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개

어머니는 개가 일어나지 못하게 해 달라고 했다.

“뒷다리 또 아파?”

나는 현관에 장바구니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마루는 어머니의 침대 옆에 엎드려 있었다. 귀 끝이 누렇고 등이 흰 개였다. 어머니가 버린 목도리를 물고 자는 버릇 때문에 턱 밑의 털에 자주 붉은 실밥이 묻었다.

어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일어나면 안 돼.”

말을 마치는 데 숨이 두 번 필요했다. 퇴원한 지 닷새째였다. 병원에서는 집에서도 산소를 쓰라고 했고, 나는 안방 문턱을 넘어가는 투명한 호스를 밟지 않으려고 다리를 높이 들었다.

“산책 내가 시킬게. 엄마는 누워 있어.”

“그게 아니라.”

어머니가 내 손목을 잡았다. 손바닥이 뜨거웠다.

마루가 고개를 들었다.

어머니의 시선이 개를 따라 올라갔다. 개의 얼굴에서 멈추지 않고 내 어깨를 지나 천장 모서리까지 갔다. 그곳에는 여름에 잡다 놓친 모기 자국이 있었다.

“엎드려.”

어머니가 말했다.

마루는 턱을 앞발에 얹었다. 어머니의 눈도 내려왔다.

나는 그날 병원에 전화했다. 담당 간호사는 산소포화도를 확인하고, 의식이나 말에 변화가 있으면 곧바로 응급실로 오라고 했다. 손가락에 끼운 측정기는 정상 범위를 가리켰다. 어머니는 날짜와 주소를 맞혔고, 내가 돌아서서 냉장고 문을 열자 거기 있는 두부는 쉬었으니 버리라고 했다.

나는 두부를 버렸다. 개에 관한 말도 그 정도로 쉽게 처리했다.

마루는 아버지가 죽기 두 달 전에 집에 왔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데려왔다고 했고 아버지는 그냥 따라왔다고 했다. 당시 나는 다른 도시에서 살았다. 처음 본 날부터 개는 아버지의 의자 밑에 있었다. 내가 손을 내밀자 손가락 냄새를 맡고는 다시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는 개가 사람을 가린다며 좋아했다.

아버지의 마지막 발작 때도 마루가 곁에 있었다. 어머니는 밤중에 물을 마시러 나왔다가 거실 바닥에 쓰러진 아버지를 발견했다. 개가 얼굴을 핥고 있어서 처음에는 아버지가 개와 장난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장례 뒤로 마루는 어머니를 따랐다. 어머니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문 앞에서 기다렸고, 감기라도 걸리면 침대 아래에서 나오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은 저런 개도 드물다고 했다.

어머니는 마루의 밥을 거른 적이 없었다. 다만 어느 때부터인가 쓰다듬지 않았다.

그 주 금요일에 나는 이불을 가져왔다. 어머니가 밤에 자꾸 전화를 걸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별일 없다면서 끊지 않았다. 수화기 너머로 텔레비전 소리가 나고, 가끔 어머니가 아주 낮게 엎드려, 하고 말했다.

아홉 살 난 아들 민재도 따라왔다. 토요일 오전까지 남편이 데려갈 수 없었다. 나는 거실에 아이의 이불을 펴고 안방에서 어머니와 자려고 했다.

어머니가 그걸 못 하게 했다.

“애 데리고 작은방에서 자.”

“엄마 부르면 못 듣잖아.”

“문 열어 놔.”

어머니는 마루를 보았다.

“여기 있어.”

마루가 꼬리를 한 번 바닥에 쳤다.

밤에는 비가 왔다. 오래된 집의 빗소리는 방마다 달랐다. 작은방에서는 처마의 플라스틱 차양을 때리는 소리가 크게 났다. 민재는 개가 할머니 방에서만 자는 게 못마땅했는지 방문 앞에서 두 번이나 마루를 불렀다.

개는 오지 않았다.

