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작 · 미간행 오리지널
회전이 멎기 전에
서윤은 제사상에 흘린 국물을 행주로 밀어 모았다. 위패 받침 밑으로 들어간 국물이 반대편에서 흘러나왔다. 받침을 들자 젓가락 두 개와 숟가락 하나가 나왔다.
젓가락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숟가락 머리는 상판에서 손가락 하나 높이 떠 있었고, 비스듬한 손잡이는 중간에서 끊겨 있었다.
서윤이 젓가락을 집어 국그릇 옆에 놓았다. 숟가락은 들리지 않았다. 머리 쪽을 잡아 올리자 상 위의 잔 두 개가 함께 흔들렸다.
“그건 놔둬.”
정호가 조리대에서 빈 밀폐 용기를 가져왔다. 서윤은 숟가락을 놓지 않은 채 손잡이가 들어간 자리를 내려다봤다. 붉은 상판은 금속 둘레까지 매끈했다. 틈도, 메운 자국도 없었다.
“어떻게 박힌 거야?”
정호는 용기를 내려놓고 위패 받침을 가져갔다. 속이 빈 받침을 숟가락 위에 씌우자 나무 테두리가 상판에 닿았다. 받침의 오른쪽 가장자리에 국물이 묻었다.
“음식부터 치우자.”
벽의 작업 안내등 아래에 11시 28분이 표시돼 있었다. 정오까지 32분이었다.
서윤은 행주를 접어 받침 밖으로 나온 국물을 닦았다. 정호는 전을 한 장씩 집어 용기에 포갰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밥그릇 앞에는 이미 수저가 한 벌씩 놓여 있었다. 서윤이 옮겨 놓은 젓가락만 그릇 없이 상 끝에 남았다.
이날 정오에는 외가 주거 모듈의 회전이 멎었다. 중심축과 모듈 사이의 급수 회전 이음부를 교체하는 작업이었다. 감속은 정오 4분 전부터 시작되고, 거주자는 그 전에 짐을 고정한 뒤 중심축 통로로 이동해야 했다. 식탁 위에 둔 잔 하나도 작업 중에는 벽과 천장을 오갈 수 있었다.
서윤은 현관에 걸어 둔 작업표를 가져와 조리대에 펼쳤다. 다른 집에는 동료들이 들어가 있었다. 외가의 배관 분리는 서윤이 맡았다. 이 집의 배수 연결부는 제사상을 치워야 손이 닿았다.
상 왼쪽에는 바닥에 매립된 식기 보관함이 있었다. 상보다 조금 넓은 함에 다리를 접은 상과 식기를 넣고 덮개를 잠그는 구조였다. 정호가 덮개를 열어 벽에 걸었다. 함 바닥의 고정띠가 교차한 채 드러났다.
서윤이 상 뒤쪽에 쪼그려 앉았다. 벽과 상 사이로 공구를 넣었지만 손목이 걸렸다. 배수관 점검구는 상의 뒤쪽 다리 바로 밑에 있었다.
“상을 옆으로 세워야 해. 뒤에 연결관부터 빼게.”
“국부터 담아야지.”
“양쪽에서 들면 돼.”
정호는 뚜껑이 없는 국그릇을 손바닥으로 가리켰다. 서윤은 공구를 빼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정호가 가져온 용기에 국을 붓는 동안 상판 위의 젓가락이 그릇 밑에 걸렸다. 서윤은 젓가락을 꺼내 행주로 닦았다.
끝에서 손가락 두 마디쯤 내려온 곳에 홈이 세 줄 있었다. 국물에 젖은 홈 하나가 다른 두 줄보다 검었다.
“이거 우리 집에서 쓰던 거네.”
“여기가 우리 집이었잖아.”
“엄마가 철사로 여기 긁었어. 솔로 안 빠진다고.”
서윤은 젓가락을 돌려 홈 안쪽을 손톱으로 훑었다. 정호는 전을 담은 용기 가장자리를 닦았다. 물기나 기름이 남으면 진공 뚜껑이 붙지 않았다. 그는 같은 부분을 두 번 닦은 뒤 뚜껑을 눌렀다.
