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납 식기

“밑을 받쳐 주세요. 봉투가 샙니다.”

나는 단말기를 닦던 행주를 내려놓고 창구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배달 기사가 봉투 손잡이를 벌려 주었다. 안에는 흰 접시가 한 장 들어 있었다. 테두리에서 떨어진 조각이 엄지손톱만 했다. 깨진 곳을 피해 손을 옮기는데 기름 섞인 물이 손등으로 흘렀다.

“어느 식당 거예요?”

“여기서 주셨는데요.”

나는 접시를 뒤집었다. 굽 안쪽에 검은 유성펜으로 쓴 언니 이름이 있었다. 마지막 글자의 한 획이 굽 밖으로 벗어나 있었다. 언니가 전에 쓰던 집에서 가져온 접시였다. 깨진 자리 옆에는 오늘 저녁 내가 씻으면서 문지른 갈색 자국도 남아 있었다.

“이걸 누가 줬어요?”

기사는 건물 모퉁이를 가리켰다.

“뒤쪽 방에 계신 분이요.”

창구 밑으로 전동 자전거의 앞바퀴가 보였다. 보온 상자 뚜껑은 열려 있었고 안에는 음료 봉투 하나가 남아 있었다. 기사는 휴대전화 화면을 켠 채 장갑 낀 손으로 다른 주문을 위로 밀었다.

중국 내륙의 그 신도시에서 내가 언니 대신 편의점 야간 근무를 맡은 지 열흘째였다. 아파트 입주가 덜 끝나 상가 절반에는 간판이 없었다. 밤 열한 시부터는 매장 출입문을 잠그고 옆의 작은 창구로 물건을 팔았다. 언니는 차로 이십 분 거리에 살았다. 나는 창고를 칸막이로 나눈 방에서 잤다.

방에는 문이 두 개 있었다. 매장 세제 진열대 뒤의 미닫이문과 공용 하역 복도로 나가는 철문이었다. 하역문에는 번호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매장 쪽 미닫이문은 문틀이 맞지 않아 끝까지 밀어도 위에 틈이 남았다.

그때 창구에서 기사와 나눈 대화는 녹음되지 않았다. 아래는 내가 경찰에게 말한 내용이다. 휴대전화에 남은 문장들은 따로 옮겼다.

“뒤쪽 방 어디에요?”

“이 가게 뒤요. 흰 철문. 문에 생수 상표 붙어 있는 데요.”

“남자였어요?”

“네.”

“문 앞에 음식을 놓고 온 건 아니고요?”

“그분이 받아서 옮겨 담는 동안 기다렸어요. 용기 가져가라길래요.”

나는 접시를 계산대 위에 내려놓았다. 기사는 내 손을 보더니 보온 상자 옆주머니에서 종이 냅킨을 꺼냈다. 내가 받지 않자 창구 턱에 놓았다.

“잠깐만 있어 주세요. 그 방에는 제가 혼자 살아요.”

기사가 휴대전화를 내 쪽으로 돌렸다. 배달 완료 버튼 아래에 주문자가 보낸 메모가 남아 있었다.

배달 메모. ‘정문 말고 건물 뒤 하역 복도. 녹색 생수 표지 붙은 문. 두 번 두드려 주세요. 초인종 없음.’

추가 메시지. ‘앞 창구에 있는 여자에게 식기 하나만 맡겨 주세요. 돌아가는 값은 따로 보냈습니다.’

송금 내역은 메시지 바로 밑에 있었다. 메모의 흰 문과 녹색 표지는 우리 하역문과 같았다. 나는 화면을 촬영해도 되는지 물었다. 기사는 휴대전화를 창구 안으로 더 내밀었다.

그가 문을 두드렸을 때 남자는 안에서 자물쇠를 돌려 열었다고 했다. 반팔 셔츠에 바지를 입고 있었으며 신발은 문턱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얼굴에는 마스크가 없었다. 남자는 기사의 보온 가방을 가리켜 식을 음식이 더 있느냐고 물었다. 기사가 음료만 남았다고 하자 잠깐 기다려 달라고 했다.

문이 열린 동안 기사는 식탁과 벽에 붙은 침대 끝을 보았다. 남자는 배달 용기 두 개를 식탁으로 가져가 흰 접시와 국그릇에 음식을 옮겼다. 빈 용기를 포개서 돌려준 다음, 싱크대 옆에 있던 접시를 봉투에 넣었다.

“그 접시는 씻었대요?”

