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 자리

“신발은 그대로 두세요.”

수진 씨가 탁자 밑에 신문지를 밀어 넣자 저는 작업화 뒤꿈치를 반대쪽 밑창에 두 번 부딪쳐 톱밥을 신문 위에 털었습니다. 수진 씨는 녹음기의 빨간 불을 확인하고 제 앞에 물컵을 놓았습니다.

“어제 말씀하신 데서 이어 갈게요.”

“사람한테 공구를 댄 적은 없습니다. 그 말부터 넣어 주세요.”

수진 씨는 대답 대신 제가 가져온 꾸러미를 탁자 가운데 놓았습니다. 회색 작업용 천의 네 귀퉁이를 묶은 것으로, 안에 든 자물쇠가 탁자에 닿을 때 금속 소리가 났습니다. 수진 씨의 녹음기는 그 옆에 놓였습니다. 어제 고시원 계단에서도 같은 두 물건 사이에 제가 앉아 있었습니다.

방송국 면담실에는 창문이 없었습니다. 천장 환풍기 소리가 녹음에 들어가겠다고 했더니 수진 씨가 벽의 스위치를 내렸습니다. 제가 손바닥으로 바지 무릎을 쓸자 박음질 사이에서 나온 톱밥이 신문지 밖으로 떨어졌습니다.

“이것도 제가 먼저 가져오겠다고 했습니다.”

꾸러미 쪽으로 손을 뻗자 수진 씨가 녹음기를 자기 쪽으로 당겼습니다.

“네. 표본은 조금 뒤에 볼게요. 경자 씨가 처음 전화했을 때부터 말씀해 주세요.”

경자 씨와 저는 같은 건물 관리업체에서 일했습니다. 저는 문과 창을 고쳤고 경자 씨는 입주와 퇴실을 맡았습니다. 그 사람이 고시원 총무로 옮긴 뒤에도 제 번호를 지우지 않았습니다. 급한 일이 생기면 가게 문을 열기 전에도 전화를 했습니다. 작업이 끝나면 그 자리에서 돈을 보내는 사람이었습니다.

어제 전화는 오전 열 시가 조금 지나서 왔습니다. 옥상 문에 누가 자물쇠를 채워 놨으니 잘라 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자물쇠 크기를 물었더니, 와서 보면 안다고 했습니다. 그때는 방송국 사람이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고시원은 상가 건물의 사 층과 오 층을 썼습니다. 오 층 복도 끝에서 반 층을 더 올라가면 옥상 문이 나왔습니다. 승강기는 오 층에서 끝났고, 다른 옥상 계단은 없었습니다. 저는 공구 가방을 들고 그 계단으로 올라갔습니다. 경자 씨가 문 옆에 서 있었고 수진 씨는 난간 위로 녹음기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이분이 수리 기사님이세요?”

수진 씨가 물었을 때 경자 씨는 제 성부터 말했습니다. 오래 같이 일한 사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저는 가방을 내려놓고 문부터 봤습니다. 기사라고 소개받았으니 작업할 곳을 보는 게 순서였습니다.

문은 합판을 붙인 속 빈 문이 아니었습니다. 테두리 안에 두꺼운 나무판을 끼워 맞춘 오래된 문이었습니다. 아래쪽에는 걸레가 닿은 자리가 검게 남아 있었고, 손잡이 옆에는 은색 걸쇠가 달려 있었습니다. 걸쇠의 긴 철판은 문틀 쪽으로 젖혀져 있었습니다. 자물쇠를 거는 둥근 구멍은 비어 있었습니다.

자물쇠는 그보다 한 뼘 아래에 붙어 있었습니다. 황동 몸통의 넓은 면이 계단 쪽으로 나와 있었고, 고리의 둥근 부분은 문 안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몸통에서 나온 두 다리만 짧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누가 구멍을 뚫었습니까.”

경자 씨가 수진 씨 쪽으로 턱을 들었습니다.

“그게 없으니까 기자님이 오셨죠.”

수진 씨가 녹음기에 손을 얹었습니다. 지금 면담실 탁자에서 한 행동입니다. 그때 녹음한 것을 틀겠다는 말이었으므로 저는 물컵을 옆으로 옮겼습니다. 작은 스피커에서 공구 가방의 지퍼 여는 소리가 났습니다.

