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용 손잡이

“끈 좀 줘.”

누나는 포장용 끈을 끊어 내 쪽으로 밀었다. 나는 손잡이에 행주를 감았다. 허리 뒤에서 가로로 튀어나온 손잡이는 가운데가 갈라져 있었다. 행주를 한 바퀴 돌리고 나자 틈에서 나온 묽은 붉은 액체가 엄지 쪽을 적셨다. 젖지 않은 귀퉁이를 위로 접고 그 위에 끈을 묶었다. 매듭을 조이는 동안 누나가 몸체의 어깨를 눌러 주었다.

운반대는 실험실 문 앞 복도에 세워 두었다. 회색 몸체는 등을 위로 하고 누워 있었다. 등 뒤로 접힌 양팔과 손잡이가 같은 두께의 피막에 덮여 있었다. 손잡이 아래로 끈을 통과시키려면 손가락을 허리와 피막 사이에 납작하게 넣어야 했다. 매듭의 짧은 끝은 행주 속에 끼웠다. 긴 쪽은 운반대 가로대에 묶었다.

누나는 반품 상자의 발치 칸을 안으로 접었다. 상자 안에는 발끝을 고정하는 골판지 두 장이 붙어 있었다. 누나는 그것들을 떼어 바닥에 포개고, 접힌 칸이 다시 펴지지 않도록 테이프를 붙였다. 상자를 운반대 옆에 대 보니 빈 부분이 한 뼘쯤 줄었다.

나는 마네킹 배송기사였고 누나는 이 실험실에 몸체와 작업복을 납품하는 사장이었다. 가져온 상자를 줄여 쓰는 일은 가끔 있었다. 누나는 떼어 낸 골판지를 내 공구 가방에 넣었다. 나는 행주 바깥으로 번진 붉은 점에 끈이 닿지 않도록 매듭을 조금 옮겼다.

운반대에 누운 몸체에는 두 발이 없었다. 열린 현관 안쪽에는 발 두 개가 젖은 매트에 선 채 남아 있었다.

십 분 전에는 그 발 위에 몸체가 서 있었다.

누나는 앞에서 겨드랑이를 받쳤고 나는 뒤쪽 손잡이를 들었다. 문턱을 넘기려면 몸체를 더 높이 들어야 했다. 누나가 팔꿈치를 문틀에 대고 손의 위치를 바꾸는 동안 나는 몸체를 내려놓았다. 발바닥이 매트에 닿았다. 다시 들었을 때 매트의 가장자리가 따라 올라왔다가 팽팽해졌다.

현관 옆에는 실험복 세척기가 있었다. 배수관 끝이 바닥까지 내려와 있었고 그 아래에 놓인 매트는 늘 젖어 있었다. 고무 밑판이 닳아 없어진 자리마다 타일이 보였다. 성긴 섬유 사이로 발바닥에서 밀려 나온 회색 수지가 내려가 있었다. 물이 고인 부분에서 수지는 부풀었다. 발 가장자리에 생긴 테두리를 신발 앞코로 밀자 타일에 긁히는 소리가 났다.

누나는 몸체를 문틀에 기대 놓고 매트 한쪽을 잡았다. 나는 손잡이 밑에 양손을 넣었다. 누나가 매트를 누르는 동안 몸체를 위로 당겼다. 발목은 움직이지 않았다. 손잡이에서 먼저 작은 소리가 났다. 가로로 뻗은 피막 한가운데에 흰 줄이 생기더니 벌어졌다.

갈라진 곳 안쪽에서 작은 마디들이 움직였다. 한 마디가 올라오면 옆의 마디는 내려갔다. 수지 조각이 손바닥을 찔러 나는 쥐는 위치를 양 끝으로 옮겼다. 누나가 내 손등에 손을 얹었다. 당기던 팔을 내리자 벌어진 피막 사이로 묽은 액체가 흘렀다.

“이대로면 상자가 길어.”

누나는 공구 가방에서 납품용 쇠톱을 꺼내 건넸다. 받침대와 봉을 길이에 맞춰 자를 때 쓰는 톱이었다. 나는 상자 뚜껑의 모서리를 뜯어 평평하게 폈다. 발은 움직이지 않아 뚜껑을 밑으로 밀어 넣을 수 없었다. 가운데를 갈라 두 발의 뒤쪽에서 끼우고, 잘릴 발목 아래의 타일을 덮었다.