“물은 한번 끼얹었어요. 고춧기름이 안 빠진다고 했고요.”

접시 바닥에 붉은 점 세 개가 붙어 있었다. 나는 저녁에 빵을 먹었다. 저 접시는 씻어서 식탁 위의 건조대에 세워 두었다. 방에서 나올 때까지 다른 음식은 올리지 않았다.

나는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는 첫 전화에 받았다.

“방에 누구 들여보냈어?”

“어느 방?”

“내 방. 남자가 음식 배달을 받았대.”

전화 너머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끊겼다. 언니는 내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창구라고 대답하자 거기 있으라고 했다. 곧 옷걸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나는 잠긴 매장 출입문을 열어 기사를 들였다. 기사는 자전거 열쇠를 뽑고 남은 음료를 들고 들어왔다. 다시 문을 잠근 뒤 통화 중인 휴대전화를 계산대에 세웠다. 언니 목소리가 스피커로 나왔다.

“혼자 들어가지 마.”

기사는 세제 진열대 앞에 섰다. 나는 미닫이문 손잡이를 잡았다. 그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고, 나는 문을 벽 쪽으로 밀었다.

불이 켜져 있었다. 식탁 위에는 돼지고기를 얹은 밥 한 접시와 뚜껑 없는 국그릇이 놓여 있었다. 접시 옆의 나무젓가락은 아직 붙어 있었다. 의자는 식탁에서 조금 빠져 있었고 하역문은 닫혀 있었다.

기사는 문밖에서 식탁을 가리켰다.

“저 음식이에요. 그릇도 저거고요.”

나는 방 안으로 두 걸음 들어가 철문을 살폈다. 안쪽 잠금쇠가 가로로 돌아가 있었다. 손잡이를 눌러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잠금쇠 아래에는 기사가 말한 봉투와 같은 편의점 봉투 묶음이 걸려 있었다.

기사는 내 옆으로 오지 않았다. 매장 쪽 문턱에서 침대 발치까지 보이는 자리를 지켰다. 나는 샤워실 문을 밀었다. 샤워기 아래에 내 슬리퍼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그 옆의 변기 뚜껑은 닫혀 있었다. 사람은 없었다. 침대 위에는 아침에 펴 놓은 회색 이불이 있었다.

“언니, 아무도 없어. 음식은 있어.”

계산대에 놓인 전화에서는 언니가 차 문을 여는 소리가 났다.

“하역문 열려 있어?”

“잠겼어. 안에서.”

“번호부터 바꿔. 문 열지 말고 안쪽에서 바꿀 수 있어.”

나는 방 문턱으로 돌아와 언니가 보내 주는 순서를 기다렸다. 기사는 배달 앱으로 남은 주문의 지연 신고를 했다. 그는 받는 사람에게 전화해 음료를 다른 기사에게 넘기겠다고 말한 뒤 봉투를 창구 옆에 놓았다.

언니 메시지. ‘번호판 안쪽 덮개 열면 설정 버튼 있어. 길게 누르고 새 번호 두 번.’

내 메시지. ‘누가 번호 알아?’

언니 메시지. ‘나. 관리실은 열쇠만 있어.’

그다음 메시지는 내가 하역문 덮개를 벗겼을 때 왔다.

언니 메시지. ‘침대 갖다 준 사람한테 설치할 때 알려 줬어. 임시로 쓰라고 한 번호.’

내 메시지. ‘그 뒤에 바꿨어?’

언니 메시지. ‘아니. 지금 바꿔.’

나는 문을 닫아 둔 채 새 번호를 넣었다. 번호판에서 긴 소리가 났다. 안쪽 잠금쇠를 풀지 않고 덮개를 닫았다. 기사는 매장 문턱에서 그 과정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쪽으로 돌아와 불을 켜 둔 채 미닫이문을 닫았다.

언니에게 기사의 주문 화면을 보냈다. 주문 계정에는 성 한 글자와 휴대전화 뒷자리만 표시돼 있었다. 언니가 보낸 중고 가구 거래 대화에는 같은 성과 같은 뒷자리가 있었다.

가구 거래 대화, 설치 전날.

언니. ‘직원이 낮에 자는 방입니다. 수납 되는 걸로 주세요.’

판매자. ‘사진에 있는 침대 바로 보낼 수 있습니다. 앞에 서랍 두 개 있습니다.’

언니. ‘아직 사람이 안 들어갔어요. 낮에는 제가 매장에서 일하니까 뒤로 오세요.’