열한 시쯤 아이가 잠든 뒤 물을 마시러 나왔다. 어머니 방의 불이 켜져 있었다.

마루는 침대에 앞발을 얹고 있었다.

어머니가 두 손으로 개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산소 호스가 뺨에서 빠져 입가에 걸려 있었고, 입은 소리를 내지 못한 채 벌어져 있었다. 나는 달려가 개의 목줄을 잡아당겼다.

“내려가!”

마루는 순순히 내려왔다.

어머니가 들이마시는 숨에서 가느다란 휘파람 소리가 났다. 나는 호스를 바로 끼우고 침대 머리를 올렸다. 어머니의 손톱 밑에 흰 털이 끼어 있었다.

“왜 불을 안 껐어?”

어머니가 겨우 물었다.

“뭐?”

“애 방. 아직 안 자는 줄 알았잖아.”

작은방의 불은 꺼져 있었다. 어머니는 고개를 돌려 문밖을 보려 했다.

“엄마, 마루가 올라와서 놀란 거야?”

어머니는 내 팔을 밀었다.

“애 옆에 가 있어.”

나는 구급차를 부르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손을 내저었다. 측정기의 숫자는 천천히 올라갔다. 얼굴에도 핏기가 돌아왔다. 마루는 우리가 말하는 동안 침대에서 두 걸음 떨어진 곳에 앉아 있었다.

어머니가 개에게 말했다.

“여기 있어. 나 여기 있잖아.”

그 말투가 이상했다. 타이르는 목소리였지만 끝이 올라갔다. 부탁을 들어줄 만한 이유를 급히 찾아낸 사람 같았다.

나는 마루를 보일러가 있는 뒤쪽 다용도실에 넣었다. 물그릇과 방석도 옮겨 주었다. 오래전부터 개가 혼자 문을 열고 나왔기 때문에 문고리 위에 달아 둔 걸쇠까지 걸었다.

문을 닫기 전 마루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귀가 뒤로 누웠다. 익숙한 표정이었다. 동물병원에 맡기고 돌아설 때마다 짓던 표정.

나는 미안하다고 했다.

새벽 네 시쯤 머리가 아파서 깼다.

민재가 내 팔을 베고 있었다. 팔을 빼려고 하자 아이가 잠결에 입을 쩝쩝거렸다. 이마를 짚었다. 열은 없었다. 내 관자놀이만 뛸 때마다 아팠다.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섰다가 벽을 짚었다. 다리가 이상하게 가벼웠다. 발바닥이 바닥에 붙는 느낌이 약했다.

거실에는 개가 있었다.

처음에는 흰 빨래가 건조대에서 흘러내린 줄 알았다.

등이 너무 높았다. 개의 등이라고 생각한 부분이 식탁 위까지 올라와 있었고 그 아래로 다리가 접혀 있었다. 한 번 접힌 것이 아니었다. 관절과 관절 사이에 다시 관절이 있어서, 펼치지 않은 목제 자처럼 긴 뼈가 포개져 있었다.

얼굴은 내가 아는 마루의 얼굴이었다.

그 얼굴이 식탁 아래에 놓여 있었다. 얼굴에서 시작한 목이 위로 올라가 등 뒤에서 꺾였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와 앞가슴 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눈을 감았다 떴다.

등이 조금 낮아졌다.

숨을 들이마셨다. 메스꺼웠다.

개가 고개를 돌렸다. 목의 접힌 부분 하나가 펴졌다. 얼굴은 바닥 가까이에서 움직였는데 내 귀 옆에서 털 스치는 소리가 났다.

어머니 방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보지 마.”

나는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보인다는 걸 알면 안 돼.”

마루가 일어났다.

천장에 등이 닿았다. 벽지 위로 흰 털이 밀리면서 납작해졌다. 그런데도 다리는 전부 펴지지 않았다. 그 상태로 얼굴만 내게 다가왔다. 코끝은 젖어 있었고 왼쪽 눈 밑에 작고 갈색인 사마귀가 있었다. 내가 작년 가을에 병원에서 떼어 줄까 물었던 바로 그 사마귀였다.

