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작 · 미간행 오리지널
균열선 밖
“봉투 좀 벌려.”
동생이 양손을 더 벌렸습니다. 저는 긴 집게로 작업화 한 짝을 집어 올렸습니다. 다른 한 짝도 따라 올라왔습니다. 두 신발의 끈이 묶여 있었고, 매듭 사이에는 반으로 접힌 흰 비닐이 끼어 있었습니다. 전날 제가 묶은 매듭이었습니다. 젖은 끈을 맨손으로 만지지 않으려고 비닐을 대고 묶었습니다.
“이거 어제 버린 거잖아.”
동생은 봉투를 내려놓았습니다. 작업화의 오른쪽 앞코에는 벌어진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 틈에 집게 끝을 넣어 들어 올렸으므로 전날에도 보았습니다. 저는 신발을 봉투에 넣고 손잡이를 당겼습니다. 동생이 잡고 있던 쪽까지 끌려와 봉투가 옆으로 누웠습니다.
고시원에서는 버린 물건이 돌아오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누가 내놓은 선풍기를 다른 방에서 가져다 쓰기도 하고, 버린 빨래건조대가 공동 세탁실에 다시 놓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 말씀부터 드렸습니다. 다만 그 작업화는 앞코가 벌어졌고, 두 짝을 함께 묶어 검은 봉투에 넣었으며, 골목 끝 수거함까지 제가 들고 갔습니다. 전날 동생은 고시원에 없었습니다.
그날 밤 현관에는 작업화가 열세 켤레 있었습니다. 한 켤레씩 가지런히 놓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쪽 위에 다른 쪽이 엎어져 있거나, 발목 부분이 눌린 채 타일 틈에 끼어 있었습니다. 묶어서 버린 신발을 끌어내자 그 아래에 깔린 회색 작업화가 드러났습니다. 동생은 봉투를 다시 세우지 않고 그것을 집게로 가리켰습니다.
“저건 아까 없었는데.”
“밑에 깔려 있었잖아.”
그 대화까지는 정확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열세 켤레라고 한 것은 바닥에 보이는 앞코를 둘씩 세었기 때문입니다. 봉투에 몇 켤레가 들어갔는지는 세지 않았습니다.
현관은 일 층에 있습니다. 골목에서 두 계단을 오르면 유리 출입문이 나오고, 그 안쪽의 작은 현관을 지나야 복도 방화문에 닿습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방화문을 통과한 뒤 바로 왼쪽에 있습니다. 계단 입구를 두른 철제 난간과 복도 벽 사이가 야간에 제가 앉는 자리입니다. 청소함은 그 맞은편 벽에 붙어 있습니다.
몇 달 전 골목에서 지하 공사를 했습니다. 공사가 끝났을 때에는 유리문이 바닥을 긁지 않았습니다. 여름이 지나면서 문 아래에 반달 모양의 자국이 생겼습니다. 관리인이 문을 조금 들어 달았고, 그다음에는 현관 왼쪽 타일 네 장의 모서리가 내려갔습니다. 관리인은 그 둘레에 노란 페인트로 선을 그었습니다. 선은 벽에 닿지 않는 길쭉한 고리였습니다.
안내문에는 ‘이 선 안쪽으로 들어가지 말 것’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방화문에서 유리문까지 오른쪽 벽을 따라 좁은 통로가 남아 있었습니다. 어깨가 벽에 스치기는 해도 한 사람이 다니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저도 매일 그쪽으로 출퇴근했습니다. 선을 넘지 않고 통행했다는 점은 다른 입주자들에게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작업화는 모두 선 안에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두 켤레였습니다. 관리인은 공사하는 사람들이 두고 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공사가 끝난 지 몇 달이 지났다고 하자, 다음에 올 때 가져갈 물건일 수도 있으니 건드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뒤로 신발이 늘었습니다. 치우라는 지시는 신발이 선 가까이까지 쌓인 뒤에 받았습니다.
동생은 그 고시원의 입주자입니다. 총무 일을 함께 맡은 사람은 아닙니다. 창문 없는 끝방을 쓰고 있었고 보증금은 받지 않았습니다. 관리인은 원래 짐을 쌓아 두던 방이라며 침대 대신 접이식 매트를 넣어 주었습니다. 동생이 공동 욕실을 닦고 쓰레기를 내다 놓은 것은 그 뒤부터입니다.
