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코스

진욱은 마사지의자와 벽 사이에 줄자를 넣었다. 간격은 14센티미터였다. 장판에는 고무발 자국이 여섯 쌍 남아 있었다. 자국마다 벽에서 2센티미터씩 멀어졌다.

“매일 앞으로 나왔어요?”

한유진은 현관 옆에 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없어진 다음부터요. 아침마다 밀어 넣었는데 다음 날이면 또 나와 있었어요.”

실종 신고는 엿새 전에 접수됐다. 현관 잠금 기록에는 한태규가 들어온 시각만 남아 있었다. 창문은 모두 잠겨 있었고 신발은 신발장에 있었다. 경찰이 가져간 것은 식탁 위 휴대폰과 거실 CCTV 저장 장치였다.

마사지의자 전원선은 어제부터 뽑혀 있었다. 등판은 뒤로 18도 기울어진 채 돌아오지 않았다. 유진은 의자를 버리려고 했지만 폐기업체에서 등판을 세워 달라고 했다. 서비스 접수 내용에는 ‘복귀 모터 작동음, 등판 고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진욱은 공구 가방을 펼쳤다. 바닥에 자석 접시를 놓고 뒤판 나사를 순서대로 담았다. 모델은 5년 전에 단종된 MJ-870이었다. 등판 안에는 목부터 허리까지 오르내리는 두 개의 세라믹 롤러가 들어 있다. 롤러 간격은 성인 척추 폭보다 넓게 벌어지지 않는다.

뒤판을 떼자 회색 먼지가 바닥에 떨어졌다. 송풍구 안쪽에는 짧은 머리카락이 여러 가닥 붙어 있었다. 진욱은 핀셋으로 한 가닥을 집었다. 흰색과 검은색이 반씩 섞인 머리카락이었다.

“아버님 머리가 이 색입니까?”

“네.”

진욱은 머리카락을 지퍼백에 넣지 않았다. A/S 작업 중 나오는 이물질은 보통 휴지에 싸서 버렸다. 그는 머리카락을 자석 접시 옆에 내려놓았다.

롤러는 목 위치에서 멈춰 있었다. 구동 벨트는 팽팽했고 모터 축은 손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축 둘레에는 회색 천이 세 겹 감겨 있었다. 진욱이 롱노즈로 천 끝을 잡아당기자 바느질선이 나왔다. 속옷 목둘레에 쓰는 납작한 봉제선이었다.

유진이 안방으로 들어가 회색 내복 상의를 가져왔다. 새 제품이었다.

“두 벌을 샀어요. 한 벌이 안 보였어요.”

진욱은 천을 자르지 않고 모터 축에서 풀었다. 축이 반 바퀴 돌 때마다 등판 겉면이 안쪽으로 당겨졌다. 가죽 아래에서 길쭉한 것이 롤러를 따라 움직였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한쪽 끝이 들어가고 반대쪽 끝이 솟았다.

그는 의자 전면으로 돌아갔다. 목 받침 쿠션을 떼어 냈다. 지퍼 안쪽에는 우레탄 대신 얇은 막이 붙어 있었다. 연한 갈색이었고 표면에 모공이 있었다. 막 가장자리에서 흰 머리카락 두 가닥이 자랐다.

유진은 내복을 소파 위에 놓았다.

“경찰에 다시 전화할게요.”

진욱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전원선을 연결하지 말라고 말한 뒤 발 받침 덮개를 열었다. 오른쪽 종아리 에어백은 비어 있었다. 왼쪽 에어백은 손으로 눌러도 꺼지지 않았다. 공기 호스를 빼자 바람 대신 투명한 액체가 세 방울 떨어졌다.

에어백 지퍼는 끝까지 열리지 않았다. 안쪽에서 둥근 물체가 이빨에 걸려 있었다. 진욱은 드라이버로 지퍼 틈을 벌렸다. 반투명 비닐 아래에 발톱 다섯 개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발가락은 납작하게 펴져 에어백의 곡면을 따라 올라갔다.

유진은 휴대폰을 귀에 댄 채 현관으로 물러났다. 진욱은 니트릴 장갑을 끼었다. 발 받침에서 등판까지 이어지는 천 덮개를 한 장씩 벗겼다. 나사는 자석 접시에 크기별로 놓았다.

왼쪽 발은 종아리 에어백 안쪽에 붙어 있었다. 정강이는 좌석 아래의 진동 모터를 한 바퀴 감았다. 무릎은 온열 패드 밑에서 옆으로 접혀 있었다. 허벅지는 좌우 골반 에어백 사이를 지나 폭 7센티미터의 띠처럼 늘어나 있었다.

절단된 자리는 없었다. 피부와 회색 내복은 얇아진 채 이어졌다. 혈액도 고여 있지 않았다. 진욱이 온열 패드를 들어 올리자 눌려 있던 피부가 패드 모양대로 천천히 올라왔다.

유진이 통화를 끝냈다.

“경찰이 만지지 말래요.”

진욱은 장갑 낀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등판 뒤쪽에는 아직 모터 축을 감은 천이 남아 있었다. 그대로 두면 경찰이 앞판을 뜯어야 했다. 그는 서비스 매뉴얼대로 롤러 고정 핀 두 개를 뽑았다.

롤러가 아래로 3센티미터 미끄러졌다. 등판 안에서 젖은 천이 펴지는 소리가 났다. 롤러 사이에 끼어 있던 회색 내복이 느슨해졌다. 그 아래에는 척추뼈가 세로로 눌려 있었다. 뼈마디는 부서지지 않고 타원형으로 납작해져 있었다.

진욱은 롤러 뭉치를 양손으로 들어 바닥에 놓았다. 등판 가죽과 내부 프레임 사이에는 폭 4센티미터의 틈이 생겼다. 그는 손전등을 비추고 목 받침 쪽 지퍼를 끝까지 내렸다.

등판 가죽 안쪽에는 한태규의 얼굴이 바깥을 향해 눌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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