“지구 갈 때 다 두고 갔어. 식기는.”
“내 도시락 숟가락도 없어졌는데.”
“식당 걸 가져다 썼으니 돌려줬겠지.”
정호는 장례식 조리사였다. 모듈 공동 식당에서 부고가 나면 음식을 맡았고, 그 일이 없는 날에는 식당의 큰 솥을 씻었다. 그가 외가에 가져오는 용기에는 식당 재고 번호가 찍혀 있었다. 서윤이 든 젓가락 끝에도 번호를 갈아낸 납작한 면이 있었다.
서윤은 밥 두 그릇을 작은 용기에 옮겼다. 정호는 위패를 천으로 감싸 벽 수납장의 띠 아래에 끼웠다. 받침은 그대로 남겨 두었다.
“받침도 넣어.”
“마지막에.”
“거기 국물 들어갔어. 그대로 넣으면 다음에 붙어.”
서윤이 받침을 들었다. 정호가 손을 내밀었지만, 서윤은 받침을 뒤집어 행주 위에 놓았다. 안쪽 나무에는 숟가락 머리가 닿은 자리를 따라 짧은 흠집이 나 있었다. 바깥 테두리 아래에는 국물보다 짙은 때가 굳어 있었다.
그동안 제사상은 정호가 꺼내고 정호가 넣었다. 서윤이 그릇을 옮기는 동안 그는 위패를 올렸고, 제사가 끝나면 받침부터 천으로 쌌다. 서윤은 올해 처음으로 빈 받침 안쪽을 닦았다.
상판에 박힌 숟가락에도 세 줄 홈이 있었다. 첫째 홈과 둘째 홈은 드러나 있었고, 셋째 홈은 상판에 절반쯤 잠겨 있었다. 서윤은 행주를 홈 위로 밀었다. 금속과 수지의 경계에서 보풀이 걸리지 않았다.
“풀이 아니네.”
정호는 생선 접시를 들어 올렸다.
“상처 나. 건드리지 마.”
“상처가 아니라, 어떻게 들어갔냐고.”
생선 꼬리가 용기 밖으로 나왔다. 정호는 조리 가위로 꼬리를 잘라 빈자리에 넣었다. 서윤이 뚜껑을 건네자 그가 받아 덮었다. 펌프를 세 번 누르는 소리가 났다.
11시 34분, 복도 스피커에서 세대별 퇴실 순서를 알렸다. 외가가 있는 구역은 마지막 순서였다. 중심축으로 올라가는 통로는 하나였고, 앞 구역 사람들이 빠져나가야 들것과 공구 상자를 함께 옮길 수 있었다.
서윤은 현관 옆 운반 주머니를 바닥 고리에 걸었다. 정호가 밀폐한 음식은 주머니 안으로 들어갔다. 제기와 상은 바닥 고정함에 남기고 음식은 중심축 공용 냉장고에 옮길 예정이었다. 정호는 용기를 넣을 때마다 뚜껑을 한 번씩 당겼다.
“엄마 간 날도 방송했잖아.”
서윤이 주머니 안에 국 용기를 세웠다.
“감압 구역 가까이 가지 말라고. 나 학교에서 바로 여기 왔어.”
정호는 생선 용기를 국 옆에 눕혔다.
“할머니가 데리러 갔지.”
“할머니는 여기 있었어. 외삼촌이 왔어.”
정호의 손이 주머니 입구에서 나왔다. 그는 조리대에 남은 접시를 모아 상으로 가져왔다.
어머니의 출항일은 19년 전, 이 모듈에서 감압 사고가 난 날이었다. 당시 서윤은 일곱 살이었다. 외삼촌은 학교에서 가져온 실내화를 벗기지 않고 서윤을 집 안으로 밀어 넣었다. 작업복 소매 한쪽에 굳은 덩어리가 붙어 있었고, 할머니는 문밖에서 그 소매를 가위로 잘랐다.
“옷에 묻었던 것도 이거야?”
