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창

아래는 사진 동호회 '야간노출' 게시판에 2026년 7월 올라온 글 여섯 건과 쪽지 대화, 이후 확인된 기록 두 건을 시간순으로 정리한 것이다. 원 게시글은 현재 모두 삭제된 상태다.

## 자료 1 — 7월 3일 23:51 · 게시글 · 작성자 유리조각

제목: 야간 사진에 찍힌 형체, 뭔지 봐 주실 수 있을까요

지난달에 중고 미러리스를 샀습니다. 렌즈는 200mm 단렌즈 하나입니다. 야근이 잦은 일을 해서 사진은 밤에만 찍습니다. 입문 두 달째라 용어가 서툴러도 양해 바랍니다.

저는 4층에 살고, 폭 15미터쯤 되는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철거 예정인 상가주택이 마주 서 있습니다. 1층에 세탁소와 철물점이 있던 건물인데 두 달 전에 마지막 세대까지 나갔다고 들었습니다. 그 건물 3층 왼쪽 끝 창에 밤마다 뭔가 서 있습니다. 밤 11시 전후에 나타나서 새벽이면 안 보입니다. 불이 켜진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처음에는 커튼 뭉치라고 여기고 넘어갔는데, 커튼이라기에는 머리와 어깨의 윤곽이 너무 분명하고, 고개가 왼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비가 오던 지난 일요일 밤에도 같은 자리에 있었습니다.

사진 1: 7월 1일 23:12. 창 전체 컷. 사진 2: 7월 2일 23:40. 200mm 크롭. 머리 윤곽 확대. 사진 3: 7월 2일 23:41. 같은 구도, 노출만 다르게.

사람인지 사물인지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람이면 신고를 해야 할 텐데, 빈 건물을 밤마다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고 신고하는 게 맞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 9

- 노출광: 철거 앞둔 건물엔 별게 다 남아 있어요. 행거, 마네킹, 스티로폼 두상. 폐건물 출사 다니다 보면 한 번씩 겪습니다. - 필름지기: 유리 반사일 수도 있습니다. 촬영자 쪽 조명을 전부 끄고 다시 찍어 보세요. 방 안 스탠드 하나로도 유리에 상이 뜹니다. - 유리조각(작성자): 다 끄고 찍은 게 사진 3입니다. 그대로 있습니다. - 별지기: 어깨선이 있는 걸 보면 상반신 마네킹 같기는 한데, 각도가 묘하네요. - 자벌레: 원본 파일로 보내 주시면 비교해 드립니다. EXIF 지우지 말고 쪽지로 주세요. 리사이즈 금지입니다. - 유리조각(작성자): 방금 보냈습니다. - 자벌레: 확인했습니다. 사진 2와 3은 촬영 간격이 61초인데 렌즈 왜곡을 보정하고 겹치면 윤곽선이 픽셀 단위로 일치합니다. 호흡이 있는 사람은 61초를 이렇게 서 있지 못합니다. 목과 어깨의 경계가 끊겨 보이는 것도 재질 차이로 읽힙니다. 스티로폼 두상이나 마네킹 상반신으로 판단합니다. 신고까지 갈 사안은 아닙니다. - 노출광: 자벌레님 나오셨으면 상황 종료네요. 이분 판독은 틀린 적이 없어서요. - 유리조각(작성자): 감사합니다. 일단 더 지켜보겠습니다.

## 자료 2 — 7월 9일 22:58 · 게시글 · 유리조각

제목: 지난번 그 형체, 고개 각도가 달라졌습니다

같은 자리에 삼각대를 놓고 매일 밤 11시 반에 한 컷씩 찍었습니다.

사진 4: 7월 5일 23:30. 사진 5: 7월 8일 23:30.

창틀 아래 몰딩을 기준선으로 잡고 두 장을 겹치면 머리 기울기가 다릅니다. 사진 4는 수직에서 9도, 사진 5는 20도입니다. 마네킹이 혼자 고개를 더 기울일 수 있나요.

사진 6: 두 컷을 반투명으로 겹친 비교본입니다.

댓글 6

- 필름지기: 이 정도 차이면 촬영 문제로 보기는 어렵겠는데요. - 별지기: 삼각대 위치가 하루 사이에 밀렸을 가능성은요? - 자벌레: 그 가능성이 큽니다. 삼각대를 쓰셔도 팬 헤드가 미세하게 돌면 이렇게 나옵니다. 야간 고감도 노이즈는 윤곽선을 매번 다르게 뭉개고요. 이 화질에서 각도 비교는 의미가 없습니다. - 노출광: 노이즈로 11도가 나온다고요?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요. - 자벌레: 쪽지 드렸습니다. 원본을 더 보내 주세요. 제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 유리조각(작성자): 보냈습니다.