녹음 속 저는 새 자물쇠냐고 물었습니다. 경자 씨는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수진 씨가 옥상 출입구가 여기 하나인지 물었고, 경자 씨가 그렇다고 했습니다. 저도 현장에서 그 대답을 들었습니다. 문 위에는 창이 없었고 옆벽에는 환기구도 없었습니다.

저는 손전등을 고리와 나무 사이에 비췄습니다. 칠이 벗겨진 곳에서 드러난 나뭇결이 쇠 바로 옆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드릴을 댄 원형 자국도 없고, 쇠를 억지로 밀어 넣을 때 생기는 갈라짐도 없었습니다. 송곳 끝으로 접점을 한 바퀴 훑었지만 끝이 들어갈 틈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못처럼 박은 거예요?”

수진 씨의 질문에 저는 자물쇠 몸통을 조금 들어 보였습니다. 두 다리가 함께 움직이지는 않았습니다. 몸통 아래가 문에 부딪치는 소리만 났습니다.

“뒤를 봐야 말씀드리죠.”

경자 씨는 손잡이를 잡고 문을 당겼습니다. 문 아래가 계단 바닥을 긁다가 멎었습니다. 문은 계단 쪽으로 열리게 달려 있었지만, 손가락이 들어갈 만큼도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문 밑으로 얇은 철자를 밀었습니다. 철자는 중간까지 들어갔고 반대편에서 무엇에 닿아 멎었습니다.

“안에 물건을 쌓아 놨어요?”

경자 씨가 손잡이에서 손을 뗐습니다.

“옥상에는 아무도 없어요.”

그 뒤에 다른 여자가 말했습니다.

“저 선희예요. 손부터 빼 주세요.”

목소리는 문 너머에서 났습니다. 저는 무릎을 편 채 손잡이를 다시 잡았습니다. 수진 씨는 녹음기를 문 가까이 가져갔습니다. 경자 씨가 그 손목 앞에 손바닥을 세웠습니다.

“일만 시작하면 저 말을 해요. 어제도 그랬고.”

여자는 옥상 쪽에서 다시 자기 이름을 댔습니다. 이번에는 성까지 말했습니다. 저는 성은 적지 않겠습니다. 수진 씨 녹음에는 남아 있습니다. 방 번호와 밀린 돈 액수도 그 뒤에 나옵니다. 제 작업과 관계없는 말을 제가 여기서 다시 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수진 씨가 재생을 멈췄습니다.

“윤석 씨가 문에 대고 하신 말씀은요.”

“제가요?”

수진 씨가 손가락으로 재생 막대를 조금 옮겼습니다. 녹음 속에서 제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이선희 씨, 어제도 말씀드렸잖아요. 총무님하고 먼저 얘기를 하셔야 제가 일을 합니다.”

제가 이름을 몰랐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고시원에서 청소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옥상 문을 고치러 가기 하루 전에 그 사람 방의 잠금장치를 바꿨습니다. 그것도 경자 씨가 부른 일입니다.

방은 오 층 계단 바로 옆이었습니다. 잠금장치가 자꾸 걸린다며 경자 씨가 새것을 사다 놓았습니다. 방문이 열린 상태에서 실린더를 뺐고, 새 열쇠 세 개를 꽂아 돌려 봤습니다. 선희 씨는 복도에 서서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손에는 투명한 세제 통을 들고 있었습니다.

열쇠를 경자 씨에게 건넸을 때 선희 씨가 자기 것도 달라고 했습니다. 경자 씨는 관리 장부에 적은 뒤에 준다고 했습니다. 저는 장부에 서명하는 직원이 아닙니다. 열쇠 개수와 작동 여부를 주문한 사람에게 확인받으면 됩니다.

“제 방인데 저한테 하나 주시면 되잖아요.”

