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작 · 미간행 오리지널
한 사람이 숨을 쉴 때
언니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보다 남의 숨을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합창을 잘한다고 했다.
“옆 사람이 들이마실 때 네가 내쉬어 주는 거야. 그러면 소리가 안 끊겨.”
언니가 내 손바닥을 자기 명치에 대고 설명했다. 손바닥 아래에서 단단한 것이 올라왔다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나는 언니의 입을 보며 물었다.
“그럼 나는 언제 쉬어?”
언니가 웃었다.
“옆 사람이 네 몫을 해줄 때.”
그날 오후, 언니의 합창단은 문화회관에서 첫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단원 스물세 명 중 악보를 읽는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생선가게를 하는 여자는 박자가 빨라질 때마다 몸을 앞으로 숙였고, 가장 나이 많은 남자는 긴 음을 내다가 자기 혼자 끝난 줄 알고 웃었다. 언니는 그 웃음까지 좋아했다. 연습이 끝나면 어느 대목이 좋아졌는지 사람마다 하나씩 말해주었다.
나는 무대 뒤에서 자막을 넘기기로 했다.
여덟 살에 청력을 잃은 뒤에도 한동안은 피아노를 쳤다. 지금은 건반의 진동과 보청기가 주는 얇은 소리를 연결하는 일이 피곤해서 하지 않았다. 언니는 내게 음악을 다시 좋아하라고 권하지 않았다. 대신 공연 때마다 일을 주었다. 의자에 번호를 붙이는 일, 순서를 적는 일, 노래가 바뀔 때 화면을 바꾸는 일. 나는 그런 식으로 언니가 좋아하는 곳에 함께 있었다.
리허설 마지막 곡에서 언니가 두 번이나 손을 내렸다.
나는 무대 옆 의자에 앉아 있었고, 단원들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보청기 안에는 가느다란 소리가 남았다. 전깃줄이 바람에 떠는 것 같은 소리였다.
언니가 뒤쪽 알토들에게 무엇인가 물었다. 모두 고개를 저었다.
“기계 소리 아니야?”
내가 묻자 언니는 마이크를 껐다. 소리는 그보다 조금 늦게 끊겼다.
언니는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다시 웃었다.
“어쨌든 같이 끝내야 해요. 누가 아쉬워도.”
그때 생선가게 여자가 입술 안쪽을 손가락으로 훔쳤다. 손끝에 작은 피가 묻어 있었다. 여자는 입이 너무 말라서 그렇다며 물을 마셨다.
객석에는 백 명쯤 들어왔다. 가족들이 대부분이었다. 무대에서 세 번째 줄에 선 할머니를 향해 어떤 아이가 두 팔을 흔들었다. 언니는 지휘대에 오르기 전에 단원들을 둘러보았다. 검은 옷의 어깨들 사이로 흰 악보가 들썩거렸다.
나는 노트북 옆에 보청기 배터리를 꺼내놓았다. 오른쪽 보청기가 아까부터 교체 신호를 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는 버틸 것 같았다.
첫 곡은 무사히 끝났다.
두 번째 곡 중간에 나는 화면을 잘못 넘겼다. 단원들의 입이 벌써 다음 가사를 부르는 줄 알았는데, 계속 같은 모양이었다. 아, 하는 모음. 악보에 길게 늘이도록 표시된 부분이었다.
언니가 오른손을 작게 돌렸다. 조금 더 이어 달라는 뜻이었다.
내 손가락이 다음 화면 위에서 기다렸다.
언니가 손을 모았다.
입들이 닫히지 않았다.
언니는 다시, 이번에는 팔꿈치를 높이 들고 분명하게 끝을 끊었다. 앞줄의 늙은 남자가 눈을 깜박였다. 그의 입꼬리가 떨렸다. 나는 그가 또 웃는 줄 알았다.
남자가 두 손으로 제 턱을 잡았다.
소리는 커지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작아서 보청기를 한 번 만졌다. 가느다란 음 하나가 기계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의자 끄는 소리도, 객석의 기침도 그 뒤로 물러났다.
언니가 지휘대에서 내려왔다. 가까운 단원의 어깨를 붙잡고 무언가 말했다. 단원이 고개를 저었다. 입을 벌린 채 고개를 젓는 모습은 이상하게도 말대꾸하는 아이 같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숨이 덜 들어왔다.
