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작 · 미간행 오리지널
칭찬의 순서
개를 가르칠 때는 칭찬의 순서가 중요하다.
앉으라고 말하고 엉덩이를 누르고 간식을 주면, 어떤 개는 앉는 대신 손이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짖는 개를 달래려고 안아 주면 안기고 싶을 때마다 짖기도 한다. 사람은 의도를 가르친다고 생각하지만 개에게 남는 것은 바로 직전에 자신이 한 일이다.
나는 보호소와 위탁 호텔에서 십삼 년 동안 일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개는 화요일 오후에 왔다.
데려온 남자는 예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예약자와 같은 성을 쓰는 형이라고 했다. 회색 승합차에서 개를 내리면서도 목줄을 잡지 않았다. 개가 먼저 내려 남자의 옆에 섰고, 남자는 양손을 배 앞에 모았다.
누렁이였다. 귀 끝과 주둥이만 검고, 꼬리가 조금 짧았다. 특별히 크지도 않았다. 다만 발톱이 길어서 타일 위를 걸을 때마다 딱딱 소리가 났다.
“이름이 뭐예요?”
남자가 개를 보았다.
“아직 없습니다.”
“접종 수첩은요?”
서류를 찾는 동안 남자의 손이 떨렸다. 가방 지퍼에 영수증이 끼자 눈에 눈물이 괴었다. 나는 천천히 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 말을 못 들은 것 같았다.
개가 남자의 바짓단에 코를 댔다.
남자가 멈췄다.
“가도 돼.”
낮고 맑은 목소리였다. 나는 사무실에서 보조 직원인 민규가 나온 줄 알았다. 돌아보았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남자는 가방을 카운터에 둔 채 나갔다. 뛰지는 않았다. 두 팔을 몸에 꼭 붙이고 아주 빠르게 걸었다. 문틀에 어깨를 부딪쳤는데도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개를 바라보았다.
개는 코를 핥았다.
가방에는 사료도 접종 수첩도 없었다. 현금 봉투와 일회용 면도기, 충전되지 않은 휴대전화가 들어 있었다.
예약된 위탁 기간은 사흘이었다.
그날 호텔에는 열한 마리가 있었다. 대부분 서로 아는 단골이었다. 낯선 개가 들어오면 큰 개부터 한 차례씩 짖고, 작은 개들이 뒤늦게 거들었다. 그런데 누렁이가 복도에 들어서자 짖는 소리가 차례로 끊겼다.
민규가 청소 호스를 잠갔다.
“얘 좀 센가 봐요.”
누렁이는 어느 개에게도 다가가지 않았다. 사무실 문 앞의 고무 매트를 앞발로 긁더니 몸을 둥글게 말고 누웠다.
나는 목줄을 잡았다.
“방에 들어가자.”
개가 고개를 들었다.
“앉아.”
이번에는 입을 보았다. 입술이 사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아래턱이 조금 내려가고 혀가 입천장에 닿았다. 젖은 입 안에서 또렷한 말이 나왔다.
나는 목줄을 놓쳤다.
민규가 웃었다. 놀라면 먼저 웃는 아이였다.
“방금 들었어요?”
개는 나를 보고 있었다.
“앉아.”
나는 뒤에 있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서 있을 자신이 없어서였다.
그러자 개가 말했다.
“잘했어.”
어깨에서 무언가 풀렸다.
따뜻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체온이 오르는 감각이 아니었다. 지난달 밀린 임대료도, 아침에 치운 토사물도, 답하지 못한 메시지들도 그대로 있었지만, 그 모든 일이 더는 나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 내가 여기까지 살아온 방법에 아무 잘못도 없었다. 누구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웃고 있었다.
의자 등받이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았다. 이대로 십 분만 있고 싶었다. 아니, 십 분이 아니라 나머지 전부를.
민규가 내 어깨를 흔들었다.
“실장님.”
