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병
1999년 8월 신양임대아파트 물탱크 청소일보에는 작업자 다섯 명의 지장이 찍혀 있었다. 옥상에 올라간 사람은 네 명이었다.
다섯 번째 김용식은 그날 충주에 있었다. 그의 칸에 찍힌 것은 현장반장 박도식의 왼손 엄지였다. 가짜 한 사람의 일당은 작업자들과 관리과장 한상철이 나눴다.
네 작업자는 모두 동쪽 물탱크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송풍기를 볼 사람은 없었다. 박도식은 작업을 빨리 끝내려고 식수 탱크에 쓰면 안 되는 BB1 원액을 압축 분무기에 넣었다.
셋째 칸에서 호스가 배관 고정쇠에 걸렸다. 박도식이 압력을 더 넣으라고 했다. 최인규가 펌프를 두 번 눌렀을 때 연결부가 빠졌다. 원액을 얼굴에 맞은 오민수는 눈을 뜨지 못했다.
그들은 민수를 관리동 앞 승합차에 눕혔다. 민수는 생수 한 병을 눈에 부으며 병원에 가자고 했다. 최인규가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박도식이 창문을 두드렸다. 지금 가면 의사가 다친 장소부터 물을 거라고 했다. 분무기 압력을 넣은 사람이 누구냐는 말도 했다. 최인규는 한동안 앞만 보다가 시동을 껐다.
작업을 중지하면 허위 명부와 한상철의 확인 도장이 함께 드러났다. 탱크를 비우고 다시 씻으면 단수도 오후까지 연장해야 했다.
박도식은 물을 가득 받으면 BB1이 묽어져 거품도 안 보일 거라고 했다. 한상철은 서쪽 탱크 물을 채수병에 담아 ‘동쪽 청소 후 검수’라고 썼다.
민수를 태운 차가 떠난 뒤 박도식은 다시 탱크에 들어갔다. 그는 호스로 거품을 흩어 놓고 올라왔다. 동쪽 탱크의 출수 밸브가 열렸을 때 탱크는 아직 반밖에 차지 않았다. 바닥에 고인 거품이 첫물과 함께 세대로 내려갔다.
관리사무소 전화 녹음은 11시 19분부터 시작된다.
103호: 물에서 세차장 냄새가 나요. 거품도 안 꺼져요.
한상철: 청소한 날은 원래 그렇습니다. 10분만 흘려보내세요.
706호: 애가 양치하다 토했어요.
한상철: 충분히 흘려보내면 괜찮습니다.
502호: 눈이 따갑고 피부가 빨개졌어요.
한상철: 다른 집은 연락 없습니다. 댁 배관부터 확인하세요.
전화는 계속 걸려 왔다. 한상철은 네 건만 민원대장에 옮겼다.
마지막 통화에서 한 여자가 아이를 씻겨도 되느냐고 물었다.
10분만 흘려보내고 쓰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