판매자. ‘문 번호 주시면 먼저 조립하겠습니다.’

그 아래에는 번호 네 자리가 있었다. 조금 전까지 내가 사용한 번호였다.

언니는 운전 중이라 짧은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그 남자가 판매자 얼굴과 같은지 기사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이어서 거래 프로필 사진이 왔다. 사진 속 남자는 작업복을 입고 옷장 옆에 서 있었다.

기사는 화면을 두 손가락으로 벌렸다.

“머리가 지금은 더 짧아요. 이 사람이에요.”

나는 언니에게 그 말을 전송했다. 언니는 더 전화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바로 아래에 ‘그 사람한테’라는 문장이 붙었다.

우리는 계산대 안쪽에 나란히 서 있었다. 매장 출입문은 유리였고 창구는 기사 얼굴 높이에 있었다. 누가 정문이나 창구로 나왔다면 둘 중 하나를 지나야 했다. 기사는 남자가 접시를 건네고 하역문을 닫을 때까지 그 앞에 있었다. 문을 떠나 모퉁이를 도는 데에는 몇 걸음 걸리지 않았다.

나는 기사에게 돌아온 길을 물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바닥에 선을 그리듯 가리켰다. 하역문에서 복도 끝 방화문까지 곧장 나온 다음, 우리 가게 바깥벽을 따라 창구로 왔다. 복도 반대편은 아파트 관리실로 이어지지만 밤에는 중간 철문이 잠긴다고 했다.

“오는 동안 뒤에서 문 여는 소리 났어요?”

“못 들었어요. 음료 가게에서 전화가 와서 받았어요.”

그가 통화 목록을 보여 주려 하자 나는 손을 내려도 된다고 했다. 방을 나온 남자가 그 통화 사이에 다른 쪽으로 갔는지는 내가 확인할 수 없었다. 나는 하역문 번호를 바꾼 시각을 언니와의 대화창에 적었다.

판매자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그 문장을 보내고 바로 뒤였다. 내 전화에는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지만 끝 네 자리가 거래 화면과 같았다.

“받아서 스피커로 해 보세요.”

기사가 자기 휴대전화의 녹음을 켰다. 나는 전화를 받았다.

“접시 받았어요?”

배달 일을 묻는 말투였다. 나는 접시를 계산대 아래 선반으로 밀어 넣었다.

“지금 어디예요?”

“거기 이 빠진 데가 있어서요. 봉투에 그냥 넣으면 찢어져요.”

“제 방에 들어왔어요?”

“밥 안 먹어요? 아직 식탁에 안 앉았네요.”

나는 매장 쪽 미닫이문을 보았다. 위쪽 틈으로 방의 불빛이 나왔다. 문 아래에는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간격이 있었다. 식탁 의자는 그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자리에 있었다.

“어디서 보고 있어요?”

판매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수화기에서 낮은 기계음이 났다. 계산대 옆 음료 냉장고에서도 같은 높이의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휴대전화를 냉장고에서 멀리 뻗었다. 기사가 스피커 가까이 귀를 가져갔다.

냉장고 아래에서 딱 하는 소리가 나며 압축기가 멎었다. 전화 속 기계음도 동시에 끊겼다. 냉장고 뒷면은 숙소 칸막이에 붙어 있었다. 벽 밑의 배관 구멍에는 호스 옆으로 빈틈이 남아 있었다.

나는 통화를 끊지 않고 휴대전화를 계산대 위에 내려놓았다. 기사는 미닫이문 앞으로 가려다 멈췄다. 그가 나를 향해 손바닥을 펴 보였다. 우리는 계산대 끝을 사이에 둔 채 서 있었다. 통화 시간만 늘어났다. 판매자는 더 말하지 않았고, 잠시 뒤 전화가 끊겼다.

언니는 창구를 두드렸다. 내가 매장 출입문을 열자 휴대전화를 쥔 손으로 내 어깨를 밀어 계산대 쪽으로 보냈다. 기사가 문을 열어 둔 채 복도를 가리켰다.

“뒤를 보고 있을까요?”

언니는 먼저 경찰에 전화했다. 가게 주소와 동 번호를 말하고, 침입한 사람이 안에 남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고는 기사에게 밖에서 하역문을 지켜 달라고 했다. 문에 손대지 말고 누가 나오면 거리를 두고 알리라고 덧붙였다.