서윤이 상판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정호는 접시 사이에 넣을 천을 잘랐다. 가위 끝이 천을 벗어나 두 번 더 맞물렸다.
“그날은 다들 묻혔어.”
서윤은 더 묻지 않고 제기를 싸기 시작했다. 접시의 굽이 맞닿지 않도록 천을 접어 끼우고, 묶은 제기를 함 안의 좁은 칸에 넣었다. 정호는 남은 음식을 용기에 담았다. 상 위에는 숟가락과 향로만 남았다.
11시 42분이었다. 남은 시간은 18분이었다.
서윤은 향로를 비우고 재를 밀폐 봉투에 담았다. 정호와 상 양 끝을 잡아 조금 들어 옮기자 뒤쪽 다리 아래에서 점검구 모서리가 나왔다. 점검구를 열기에는 아직 상이 절반쯤 걸쳐 있었다.
“내 쪽 들어. 다리 접을게.”
정호가 상 끝을 들었다. 서윤은 아래로 손을 넣어 다리 잠금쇠를 풀었다. 상판 두께는 6센티미터였다. 가장자리는 둥글게 다듬어져 있었고, 아랫면에는 그보다 얇은 회색 덧판이 붙어 있었다.
잠금쇠를 당기던 손등에 종이가 닿았다. 덧판 가장자리에 부적이 붙어 있었다. 붉은 글씨는 닳아서 획 몇 개만 남았고, 종이가 접힌 부분에는 검은 손때가 겹쳐 있었다.
서윤이 손을 빼자 종이의 아래쪽이 함께 찢어졌다. 그 밑에서 금속 표찰이 나왔다.
“잠깐만 잡고 있어.”
서윤은 작업등을 켰다. 표찰의 모서리는 덧판 아래에 끼어 있었지만 가운데 두 줄은 읽을 수 있었다. 비상 격벽용 현장 경화 수지. 그 아래에는 배합비와 경화 시간이 적혀 있었다.
“가구용 판이 아니네.”
“사고 때 남은 재료야.”
“남은 걸 부어서 만들었어?”
“버리기 아까우니까.”
서윤이 덧판 끝을 눌렀다. 가운데는 붙어 있고 모서리만 움직였다. 표찰 한쪽에는 절단기에 갈린 자국이 있었다. 금속이 수지와 함께 잘려 나간 모양이었다.
그녀는 상을 다시 내려놓고 숟가락 머리를 잡았다. 이번에는 옆으로 조금 당겼다. 상 전체가 바닥에서 짧게 밀렸다. 동시에 덧판 안쪽에서 작은 금속물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정호가 공구함에서 쇠톱을 꺼냈다.
“튀어나온 데만 자르자. 넣을 때 걸려.”
그는 숟가락 머리를 손으로 눌러 잡고 톱날을 상판 가까이 가져갔다. 서윤이 톱의 앞쪽 틀을 잡았다.
“지금까지 들어갔잖아.”
“받침 없이 넣으면 걸린다고.”
“안 잘라도 돼.”
서윤은 정호가 손을 놓을 때까지 틀을 잡고 있었다. 톱날이 금속에 닿기 전에 옆으로 빠졌다. 그녀는 쇠톱을 공구함에 넣고 대신 짧은 받침목 두 개와 배수관 마개를 꺼냈다.
“관부터 뺄게. 세워 줘.”
두 사람이 상을 긴 모서리로 세웠다. 서윤은 바닥에 닿는 면에 접은 천을 넣고, 벽 쪽에 받침목을 댔다. 정호가 상단을 잡은 동안 나머지 다리를 접었다. 덧판에는 다리 경첩 외에 작은 나사들이 박혀 있었다. 한쪽 가장자리에는 나사 머리만 한 빈 구멍이 두 개 있었다.
상 뒤에 가려 있던 점검구가 열렸다. 서윤은 바닥에 한쪽 무릎을 대고 함의 배수 밸브를 잠갔다. 너트 아래에 흡수포를 끼우고 연결관을 돌렸다. 물이 조금 흘렀다가 멎었다.