한 번 더 들이마셨다. 가슴은 움직였지만 몸 안에서 받아주는 것이 없었다. 물이 끊긴 수도꼭지를 끝까지 돌려놓은 것처럼 목구멍만 열렸다.
객석 앞줄의 여자가 목에 두른 스카프를 풀었다. 옆자리 남자는 셔츠 단추를 잡아당겼다. 뒤쪽에서 누군가 일어나더니, 무릎이 풀린 것처럼 천천히 다시 앉았다.
나는 음향반으로 가려고 했다. 두 걸음 만에 노트북을 올려둔 탁자를 짚어야 했다. 보청기가 삐, 하고 배터리 신호를 냈다. 그 소리가 유난히 거슬렸다. 나는 오른쪽 보청기를 빼서 탁자에 던졌다.
아직 왼쪽에 그 음이 있었다.
언니가 나를 보았다.
언니의 입이 움직였다. 내 이름이었다. 그다음 말은 읽을 수 없었다. 얼굴이 갑자기 물속에 있는 것처럼 흐려졌다.
나는 왼쪽 귀에 손을 댔다.
보청기를 빼자 숨이 들어왔다.
너무 갑자기 들어와서 허리를 접고 기침했다. 눈물과 침이 턱에서 떨어졌다. 두 손으로 탁자 모서리를 쥐고 몇 번이나 공기를 삼켰다.
고개를 들었을 때 객석의 사람들은 여전히 숨을 쉬지 못하고 있었다.
내 바로 아래 통로에 앉은 남자가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바닥이 위로 향해 있었다. 공연을 중단하라는 항의처럼 보였지만 그의 손가락은 아무것도 가리키지 못했다. 그냥 벌어져 있었다.
나는 마이크 선을 뽑았다. 무대의 전원 스위치도 내렸다. 반주가 멎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천장 조명 절반이 꺼졌다.
아무도 편해지지 않았다.
나는 두 귀를 손으로 누르며 소리쳤다.
“귀 막아요!”
가까운 남자는 내 얼굴만 보았다.
“이렇게! 귀를 막으라고!”
그가 입술을 움직였다. 뭐라고요.
나는 객석으로 뛰어 내려가 그의 두 손을 잡아 귀에 붙였다. 힘없는 팔이 자꾸 흘러내렸다. 손바닥을 귓구멍 위에 단단히 눌러주자 남자의 등이 의자에서 떨어졌다. 어깨가 크게 솟았다. 그는 내 손 위에 자기 손을 겹쳤다.
그제야 나를 알아보는 눈이 되었다.
나는 다시 무대 옆으로 뛰었다. 노트북에 큰 글씨를 썼다.
귀를 막으세요. 입을 다물고 밖으로 나가세요.
화면이 바뀌자 뒤쪽부터 움직임이 생겼다. 두 팔을 올리는 사람들 사이로, 팔을 올릴 수 없는 사람들이 남았다. 어떤 여자는 자기 귀를 막았다가 옆자리 아이를 보고 손을 내렸다. 나는 그쪽으로 달려가 아이의 귀를 대신 눌러주었다.
아이의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는 인사인지, 알아들었다는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아이를 사이에 끼고 비상구 쪽으로 걸었다.
복도로 나온 사람들은 벽에 등을 붙이고 주저앉았다. 문이 닫힐 때마다 조금씩 얼굴빛이 돌아왔다. 남자가 휴대전화를 꺼내 번호를 눌렀다. 나는 그의 팔에 매달려 화면에 문장을 썼다.
구조대도 귀를 막아야 해요. 안에서 노래를 해요.
남자는 글을 읽고 나를 보았다. 내가 틀린 글자를 쓴 줄 아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의 양쪽 귀를 가리킨 다음 문을 가리켰다. 남자가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안으로 돌아왔을 때 언니도 노래하고 있었다.
지휘대 앞에 선 채였다. 왼손에는 아직 지휘봉이 있었다. 오른손이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나는 무대에 올라 언니의 양쪽 귀를 막았다.
언니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더 세게 눌렀다. 언니가 내 손목을 잡아 내렸다. 그러고는 오래 쓰지 않아 조금 서툴러진 수어로 말했다.
안에서.