“무릎 잡아 줘.”

누나는 몸체 앞에 쪼그려 앉았다. 양쪽 무릎을 팔로 감싸 받치고 어깨를 몸체에 댔다. 나는 왼손으로 손잡이의 갈라지지 않은 끝을 잡았다. 오른손의 톱은 발목 뒤에 대었다.

겉껍질에서는 회색 가루가 나왔다. 톱날이 그 아래로 들어가자 가루 대신 젖은 찌꺼기가 날 사이에 끼었다. 부드러운 층에서는 팔을 조금만 움직여도 톱이 깊이 들어갔다. 가운데의 단단한 부분에 닿자 쇠톱 틀이 좌우로 흔들렸다. 나는 톱을 빼서 뚜껑 가장자리에 한 번 털고 다시 같은 홈에 넣었다.

한쪽 발목을 다 자르자 몸체가 옆으로 기울었다. 누나가 무릎을 모아 받쳤다.

“그쪽 말고, 위를 잡아.”

나는 손잡이에서 손을 빼고 팔이 접힌 어깨를 잡았다. 남은 발목을 자르는 동안 누나의 구두 밑창이 젖은 매트 가장자리를 조금씩 밀었다. 두 번째 절단면에서도 톱날은 부드러운 층과 단단한 중심을 지나갔다. 마지막 얇은 피막이 끊어졌을 때 누나는 무릎을 들어 올렸고, 나는 어깨를 잡은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몸체 아래로 상자 뚜껑이 드러났다.

도착 직후, 누나는 시험 장치의 배출문 옆에서 반품 상자를 펴고 있었다.

백화점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직원용 승강기에서 실험실까지는 진열장을 덮은 천이 복도 한쪽에 쌓여 있었다. 나는 빈 운반대를 밀고 들어와 바퀴를 잠갔다. 장치에 붙은 금속판에는 ‘자동 의상 실험실, 1993’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그 밑에는 작업복 한 벌이 봉투째 걸려 있었다. 누나의 회사에서 납품하는 옷이었다.

탁자에는 재료 견본이 놓여 있었다. 손바닥에 올리면 체온으로 오므라드는 투명한 막이었다. 누나는 견본을 내 손에서 떼어 마른 철판 위에 놓았다. 철판에는 얇은 막만 남았다. 옆의 젖은 천 조각에는 같은 재료가 실 사이까지 들어가 두껍게 굳어 있었다. 천을 접어 놓은 모양대로 가운데에 홈이 생겨 있었다.

세척기 배수관에서 물이 나왔다. 현관 매트의 섬유가 눕고, 닳은 구멍 사이로 물이 고였다. 누나는 상자를 물이 닿지 않는 곳으로 당겼다. 나는 운반대의 높이 조절 페달을 밟았다. 배출문의 작은 창으로 보이는 손잡이에 운반대 윗면을 맞췄다.

장치 옆에는 시험 순서를 그린 그림이 붙어 있었다. 성인이 두 발을 발판에 놓고 서면 양옆의 지지대가 팔을 뒤로 모으고, 위에서 내려온 막이 몸에 붙는 순서였다. 마지막 그림에서는 등 뒤의 돌출부를 집게가 잡고 있었다. 배출문 아래에는 반품 표찰이 걸려 있었다.

나는 잠금쇠를 돌리고 문을 옆으로 밀었다. 안쪽 발판에 성인 남자가 등을 보인 채 서 있었다. 목덜미의 짧은 털과 발뒤꿈치의 갈라진 살이 투명한 막 아래로 보였다. 막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어져 있었고 양팔도 등 뒤에 접힌 상태로 굳어 있었다. 발바닥 가장자리에는 아직 흘러내리는 수지가 남아 있었다. 바깥 공기에 닿은 어깨부터 투명한 표면이 회색으로 흐려졌다.

열린 문 안에서 보이는 배달용 손잡이 속에는 남자의 두 손목이 나란히 들어 있었고, 그 끝의 맞물린 손가락들이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