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 소요일

일요일 아침, 현관 앞에는 우유 두 병이 놓여 있었다.

배달원 한선자 씨는 토요일에 배달한 우유가 그대로인 것을 보고 본사에 전화했다. 본사는 박 씨가 가입할 때 동의한 비상 연락 절차에 따라 구청 1인 가구 안부센터에 미수거 사실과 주소를 알렸다. 센터 화면에는 이미 토요일부터 같은 집의 전기와 수도 사용이 끊긴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

월요일 현장에 간 상담원이 응답을 받지 못해 신고했다. 오전 11시 42분, 경찰 입회 아래 119가 문을 열었다. 박정운(55·가명) 씨는 작은방 침낭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머리맡에는 낚시용 가스난로가 놓여 있었다. 부검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이 확인됐다.

책상 위에는 ‘발견 시험’이라고 적힌 A4 용지 세 장이 있었다.

박 씨는 기술 문서를 번역했다. 문서에 적힌 요구 조건에 실제 작동 결과가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일을 오래 했다. 그의 시험표에는 금요일 오후 10시부터 월요일 정오까지 전기·수도를 쓰지 않기, 현관문을 열지 않기, 전화와 초인종에 응답하지 않기가 적혀 있었다. 우유 미수거 신고와 센서 경보가 겹쳐 월요일 정오 전에 누군가 문을 열면 시험 통과였다. 그 아래에는 문이 열리는 즉시 시험을 중단하고 신분을 밝힌다는 문장이 있었다.

남은 기록과 유족의 설명을 종합하면, 시험은 9년 전 아버지의 죽음과 맞닿아 있었다.

혼자 살던 아버지는 엿새 만에 발견됐다. 박 씨는 마감 중이라 아버지가 건 마지막 전화를 받지 못했다. 여동생은 오빠가 들여다보는 줄 알았고, 박 씨는 동생이 그러는 줄 알았다. 장례식장에서 두 사람은 왜 알려 주지 않았느냐고 서로에게 물었다. 둘 다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날 이후 만나지 않았다.

박 씨의 사진 폴더에는 아버지의 마지막 부재중 전화를 찍은 화면이 남아 있었다. 연결되지 않은 전화였고 음성 메시지는 없었다. 여동생은 두 사람이 장례 뒤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책상 앞 벽에는 고독사 사례를 다룬 신문 기사가 붙어 있었다. 관리비 연체와 악취 신고가 있었지만 현장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고, 두 달 뒤 수도 검침원이 관리소에 알렸다는 내용이었다. 박 씨는 ‘검침원’과 ‘두 달’에 밑줄을 두 번 그었다.

그는 3년 동안 발견 경로를 만들었다. 매일 우유를 배달받았다. 오후 5시에는 같은 반찬가게에서 조금씩 장을 봤다. 전기·수도 사용과 현관문 개폐가 평소와 다르면 상담원이 연락하는 구청 서비스에도 가입했다. 신청서에서는 민감도를 최고 단계로 골랐다. 비상 연락처에는 여동생의 옛 번호를 적은 뒤 ‘현장 확인 후 연락’이라고 덧붙였다.

오경보가 잦을 수 있다는 설명에 그는 “늦는 것보다는 낫죠”라고 답했다. 상담 녹취에 남은 목소리는 밝았다.

하지만 박 씨는 그 절차가 실제로 문을 여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배달원이 전날 우유가 남아 있다고 본사에 보고해 전화가 온 적은 있었고, 새벽에 물을 많이 써 센서 알림이 온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그는 괜찮다고 답했다. 각 신호가 따로 작동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자신이 답할 수 없을 때 어디까지 이어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지난해 11월 박 씨는 구청에 모의 점검을 요청했다. 센터가 보낸 답변에는 “실제 위기 징후가 없는 상태에서 현장 출동 시험은 지원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그는 직접 해 보기로 했다.

시험표 뒷면에는 ‘사전 고지 시 발견 경로 확인 불가’라고 적혀 있었다. 박 씨는 여동생에게도, 반찬가게 주인 김영란 씨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김 씨에게는 지방에 사는 친구를 만나 주말 동안 가게에 못 온다고 했다. 박 씨에게 그런 친구가 있다는 말을 김 씨는 처음 들었다.

시험을 시작하기 전 그는 생수 여섯 병, 식빵, 삶은 달걀, 침낭을 작은방에 옮겼다. 차단기를 내리고 수도 밸브를 잠갔다. 휴대전화는 전원을 끈 뒤 현관 신발장에 넣었다. 중간에 겁이 나도 쉽게 켜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였다고 시험표에 적었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밤의 최저기온은 예보보다 7도 낮았다. 보일러 조절기도 차단기와 함께 꺼졌다. 토요일 오전 1시, 시험표의 실내 온도 칸에는 11도가 적혀 있다. 미리 정한 중지 기준은 10도였다. 토요일 오전 2시 기록은 8도다. 박 씨는 중지 기준에 취소선을 긋고 그 옆에 ‘옷으로 보완 가능’이라고 썼다.

박 씨는 창고에서 낚시용 가스난로를 가져왔다. 제품 경고문에는 실내 사용 금지라고 쓰여 있었다. 그는 창문을 손가락 두 개가 들어갈 만큼 열고, 불을 끌 시각을 알리려고 주방 타이머를 20분에 맞췄다.

시험표의 마지막 기록은 토요일 오전 2시 17분이다.

‘보일러를 켜면 전기 사용 발생. 난로 20분만.’

경찰이 들어갔을 때 창문은 손가락 두 개가 들어갈 만큼 열려 있었다. 기계식 주방 타이머의 눈금은 0분에 멈춰 있었고, 난로의 연료통은 비어 있었다.

센터 기록에 따르면 토요일 오전 9시 8분, 박 씨의 집은 ‘장기 외출 추정’으로 분류됐다. 전기와 수도의 마지막 사용 시각이 거의 같고 이후 사용량에 변동이 없는 패턴이었다. 이 예외 분류가 최고 민감도 설정보다 먼저 적용됐다. 일요일 우유 미수거 신고가 들어온 뒤 상담원이 세 차례 전화했지만 시스템은 ‘장기 외출 추정’을 유지했다. 센터는 이를 비긴급 건으로 분류해 월요일 오전 현장 확인을 잡았다.

박 씨가 만든 시험표의 종료 조건은 한 줄이었다.

월요일 정오 이전 현장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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