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당직

줄에 낀 쇳가루를 공구함 모서리에 털어 내자, 계단 아래의 병졸이 물었습니다.

“열쇠를 더 찾아볼까요.” “누가 채웠는지부터 물어 다오.”

형님. 병졸은 내려갔습니다. 이 답장을 쓰는 곳은 병사 옥상 문 앞입니다. 공구함 뚜껑에는 형님의 편지가, 그 아래에는 답장 종이가 있습니다. 왼손은 자물쇠를 받치고 오른손은 줄과 붓을 번갈아 듭니다. 아래에는 옮겨 보내신 기록과 이곳에서 확인한 사항을 나란히 적겠습니다.

오늘의 수리 명령은 새 자물쇠의 고리를 절단하라는 내용입니다. 총기 수리대의 줄로 여섯 번 밀었습니다. 고리에는 흠집이 없고 줄에도 가루가 없었습니다. 같은 줄을 몸통의 얇은 덧쇠에 대자 가루가 나왔습니다. 앞서 털어 낸 쇳가루의 출처는 고리가 아니라 덧쇠입니다.

문은 옥상 쪽으로 열립니다. 걸쇠와 자물쇠는 제가 앉은 계단 쪽에 있습니다. 따라서 문 안에 누가 있어도 이쪽 자물쇠를 손으로 만질 수 없습니다. 계단참은 공구함을 놓고 앉으면 한 사람이 비껴 설 너비입니다. 함 뚜껑은 제 오른쪽 벽에 기대지 않고 바닥에 평평하게 놓았습니다. 그 위의 편지는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윤석아. 우리 군영이 옮겨 가면서 옛 당직 일기를 거두었다. 네가 총기 외에 문짝 쇠붙이도 고친다기에 세 대목을 베껴 보낸다. 광무 사년이라 적힌 표지는 남았으나 기록한 자의 이름은 물에 번져 읽지 못했다. 내가 당직을 서거나 자물쇠를 만진 기록은 아니다. 날짜 사이에 빈 장이 있어 아래 세 대목이 사흘 동안의 일인지도 알 수 없다.』

첫째 대목에는 고리와 몸통의 차이, 그 아래 조각의 배치가 적혀 있습니다.

『옥상 문에 새 자물쇠가 달렸다. 열쇠를 받은 자가 없다. 고리를 갈았으나 닳지 않아 몸통의 덧쇠를 갈았다. 쇠 아래 흰 조각 다섯이 나왔다. 하나는 짧고 아래에 있으며 넷은 그 위로 비껴 늘어서 있다. 흰 조각마다 살에 묻히는 둥근 밑동이 있다.』

저는 이 대목 옆에 쇳가루를 조금 올려놓았습니다. 종이를 접으실 때 떨어질 수 있으므로 색도 적습니다. 검은 가루 사이에 밝은 쇠 부스러기가 섞여 있습니다. 몸통 앞면에서 벗겨 낸 덧쇠는 손톱 두께에도 못 미칩니다.

그 아래 사람의 손톱 다섯 개가 있습니다.

기록의 ‘둥근 밑동’까지 모두 있습니다. 손톱 뿌리의 둘레는 쇠로 막혀 있습니다. ‘짧고 아래에’ 있는 것은 폭이 넓습니다. 나머지 넷은 길이순이 아니라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놓여 있습니다. 검지에 해당할 만한 조각 끝에는 덧쇠가 좁게 남았습니다.

여기서 줄질을 멈추고 이 배치를 답장에 적습니다. 받치는 왼손은 그대로 두었습니다. 손바닥은 몸통 뒤에, 엄지는 낮게, 나머지 네 손가락은 위쪽을 감싼 상태입니다. 둘째 대목에는 조각을 뽑으려 한 결과와 받치는 손의 위치가 함께 적혀 있습니다.