기사가 건물 모퉁이를 돌아간 뒤 언니는 매장 출입문을 잠갔다. 창구도 안쪽 걸쇠를 걸었다. 열쇠는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 나는 녹음 파일을 받은 다음 기사와 통화를 연결했다. 그는 하역문 앞이라고 말했고, 스피커 너머로 복도 환풍기 소리가 났다.

언니가 꺼낸 거래 사진은 방금 받은 프로필 사진과 달랐다. 설치한 날 언니가 직접 찍은 사진이었다. 첫 장에는 바닥에 놓인 침대 앞판이 나왔다. 양쪽 끝에 나사구멍이 있었고, 가운데에는 서랍을 끼우는 네모난 구멍 두 개가 있었다. 다음 장에서는 판매자가 조립된 침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서랍을 열고 있었다.

서랍은 침대 폭에 비해 얕았다. 판매자의 팔꿈치부터 손목까지도 다 들어가지 않았다. 서랍 안쪽 판 뒤로는 갈색 목재가 보였다.

가구 거래 대화, 설치한 날.

언니. ‘서랍이 사진보다 작은데요. 뒤에는 못 쓰나요?’

판매자. ‘뒤는 통짜 지지대입니다. 바닥까지 막혀 있어서 물건 못 넣습니다.’

언니. ‘침대 위는 올라가네요?’

판매자. ‘운반할 때 접는 겁니다. 검은 끈은 매트리스 받침 드는 손잡이고요. 평소에는 그대로 쓰세요.’

언니는 사진을 한 장 더 넘겼다. 매트리스가 벽에 세워져 있었고 받침판 한쪽이 위로 들려 있었다. 판매자의 몸과 판이 겹쳐 내부는 보이지 않았다. 판 가장자리에 달린 검은 천 손잡이는 내가 이불을 갈 때마다 침대 틈에 밀어 넣던 끈이었다.

“이 사람 혼자 설치했어?”

“트럭에서 내릴 때는 둘. 조립은 혼자.”

“얼마나 있었어?”

“점심 지나서 왔고, 저녁에 돈 보냈어. 그때 나갔어.”

언니는 송금 시각을 띄워 놓았다. 그날 나는 밤에 도착했다. 언니에게 방을 안내받을 때 침대 서랍은 비어 있었고, 매트리스에는 배송 비닐이 그대로 씌워져 있었다. 비닐을 벗겨 하역장에 버린 것은 나였다.

언니가 미닫이문을 열었다. 우리는 문턱을 넘지 않았다. 음식은 식탁 위에 있었고 붙은 젓가락도 그대로였다. 문밖에서 보이는 침대 앞면에는 손잡이 두 개와 바닥에 닿은 넓은 판이 있었다. 침대와 식탁 사이는 한 사람이 옆으로 지나갈 정도였다.

경찰에게 제출한 첫 진술에는 접시와 전화 이야기만 적었다. 서랍 뒤에서 나온 비닐 조각에 관한 문장은 언니가 그 앞판 사진을 보여 준 대목에 넣었다.

“왼쪽 서랍 밑에 뭐가 걸려서 한 번 뺐어. 청소할 때.”

언니가 휴대전화 불빛을 침대 쪽으로 비췄다.

“뭐가 나왔는데?”

“양념 봉지 끝. 은색에 빨간 글씨 있는 거. 조립 쓰레기랑 같이 버렸어.”

왼쪽 서랍은 끝까지 밀어 넣어도 손톱 두께만큼 나와 있었다. 나는 청소한 뒤에도 그랬다고 말했다. 언니는 서랍 가까이 가지 않고 사진 속 앞판 모서리를 확대했다. 앞판은 침대 다리와 따로 붙이는 부품이었다. 양 끝의 나사 머리는 지금도 보였다.

“밤에 휴대전화 진동도 났어. 저 아래서.”

언니가 불빛을 멈췄다.

“네 전화는?”

“충전하고 있었어. 식탁에서.”

나는 진동이 울릴 때마다 식탁의 전화를 집어 화면을 켰다고 덧붙였다. 알림이 없으면 다시 내려놓았다. 냉장고 모터가 도는 동안에는 진동이 잘 들리지 않았고, 멎은 뒤에는 매트리스 아래에서 짧게 두 번씩 울렸다. 휴대전화 소리를 확인하려고 침대를 들어 올린 적은 없었다.

언니는 설치 후 판매자가 보낸 마지막 메시지를 열었다. 벽 콘센트에 꽂힌 흰 멀티탭 사진이었다.