선희 씨가 손을 폈습니다. 왼손 검지에 노란 방수 반창고가 두 바퀴 감겨 있었습니다. 손바닥 쪽 끝이 비스듬히 접혔고 그 위에 검은 점이 하나 붙어 있었습니다. 세제 통 손잡이에서 묻은 때인지 다른 것인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수진 씨가 어제 그 이야기를 물었을 때도 반창고 색은 바로 대답했습니다. 손가락을 가리키며 다쳤느냐고 물은 적이 있으니까요. 선희 씨는 반창고 위를 엄지로 문지르고 열쇠를 다시 달라고 했습니다. 경자 씨는 열쇠 세 개를 앞치마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청소비부터 정산해 주세요. 그럼 방 비울게요.”

저는 그때 빠진 나사를 주웠습니다. 선희 씨의 말이 끝날 때까지 바닥에 한쪽 무릎을 대고 있었습니다. 나사 하나를 그대로 두면 다른 사람이 맨발로 밟습니다. 제가 그 건물에서 맡은 일은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수진 씨는 제가 물을 마시는 동안 녹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종이컵을 내려놓자 옥상 계단에서 난 소리가 다시 나왔습니다. 제가 철자를 공구 가방에 넣는 소리였습니다.

“선희 씨가 옥상에 있다는 건 아셨네요.”

“문이 닫혀 있었잖습니까.”

“목소리는 들으셨고요.”

“경자 씨도 같이 들었습니다.”

그 뒤에도 경자 씨는 수진 씨에게 제보할 내용을 말했습니다. 고시원 사람이 밤마다 옥상에서 빨래를 걷어 가고, 문을 잠가도 자물쇠가 없어지고, 이번에는 아예 나무에 쇠가 박혀 나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녹음기를 불러 놓고 말을 하지 않으면 그것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는 그 사람이 문을 가리키는 동안 절단기를 꺼냈습니다.

정확히는 손잡이가 긴 볼트 커터입니다. 불꽃이 튀는 전동 공구는 그 좁은 계단에서 쓰지 않았습니다. 노출된 두 다리 가운데 손잡이에서 먼 쪽에 날을 물렸습니다. 쇠가 짧게 드러나 있어서 날 끝을 비스듬히 넣어야 했습니다.

수진 씨가 제 어깨 너머로 말했습니다.

“안에 계신 분부터 확인하고 하면 안 돼요?”

저는 절단기 손잡이를 벌린 채 경자 씨를 봤습니다. 경자 씨는 계단 아래로 한 칸 내려가 수진 씨와 나란히 섰습니다.

“기사님은 자물쇠만 하시면 돼요. 사람 일은 제가 할 테니까.”

그때 선희 씨가 문에 가까이 대고 말했습니다.

“고리 말고요. 손이 안 빠져요.”

저는 자물쇠 몸통을 잡아 움직이는 범위를 확인했습니다. 두 다리 사이에서 나무가 조금도 부서지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그 뒤에 있다면 몸을 떼고 있으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도 녹음에 있습니다. 수진 씨는 지금 그 부분까지 함께 재생해야 합니다.

“뗄 수가 없어요.”

그 대답 뒤에 제 절단기 소리가 붙어 있었습니다. 첫번에는 날이 미끄러져 문칠을 긁었고, 두 번째에 고리 한쪽이 끊어졌습니다. 절단된 양 끝 사이에 틈이 생겼습니다. 저는 몸통을 아래로 당겼습니다. 보통 자물쇠라면 몸통이 돌아가거나 고리가 빠져야 했습니다. 이번에는 남은 다리를 축으로 조금 기울었다가 멎었습니다.

자물쇠를 떼려면 나무를 잘라야 한다고 경자 씨에게 말했습니다. 고리 두 다리를 포함해 사각형으로 도려내고, 문이 열린 다음 새 판을 덧대면 된다고 했습니다. 경자 씨는 덧댄 자리에 걸쇠를 다시 달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문틀 쪽에 옮겨 달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수진 씨는 난간을 짚고 제 옆까지 올라왔습니다.

“잠깐만요. 선희 씨 손이 어디 있는지부터 물어볼게요.”

경자 씨가 공임을 두 배로 주겠다고 말한 것은 그때였습니다. 자물쇠 절단과 문 보수는 다른 작업입니다. 처음 말한 돈으로 두 가지를 다 해 줄 수는 없습니다. 수진 씨가 끼어든 때와 금액이 바뀐 때가 같다고 해서, 금액에 다른 항목을 붙일 수는 없습니다.

