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방 응시

정지호는 3월에 안경을 맞췄습니다. 새 학기 시력검사에서 오른쪽 0.3, 왼쪽 0.4가 나왔는데 그 정도면 뒷자리에서 칠판 글씨가 반쯤 뭉개져 보입니다. 저는 가정통신문 그 줄만 형광펜으로 긋고 아래에 읍내 안과 두 곳 이름을 적어 보냈습니다. 그해 우리 반에서 안경을 맞춘 아이가 넷이었고 정지호가 마지막이었습니다.

담임을 12년 했습니다. 3월 첫 주에 학급 규칙을 아이들과 같이 정해서 뒷벽에 붙이는 것이 제 방식입니다. 규칙은 일곱 개였고 그중 하나가 준비물이었습니다. 준비물을 안 가져온 사람은 그 시간 동안 교탁 옆에 나와 서 있는다. 제가 정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손을 들어 정한 것입니다.

3월 셋째 주부터 정지호가 수업 중에 뒤를 돌아봤습니다. 교실 뒤에는 학습 게시판이 있고 유리문이 달려 있습니다. 아이들 작품을 붙이는 곳입니다. 처음에는 한 시간에 두어 번이었고 나중에는 열 번도 넘었습니다.

무엇을 보느냐고 물었더니 그 아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뒤 돌아보면 유리에 발이 있어요."

교실 뒤 게시판 유리에는 교실 앞쪽이 비칩니다. 칠판도 비치고 교탁도 비칩니다. 저는 수업을 멈추고 정지호를 데리고 뒤로 가서 같이 봤습니다. 유리에는 제 얼굴과 칠판이 비쳤습니다. 정지호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아야 보인다고 해서 저는 그럼 앉아서 보라고 했고, 그 아이는 앉아서 다시 뒤를 돌아봤습니다.

이런 일은 학급일지에 적습니다. 저는 3월 18일자에 '수업 중 잦은 이석 및 후방 응시'라고 적었습니다. 12년치 학급일지를 저는 한 권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날 정지호의 안경을 받아 두었습니다.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면서 옆자리 아이에게 말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하교할 때 돌려줬습니다.

정지호는 그 이후에도 수업 중에 계속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때마다 안경을 받아 두었고 학급일지에는 '동일 행동 반복'이라고 적었습니다.

정지호 어머니가 6월 말에 학교로 왔습니다. 아이가 집에서 계속 같은 말을 한다고, 윤민서라는 친구 이야기, 교탁 이야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무엇이었는지는 여기 적지 않겠습니다. 열 살짜리가 저녁상에서 하는 말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그 아이한테도 좋지 않습니다.

윤민서라는 학생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말하자면, 민서에 대해 여러 말이 돌았던 것으로 압니다. 부모님이 안계시고 외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제가 그 아이가 준비물을 안 가지고 올 때마다 교탁 밑에 들어가 있게 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저는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습니다. 나와 서 있으라고 했지 들어가 있으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윤민서는 앞으로 불려 나오면 교탁 밑으로 들어가는 버릇이 있었고, 저는 나오라고 여러 번 말했습니다. 나오지 않으면 저는 수업을 했습니다. 담임이 아이 하나를 붙들고 40분을 보낼 수는 없습니다.

교탁은 앞쪽 가운데에 있고 뒤판이 트여 있습니다. 앞에서 보면 안이 안 보이고 옆에서 보면 조금 보입니다. 교실 뒤 유리에 비치면 트인 쪽이 그대로 보입니다. 이건 제가 나중에 확인한 것입니다.

저는 그 나이대에 있는 일이고 안경을 쓰게 되고 시력이 갑자기 좋아지면 눈에 들어오는 게 많아져서 그렇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머니가 말을 더 하려고 했지만 타이밍 좋게 수업 종이 울렸습니다.

돌아가기 전에 어머니가 지호 자리에 앉아 보더니 앉은 채로 몸을 돌려 뒤쪽 게시판 유리를 오래 봤습니다. 저는 교탁 옆에 서서 기다렸습니다. 아이 앉는 자리가 궁금하신가 보다 했습니다.

어머니는 고맙다고 하고 갔습니다. 제가 상담을 권했는데 그 말에는 대답을 안 했습니다.

지호는 여름방학 끝나기 전에 전학을 갔습니다. 아버지 직장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전학 서류는 어머니가 직접 오지 않고 교감 선생님을 통해 받아 갔습니다. 저는 인사를 못 했습니다. 제가 쓴 소견은 '교우 관계 원만, 학습 태도 성실'입니다. 저는 그 아이에 대해 나쁘게 쓰지 않았습니다.

지호가 두고 간 물건이 안경이었습니다. 사물함에 들어 있었습니다. 어머니께 전화드렸지만 받지 않으셔서 교무실 분실물 캐비닛에 넣고 학교 홈페이지 공지에 올렸습니다. 우리 학교 분실물 처리 규정은 게시 후 6개월이 지나면 폐기 또는 자체 처리입니다.

저는 그해 겨울에 눈이 나빠져서 안경을 맞췄습니다. 테를 새로 사지는 않고 폐기대상인 분실물에 있는 것 중 하나를 사용했습니다. 규정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렌즈는 제 도수로 갈아 끼웠고 비용은 제가 냈습니다. 검정 뿔테이고 아이 얼굴에 맞춘 크기라 제 얼굴에는 조금 작았습니다. 그래도 쓰는 데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그 테를 쓰고 교실 뒤 유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겨울방학 전 마지막 수업을 하던 날이었습니다. 교탁이 보였고 아래는 비어 있었습니다.

민서가 감기로 결석한 날이라 그랬나 봅니다.

지호 어머니를 마주친 건 이듬해 3월 다른 학교로 발령, 아니 옮겨 간 후였습니다.

읍내 안경점에 코받침을 갈러 가서였고, 저를 먼저 알아본 쪽은 그분이었습니다.

저는 인사를 하고 지호는 잘 지내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분이 잘 지낸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아이가 좋은 아이였다고, 제가 담임한 아이들 중에 제일 자주 얘기하는 아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버님 직장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이사는 어디로 가셨느냐고도 물었습니다.

지호 어머니는 무표정한 얼굴로 제 얼굴을 오래 봤습니다. 제가 쓴 안경을 오래 응시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지호 아빠 직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대로예요. 이사도 안 갔고요. 그리고 선생님, 저 그날 지호 자리에 앉아 봤어요."

1.5 · 1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