“밑으로 내려오지 마. 이쪽 받쳐.”
정호가 상을 잡은 위치를 옮겼다. 상이 기울면서 덧판 안의 금속물이 다시 굴렀다. 이번에는 소리가 낮은 모서리에서 멎었다.
서윤은 분리한 관의 양 끝을 막고 압력 표시를 확인했다. 함 쪽 마개가 끝까지 들어가지 않았다. 나사산에 낀 찌꺼기를 공구 끝으로 걷어 내고 다시 돌렸다. 마개가 제자리에 앉자 잠금 고리가 홈에 들어갔다.
“이제 내려.”
둘은 접힌 상을 함 옆 받침목 위에 눕혔다. 숟가락은 위를 향했다. 정호가 발끝으로 공구함 뚜껑을 밀었지만 쇠톱 손잡이가 안에 든 채 뚜껑이 닫혔다.
서윤은 분리한 배수관을 운반 주머니의 바깥 포켓에 넣었다. 관을 뺀 시각과 마개 번호를 작업표에 적었다. 11시 48분이었다. 현관 안내등이 녹색에서 황색으로 바뀌었다.
“이 판 어디서 떼 왔어?”
서윤이 펜 뚜껑을 닫았다.
“남은 재료라고 했잖아.”
“표찰도 같이 잘렸어. 부어 만든 뒤에 잘라 낸 판이야.”
정호는 빈 위패 받침을 들었다. 받침은 함의 작은 칸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가로로 돌렸다가 세로로 돌려 다시 넣었다. 서윤이 천 묶음 하나를 빼 주자 공간이 났다.
“식당 격벽.”
정호가 받침을 넣으며 말했다.
“몇 달 뒤에 정식 벽으로 바꿨어. 그때 가져왔어.”
“보수한 판을 집으로 가져와도 됐어?”
“가져온 다음에 잘랐어. 복구반은 판이 이미 없어진 뒤에 왔고.”
서윤은 그를 보고 서 있었다. 정호는 함의 고정띠를 빼서 제기 묶음 위로 넘겼다. 띠 끝을 버클에 넣었지만 당기지는 않았다.
“밖으로 내놓으면 전부 검사했어. 사고 구역에서 나온 건 자루 하나도 그냥 못 버렸어.”
“이건 왜 내놓으면 안 됐는데?”
정호는 띠를 당겼다. 버클이 제기 묶음에 닿아 멎었다. 그는 버클 아래에 천을 한 겹 더 넣었다.
서윤이 상 옆에 앉아 덧판의 빈 나사 구멍을 비췄다. 안쪽에 붉은 먼지가 쌓여 있었다. 상의 위쪽은 불투명한 붉은 칠로 덮여 있었지만 옆면의 벗겨진 곳은 누런 수지였다. 덧판과 수지 사이에는 얇은 틈이 있었다.
“엄마 짐은 누가 실었어?”
“지금 상부터 넣자.”
“출항장에 외삼촌이 갔다고 했잖아.”
정호가 함 밖으로 나와 무릎을 폈다. 작업복 무릎에 함 바닥의 먼지가 묻어 있었다.
“사무실에 갔어.”
“출항 사무실?”
“거주 사무실.”
서윤은 작업등을 상 위에 눕혔다. 빛이 숟가락 밑을 지나 벽에 닿았다. 정호는 손을 뻗어 등 방향을 아래로 돌렸다.
“누나 이름으로 배정된 집이었어. 명의자가 사고로 죽으면 조사 끝날 때까지 거주권이 중단됐어.”
“그래서 지구에 갔다고 했어?”
“출항하면 가족은 일 년 더 살 수 있었어. 그 안에 내 명의로 옮겼고.”
“사망 신고는?”
정호는 바닥의 행주를 집어 접었다. 젖은 면을 안으로 넣고 다시 접었다. 물이 손가락 사이로 한 방울 떨어졌다.
