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장 청소

정숙은 승강장 바닥에 붙은 껌 밑으로 납작한 칼을 밀어 넣었다. 껌에 박힌 검은 모래가 칼끝에 밀렸다. 첫 열차에서 내린 구두 한 켤레가 청소 표지판을 돌아 지나갔다. 오른쪽 구두가 떨어진 자리에 물이 찼다. 정숙은 칼을 멈추고 다음 발을 보았다. 왼쪽 구두 아래에서도 같은 일이 생겼다.

물은 발자국 바깥에서 흘러들지 않았다. 타일 한가운데에 가는 빗금이 먼저 젖고, 그 사이가 차올랐다. 구두 뒤축이 찍힌 네모난 부분에서는 물방울이 둥글게 부풀었다. 남자가 세 걸음 더 가는 동안 첫 번째 자국의 물이 타일 줄눈을 넘어왔다.

정숙은 카트에 걸어 둔 마른 걸레를 가져왔다. 칼을 껌 옆에 놓고 발자국을 닦았다. 걸레가 지나간 바닥에 빗금이 다시 나타났다. 두 번째로 닦았을 때는 줄눈에 고인 물까지 끌어냈다. 타일은 잠깐 마른 색으로 돌아갔다가 똑같은 무늬로 젖었다.

스크린도어 앞에 있던 수진이 손바닥을 펴서 남자를 세웠다. 형광 조끼의 안전요원 표시 아래에 단말기가 달려 있었다. 수진은 정숙의 걸레와 남자의 구두를 번갈아 가리켰다.

“신발 좀 볼게요. 한쪽만 들어 주세요.”

남자는 서류 가방을 두 무릎 사이에 끼우고 발을 들었다. 정숙이 주머니에서 흰 휴지를 꺼내 구두 밑에 댔다. 뒤축부터 앞코까지 눌렀지만 휴지에는 회색 먼지만 묻었다. 밑창의 빗금 사이에도 물은 없었다. 남자가 발을 내려놓자 그 자리에 새 물이 찼다.

“위에 비 와요?”

“안 와요.”

남자는 천장을 한 번 올려다보고 개찰구 쪽으로 갔다. 들었던 발의 자국과 서서 버티던 발의 자국이 나란히 남았다. 정숙이 휴지를 접는 동안 두 자국의 물이 합쳐졌다.

열차 출입문 위의 등이 깜박였다. 수진이 스크린도어 사이를 확인하고 물러섰다. 운전실이 없는 열차의 앞 유리가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뒤쪽 칸에서 내린 사람들의 발자국도 젖기 시작했다. 운동화의 둥근 무늬와 구두의 넓은 뒤축이 출구 방향으로 이어졌다. 사람들의 신발 가장자리는 말라 있었다.

정숙은 청소 표지판을 물 바깥으로 옮기고 칼과 껌을 주웠다. 껌은 쓰레기 주머니에 넣었다. 걸레를 짜자 물이 양동이 바닥을 덮었다. 방금 닦은 자리에서는 다시 물이 흘렀다.

카트 아래에는 누수 때 쓰는 흡수포가 묶여 있었다. 정숙은 포장 끈을 잘라 넓은 포를 펼쳤다. 첫 장을 발자국 위에 놓고 발끝으로 가장자리를 폈다. 회색 포에 밑창 무늬가 짙어졌다. 물은 포가 덮지 않은 발자국에서 계속 나와 포 밑으로 들어갔다.

“벽 쪽으로 보내. 이쪽은 깔아야 돼.”

수진은 이동식 차단봉을 가져왔다. 다음 열차에서 내린 승객들이 벽을 따라 걷도록 띠를 당겨 걸었다. 정숙은 흡수포를 한 장씩 겹쳐 선로 쪽 배수 홈까지 이었다. 스크린도어 아래의 좁은 홈에는 흙과 머리카락이 걸려 있었다. 집게로 그것을 걷어 내자 물이 배수구로 빠졌다. 문턱 안쪽, 선로 옆 콘크리트 위로 떨어지는 물소리가 났다.

벽 쪽 통로도 오래 마르지 않았다. 수진이 손으로 가리킨 길을 따라 밑창 자국들이 생겼다. 승객 하나가 앞사람을 피하려고 차단띠 안으로 들어왔다. 흡수포를 밟은 운동화가 하얀 가장자리에 젖은 무늬를 남겼다. 뒤따르던 두 사람도 같은 곳을 건넜다. 포 밖으로 나온 그들의 신발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지지 않았다.

수진은 차단봉 하나를 더 가져와 통로를 승강장 가운데로 옮겼다. 벽을 따라 난 물길과 가운데의 새 발자국 사이에 마른 타일 두 줄이 남았다. 다음 사람들이 지나가자 그 두 줄에도 물이 고였다. 정숙은 펼치던 포를 내려놓고 수진에게 손을 들었다.