판매자. ‘이건 놓고 갑니다. 침대 빼야 선 정리되니까 그냥 두세요. 휴대전화 충전할 때 쓰면 됩니다.’

사진에서는 전원선이 침대 아래로 들어갔다. 내가 쓴 충전기는 식탁 옆 다른 콘센트에 꽂혀 있었다. 흰 멀티탭 본체를 꺼내 쓴 적은 없었다. 벽의 플러그만 보였고 선 끝은 앞판 뒤에 가려져 있었다.

언니는 경찰에게 다시 전화해 침대 이야기를 전했다. 통화하는 동안 내가 문틀 옆으로 몸을 낮췄다. 벽 콘센트는 문에서 팔이 닿는 곳에 있었다. 나는 플러그 몸통을 잡아 뽑고, 늘어진 전원선을 손목에 감지 않은 채 당겼다. 바닥을 긁는 소리가 짧게 났다.

선이 멈췄다. 조금 더 당기자 앞판 밑에서 흰 피복이 곧게 펴졌다. 나는 팔꿈치를 굽힌 채 손을 멈췄다. 선이 침대 쪽으로 두 차례 움직이며 손가락 사이를 미끄러졌다. 바닥에 내려놓은 플러그가 문턱을 넘어갔다.

언니가 내 팔을 잡아 일으켰다. 우리는 계산대까지 물러났다. 언니는 통화 중인 경찰에게 방금 본 것을 말하고 출입문 열쇠를 꺼냈다. 내 전화에서는 기사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쪽 문은 그대로예요.”

나는 판매자의 번호를 눌렀다. 연결음이 시작되고 침대 아래에서 진동이 울렸다. 진동 사이로 짧은 벨소리가 섞였다. 서랍 손잡이 하나가 판에 부딪쳤다. 언니는 내 휴대전화를 받아 계산대 위에 두었다. 벨소리가 끝날 때까지 방 쪽으로 가지 않았다.

경찰 두 명이 왔을 때 언니가 정문을 열었다. 한 명은 곧바로 방 문 앞에 섰고 다른 한 명은 하역 복도에 있는 기사 위치를 물었다. 언니가 매장 구조를 설명했다. 경찰은 무전으로 건물 뒤 문도 지켜 달라고 했다. 나는 계산대에 둔 접시와 통화 녹음이 있는 휴대전화를 가리켰다.

방 앞의 경찰이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서 나오라고 말했다. 대답은 없었다. 그는 식탁을 문 쪽으로 옮겼다. 국그릇이 흔들려 국물이 테두리를 넘었지만 접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다른 경찰이 의자를 매장으로 빼냈다. 침대 앞에 두 사람이 설 자리가 생겼다.

나는 숙소 문밖 진열대 옆에 있었다. 언니는 내 뒤에서 기사와 통화를 계속했다. 하역문은 경찰이 안쪽 잠금쇠를 확인한 뒤에도 닫아 두었다. 방 안에서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자리는 우리가 서 있는 문과 기사가 지키는 문이었다.

경찰이 왼쪽 서랍을 당겼다. 끝에서 한 번 걸렸다. 서랍을 조금 들어 다시 당기자 바닥으로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작은 비닐 조각과 마른 밥알이었다. 그는 서랍을 옆으로 밀고 오른쪽도 뺐다. 서랍 구멍 너머에는 각각 얇은 판이 붙어 있었다.

언니가 휴대전화의 설치 사진을 내밀었다. 경찰은 분리된 앞판 사진과 침대를 번갈아 본 뒤 공구가 있는지 물었다. 나는 계산대 아래의 드라이버를 건넸다. 그가 앞판 양 끝의 나사를 푸는 동안 다른 경찰은 매트리스 받침의 검은 끈 옆에 손을 대고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눌렀다.

나사 하나가 바닥으로 굴렀다. 경찰은 줍지 않고 반대쪽 아래 나사를 마저 풀었다. 앞판 윗부분이 기울었지만 바닥 쪽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판을 조금 들어 올리자 아래의 걸쇠가 빠지는 소리가 났다. 두 경찰이 양 끝을 잡아 판을 방 가운데로 내려놓았다. 손전등 빛이 서랍 뒤의 낮은 칸막이를 넘어 침대 안쪽으로 들어갔다.

침대 앞판 뒤에는 내 베개 바로 아래까지 이어지는 사람 한 명 너비의 잠자리가 있었고, 판매자는 그 안에서 내 매트리스를 천장으로 삼아 누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