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번호 07-1123-097
밤 11시 40분, 승강기 관리업체 야간 콜센터로 전화가 걸려왔다.
"엘리베이터에 갇혔어요… 숨이, 숨이 막혀요."
젊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상담원 윤 대리는 매뉴얼대로 물었다. "고객님, 승강기 내부에 부착된 고유번호를 불러주시겠어요?"
"07… 1123… 097."
숫자 사이의 간격이 일정했고, 되묻는 구간이 없었다.
전산 조회 결과, 존재하지 않는 번호였다. 전국 승강기 등록 데이터베이스 어디에도 없었다.
"고객님, 그 번호로는 조회가—"
"포항시 ○○동 대신빌딩이요. 제발."
주소만 남기고 전화는 끊겼다. 발신번호로 다시 걸자 '없는 번호'라는 안내음만 흘러나왔다.
장난전화로 종결해도 되는 건이었다. 당직이던 박 기사는 종결란을 비워둔 채 녹취를 두 번 더 들었고, 그러고는 공구가방을 들고 새벽 도로로 나섰다.
주소지의 건물은 5층짜리 낡은 상가였다. 잠에서 깬 관리인이 문틈으로 얼굴만 내밀고 말했다.
"엘리베이터요? 이 건물엔 그런 거 없어요. 40년째 계단만 씁니다."
돌아서려던 박 기사의 발이 멈췄다. 계단참 벽면에, 층마다 정확히 같은 위치에, 주변과 페인트 색이 미묘하게 다른 직사각형 면이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만 한 크기였다.
벽에 귀를 댔다.
쿵. ……쿵.
미약하지만 분명한,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였다.
경찰과 소방이 도착했고 벽이 뜯겼다. 회벽 뒤에는 녹슨 승강로가 있었다. 30년 전 리모델링 때 철거 신고만 해놓고 실제로는 그대로 발라 막아버린,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엘리베이터였다.
2층과 3층 사이, 녹슨 카 안에서 열일곱 살 남자아이가 발견됐다. 폐건물 탐험 영상을 찍겠다고 옥상 기계실로 숨어들었다가 승강로로 추락해 사흘째 갇혀 있었다. 휴대폰은 첫날 밤에 꺼졌고, 목이 쉬어 소리조차 지르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반나절만 늦었어도 위험했다고 했다.
구조를 지켜보던 박 기사는 카 내부 명판에 손전등을 비췄다.
**승강기 고유번호 07-1123-097.**
없는 번호. 전화 속 남자가 불러준 바로 그 번호였다.
다음 날 말소 기록이 나왔다. 1994년 등록 말소, 사유는 사망 사고. 정비 중이던 스물여덟 살 기사가 카 안에 갇혔는데, 건물주가 고장 난 엘리베이터를 신고 없이 폐쇄해버리는 바람에 한 달 뒤에야 발견됐다. 사인은 질식. 발견 당시 그는 카 내부 명판 아래에 구조 요청 번호를 손톱으로 새기다 만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