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에서 흙냄새가 났다

이 서랍을 여는 사람은 나 다음으로 초소를 물려받은 상병일 것이다. 그러니 인수인계라고 여기고 읽어라. 총기함 열쇠, 조명탄, 야간 암구호. 그런 것들은 주번사관이 알려 줄 테니 빼겠다. 아무도 대장에 적어 두지 않은 것 하나만 내가 남긴다.

저 전화기에서는 흙냄새가 난다.

처음엔 곰팡이겠거니 했다. 위병소라는 게 원래 습하고, 노란 알전구 하나로 밤을 견디는 곳이니까. 수화기를 귀에 대면 젖은 흙냄새가 콧속으로 밀려들었다. 비 온 다음 날 선산에 오르면 나던 그 냄새. 나는 그 냄새를 아주 잘 안다.

나는 매일 밤 집에 전화를 걸었다. 규정 위반인 건 안다. 위병소 전화로 시외 통화를 하면 안 되지만, 제대를 두 달 앞둔 상병이 밤마다 무슨 사고를 치겠나 싶어 주번들도 눈감아 줬다. 열두 시가 넘으면 노란 불빛 아래 앉아 집 번호를 눌렀다. 어머니는 늘 첫 신호에 받았다. 자지 않고 기다린 사람처럼. "엄마, 나야." 그 한마디를 하려고 나는 하루를 버텼다.

전화 사용 대장은 초병이 직접 손으로 적는다. 날짜, 시간, 상대 번호, 사용자 관등성명. 어느 날 대장을 넘겨 보다가 내 글씨로 적힌 번호 하나를 발견했다. 우리 집 번호가 아니었다. 나는 그 번호로 전화를 건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글씨는 분명히 내 것이었다.

다음 날은 두 줄이 늘어 있었다. 그 다음 주엔 다섯 줄. 전부 같은 번호였고, 전부 내가 적은 적 없는 내 글씨였다. 나는 손이 떨렸지만 그 번호를 어디서 봤는지 곧 기억해 냈다.

관물대였다.

재작년 겨울, 최 병장이 이 초소 안에서 죽었다. 한파에 난로가 꺼진 걸 아무도 몰랐다고 했다. 발견됐을 때 그는 수화기를 귀에 댄 채였다는데, 상대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의 관물대는 오래 비어 있었고, 나는 야식거리를 숨기려고 그 안쪽을 열었다가 문짝에 못으로 긁어 놓은 번호를 봤다. 그때는 여자 친구 번호쯤으로 여겼다.

대장에 늘어난 번호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 밤, 나는 그 번호를 눌렀다. 손끝이 노랗게 물들 만큼 오래 다이얼을 잡고 있었던 것 같다. 신호가 두 번 울리고 딸깍, 누군가 받았다. 그리고 내가 입을 열기 전에, 저편에서 먼저 인사가 왔다.

"엄마, 나야."

내 목소리였다. 억양도, 숨 쉬는 간격도, 매일 밤 내가 어머니에게 하던 그대로. 나는 수화기를 떨어뜨렸다. 흙냄새가 초소 안에 가득 찼다.

여기까지가 초소의 이야기다. 이제 집 이야기를 해야 네가 알아듣는다.

우리 집안은 선산이 있어 명절마다 성묘를 간다. 나는 어릴 때부터 봉분 개수를 셌다. 심심해서 시작한 버릇이었다. 열두 기. 몇 년을 가도 열두 기였다. 그런데 입대하던 해 추석, 하나가 늘어 열세 기가 되어 있었다. 새로 쓴 봉분은 흙이 젖어 검었고, 비석이 없었다. 누구 묘냐고 묻자 할머니는 잔디를 쓸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첫 휴가 때 다시 세니 열네 기였다. 또 하나 늘어 있었다. 흙냄새가 유난히 짙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대장에 늘어난 줄의 수와, 선산에 늘어난 봉분의 수가 같다는 것을.

어머니가 첫 신호에 받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어머니는 오래전부터 밤마다 전화를 기다렸다. 다만 내 전화를 기다린 게 아니었다. 부재중 전화가 찍힐 때마다 어머니는 선산에 올라 봉분을 하나 더 쌓았다. 대장에 번호가 한 줄 늘 때마다.