저는 동생에게 청소를 해야 방을 쓸 수 있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청소가 밀린 날에는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다른 입주자들은 월세를 내고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관리인이 복도를 돌 때에는 매트를 접고 문을 열어 두라고 했는데, 그 방이 계속 창고로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방 문제와 현관에서 일어난 일은 따로 적어 주셨으면 합니다.
그날 동생에게 시킨 일은 선 밖에서 봉투를 잡는 일이었습니다. 긴 집게도 선을 넘지 않고 신발을 꺼내려고 가져왔습니다. 집게를 끝까지 뻗으면 가운데까지는 닿았습니다. 벽 쪽에 놓인 것은 닿지 않았습니다. 동생이 한동안 집게를 쓰다가 제게 손잡이를 내밀었습니다.
“안 닿는 건 들어가서 꺼내라며.”
저는 집게를 받았습니다.
“가장자리 것부터 하라고 했어.”
“저게 가장자리야?”
동생이 가리킨 신발은 왼쪽 벽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안내문 바로 아래였고, 신발에서 노란 선까지 타일 한 장 반 정도의 거리가 있었습니다. 제가 그 신발을 가리킨 것은 맞습니다. 어느 것부터 꺼낼지 알려 주는 말과 사람이 어디에 서야 하는지 정하는 말은 다릅니다. 동생은 제 손에 집게를 쥐여 준 뒤 봉투 쪽으로 돌아왔습니다.
관리인에게서는 열 시 사십 분쯤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현관 바닥에 물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관리인은 물이 아니라 흙탕물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하에서 올라오는 습기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침하 민원은 넣어 두었고 아직 접수 상태라고 했습니다. 제가 출입을 막느냐고 묻자 뒷문으로 짐을 옮기게 할 수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아침까지 신발만 싹 비워 놔요. 바닥은 건드리지 말고.”
전화기는 제 귀에 대고 있었습니다. 동생이 관리인의 말을 전부 들은 것은 아닙니다. 제가 전화를 끊고 아침까지 치워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동생은 안내문을 떼어 제 쪽으로 돌렸습니다. 종이 뒤에 붙은 테이프가 벽지 한 겹을 끌고 나왔습니다.
“이건 누가 붙였는데.”
“관리인이.”
“그럼 와서 하라고 해.”
저는 종이를 다시 붙였습니다. 한쪽이 떨어져 문장이 기울었습니다. 손바닥으로 테이프를 여러 번 눌렀지만 벽에서 나온 가루가 접착면에 붙어 있어서 오래 붙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동생은 그동안 봉투 입구를 접었습니다.
빈방을 보러 올 사람이 있다는 말은 아까 빠뜨렸습니다. 관리인은 전화에서 그 말도 했습니다. 아침 아홉 시에 두 사람이 오고, 큰 방과 동생이 쓰는 방을 함께 보여 줄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동생 방에 매트가 펴져 있으면 제가 먼저 접어 놓으라고 했습니다. 저는 동생에게 아침까지 현관을 비우라는 말만 전했습니다.
바닥을 닦은 것은 동생입니다. 버리려고 모아 둔 수건을 집게로 밀어 신발 밑을 훑었습니다. 수건이 지나간 자리에서 젖은 흙이 나왔습니다. 흙은 신발 자국처럼 끊기지 않고 얇게 이어졌습니다. 노란 선을 덮고 통로 쪽으로 퍼지자 동생이 수건을 놓았습니다.
“그만해. 이쪽까지 나와.”
저는 봉투를 벽에 붙이면 다닐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동생은 봉투를 들지 않았습니다. 운동화 밑창을 복도 문턱에 문지른 뒤 방화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문턱에는 흙이 두 번 묻었습니다. 두 번째 자국이 첫 번째보다 길었습니다. 동생이 들어갈 때 제가 팔을 잡지는 않았습니다.