나는 그 얼굴을 알아보았기 때문에 한순간 손을 내밀 뻔했다.

“엎드려!”

어머니가 소리쳤다.

개가 멈췄다.

“마루, 엎드려.”

천장에 눌린 등이 조금 내려왔다. 긴 다리들이 마지못해 접혔다. 얼굴이 멀어졌다.

“애 데리고 나가.”

어머니는 침대 밖에 나와 있었다. 한 손으로 문틀을 잡고 다른 손으로 허공을 짚었다. 산소 호스는 코에 꽂힌 채 가슴 앞으로 늘어져 있었다.

나는 작은방으로 돌아갔다. 민재를 흔들었다. 아이가 눈을 반쯤 뜨고 짜증을 냈다.

“일어나. 밖에 나가야 해.”

“토할 것 같아.”

그제야 집 안의 공기가 떠올랐다.

냄새는 없었다. 연기도 없었다. 그런데 나도 아이도 머리가 아팠고, 아이는 깨워도 자꾸 눈을 감았다.

나는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빗물이 방충망을 통과해 얼굴에 튀었다. 민재를 안으려다가 무릎이 꺾였다. 침대 모서리에 턱을 부딪쳤다. 아프다는 생각보다 일어서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거실에서 어머니가 계속 말했다.

“엎드려. 기다려. 기다려.”

나는 아이의 팔을 목에 두르고 엉덩이를 받쳐 들었다. 방을 나오자 마루가 어머니와 나 사이에 있었다. 몸을 낮춘 채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앞다리 하나가 펴져 작은방 문지방까지 와 있었다.

나는 그 다리를 넘어갔다.

개가 입을 벌렸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아래턱이 내려가고, 목의 접힌 부분까지 벌어졌다. 혀라고 생각한 것이 위턱 안쪽에 붙어 있었다. 그것은 길고 납작했으며 끝에 아버지의 틀니 같은 작은 흰 것들이 박혀 있었다.

“내 거 봐.”

어머니가 말했다.

개가 돌아보았다.

어머니는 자기 산소 호스를 손에 감고 있었다. 그러고는 호스를 접어 쥐었다.

“나 봐.”

나는 현관까지 뛰었다. 신발을 신지 않고 문을 열었다. 비가 얼굴을 때렸다. 민재가 어깨 위에서 토했다.

담장 밖에 사는 슈퍼집 남자가 빗자루를 들고 나와 있었다. 내가 소리를 지르자 빗자루를 놓고 달려왔다. 나는 민재를 넘겨주고 구급차를 불러 달라고 했다. 남자가 내 팔을 붙들었다.

“누가 또 있어요?”

“엄마.”

내가 돌아설 때 마루가 현관 안쪽에 나타났다.

보통 크기의 개였다.

귀를 뒤로 눕힌 채 비 냄새를 맡고 있었다. 슈퍼집 남자는 신발 끝으로 개가 나오지 못하게 막았다.

“들어가.”

마루가 물러났다.

나는 그 작은 몸을 보았다. 숨을 몇 번 더 들이마셨다. 개의 등은 내 무릎 아래에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내가 본 것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었다. 다만 집 안으로 들어가면 다시 보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현관 옆 우산통에 아버지의 쇠지팡이가 있었다.

나는 그것을 들고 들어갔다.

거실 창문부터 열었다. 커튼이 젖은 팔에 달라붙었다. 다용도실 문은 열려 있었다. 걸쇠의 나사는 나무에서 뽑혀 나와 문틀에 매달려 있었다.

그 안에서 웅웅 소리가 났다.

보일러 위의 굵은 연통이 벽에서 빠져 있었다. 끝을 감쌌던 은색 테이프가 길게 찢어져 바닥까지 늘어져 있었다. 그 아래에 마루의 방석이 놓여 있었다. 테이프에는 흰 털이 붙어 있었다.