손끝이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안에서 들려.
나는 언니의 입을 막았다.
손바닥 아래에서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 턱만 벌어져 있었다. 그런데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잔잔한 진동이 올라왔다. 언니의 몸 전체가 울리고 있었다. 목에서도 가슴에서도, 내가 붙들고 있는 어깨에서도.
언니 뒤에 선 사람들의 옷이 부풀어 있었다.
처음에는 모두 가슴을 크게 편 줄 알았다. 그러나 검은 블라우스 단추 사이로 드러난 살이 계속 솟았다. 가장 늙은 남자의 허리띠가 배를 가로질러 파고들었다. 눈꺼풀은 부었는데 뺨은 홀쭉했다. 생선가게 여자는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 피가 입술로 들어가도 삼키지 못했다.
그들의 어깨와 가슴이 조금씩, 정확히 같은 때에 들렸다.
객석에 남은 사람들이 움츠러들 때마다.
나는 언니를 끌었다. 언니는 순순히 한 걸음 내려왔다. 그러나 나를 따라오면서도 입을 닫지 못했다. 지휘봉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언니는 그것을 주우려는 것처럼 허리를 굽히더니 내 손에서 빠져나와 무릎을 꿇었다.
블라우스 등이 팽팽해졌다.
나는 언니의 단단한 등을 쓰다듬었다. 방금 전까지 내 손바닥을 자기 명치에 대고 숨 쉬는 법을 가르쳐주던 언니였다.
등뼈 사이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왼쪽 견갑골 아래가 깊게 꺼졌다가 나왔다. 이어 오른쪽이 꺼졌다. 누군가 얇은 천 안쪽에서 손가락으로 자리를 더듬는 것 같았다. 나는 손을 뗐다. 언니가 뒤를 돌아보려고 했지만 목은 돌지 않았다.
언니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언니는 나를 보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나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언니가 다시 손을 움직였다. 이번에는 객석을 가리켰다.
먼저.
그 손짓을 믿었다. 믿지 않으면 그곳에 서 있을 수 없었다. 먼저 나가게 한 다음 돌아오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무대에서 내려갔다.
통로에 쓰러진 사람을 끌고, 좌석 사이에 끼인 여자의 발을 빼냈다. 처음에 구해준 남자가 복도에서 젖은 수건들을 가져왔다. 우리는 사람들의 귀에 수건을 누르고 부축했다. 어떤 사람은 스스로 걸었고 어떤 사람은 문밖으로 끌려 나온 뒤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화면의 흰 글자 아래에서 합창단은 계속 몸을 부풀렸다.
나는 점점 무대를 쳐다보지 않게 되었다. 사람의 모양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자꾸 언니의 손이 보였다. 무릎 위에 얹힌 손. 손가락을 구부렸다 펴는 손.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손.
맨 뒤에서 두 번째 줄을 확인하다가 아이를 발견했다.
다섯 살쯤 되어 보였다. 할머니를 향해 팔을 흔들던 아이였다. 의자 밑으로 들어가 웅크린 채 엄지손가락을 빨고 있었다. 눈은 떠 있었지만 불러도 나를 보지 않았다.
나는 바닥에 엎드려 손을 뻗었다. 아이의 발목을 잡아 끌어내려다가, 겁을 주면 더 깊이 들어갈 것 같아 멈췄다. 아이의 시야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입술을 크게 움직였다.
괜찮아.
내 입 모양을 본 아이가 엄지손가락을 뺐다.
입이 벌어졌다.
나는 그 입에서 무엇이 나오는지 듣지 못했다. 다만 아이의 가슴이 부풀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작은 옷 앞에 그려진 토끼의 얼굴이 둥글게 펴졌다.
나는 아이의 두 귀를 덮었다.
아이는 한동안 그대로 있었다.
손바닥 밑의 머리가 너무 작았다. 조금만 잘못 잡아도 틈이 생겼다. 나는 손가락을 벌려 뒤통수까지 감싸고 아이의 이마에 내 이마를 댔다. 아이가 나를 밀었다. 내 손을 떼려고 발길질했다. 힘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고서야 울음이 났다.
나는 아이를 품에 끼고 일어났다.
무대를 보았다.