## 자료 3 — 7월 11일 21:14 · 게시글 · 유리조각

제목: 구청 회신, 그리고 옛 주민 이야기

두 가지를 알아봤습니다.

첫째, 구청 민원 회신입니다. 원문 그대로 옮깁니다. "해당 건축물은 5월 13일 안전 조치의 일환으로 1층 출입문 시건을 완료하였으며, 열쇠 2개는 철거 시공사에서 보관 중입니다. 문의하신 무단 출입 건은 현장 확인 결과 시건 상태 이상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잠긴 건물이라는 뜻입니다.

둘째, 동네 맘카페에 같은 사진을 올렸더니 그 건물에 살았다는 분이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것도 그대로 옮깁니다. "3층 왼쪽 끝은 남 씨 아저씨 혼자 살던 집이에요. 밤마다 불 끄고 창가에 서서 골목 구경하는 게 낙이던 양반이라 다들 창문 아저씨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그 아저씨 봄에 실종됐다고 전단 붙지 않았었나요."

전단은 저도 기억납니다. 4월 말인가 5월 초에 골목 전봇대마다 붙어 있었습니다. 잠긴 빈 건물, 실종된 주민, 밤마다 서 있는 형체. 제가 이상한 쪽으로 엮고 있는 거라면 말려 주세요.

댓글 4

- 필름지기: 이건 좀 다르게 들리네요. 전단 사진 있으신 분 없나요. - 자벌레: 실종 전단과 이걸 엮는 건 비약입니다. 실종은 실종이고, 창가의 물체는 물체입니다. 괜한 이야기가 돌면 유족만 힘들어집니다. 사진으로 확인된 사실만 가지고 이야기하시죠. - 별지기: 자벌레님 말씀도 맞긴 한데, 확인된 사실이라는 게 지금 각도가 변했다는 거잖아요. - 자벌레: 각도 건은 장비 문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 자료 4 — 7월 15일 23:47 · 게시글 · 유리조각

제목: 각도 변화, 사실로 확인했습니다

장비 문제일 가능성을 지우고 싶어서 창틀 옆 벽에 브래킷을 볼트로 고정하고, 사흘 동안 카메라를 브래킷에 물린 채 릴리즈로만 찍었습니다. 사흘 내내 카메라에는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구도가 1픽셀도 안 움직였다는 건 배경 건물 모서리로 확인했습니다.

사진 7: 7월 12일 23:30. 기울기 20도. 사진 8: 7월 13일 23:30. 기울기 20도. 사진 9: 7월 14일 23:30. 기울기 14도. 이날은 형체가 창유리에서 한 뼘쯤 안쪽으로 물러나 있기까지 합니다.

카메라는 그대로였습니다. 움직인 건 저쪽입니다. 사흘 사이에 누가 잠긴 건물에 들어가서 저걸 움직였다는 뜻입니다.

댓글 2

- 노출광: 이건 구청이 아니라 경찰에 보여야 할 사진 같은데요. - 필름지기: 자벌레님 보시면 답 좀 주세요. 브래킷 고정도 노이즈인가요. - (자벌레의 댓글 없음)

## 자료 5 — 7월 18일 00:36 · 게시글 · 유리조각

제목: 자벌레님께 공개로 여쭙니다

쪽지에 답이 없으셔서 대화를 여기로 옮깁니다. 처음부터 전체입니다.