청소함에는 짐을 옮길 때 쓰는 주황색 끈이 있었습니다. 납작한 끈이고 양 끝에 고리는 없었습니다. 중간에 보강용 노란 테이프가 감겨 있었습니다. 예전에 세탁기를 옮길 때 모서리에 쓸린 자리를 감아 둔 것입니다. 테이프 아래의 실이 얼마나 끊어져 있었는지는 벗겨 보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끈을 난간의 세로 기둥에 두 번 감았습니다. 매듭은 복도 쪽에서 손을 넣어 풀 수 있게 묶었습니다. 반대쪽은 동생 허리에 둘렀습니다. 동생은 양팔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제가 매듭을 조일 때 손가락 두 개를 끈 아래에 넣었습니다.
“이걸 하면 들어가도 되는 거야?”
“내가 여기서 잡고 있잖아.”
난간에 묶은 것 외에 제가 잡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끈은 동생의 허리에서 방화문을 지나 난간까지 이어졌고, 가운데가 문턱에 처졌습니다. 노란 테이프는 난간 매듭에서 두 뼘쯤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방화문은 복도 쪽으로 열려 있었습니다. 문을 활짝 열어 벽에 붙여 두어야 끈이 모서리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동생은 처음에는 선 밖에서 집게를 썼습니다. 신발 한 켤레를 통로로 밀어 놓으면 제가 봉투에 넣었습니다. 나머지는 한꺼번에 밀 수 있도록 수건을 신발 뒤로 넣었습니다. 집게 끝이 수건에서 자꾸 빠졌습니다. 동생이 오른발을 선 안으로 옮겼습니다. 저는 끈을 짧게 쥐었습니다.
여기서 동생이 혼자 들어갔다고 적으시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제가 끈을 잡아 주고 있었고, 동생이 왼발까지 옮긴 뒤에도 일을 그만하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두 발을 모두 넣으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동생은 집게로 왼쪽 벽 아래의 신발을 당겼습니다. 신발 대신 수건이 찢어졌습니다.
타일이 내려갈 때 큰 소리가 한꺼번에 나지는 않았습니다. 먼저 집게 끝이 바닥을 긁었습니다. 동생의 왼쪽 무릎이 굽혀졌고, 옆 타일과 높이가 벌어졌습니다. 그 틈에서 흙물이 솟았습니다. 동생이 몸을 출입문 쪽으로 돌리는 동안 왼쪽 벽 아래가 길게 열렸습니다.
동생은 뒤로 주저앉았습니다. 엉덩이가 벽과 타일 사이로 빠졌고, 상체가 이어서 내려갔습니다. 두 다리는 현관 쪽에 남았습니다. 집게는 손에서 떨어져 통로까지 미끄러졌습니다. 저는 끈을 당겼습니다. 끈의 납작한 면이 뒤집히며 손가락 사이를 지나갔습니다.
난간에서 쇠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났습니다. 세로 기둥을 고정한 나사 하나가 뽑혔습니다. 계단 쪽으로 둘러져 있던 난간의 끝이 현관을 향해 휘었고, 그 윗부분이 열려 있던 방화문의 손잡이 아래를 밀었습니다. 문은 벽에서 떨어져 나왔지만 휜 난간에 걸려 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문과 문틀 사이로 동생의 다리가 보였습니다.
동생은 끈을 잡아당기지 말라고 했습니다. 허리가 걸렸다고 했습니다. 저는 손에 쥔 부분을 조금 놓았습니다. 바닥으로 내려앉은 끈이 다시 곧아졌습니다. 현관에서는 타일 깨지는 소리가 계속 났습니다. 통로 벽에 붙여 놓은 봉투가 기울어 검은 입구를 벌렸습니다.
제가 끈이 낡아서 끊어졌다고 말씀드린 것은 그다음 일에 대해서입니다. 그 끈은 새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가운데를 테이프로 감아 썼고 난간도 버티지 못했습니다. 어느 쪽이 먼저 끊어졌는지 구분하려면 제가 보지 못한 자리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동생의 허리는 타일 아래에 있었습니다.
“가위 내려놔.”
그 말은 들었습니다. 제가 청소함에서 가위를 꺼냈기 때문입니다. 청소함 위 칸에는 쓰레기봉투 묶음과 테이프, 가위가 함께 있었습니다. 가위 손잡이는 파란색입니다. 그날 봉투 묶음을 풀 때도 썼습니다. 저는 복도에서 두 걸음 물러나 청소함을 열었고, 가위를 들고 문 앞에 다시 섰습니다.
“문이 안 닫혀.”
“그걸 왜 닫아.”