저는 수진 씨에게 녹음기를 계단 아래로 옮겨 달라고 했습니다. 손톱만 한 쇳조각도 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쇠는 다 자르셨잖아요.”

“톱질하려면 옆자리가 필요합니다.”

수진 씨가 녹음기를 쥔 채 내려갔습니다. 저는 경자 씨에게도 옆으로 비키라고 했습니다. 경자 씨는 문틀에서 몸을 떼고 공구 가방 뒤에 섰습니다. 수진 씨와의 사이에 경자 씨가 서게 된 것은 계단 폭 때문입니다. 세 사람이 나란히 설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연필로 자를 선을 그었습니다. 자물쇠 양옆과 위아래에 여유를 두었습니다. 목재가 두꺼워서 바로 톱을 넣을 수 없었습니다. 오른쪽 위 모서리에 드릴로 시작 구멍을 뚫었습니다. 칠이 말려 나오고 그 아래에서 갈색 가루가 쏟아졌습니다. 저는 드릴 끝에 묻은 것을 바지에 털었습니다.

수진 씨가 계단 아래에서 선희 씨를 불렀습니다. 선희 씨가 대답하는 동안 저는 가는 톱날을 구멍에 넣었습니다. 톱날은 문 뒤로 손가락 두 마디쯤 나가게 맞췄습니다. 판 두께를 통과하려면 그 길이는 필요했습니다.

위쪽 선을 먼저 자르고 오른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왼손으로는 자물쇠 몸통을 받쳤습니다. 나무판을 도려낼 때 마지막에 떨어지면 모서리가 뜯깁니다. 그렇게 되면 덧댈 판도 더 커집니다. 저는 잘라 낼 부분을 붙잡은 채 작업했습니다.

“지금 어디를 자르세요?”

수진 씨의 목소리가 녹음에서 작아졌습니다. 저는 위와 옆이라고 답했습니다. 그 뒤에 선희 씨가 길게 말했는데 전동 톱 소리가 겹쳤습니다. 수진 씨는 재생을 멈추고 그 대목 앞에 표시를 붙였습니다.

“뒤에서 다시 들을게요.”

저는 천 꾸러미에서 손을 뗐습니다. 천 한쪽에 황동 가루가 붙어 있었습니다. 수진 씨가 그것을 손가락으로 밀지 않고 종이 한 장을 아래에 받쳤습니다.

“계속 말씀하세요.”

톱질은 왼쪽 세로선을 따라 내려갈 때 한 번 멈췄습니다. 갈라진 틈 안으로 노란 띠가 보였습니다. 저는 경자 씨에게 문 뒤에 테이프를 붙인 적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경자 씨는 오래된 문이라 손댄 사람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제가 들은 답 그대로입니다.

노란 띠에는 검은 점이 붙어 있었습니다. 톱날이 지나간 자리의 한쪽 끝은 늘어났고 다른 쪽 끝은 나무에 붙어 있었습니다. 저는 톱을 빼서 날 사이에 낀 조각을 털었습니다. 얇은 막이 이빨 두 개에 걸려 나왔습니다. 그걸 문 수리용 테이프라고 설명한 데에는 모양도 이유가 됩니다. 칠 아래에서 그런 재료가 나오는 문은 있습니다.

“그때 선희 씨가 뭐라고 했는지는요.”

“기계를 쓰고 있었습니다.”

수진 씨가 제 앞에 자기 손을 펴고 검지로 탁자를 한 번 두드린 뒤 녹음기를 향해 손을 거뒀습니다. 저는 설명을 이어 갔습니다. 그 동작에 관해서는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아래쪽 선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잘랐습니다. 마지막 모서리를 남겨 놓고 전동 톱을 껐습니다. 그때 문 너머에서 숨 내쉬는 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공구 가방에서 작업용 천을 꺼내 문 앞 바닥에 폈습니다. 작은 손톱으로 남은 부분을 끊고 자물쇠를 잡아 나무 조각을 계단 쪽으로 뺐습니다.