나는 그 손을 쳐냈다.
생각보다 세게 쳤다. 민규가 손을 감싸 쥐는 것을 보고서야 정신이 들었다.
누렁이는 다시 머리를 발 위에 내려놓았다.
그것이 첫 번째 칭찬이었다.
우리는 한동안 개에게 말을 시켰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랬다. 신고하거나 달아나기 전에, 우리는 휴대전화를 들이대고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어디서 왔는지, 배가 고픈지, 누가 가르쳤는지 물었다. 민규는 동영상이 잘 찍히도록 사무실 조명까지 켰다.
개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 안에서 따뜻함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조금씩, 너무 느려서 빠져나간 자리의 크기를 전부 느낄 수 있었다. 손가락 관절이 시렸다. 옷 속으로 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나는 보일러 온도를 올렸다.
민규는 개 앞에 쪼그려 앉아 손을 내밀었다.
“손.”
개가 민규의 손을 보았다.
“너도 할 수 있어?” 민규가 물었다.
“손.”
개가 말했다.
민규의 웃음이 멎었다.
개는 앞발 하나를 조금 들었다. 민규가 그 아래에 손바닥을 받쳤다.
“잘했어.”
민규는 고개를 숙였다. 처음에는 웃는 줄 알았다. 등이 크게 들썩였고 콧물이 무릎으로 떨어졌다. 그는 개의 앞발을 두 손으로 잡고 울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무서웠다.
그리고 부러웠다.
여섯 시가 되자 개들이 저녁밥을 달라고 짖었다.
누렁이는 일어나 복도를 한 바퀴 돌았다. 민규가 뒤를 따라갔다. 개가 멈추면 민규도 멈췄다. 개가 몸을 긁으면 민규는 기다렸다.
나는 사료를 계량했다. 평소에는 손목만 움직여도 되는 일이 그날은 몹시 힘들었다. 계량컵을 들어 통에 넣고, 채우고, 그릇에 붓는 순서를 계속 생각해야 했다. 일이 끝나도 아무런 기분이 들지 않았다. 다음 그릇이 남았다는 사실만 있었다.
복도 끝에서 민규가 웃었다.
나는 사료를 쏟았다.
누렁이는 민규를 데리고 돌아왔다. 민규는 입을 조금 벌린 채 웃고 있었다. 눈물 자국이 턱까지 말라붙어 있었다.
“실장님도 와요.”
“밥부터 줘야지.”
“잠깐만 와 봐요.”
나는 민규의 얼굴을 보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다. 좋은 것을 혼자 누리는 게 미안한 얼굴이었다.
누렁이가 내 발치에 앉았다.
“이리 와.”
나는 한 걸음 다가갔다.
개의 검은 입술이 벌어졌다. 나는 다음 말을 기다렸다. 민규도 나를 보며 기다렸다.
개는 하품을 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무릎을 굽혔다.
그때 칠 번 방에서 보리가 짖었다.
보리는 열여섯 살 먹은 시추였다. 눈과 귀가 거의 멀었고, 사료를 불려 주지 않으면 먹지 못했다. 다른 개들이 잠잠해진 뒤에도 혼자 짖곤 했다. 자기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모르는 개의 짖음이었다.
나는 일어났다.
보리의 밥그릇은 비어 있었다. 물그릇에는 발이 들어가 있었다. 앞가슴이 흠뻑 젖어 있었다.
수건으로 보리를 닦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 보리의 보호자였다. 수술을 앞두고 병원에 입원한 여자였다.
“밥 먹었을까요?”
“지금 주려고요.”
“늘 번거롭게 해 드려서.”
나는 보리의 젖은 발을 쥐고 있었다.
“아니에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계셔서 마음 놓여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그 말이 끝난 뒤에도 한참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었다. 여자는 이미 전화를 끊었다. 보리가 내 손바닥을 핥았다. 그 역시 아무렇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휴대전화에 찍힌 동영상을 재생했다. 화면 속 민규가 손을 내밀었다. 개가 말했다. 잘했어.