어머니는 안방 문턱에 앉아 있었다.

마루가 어머니의 무릎에 얼굴을 얹고 있었다.

나는 개를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등에서 둔한 소리가 났다. 개가 깨갱 울었다.

내 손이 멈췄다.

마루가 고개를 돌렸다. 다시 그 표정이었다. 왜 그러느냐고 묻는 듯 귀를 뒤로 누이고 눈을 가늘게 뜨는 표정. 열한 해 동안 식탁 밑에서, 목욕탕 앞에서, 병원 진료대 위에서 보아 온 얼굴.

어머니의 입술이 파랬다.

나는 다시 쳤다.

이번에는 개가 울지 않았다.

몸이 위로 솟았다. 내 눈에 다시 긴 다리가 보였다. 어머니의 무릎 위에 놓여 있던 얼굴은 그대로인데 몸통만 일어났다. 지팡이 끝이 흰 털 사이로 들어갔다가 튀어나왔다.

개가 나를 밀쳤다.

옆구리가 식탁에 부딪쳤다. 숨을 내쉬자 들이마실 수가 없었다. 바닥에 떨어진 지팡이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내 손등 위로 발 하나가 내려왔다.

발가락이 벌어졌다.

평소에는 분홍빛 발바닥 살에 가려져 있던 작은 발톱들이 하나씩 나왔다. 발톱이라기에는 너무 길었다. 손등을 뚫고 장판에 박혔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개가 얼굴을 내게 가져왔다. 눈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벌어진 입의 양쪽 끝으로 밀려나, 이제는 정면에서 두 눈을 함께 볼 수 없었다.

그 입 안으로 바람이 들어갔다. 내 얼굴 위의 공기가 빨려 갔다. 입술과 콧구멍이 앞으로 잡아당겨졌다. 나는 숨을 들이쉬려고 입을 더 벌렸다.

“마루.”

어머니가 불렀다.

개가 멈췄다.

“이리 와.”

어머니는 바닥을 기어 침대 끝까지 가 있었다. 한 손으로 침대 다리를 붙들고 나머지 손을 내밀었다.

“옳지.”

개가 내 손에서 발을 뺐다.

나는 손을 가슴에 붙였다. 손등에 난 구멍에서 피가 솟았다. 마루가 어머니에게 갔다. 긴 다리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차례로 접혔다 폈다. 나는 그 뒤에서 지팡이를 잡았다.

어머니가 마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주 천천히, 이마에서 귀 뒤까지.

개가 입을 다물었다.

“옳지. 엎드려.”

그것이 낮아졌다.

나는 어머니를 보았다.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로 내려쳤을 때 개는 몸을 틀었다. 어머니가 양쪽 귀를 잡고 놓지 않았다. 나는 눈을 감지 않았다. 머리가 있던 자리를 계속 쳤다. 손잡이가 피 때문에 돌아가 두 손으로 다시 쥐어야 했다.

밖에서 남자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어느 순간 긴 다리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작고 흰 개가 어머니의 무릎 앞에 누워 있었다.

어머니는 귀를 놓았다.

“이제 나가자.”

그 말은 놀랄 만큼 또렷했다.

구급대원은 내가 개에게 물린 줄 알았다. 나는 발에 찍혔다고 했지만, 그 사람은 상처를 보고 다시 물었다. 큰 개였느냐고.

민재는 나보다 먼저 병원에 도착했다. 아이는 산소마스크 안에서 울다가 잠들었다. 어머니와 나는 다른 구급차에 실렸다. 집을 떠날 때 슈퍼집 남자가 현관을 지키고 서 있었다. 나는 개에게 가지 말라고 했다.

남자는 이미 죽었다고 말했다.

나는 다시 말했다.

“그래도 가지 마세요.”

이틀 뒤 남편이 마루의 사체를 처리했다. 나는 개가 든 상자가 불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달라고 했다. 남편은 잠깐 망설였지만 이유를 묻지 않았다.