“길 그만 바꿔.”

수진은 들고 있던 차단봉을 바닥에 놓았다. 승강장 중앙까지 들어온 물이 봉의 둥근 받침 아래로 흘렀다. 정숙의 작업화가 있던 자리에서도 굵은 가로줄이 차올랐다. 무릎을 굽히고 포를 당기는 동안 뒤쪽 발자국의 물이 작업화 앞코까지 왔다.

“엄마, 그 안에서 나와.”

“이 끝 잡아. 같이 말아야 돼.”

정숙은 긴 포의 반대편 끝을 가리켰다. 수진이 차단띠를 넘었다. 두 사람은 양 끝을 맞춰 한 겹씩 말았다. 물을 먹은 포 가운데가 처져 타일에 닿았다. 정숙이 두 팔을 벌려 밑을 받쳤고, 수진이 가까이 붙어 남은 부분을 접었다. 그것을 바퀴 달린 수거통에 넣자 바닥에서 둔한 소리가 났다.

포를 걷어 낸 곳에도 밑창 무늬가 남아 있었다. 정숙은 다음 포를 집으려다 수거통 테두리에 걸린 흰 부분을 폈다. 승객이 밟았던 둥근 운동화 무늬에서 물이 흘렀다. 접힌 끝을 들어 올려도 물은 그 무늬를 따라 생겨났다. 포 아래의 빈 공간을 지나 수거통 안으로 떨어졌다.

수진이 포를 통 안으로 밀어 넣었다. 물 높이가 젖은 포 위까지 올라왔다. 정숙은 통 옆에 놓인 새 포 묶음을 집어 카트 상단에 올렸다. 통 밑의 배출 마개는 닫혀 있었다. 수진이 마개 쪽으로 손을 내밀자 정숙이 고개를 저었다.

“열면 여기로 나와.”

수거통 가장자리에서 물이 넘쳤다. 정숙은 더 이상 포를 걷지 않았다. 바닥에 깔린 포와 통 안의 포에서 나온 물이 통 바퀴 아래에서 만났다.

수진은 단말기로 관제를 불렀다. 대답이 오기 전에 다음 열차의 도착 표시가 켜졌다. 수진은 정숙에게 카트를 벽에 붙여 달라고 하고 계단으로 갔다. 계단에서는 출근하는 사람들이 계속 내려오고 있었다. 수진이 아래쪽에 띠를 걸고 올라가던 중, 띠 옆으로 비켜 내려오는 사람과 어깨가 닿았다. 한쪽 발이 젖은 바닥에서 밀렸다. 무릎과 손바닥이 먼저 바닥에 닿고 오른발이 몸 밑에 접혔다.

수진은 난간을 잡고 일어났다. 오른발 뒤축을 든 채 계단을 올랐다. 정숙은 카트 손잡이를 놓고 계단 아래까지 갔다. 수진이 위에서 팔을 가로저었다.

“아래 사람들부터 보내 줘.”

정숙은 승강장에 남은 사람들에게 출구를 가리켰다. 벤치에 앉아 있던 여자가 가방을 챙겼고, 이어폰을 낀 남자는 정숙이 앞에 서자 일어났다. 두 사람이 지나간 벤치 앞에도 물이 찼다. 정숙은 벤치 밑을 들여다보고 기둥 뒤까지 걸어갔다. 구석의 빈 음료병을 집어 카트에 넣는 동안 계단 위에서 개찰구 진입을 막는 안내가 나왔다.

관제의 음성은 수진이 내려왔을 때 단말기에서 들렸다. 인접한 두 역도 같은 누수로 출입구를 닫고 있었다.

“도쿄, 파리, 뉴욕에서도 보행자가 지나간 자리에서 물이 계속 나온다고 합니다. 신발은 젖지 않았고요.”

물 떨어지는 소리에 다음 말이 묻혔다. 수진은 단말기를 귀에 댔다. 열차는 이 역을 무정차 통과한다는 지시가 내려왔다. 수진이 단말기를 입에 가까이 대고 승강장에 승객이 없다고 보고했다.

도착 예정이던 열차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지나갔다. 창마다 서 있는 사람들의 몸이 끊겨 보였다. 스크린도어 유리 아래로 물이 부딪쳤다. 열차가 사라진 뒤에도 선로 쪽에서 쏟아지는 소리는 줄지 않았다.

“현재 전 구간 열차가 정상 운행 중입니다.”

천장의 스피커에서 안내가 나왔다. 전광판 윗줄에는 2038년 10월 3일이, 아랫줄에는 다음 열차까지 남은 시간이 표시됐다. 수진은 단말기를 조끼에 꽂고 오른쪽 신발 끈을 조금 풀었다. 발등이 올라와 혀 부분을 밀고 있었다.