동생의 목소리는 바닥 아래에서 나왔습니다. 방화문 아래쪽 틈으로 흙물이 복도에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뒤로 비키라고 말했습니다. 현관에 다른 사람은 없었습니다. 동생이 어디로 움직일 수 있었는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말을 한 뒤 가위를 끈에 댔습니다.
제가 자른 것은 난간에 걸려 있던 쪽입니다. 이미 끊어진 끈이 난간을 당기고 있을 수도 있느냐고 하셨는데, 바닥에 걸렸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타일 조각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고 끈의 반대쪽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 손 앞에 있는 부분부터 치워야 문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가위 손잡이를 두 번 눌렀습니다. 첫 번째에는 날 사이에서 끈이 접혔습니다. 두 번째에는 손잡이가 맞닿았습니다. 난간이 계단 쪽으로 조금 돌아갔습니다. 저는 방화문을 어깨로 밀고 발끝으로 난간을 눌렀습니다. 문 아래가 쇠에 긁혔고, 손잡이 쪽 모서리가 난간 끝을 지나갔습니다. 문은 닫혔습니다.
난간에 묶인 끈은 제가 풀었습니다. 걸어 다닐 때 발에 걸릴 수 있는 위치였습니다. 매듭을 풀어 손바닥과 팔꿈치 사이에 감았고, 청소함 아래 칸에 넣었습니다. 가위는 위 칸에 올려놓았습니다. 청소함 문을 닫기 전에 끈이 밖으로 나오지 않게 한 번 밀어 넣었습니다. 그동안 방화문은 열지 않았습니다.
문을 사이에 두고 동생을 두 번 불렀습니다. 이름을 불렀고, 대답 대신 문 아래로 긁는 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앞쪽으로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현관 출입문은 골목에서 열 수 있었습니다. 방화문을 다시 당기면 난간에 걸릴 수 있었으므로 복도 끝 뒷문으로 갔습니다.
뒷문 밖에는 비상계단이 있습니다. 건물 뒤쪽 지면이 낮아서 철제 계단 여섯 칸을 내려가야 골목에 닿습니다. 저는 계단을 내려간 뒤 세탁소 쪽으로 돌아 나왔습니다. 앞 골목까지는 건물 한 면을 돌아야 합니다. 뛰지는 못했습니다. 실내화를 신고 있었고 오른쪽 밑창에 흙이 붙어 있었습니다.
골목에는 삼 층에 사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편의점 봉투를 들고 유리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제가 옆을 지나가자 남자가 신발을 좀 치워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유리문은 평소처럼 바깥쪽으로 열렸습니다. 오른쪽 벽을 따라 나 있던 통로도 남아 있었습니다.
작업화가 그 통로에 놓여 있었습니다. 앞코는 모두 유리문을 향해 있었습니다. 두 짝씩 맞추어 놓아서 신발 사이로 바닥이 조금씩 보였습니다. 제가 봉투에 넣었던, 흰 비닐을 끼워 묶은 작업화도 맨 앞에 있었습니다. 봉투는 통로 안쪽에 누워 있었습니다. 입구가 벽을 향해 있어 안에 남은 것이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노란 선 안에는 동생의 운동화가 있었습니다. 동생이 들어갈 때 신고 있던 남색 운동화입니다. 앞코가 출입문 쪽으로 기울어 있었고 뒤축은 들려 있었습니다. 운동화 안에는 발이 들어 있었습니다. 양말과 발목이 보였으며, 바지는 타일 뒤쪽의 벌어진 틈으로 내려가 있었습니다.
제가 문 앞에 멈추자 남자가 뒤에서 어깨를 밀었습니다.
“사람 있잖아요.”
남자는 휴대전화를 꺼내 구조 신고를 했습니다. 주소를 말한 다음 저에게 몇 층이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일 층 현관이라고 답했습니다. 남자가 아래층 사람이 깔렸느냐고 묻자 제 동생이라고 했습니다. 남자는 통화하는 상대에게 아래층이 아니라 일 층에서 사람이 빠졌다고 고쳐 말했습니다.
저는 통로 앞의 작업화 두 켤레를 밖으로 옮겼습니다. 남자가 바닥을 밟지 말라고 했습니다. 저는 선 밖이라고 답했습니다. 남자는 신발이 놓여 있던 자리의 흙을 가리켰습니다. 흙은 오른쪽 벽 밑까지 닿아 있었습니다. 저는 집게를 찾았지만 아까 미끄러져 나온 자리에는 없었습니다.