작은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에는 아무 힘도 없었다.
나는 두 번 더 들었다. 음량을 끝까지 올렸다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닫고 껐다.
경찰에 전화했다.
말하는 개가 있다고는 하지 못했다. 모르는 사람이 개를 두고 갔고, 이상한 약물에 노출된 것 같으며, 직원의 상태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문을 열어 놓고 환기가 되는 곳에서 기다리세요.”
상담원이 그렇게 말했다.
나는 알았다고 했다.
문밖에서 발톱 소리가 났다.
“나와.”
나는 전화기를 세면대에 내려놓았다. 수도를 가장 세게 틀었다.
“나와.”
문이 잠겨 있었다. 문을 열지 않는 것은 가능한 일이었다. 손을 내밀어 잠금쇠를 돌리지 않으면 됐다.
나는 변기 뚜껑에 앉아 두 손을 허벅지 밑에 넣었다.
배 속이 천천히 비어 갔다. 굶주림과 비슷했지만 먹고 싶은 것은 없었다. 내가 평생 원했던 모든 것을 잘못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밖에는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내가 열기만 하면 됐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
민규가 문을 두드렸다.
“실장님, 괜찮아요. 나와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잘하면 돼요.”
그의 목소리가 다정해서 더 무서웠다.
문을 연 것은 보리 때문이었다.
복도에서 바퀴가 구르는 소리와 함께 보리의 비명이 들렸다. 나는 잠금쇠를 돌렸다.
민규가 세탁물 카트를 밀고 있었다. 보리의 목줄이 카트 손잡이에 걸려 있었다. 카트가 움직일 때마다 짧은 앞다리가 바닥에서 들렸다 내려왔다. 보리는 눈이 보이지 않아 몸을 어디로 돌려야 할지 몰랐다.
“뭐 하는 거야!”
민규가 멈췄다.
“밖에 내놓으려고요. 자꾸 시끄럽게 해서.”
누렁이는 출입문 앞에 앉아 있었다.
나는 보리를 안아 목줄부터 풀었다. 목 안쪽에서 쇳소리 같은 숨이 났다. 민규가 난처하게 손을 비볐다.
“제가 하던 건데.”
나는 보리를 칠 번 방으로 데려갔다. 문을 잠갔다. 민규가 따라오자 밀쳤다.
그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화를 내지 않았다. 누렁이를 돌아보았다. 자기가 잘못한 것인지 살피고 있었다.
개가 나를 보았다.
“안 돼.”
그 말에는 특별한 감각이 따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무너질 뻔했다. 다시는 칭찬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온몸을 훑었다. 무릎이 접혔다. 사과하고 싶었다. 방금 한 일을 전부 되돌리고 싶었다.
누렁이는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나는 벽에 달린 소화기를 잡았다.
호스를 떼어 내거나 안전핀을 뽑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손잡이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가슴 앞까지 들었다.
개가 멈췄다.
“내려.”
나는 소화기를 들고 있었다.
“내려.”
팔이 떨렸다. 무게 때문만은 아니었다. 개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다음에 할 말도 알고 있었다.
누렁이가 꼬리를 한 번 움직였다.
나는 소화기를 휘둘렀다.
첫 번째에는 빗맞았다. 둥근 밑바닥이 어깨를 치고 타일에 부딪쳤다. 개가 옆으로 넘어졌다가 앞발로 바닥을 밀었다. 민규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다시 들어 올렸다.
개가 고개를 낮췄다.
“잘했어.”
따뜻함이 돌아왔다.
들고 있던 소화기가 가벼워졌다. 발끝에서부터 기쁨이 솟았다. 나는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 멈추게 하려고 하는 칭찬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러나 개는 순서를 틀렸다.
나는 이미 한 번 때린 뒤였다.