7월 9일 23:40 자벌레: 원본 잘 받았습니다. 각도 건은 판독 후 말씀드리겠습니다. 7월 9일 23:44 자벌레: 참고로 어깨처럼 보이는 선은 어깨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 창은 창턱 왼쪽에서 두 번째 벽돌이 들떠 있어서, 가로등 빛이 낮게 들면 그 그림자가 어깨선처럼 걸립니다. 7월 9일 23:51 유리조각: 그런 것까지 보이나요? 제 사진은 전부 정면 컷인데요. 7월 9일 23:58 자벌레: 확대하면 보입니다. 7월 14일 22:10 유리조각: 내일 낮에 건너가서 직접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1층 어디로 들어가면 되는지 아시나요? 7월 14일 22:12 자벌레: 들어가지 마세요. 철거 전 건물은 바닥 슬래브를 믿으면 안 됩니다. 꼭 보셔야겠으면 그 건물 말고 옆 빌라 4층 계단참으로 가세요. 각도가 훨씬 넓게 나옵니다. 7월 14일 22:13 유리조각: 옆 빌라 4층에 계단참이 있는 건 어떻게 아세요? 7월 16일 21:02 자벌레: 각도 건은 제가 다시 보고 있습니다. 브래킷 컷 원본 세 장을 쪽지로 주세요. 7월 16일 21:40 유리조각: 원본은 이제 경찰에 드리려고 합니다. 7월 17일 20:55 자벌레: 경찰은 사진 원본 같은 걸 접수해 주지 않습니다. 절차만 길어집니다. 제가 감정 쪽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 제게 주시는 게 빠릅니다. 7월 18일 00:31 유리조각: 마지막으로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들뜬 벽돌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5분째 답이 없어서 글로 올립니다.

제가 올린 사진 아홉 장을 오늘 전부 다시 확인했습니다. 아홉 장 모두 정면 컷이고, 제 위치에서 창턱 왼쪽은 벽 기둥에 가려 아예 찍히지 않습니다. 확대한다고 나올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저 벽돌은 그 방 안에서 본 사람만 알 수 있습니다.

자벌레님. 벽돌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댓글 2

- 필름지기: 운영진에 문의 넣으세요. 지금요. - 노출광: 글쓴이님, 무슨 일이 있어도 혼자 건너가지 마세요.

## 자료 6 — 7월 20일 02:47 · 게시글 · 유리조각 · 모바일 작성

제목 없음

들어왔습니다. 낮에 구청에서 철거 안내문을 붙이면서 1층 철문을 열어 뒀길래 밤까지 기다렸다가 들어왔습니다. 계단은 멀쩡합니다. 바닥도 멀쩡합니다. 슬래브가 어쩌고 한 건 다 거짓말입니다.

2층 집들은 문이 다 뜯겨 있거나 활짝 열려 있습니다. 3층도 오른쪽 두 집은 열려 있습니다. 왼쪽 끝 방만 문고리에 맹꽁이자물쇠가 걸려 있었는데, 새것이고, 잠겨 있지 않고 걸쳐만 있었습니다. 누가 드나들면서 채우는 시늉만 해 둔 겁니다.

방은 비어 있고 장판까지 걷혀 있습니다.

창틀에 목만 있습니다. 사람 머리입니다. 말라 있고, 머리카락이 남아 있습니다. 창턱에 바로 놓인 게 아니라 개어 놓은 파란 방수포 위에 올라앉아 있습니다. 어깨선처럼 보이던 건 이 방수포 접힌 단입니다. 고개가 왼쪽으로 기울어 있는 이유도 봤습니다. 턱 밑에 벽돌이 괴어 있습니다. 창턱 왼쪽에서 두 번째 벽돌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그 벽돌입니다.

112에 신고했고 밖에 나와서 기다리는 중입니다. 이 글은 지우지 않겠습니다.

자벌레님, 보고 계시죠.

## 자료 7 — 7월 21일자 지역 보도 요지

경찰은 20일 새벽 성진로 재개발 구역의 철거 예정 건물 3층에서 발견된 신체 일부의 신원을 해당 건물 3층에 살던 남기욱(47) 씨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남기욱 씨는 4월 29일 밤 건물 앞 슈퍼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고, 5월 12일 딸의 신고로 실종 등록된 상태였다. 시신의 나머지 부분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경찰은 사망 시점을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 당시 머리가 창밖을 향하도록 놓여 있어 골목 건너편에서는 창가에 사람이 서 있는 형태로 보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건된 건물의 출입 경로와 열쇠 관리 현황을 확인하는 한편, 제보 사진 원본을 제출받아 감정 중이다.

## 자료 8 — 7월 24일 · '야간노출' 운영진 공지

경찰의 요청에 따라 회원 '자벌레'의 가입 정보 일체를 제출했음을 알립니다. 해당 계정은 5월 2일에 만들어졌고 활동은 이 게시판에서만 있었으며, 마지막 접속은 7월 18일 00시 41분입니다. 그 뒤로 접속 기록이 없습니다. 회원 여러분께 알림이 늦어진 점 사과드립니다. 해당 계정의 본인 인증에 쓰인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는 남기욱 씨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3 · 1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