『작은 집게로 흰 조각을 물었으나 빠지지 않았다. 집게가 미끄러져 끝만 상했다. 왼손으로 뒤를 받쳐 다시 물었다. 엄지는 낮고 나머지 손끝은 비껴 올라간다. 앞의 흰 조각과 같은 자리다. 손가락을 놓을 다른 자리를 찾지 못했다.』

집게는 꺼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오른손으로 숯을 집어 뚜껑의 빈 곳에 다섯 조각을 그렸습니다. 아래의 넓은 것을 첫째로 하고, 검지와 중지, 약지, 소지에 해당하는 것에 차례로 둘째부터 다섯째까지 표시했습니다. 크기순으로 번호를 붙이면 셋째와 넷째의 자리가 바뀝니다.

그림을 자물쇠 바로 아래로 밀어 앞면에서 본 방향으로 맞췄습니다. 왼손을 움직이지 않고 줄 끝으로 뒤쪽 손끝의 높이를 짚었습니다. 그림의 첫째 자리에는 엄지, 둘째부터 다섯째 자리에는 검지부터 소지까지 겹칩니다. 둘째 기록의 ‘같은 자리’는 이 배치와 일치합니다.

앞뒤를 구분하면 기록에서 빠진 항목이 있습니다. 앞면: 쇠에 박힌 손톱 다섯 개. 뒷면: 몸통을 받치는 왼손의 손끝 다섯 개. 그 사이: 구멍 없는 쇠.

옆으로 기울여 확인해도 손톱 뿌리는 앞면에, 손가락은 뒷면에 있습니다. 답장 여백에 ‘시신에서 떼어 넣은 손톱’이라고 썼다가 두 줄로 지웠습니다. 이 설명으로는 쇠 속의 손톱과 쇠 밖의 손을 서로 다른 것으로 구분해야 합니다. 그런데 크기순도 아닌 다섯 자리가 모두 겹칩니다. 지운 문장 아래에 앞뒤의 배치를 옮겨 그립니다.

셋째 대목에는 앞면에 가한 작업과 뒷면에 생긴 손상이 적혀 있습니다.

『검지 자리에 있는 흰 조각에 줄을 댔다. 몸통을 받친 검지에서 피가 났다. 줄은 앞에 있고 손은 뒤에 있었다. 형에게 쓰던 답장에 피가 떨어져 여기서 붓을 놓는다.』

편지에는 이 뒤의 기록이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대목까지 읽은 다음, 제 왼쪽 검지에 있던 홈을 적어 둡니다. 어제 총의 용수철을 끼우다가 손톱을 찍었습니다. 손등을 위로 놓고 보면 손톱 뿌리의 엄지 쪽에서 손끝의 중지 쪽으로 기운 홈입니다. 오늘 아침 수리대에서도 그 틈에 낀 기름을 닦았습니다.

이제 그림의 둘째 자리와 대조합니다. 손톱 끝을 덮은 덧쇠 가장자리에 줄 모서리를 걸고 바깥으로 밀었습니다. 벗겨진 조각이 무릎에 떨어졌습니다. 그 아래 홈의 방향은 밑동의 엄지 쪽에서 끝의 중지 쪽입니다. 제 검지에 있던 홈과 방향도 길이도 일치합니다. 이 홈은 형님이 보내신 세 대목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기록에서 줄을 댄 위치는 검지입니다. 저는 검지 손톱에는 줄을 대지 않고, 그림의 넷째 자리인 약지 손톱 끝을 한 번 밀었습니다. 줄이 지나간 자리에는 흰 가루와 검은 가루가 함께 묻었습니다.

피가 떨어진 위치도 넷째 자리입니다. 자물쇠 뒤를 받치는 왼쪽 약지 끝에서 한 방울이 무릎으로 떨어졌고, 그 안에 쇳가루가 있습니다. 셋째 기록과 다른 것은 손가락의 번호입니다. 줄을 뚜껑에 놓고 붓을 다시 들었습니다. 형님의 편지 끝과 제 답장 첫 줄 사이에도 붉은 점이 하나 생겼습니다.

왼손을 펴서 몸통에서 뗍니다. 손바닥이 빠져나가자 자물쇠는 고리에 매달려 문에 닿았습니다. 저는 손등을 위로 돌려 답장 옆에 놓습니다. 왼손의 다섯 손톱 자리는 모두 비어 있고, 방금 약지에서 떨어져 나온 살이 자물쇠 속 네 번째 손톱 뿌리에 붙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