영상 속 마루는 수건에 싸여 있었다. 귀 한쪽만 나와 있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잡고 있던 귀였다.

나는 상자가 다 타고, 직원이 재를 모으는 데까지 보았다.

어머니는 그보다 오래 입원했다.

우리가 처음 그 일에 관해 말한 것은 일주일 뒤였다. 병실에는 다른 환자가 없었다. 민재는 집으로 돌아갔고 남편은 주차장에 차를 가지러 내려갔다.

“언제부터 보였어?”

내가 물었다.

어머니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네 아버지 죽던 날.”

나는 기다렸다.

“심폐소생술 하다가 숨이 차서 쓰러졌거든. 그때 잠깐.”

어머니가 자기 가슴을 문질렀다.

“다시 보인 건 작년 폐렴 때고.”

“왜 말을 안 했어.”

“했어.”

나는 입을 다물었다.

어머니는 한동안 손등을 문지르더니 말했다.

“이번에는 집에 오니까 벌써 서 있더라. 전에는 기다릴 줄 알았는데. 밥을 줘도 안 먹고.”

나는 밥그릇이 자꾸 그대로라고 했던 어머니의 전화를 기억했다. 오래된 개들은 사료가 딱딱하면 못 먹으니 물에 불려 주라고 대답했었다.

“그래서 민재 방에 못 가게 한 거야?”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만 보고 있게 하면 될 줄 알았어.”

어머니는 손을 멈췄다.

“그런데 네가 가둬 놨잖아.”

다용도실에서 연통을 뜯던 개를 생각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접은 다리를 펴고, 벽에 박힌 알루미늄 관을 붙잡고 천천히 당기는 모습을. 방석 위로 떨어지는 테이프와 먼지를.

나는 말하지 않았다. 어머니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퇴원 전날, 어머니의 물건을 챙기러 집에 갔다.

깨진 연통은 교체되어 있었다. 장판에 남은 네 개의 구멍 위로 남편이 테이프를 붙여 놓았다. 개의 밥그릇과 방석은 사라졌지만 현관에는 산책용 목줄이 그대로 걸려 있었다.

나는 그것을 봉투에 넣었다.

안방 침대 밑에서 작은 플라스틱 통을 찾았다. 아버지가 쓰던 보청기 통이었다. 아버지는 집 안에서 보청기를 잘 끼지 않았다.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그런다며 웃곤 했다.

통 옆에 흰 털이 엉겨 있었다.

나는 바닥에 앉아 침대 밑을 보았다.

침대의 나무 받침 아래쪽에 길고 얕은 홈들이 나 있었다. 바닥에서는 보이지 않는 면이었다. 엎드려 손을 넣어 더듬자 홈들이 손끝에 걸렸다. 다섯 줄씩,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져 있었다.

어머니의 침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거실 식탁 아래에도 있었다. 아버지의 안락의자 밑에도 있었다. 개가 늘 들어가 누웠던 자리마다, 위쪽을 향한 깊은 긁힘이 남아 있었다.

나는 작은방으로 갔다.

민재가 명절마다 자던 침대는 높이가 낮았다. 마루가 들어갈 수 없는 침대였다. 아이는 가끔 개를 끌어안고 바닥에서 자겠다고 떼를 썼고, 어머니는 그럴 때마다 개를 자기 방으로 데려갔다.

나는 매트리스를 들어 벽에 세웠다. 나무 깔판을 하나씩 걷어 뒤집어 놓았다. 바닥을 향해 있던 면을 손끝으로 더듬었다. 마지막 깔판까지 내려놓고는 침대 받침 아래쪽에도 손을 넣어 훑었다.

어느 곳에도 긁힌 홈은 없었다.

나는 한참 동안 뒤집어 놓은 깔판의 깨끗한 밑면을 보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야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는 두 번 울리기 전에 받았다.

“왜?”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수화기 너머에서 어머니가 내 숨소리를 들었다.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