남자가 출입문 턱에 엎드려 동생을 불렀습니다. 손을 대지 않고 얼굴만 안으로 들이밀었습니다. 동생의 한쪽 운동화가 옆으로 움직였습니다. 남자는 전화기에 대고 발이 움직인다고 말했습니다. 저에게 묶을 만한 끈이 없느냐고 물었고, 저는 묶어 놓은 끈이 끊어졌다고 답했습니다.
“어디 묶었는데요.”
“허리하고 복도 난간에요.”
“이쪽 끝은요?”
남자가 가리킨 것은 타일 틈에 걸친 주황색 끈이었습니다. 흙에 젖은 끈이 동생의 허리 쪽에서 나와 깨진 타일 위에 걸려 있었습니다. 끝부분은 아래로 늘어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반대쪽도 저절로 끊어진 상태였다고 말했습니다. 남자는 휴대전화를 어깨와 턱 사이에 끼우고 저를 올려다보았습니다.
“그거라도 가져와요.”
저는 들어왔던 길로 돌아갔습니다. 앞 통로를 건너 방화문을 여는 대신 골목을 돌아 비상계단으로 올라갔습니다. 남자는 유리문 앞에 남아 있었습니다. 뒷문에서 제 자리까지 오는 동안 입주자 두 명이 방문을 열었습니다. 저는 현관을 쓰지 말고 뒷문으로 나가라고 했습니다.
청소함은 닫혀 있었습니다. 제가 넣어 둔 끈도 아래 칸에 있었습니다. 위 칸의 가위에는 젖은 주황색 실이 붙어 있었습니다. 끈을 꺼내려면 먼저 아래 칸 앞에 세워 둔 대걸레 자루를 옆으로 밀어야 했습니다. 제가 조금 전에는 그 자루를 들고 끈을 안쪽에 넣었습니다. 문을 닫기 전에 정리를 했다고 말씀드린 것은 그 동작입니다.
끈을 들고 앞 골목으로 돌아왔을 때 구조 차량이 도착했습니다. 남자는 제가 내민 끈을 바로 건네지 않고 감긴 것을 풀었습니다. 한쪽에는 난간에 둘렀던 두 번의 굽은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다른 쪽 끝에는 노란 테이프가 붙어 있었습니다. 남자가 그 부분을 손가락으로 폈습니다.
“아까 여기서 끊어졌다는 거죠?”
저는 그렇다고 했습니다. 난간에서 풀어 낸 부분을 정리할 때 가위를 썼다는 말도 했습니다. 남자는 가위를 가져왔느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대신 끈을 바닥에 놓지 않고 두 손으로 받쳐 들었습니다.
구조대원들은 유리문을 열린 채 고정했습니다. 출입문 턱에서 복도 문턱까지 판을 걸쳤고, 한 명이 그 위에 엎드렸습니다. 다른 한 명은 현관 왼쪽 벽과 내려앉은 타일 사이를 비췄습니다. 빛이 틈 안으로 들어가자 동생의 바지 허리 부분이 보였습니다. 상체는 타일 아래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대원은 허리를 묶은 끈에 손을 대지 않고, 타일에 걸린 느슨한 부분부터 갈고리로 들어 올렸습니다.
저는 그것을 당겨도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대원은 잡아당기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갈고리 위로 올라온 끈 끝에도 노란 테이프가 있었습니다. 대원은 그 끝을 판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남자가 제가 가져온 끈을 내밀었습니다. 난간 쪽 끈과 동생 허리에 이어진 끈이 같은 판 위에 놓였습니다.
테이프는 원래 한 군데에만 감겨 있었습니다. 세탁기를 옮긴 날 제가 감았으므로 그 점은 바꾸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저는 낡은 자리가 먼저 끊어지고, 남은 부분을 제가 잘랐다고 했습니다. 대원은 끈을 당기지 않도록 허리 쪽에 여유를 남긴 다음 흙 묻은 두 끝을 돌려 놓았습니다.
두 끝을 맞추자 보강용 노란 테이프 위를 비스듬히 지나간 가위 자국이 한 줄로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