에 나왔다. 나는 입을 벌린 채 토했다. 비린내보다 단맛이 강했다. 썩은 과일을 입안에 넣은 것 같았다. 옆에서 어머니가 내 등을 두드렸다. 손이 몹시 떨리고 있었다.
우리는 구급차에 실렸다.
이송되는 동안에도 마을은 보였다. 구급대원이 문을 닫으려는데 어머니가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어머니는 앞치마 주머니를 뒤지고 있었다.
“전화기를 안 가져왔어.”
나는 내 전화기를 꺼냈다.
지도 위에서 어머니의 위치는 아직 집이었다.
작은 얼굴 사진이 붙은 동그라미가 천천히 움직였다. 도로를 가로질렀고, 남의 밭으로 들어갔다. 지도에는 그곳이 배 과수원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화면을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우리 집의 파란 지붕이 보였다. 감나무와 물탱크 사이에 끼어 있었다. 집은 여전히 서 있었다. 대문도 닫혀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있던 어머니의 얼굴이 무너졌다.
무너진 집을 보는 표정과는 달랐다. 집에 다른 사람이 들어가 사는 것을 처음 발견한 사람 같았다.
등재는 그날 밤 바다에 도착했다.
우리가 입원한 병원에서는 텔레비전을 꺼 놓았다. 복도 끝 휴게실에만 화면이 켜져 있었고 사람들이 소리 없이 모여 있었다. 다음 날 나는 목발을 짚고 그곳에 갔다.
밤에 촬영한 화면에서 마을은 검은 덩어리였다. 해안도로의 불빛을 가리며 바다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 앞에 있던 방파제가 짧게 솟았다가 사라졌다. 촬영자는 몇 번이나 초점을 놓쳤다. 화면이 선명해질 때마다 우리가 올라앉아 살았던 부분은 보였지만, 그 아래에 있는 것의 끝은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 머리는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은 모두 살아 나왔다. 그 밖의 피해에 관해서는 매일 다른 숫자가 나왔다. 나는 숫자가 나올 때마다 휴게실을 떠났다. 우리가 밭으로 달리던 시간에 아래 도로를 지나던 차들이 있었다. 구급차 안에서 들은 무전에도 그 차들 이야기가 나왔다.
사흘 뒤, 나는 어머니의 위치 공유를 다시 열었다.
전화기는 아직 켜져 있었다. 부엌 창턱은 남쪽을 향했고, 어머니는 배터리가 부족할 때마다 쓰는 작은 태양광 충전판을 거기에 놓아 두셨다. 그날 내가 꽂았던 선도 거기에 연결되어 있었다.
동그라미는 해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나는 화면을 확대했다. 옅은 푸른색뿐이었다. 집도 길도 지명도 없었다. 어머니의 얼굴 아래에는 ‘지금’이라는 글자가 떴다.
나흘째 오전에 해경이 찍은 사진이 공개되었다.
물 위로 낮고 둥근 등이 나와 있었다. 흙은 대부분 씻겨 내려갔다. 나무들은 비스듬히 누웠고, 마을회관은 지붕만 남아 있었다. 우리 집은 벽 두 면과 파란 지붕을 알아볼 수 있었다. 바다에 잠기지 않은 부분에는 집터 모양의 얕은 자국들이 나란히 패여 있었다.
나는 사진을 확대하다가 손을 멈췄다.
우리 집 기초를 두른 검은 부분이 안쪽으로 오므라들어 있었다. 담장 모서리를 따라서는 각진 주름이 잡혀 있었다. 사람이 신은 지 오래된 신발 안쪽처럼 집의 모양이 그 몸에 배어 있었다.
장롱 밑에 아버지가 끼워 놓은 쐐기가 떠올랐다. 겨울마다 마루 아래를 지나던 소리도.
우리가 잠든 동안 그것은 집을 조금씩 고쳐 잡고 있었다.
어머니에게는 사진을 보여 드리지 않았다. 대신 위치가 아직 잡힌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내 전화기를 받아 한참 들여다보았다. 손가락 두 개로 바다를 넓혔다가 줄였다. 집이 있던 자리까지 지도를 옮기고는 다시 자기 얼굴이 떠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저녁 무렵 동그라미가 멈췄다.
‘지금’이 ‘3분 전’으로 바뀌었다. 십 분이 되고, 한 시간이 되었다.
어머니는 전화기를 돌려주지 않았다.
나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어머니가 화면을 새로 고치는 것을 보았다. 손가락을 위에서 아래로 내릴 때마다 작은 원이 돌았다. 어머니의 얼굴은 여전히 푸른 바다 한가운데 있었다.
밤이 되어 병실 불이 꺼진 뒤에도 어머니는 한 번씩 화면을 켰다.
나는 맨발을 바닥에 내려놓고 있었다. 병원 바닥은 단단하고 차가웠다. 발목이 부어 오래 그렇게 있을 수 없었지만, 침대에 두 발을 다 올리는 것은 더 견딜 수 없었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화면을 켰을 때 나는 물었다.
“이제 얼마나 됐어?”
어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푸른 빛 속에서 입술만 조금 움직였다. 화면을 들여다보니 위치는 여섯 시간 전 그대로였고, 그 아래에 집까지 돌아가는 길을 찾는 버튼이 있었다.
어머니는 계속 그것을 누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