두 번째에는 등이 맞았다.
“잘했어.”
말끝이 가늘어졌다. 개가 배를 바닥에 붙이고 기었다. 나를 올려다보았다. 눈은 평범한 개의 눈이었다. 갈색 홍채와 그 아래 드러난 흰자위. 나는 그 눈을 지금도 기억한다.
세 번째에는 개가 말을 하지 못했다.
나는 네 번째를 내리쳤다.
민규가 뒤에서 내 팔을 붙잡았을 때, 나는 웃고 있었다.
경찰은 열한 분 만에 왔다고 했다.
내게는 훨씬 긴 시간이었고, 민규에게는 잠깐이었다. 그는 출동한 경찰에게 개를 치료해 달라고 매달렸다. 나는 벽에 기대앉아 손을 벌리고 있었다. 손바닥에 소화기 손잡이 모양으로 물집이 잡혔다.
죽은 개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털과 피, 부러진 뼈가 전부였다.
경찰은 동영상을 여러 번 보았다. 촬영 당시 주변에 누가 있었는지 물었다. 나는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개를 데려온 남자의 휴대전화는 오래전에 해지된 것이었다. 예약에 쓰인 번호로는 아무도 받지 않았다.
민규는 다음 날 일을 그만두었다.
마지막 급여를 보내려고 전화했을 때 그는 먼저 물었다.
“실장님도 아직 추워요?”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는 한참 말이 없었다.
“엄마가 반찬을 해 줬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걸 다 해 줬는데.”
수화기 너머에서 그가 숨을 삼켰다.
“그냥 씹는 것밖에 안 돼요.”
나는 해 줄 말이 없었다.
호텔은 문을 닫았다. 맡아 두었던 개들을 차례로 돌려보냈다. 보호자들은 내가 아프다는 말을 믿었다. 실제로 살이 빠졌고, 밤에 잠을 못 잤으며, 가끔 별다른 이유 없이 말을 끝내지 못했다.
보리는 마지막으로 나갔다. 수술을 마친 보호자가 아직 허리를 펴지 못해 내가 차까지 안고 내려갔다. 여자는 보리의 턱 밑을 만지며 건강하게 돌봐 줘서 고맙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차가 떠난 뒤에도 잠깐 서 있었다. 그날 저녁 보리가 냈던 숨소리를 떠올리려고 애썼다. 그것 때문에 문을 열었고, 그것 때문에 소화기를 들었다. 그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몸이 기억하는 것은 다른 쪽이었다.
소화기를 들어 올릴 때 펴지던 어깨. 충격이 손목으로 전해지던 순간. 그 뒤에 찾아왔던,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기쁨.
상담을 받을 때 나는 개가 죽은 데까지만 말했다. 웃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석 달쯤 지나자 밥맛이 조금 돌아왔다. 해가 드는 자리에 앉으면 따뜻하다고 느꼈다. 웃긴 영상을 보며 짧게 웃기도 했다. 나는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에는 부엌에서 사과를 깎고 있었다.
작은 날벌레 한 마리가 손등에 앉았다. 나는 칼을 내려놓고 반대 손으로 쳤다. 늘 하던 동작이었다. 생각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벌레가 손등에 검은 점으로 남았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너무 반가웠다.
나는 싱크대 가장자리를 붙들고 허리를 숙였다.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그동안 견딘 시간이 전부 보상받는 것 같았다. 잘 살아왔다고, 이제 아무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누군가 나를 안아 주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그렇게 있었다.
고개를 들었을 때 창문 아래에 날벌레가 한 마리 더 붙어 있었다.
나는 손을 씻었다. 비누칠을 하고 손가락 사이를 문질렀다. 물을 잠갔다. 수건을 들었다.
불을 끄면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스위치는 내 바로 옆에 있었다.
나는 수건으로 손을 닦으면서, 창문에 붙은 것이 날아가지 않는지 계속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