복도에서 문 닫는 소리가 났다. 이웃 세대의 퇴실 확인음이 뒤따랐다. 서윤은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어 고정했다. 통로 손잡이를 짚은 작업자가 문 앞을 지나며 다섯 손가락을 폈다. 감속까지 5분이었다.
서윤은 음식 주머니를 현관 옆 고리에 다시 걸었다. 중심축까지 가져갈 공구함도 그 옆으로 옮겼다. 정호는 방 안에 남아 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엄마가 식당에 있었어?”
“배식 끝나고 나왔어.”
“격벽 어느 쪽에?”
정호는 상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내 반대쪽.”
서윤이 정호 옆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작업화 밑창에서 행주에 묻었던 국물이 바닥으로 옮겨 찍혔다.
“문이 끝까지 안 닫혔어. 사이에 운반대가 끼어서. 누나가 그 틈으로 손을 내밀었어.”
“당겼어?”
“소매를 잡았어. 어깨가 안 나왔어.”
정호가 접은 행주를 조리대에 놓았다. 손가락을 펴자 천에 눌렸던 자리가 흰 선으로 남았다.
“바람 소리가 계속 났어. 뒤에서 주입 호스를 줬고.”
“외삼촌이 넣었어?”
“내가 밸브를 열었어.”
11시 56분, 바닥에서 길게 진동이 올라왔다. 벽 스피커가 감속 시작을 알렸다. 서윤은 옆으로 한 걸음 옮겨 바닥 손잡이에 작업화 앞코를 넣었다. 정호도 함 가장자리를 잡고 자세를 낮췄다. 조리대에 둔 행주가 벽 쪽으로 조금 밀리다가 턱에 걸렸다.
“옮기자.”
서윤이 상의 한쪽 끝을 잡았다. 정호가 반대쪽을 들었다. 둘은 상을 함 입구까지 옮겨 가장자리에 걸쳤다. 함 안에 내려놓으려면 한쪽을 먼저 세워 칸막이 아래로 넣은 뒤 반대쪽을 눕혀야 했다. 정호는 해마다 그 순서로 상을 넣었다.
이번에는 그가 잡은 쪽이 먼저 들렸다. 회전 속도가 줄면서 상을 누르던 무게도 줄었다. 서윤이 손을 옮겨 상단을 잡고, 다른 손으로 함 가장자리를 짚었다.
“손 놔.”
정호가 놓았다. 서윤 혼자 상을 세웠다. 아래 모서리가 함 바닥에 닿자 덧판 안에서 금속물이 미끄러졌다. 작은 와셔 하나가 벌어진 틈으로 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빈 나사 구멍 쪽으로 덧판이 손가락 두 개 너비만큼 벌어졌다.
정호가 판을 눌렀다. 서윤은 그의 손 아래로 작업등을 비췄다. 회색 덧판 안쪽은 칠하지 않은 수지였다. 누런 층 안에 길고 굽은 물체들이 나란히 들어 있었다.
“그 판을 떼어 낼 때는…….”
정호의 말이 멎었다.
서윤은 상단을 함의 고정띠에 걸어 움직이지 않게 했다. 덧판의 벌어진 모서리를 잡고 당기자 남아 있던 나사 머리가 얇은 판을 뚫고 빠졌다. 다리 경첩 아래에 걸린 부분만 남았다. 서윤은 판을 옆으로 빼서 바닥에 놓았다.
수지 안에는 손목에서 잘린 손이 있었다. 손바닥이 상판 위쪽을 향하고, 굽힌 손가락 사이로 금속 막대가 지나갔다. 작업등을 옮기자 막대의 납작한 옆면이 드러났다. 그것은 수지 밖으로 나온 숟가락 손잡이와 끊김 없이 이어져 있었다.
손목 가까이에는 금속 띠가 둘러져 있었다. 서윤은 작업등을 함 가장자리에 끼우고, 행주의 마른 부분으로 그 위의 수지 표면을 닦았다. 덧판에서 묻어난 먼지가 걷히자 금속 띠 바깥쪽의 글자가 드러났다.
수지에 갇힌 손목의 금속 팔찌에는 서윤의 어머니 이름인 한정원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