직원용 출입문은 승강장 끝에 있었다. 문 뒤로 지상 관리실까지 이어지는 운반용 경사로가 뻗어 있었다. 정숙은 카트의 낮은 짐받이에 놓인 양동이와 세제통을 내렸다. 양동이의 물은 배수 홈에 붓고 빈 통들은 벽 아래에 세웠다. 손잡이 쪽의 작은 바구니에서 마른 수건 두 장을 꺼내 상단 선반에 올렸다.

“여기 앉아.”

수진이 짐받이에 걸터앉았다. 구부린 두 무릎이 카트 밖으로 나왔다. 정숙은 딸의 발이 바닥에서 떨어진 것을 보고 카트를 밀었다. 작은 앞바퀴가 타일 줄눈을 넘을 때마다 세제 분무기의 관이 손잡이에 부딪쳤다.

카트가 마른 타일 위로 올라갔다. 젖어 있던 바퀴는 가느다란 선을 남겼지만 거기서 새 물이 솟지는 않았다. 선은 갈수록 옅어졌다. 정숙의 작업화 뒤에는 가로줄 무늬가 하나씩 남았다. 바퀴가 그 위를 지나도 물이 나는 자리는 옆으로 옮겨 가지 않았다.

수진이 사원증을 대자 직원용 문이 열렸다. 정숙은 문을 받친 채 카트를 먼저 밀어 넣고 뒤따라 들어갔다. 문 안쪽의 마른 바닥에도 작업화 무늬가 찍혔다. 정숙은 돌아가 문을 닫는 대신 손잡이를 잡은 채 기다렸다. 자동으로 닫힌 문 아래로 승강장의 물이 가늘게 스며들었다.

경사로에서는 카트를 두 손으로 밀었다. 수진은 프레임을 잡고 몸을 손잡이 쪽으로 붙였다. 정숙이 한 발을 옮길 때마다 뒤에 남은 물이 낮은 쪽으로 흘렀다. 카트 바퀴 양옆의 바닥은 말라 있었다. 문 너머에서 같은 정상 운행 안내가 다시 시작됐다.

경사로 중간에는 카트 두 대를 세울 수 있는 평평한 참이 있었다. 정숙은 거기서 바퀴 잠금쇠를 발로 눌렀다. 수진의 오른쪽 발목은 양말 고무단 위로 부어 있었다. 정숙은 카트 옆에 쪼그려 앉아 신발 끈을 끝까지 풀었다.

“발 빼 봐.”

수진은 무릎을 들었지만 신발 뒤축이 따라 올라왔다. 정숙이 뒤축을 아래로 당기고 혀를 벌렸다. 발이 빠지자 신발을 옆으로 돌려 바닥을 보았다. 밑창은 말라 있었고 홈에 낀 작은 돌도 그대로 붙어 있었다. 정숙은 신발을 카트 상단에 놓았다.

양말을 내리자 발목에 고무단 자국이 남았다. 정숙은 천을 발등 아래로 모아 한 번에 벗겼다. 양말 안쪽에도 젖은 부분이 없었다. 수진은 짐받이 끝을 잡고 맨발을 들고 있었다. 발가락 아래의 피부는 희고 건조했다. 발바닥을 가로지르는 잔금에 먼지가 얇게 끼어 있었다.

정숙은 왼손 손바닥으로 딸의 뒤꿈치를 받쳤다. 오른손으로 양말 입구를 넓혀 발가락부터 끼웠다. 발목까지 끌어 올리지 않고 고무단을 접어 두었다. 뒤꿈치를 받친 손을 옮겨 수진의 발을 짐받이 안쪽에 올려놓았다. 수진은 반대쪽 발도 그 옆으로 당겼다.

정숙은 일어나면서 왼손을 작업복 허벅지에 문질렀다. 바지에 손바닥만 한 젖은 자국이 생겼다. 손을 한 번 더 문지르자 자국 아래로 물이 이어졌다. 정숙은 선반 위의 마른 수건을 가져와 손바닥에 댔다.

수건 한가운데가 젖었다. 정숙은 오른손 손가락으로 수건을 눌러 접촉면을 좁혔다. 물은 손가락 사이로 나와 손목을 타고 내려왔다. 수진이 짐받이에서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정숙은 수건의 마른 귀퉁이를 안으로 접어 같은 곳에 눌렀다. 접은 부분도 젖어 아래로 늘어졌다.

정숙은 오른손으로 수건을 떼고 왼손을 펼쳤다. 딸의 뒤꿈치가 닿았던 손바닥의 온전한 피부에서 물이 계속 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