언니의 블라우스 목둘레가 찢어져 있었다. 그 틈으로 보이는 목은 이상하게 길었다. 턱 아래가 부풀었다 꺼지면서 살갗이 안쪽으로 말려들었다. 입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언니는 나를 보고 있었다.
아이를 본 언니가 손을 들었다.
아주 작은 손짓이었다.
가.
나는 아이를 안고 돌아섰다.
문 앞에서 아이가 내 손등을 깨물었다. 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인지, 아파서 그랬던 것인지 모른다. 이가 살에 박혔다. 그래도 손을 떼지 않았다. 어깨로 문을 밀고 복도로 나갔다.
무거운 문이 닫히는 순간, 발바닥으로 전해지던 떨림이 한 번 크게 끊겼다.
아이의 입이 닫혔다.
나는 문에 등을 댄 채 바닥에 앉았다. 아이가 내 손을 끌어내렸다. 이번에는 놓아주었다. 아이는 울었다. 얼굴을 찌푸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온몸으로 울었다. 나는 그 울음이 몸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구조대원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입술이 빠르게 움직였다. 나는 읽지 못했다. 아이를 넘겨주고 무대 쪽을 가리켰다. 목을 가리키고, 가슴을 가리켰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가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귀를 막지 않은 채 문을 열었다.
내가 그의 옷을 잡아당겼다. 문틈으로 무대를 향해 고개를 돌린 그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무엇인가 들으려고 집중하는 얼굴이었다. 나는 두 손으로 그의 귀를 때리듯 덮었다.
그가 나를 밀쳤다.
그리고 자기 목을 움켜쥐었다.
다른 대원이 우리 쪽으로 뛰어왔다. 나는 바닥을 손으로 치며 문을 가리켰다. 닫아. 닫아. 내 목에서 어떤 소리가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 두 번째 대원이 문을 닫았다.
그 뒤로는 누구도 맨몸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구급차에서 종이에 적었다. 보청기를 빼면 숨을 쉴 수 있었다고. 귀를 막으면 괜찮아졌다고. 무대 위에 스물네 명이 있다고.
스물세 명의 단원과 언니.
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적었다. 대원은 종이를 읽고 내 어깨에 담요를 둘렀다. 나는 담요를 벗었다. 추운 게 아니었다.
새벽에 구조대가 마지막으로 나왔다.
회관 앞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일어섰다. 나는 들것의 수를 세었다. 사람들은 들것 위에 덮인 천을 보았지만 나는 그것들이 얼마나 평평한지를 보았다. 무릎이나 발끝이 천을 밀어 올린 들것도 있었고, 거의 아무것도 덮고 있지 않은 것 같은 들것도 있었다.
언니를 확인하게 해주지 않았다.
나중에 받은 물건 중에는 지휘봉이 있었다. 손잡이에 내가 붙여준 노란 테이프가 남아 있었다. 다른 지휘자들과 물건이 섞이지 말라고 붙인 것이었다. 테이프 끝을 언니가 계속 손톱으로 만졌는지 한쪽 귀퉁이가 까맣게 말려 있었다.
나는 그것을 펴다가 그만두었다.
공연장에서 나온 아이의 이름은 도윤이었다. 할머니는 합창단 셋째 줄에 서 있었다. 아이의 어머니가 병원으로 찾아와 고맙다고 했다. 나는 아이를 데려오지 않은 것이 고마웠다.
그런데 퇴원하는 날 도윤이 왔다.
아이는 내 손등의 반창고를 보고 자기 입을 손으로 가렸다. 어머니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아이가 고개를 숙였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아이는 여전히 나를 똑바로 보지 못했다.
나는 무릎을 굽히고 손바닥을 폈다.
아이가 잠시 망설이다가 자기 손을 올렸다.
나는 그 손을 내 명치에 대주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쉬었다. 아이는 손바닥 아래의 움직임을 느끼고 나를 보았다.
한 번 더 했다.
아이가 나를 따라 숨을 들이마셨다. 내가 내쉴 때 아이도 내쉬었다. 작고 따뜻한 손이 같은 간격으로 올라왔다 내려갔다.
나는 다음 숨을 멈췄다.
아이는 이유를 몰라 내 얼굴을 보았다. 나를 따라 잠깐 참더니, 곧 입을 벌리고 혼자 숨을 쉬었다.
그제야 아이의 손을 놓아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