잘려 나온 조각은 두 손으로 받아야 했습니다. 문 두께보다 뒤로 더 나온 부분이 있어서 바닥에 바로 놓으면 기울었습니다. 저는 천을 접어 그 아래에 받쳤습니다. 나무판 뒷면에 덧댄 것이 있으면 두께가 일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앞면을 보고 자른 제가 뒤쪽 모양까지 맞출 수는 없습니다.

조각을 뺀 뒤 문에 난 구멍으로 빛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고개를 그 높이까지 내리지 않았습니다. 손톱을 접어 넣고 천 귀퉁이를 잡고 있었습니다. 경자 씨가 손잡이를 당기자 문은 바닥을 긁으며 손바닥 폭만큼 열렸습니다.

수진 씨가 계단을 올라왔습니다. 경자 씨는 열린 틈 앞에 서서 한 발을 문 아래에 댔습니다. 어깨와 앞치마가 옥상 쪽을 가렸습니다.

“선희 씨, 제 말 들리세요?”

수진 씨가 두 번 불렀습니다. 경자 씨는 작업이 끝났으니 내려가서 이야기하자고 했습니다. 저는 새 판을 가져와야 보수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경자 씨가 오늘은 여기까지 하라고 했습니다. 휴대전화에서 입금 알림이 울렸고, 약속한 금액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조각을 왜 가지고 나오셨어요?”

지금 수진 씨가 물었습니다.

“기자님한테 보여 드리려고요. 쇠가 어떻게 박혔는지 보신다고 했으니까.”

“현장에서도 제가 보여 달라고 했어요.”

저는 컵을 들어 남은 물을 마셨습니다. 현장에서는 톱밥과 쇳가루가 떨어졌습니다. 천을 계단에서 풀면 청소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선희 씨가 그 건물 청소를 맡고 있었으므로, 저는 잘린 조각까지 두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수진 씨는 노트북 화면을 제 쪽으로 돌리지 않았습니다. 재생 버튼을 누르기 전에 음량을 한 칸 올렸습니다. 제가 계단에서 녹음기를 내려 달라고 하는 말이 다시 나왔습니다. 수진 씨의 구두 소리가 아래로 멀어졌고 톱 소리가 시작됐습니다.

소음이 끊긴 자리에 선희 씨 목소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검지부터 잘리고 있어요.”

곧이어 제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손은 대지 마세요. 제가 잡고 있으니까.”

수진 씨가 재생을 멈췄습니다. 저는 탁자 아래로 발을 당겼습니다. 작업화 밑창에서 떨어진 톱밥이 신문지 접힌 선을 따라 밀렸습니다.

“나무 조각을 잡고 있다는 말입니다. 절단 부위를 다른 사람이 건드리면 날이 튑니다.”

“선희 씨한테 하신 말씀이에요?”

“문에 대고 한 말은 다 녹음돼 있지 않습니까.”

수진 씨는 꾸러미의 매듭을 풀었습니다. 위쪽 천이 젖혀지자 절단된 고리와 황동 몸통이 나왔습니다. 몸통 모서리에 제 장갑에서 묻은 검은 기름이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손가락으로 기름 자국을 가리켰습니다.

“저기를 받쳤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요.”

수진 씨가 나머지 천도 펼쳤습니다. 사각형 목재의 가장자리에는 톱니 자국이 남아 있었고, 고리 한쪽을 자른 틈에는 갈색 가루가 끼어 있었습니다. 수진 씨는 몸통을 잡고 천 위에서 표본을 조금 기울였습니다. 밑면에 붙은 노란 띠가 탁자 쪽으로 드러났습니다.

저는 문 보수에 쓰는 테이프도 저 색으로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수진 씨는 띠의 접힌 끝을 손대지 않은 채 내려다봤습니다. 검은 점 하나가 접힌 선에 걸쳐 있었습니다. 저는 작업화 밑에 깐 신문지를 발끝으로 더 안쪽에 밀었습니다.

“여기에는 문짝 조각만 들어 있습니다.”

수진 씨가 자물쇠를 당기자 표본 밑면의 노란 반창고가 벌어지고, 문짝과 이음매 없이 같은 나뭇결로 이어진 손톱 달린 검지가 고리를 더 세게 움켜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