지난 성묘에서 나는 봉분을 다시 셌다. 열여섯 기였다. 그리고 가장 위쪽, 소나무 아래에 흙을 파 놓은 자리가 하나 있었다. 아직 봉분이 아니었다. 반듯하게 파인 구덩이였고, 파낸 흙이 옆에 노랗게 쌓여 있었다. 그 흙에서 나던 냄새를, 나는 안다. 밤마다 수화기에서 나던 냄새였다.

오늘이 내 마지막 근무다. 내일 아침이면 나는 이 문을 나가 집으로 간다. 어머니가 첫 신호에 받을 것이다.

그러니 너에게만 일러둔다. 밤에 흙냄새가 나거든 전화를 걸지 마라. 대장에 낯선 번호가 늘거든 세지 마라. 세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그리고 그 번호로 되걸었을 때, 네가 입을 열기 전에 저편에서 먼저 너의 목소리로 인사가 들리거든—

놀라지 마라. 그건 나다. 이제 그 자리에 앉아 신호를 기다리는 건 나니까. 네가 다이얼을 다 누르기만 하면, 나는 첫 신호에 받을 것이다.

이 원고는 강원도 전방의 한 소초가 철거될 때 위병소 책상 서랍 밑에서 발견된 인수인계 메모를 옮긴 것이다. 함께 나온 전화 사용 대장은 뒷장들이 물에 젖어 번호를 읽을 수 없었다.
해설 — 다 읽은 뒤에 펼치세요

다음 초병에게 남기는 인수인계 편지 형식의 이야기입니다. 규칙은 이렇습니다 — 위병소 전화기에는 그 초소에서 죽은 초병의 '자리'가 남아 있고, 전화 사용 대장에 화자의 글씨로 낯선 번호(죽은 최 병장의 관물대 번호)가 저절로 늘어납니다. 그 줄이 하나 늘 때마다 화자네 선산의 봉분도 하나 늡니다.

되걸면 자기 목소리가 먼저 "엄마, 나야" 하고 인사하는 장면이 첫 번째 소름이고, 어머니가 늘 첫 신호에 전화를 받는 이유가 두 번째입니다 — 어머니는 오래전부터 밤마다 전화를 기다렸고, 부재중 전화가 찍힐 때마다 선산에 올라 봉분을 하나 더 쌓아 왔습니다. 집이, 가족이, 이미 이 규칙을 알고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뜻이죠.

마지막 성묘에서 화자가 본 것은 봉분이 아니라 반듯하게 파 놓은 빈 구덩이입니다. 파낸 흙의 냄새가 밤마다 수화기에서 나던 냄새와 같다는 것 — 그 자리가 누구 것인지는 그 문장으로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단에서 편지 전체가 뒤집힙니다. "그건 나다. 이제 그 자리에 앉아 신호를 기다리는 건 나니까." 이 편지를 쓴 사람은 내일 아침 집에 가지 못합니다. 앞에서 읽은 모든 문장 — "오늘이 내 마지막 근무다", "어머니가 첫 신호에 받을 것이다" — 이 전부 다른 뜻으로 다시 읽히지요. 어머니가 받게 될 전화는 아들의 전화가 아니고, 어머니는 또 선산에 오를 겁니다.

이 글이 무서운 건 전화가 유령이어서가 아니라, 전화를 거는 그 평범한 동작 — 신호가 가고, 누군가 받고, 먼저 인사가 오는 — 에 공포가 들러붙기 때문입니다. 오늘 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상대가 첫 신호에 받는다면, 잠깐은 이 이야기가 생각날 겁니다.

생성 기록
주제 [군대 괴담] · 형식 [1인칭 고백체] · 구조 [정공 선형] · 배경 [1980~90년대 레트로]
공포 유형 [서서히 조여오는 불안] · 분위기 [냉소적이고 건조한] · 시드 모티프 [성묘 때마다 늘어나는 봉분, 걸려온 부재중 전화]
작가 시그니처 [완급 혼합 · 문어체 · 차가운 관찰자 · 후각 우선] · 습관 [색깔을 한 가지만 반복해서 쓴다]
분량 [단편 · 2,059자] · 집필 모델 [claude-opus-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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