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작 · 미간행 오리지널
흙 나이
동생의 관에서 나온 뼈는 관보다 길었다.
장의사는 흙 묻은 장갑을 벗지 않은 채 휴대전화를 받았다. 네, 예, 잠깐만요. 그는 통화를 끝내고도 화면을 한동안 들여다보았다. 화면이 꺼져 자기 얼굴이 비칠 때까지.
“다른 묘가 섞였나 봅니다.”
나는 관 뚜껑 안쪽에 박힌 못을 보았다. 아버지가 직접 만든 관이었다. 아홉 살짜리 아이에게 맞추느라 어른 관을 잘라 줄였고, 잘못 박힌 못 하나가 안으로 뚫고 나왔다. 아버지는 그 끝을 망치로 구부린 뒤 솜을 덧댔다. 나는 솜을 잡고 있었다.
“우리 동생 맞아요.”
뼈는 관 안에 접혀 있었다. 무릎이 있어야 할 곳에서 한 번, 그 아래에서 다시 한 번. 장의사는 처음에 두 사람의 다리라고 생각했다. 흙을 털어 내자 중간에 관절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하나의 긴 뼈가 젖은 나뭇가지처럼 굽어 있었다.
어머니가 무덤 가까이 왔다.
“얼굴은?”
장의사가 대답하지 않자 어머니는 직접 구덩이 가장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얼굴 좀 보여 주세요.”
두개골은 작았다. 어린아이의 것이었다. 그 아래로 쇄골이 길게 벌어져 있었고, 갈비뼈는 숫자가 너무 많았다.
어머니는 그것을 한참 보더니 말했다.
“머리는 아직 그대로네.”
나는 어머니를 돌아보았다. 어머니는 무릎의 흙을 털었다. 손바닥이 떨리지 않았다.
도로가 들어오는 자리에 동생의 묘가 있었다. 마을 공동묘지 전체를 옮기는 일이었다. 우리는 아버지 묘와 동생 묘를 같은 날 파기로 했고, 두 사람을 화장해 납골당 한 칸에 모실 예정이었다. 어머니가 먼저 그렇게 하자고 했다.
아버지 묘는 아직 손대지 않았다. 장의사는 그쪽을 보다가 인부들에게 쉬라고 했다.
“일단 신고를 해야겠습니다. 이런 경우는 저희가 판단하면 안 돼서요.”
어머니가 그의 팔을 붙들었다.
“불에는 넣을 수 있어요?”
“예?”
“길어도 잘라서 넣을 수 있냐고요.”
그제야 어머니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
동생이 죽었을 때 나는 열두 살이었다.
여름이었고, 동생은 사흘 동안 열이 났다. 마지막 날 저녁에는 열이 내려 어머니가 수박을 잘라 주었다. 동생은 검은 씨를 이 사이에 끼운 채 웃었다. 자정 무렵 다시 열이 올랐고, 새벽에는 아버지가 동생을 업고 뛰었다.
나는 동생의 마지막 얼굴보다 아버지의 등에서 흔들리던 발을 더 잘 기억했다. 슬리퍼를 신기지 못해 맨발이었다. 엄지발가락 아래에 까진 자리가 있었다.
그 뒤로 삼십사 년이 흘렀다.
경찰을 기다리는 동안 장의사는 유골 위에 천을 덮었다. 천 한쪽이 관 밖으로 흘러내렸다. 동생의 다리뼈가 관을 벗어나 주변 흙 속까지 뻗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머니를 차로 데려갔다.
“알고 있었어?”
어머니는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 출발할 것도 아닌데 내가 자꾸 안전띠를 당겨 어머니의 배 위에 놓았다.
“뭘.”
“저렇게 된 거.”
어머니는 앞 유리를 보았다. 유리 저편에서 인부 하나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담배를 권유받고 고개를 저었다.
“네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한 번 열어 봤어.”
“왜?”
“봉분이 갈라져서.”
동생을 묻은 지 십 년쯤 되었을 때라고 했다. 비가 많이 온 해였다. 봉분 꼭대기가 길게 벌어졌고, 틈에서 흰 것이 보였다. 아버지는 짐승이 파헤친 줄 알았다.
“그때도 저랬어?”
“그때는 무릎만 좀.”
어머니가 자기 무릎을 쓰다듬었다.
“관이 작아서 그런가 했지.”
나는 어머니가 한 말을 이해하려고 했다. 관이 작아서 죽은 아이의 뼈가 굽었다는 말. 더 큰 관이었으면 죽은 아이가 곧게 자랐을 거라는 말.
“엄마.”
“그렇게 말하지 마.”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어머니가 내 손을 밀어냈다.
“너도 봤잖아. 내가 혼자 그런다는 게 아니잖아.”
경찰차가 묘지 아래에 도착했다.
어머니는 차에서 내리기 전에 내 팔을 잡았다.
“아버지 것은 열지 말자.”
*
경찰은 처음에는 범죄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이후에는 나무뿌리와 토압에 대해 말했다. 감식하러 온 사람은 굽은 뼈에 손을 대지 않고 여러 방향에서 사진을 찍었다.
두개골 뒤에 붙은 것을 발견한 건 해가 기울 무렵이었다.
처음에는 수의가 썩어 뭉친 줄 알았다. 목덜미에서 등뼈를 따라 내려오는 누런 주머니였다. 장의사가 흙을 걷어 내자 주머니 안에서 작은 것들이 서로 부딪쳤다.
치아였다.
동생의 턱에는 이가 그대로 있었다. 누런 주머니 속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이가 들어 있었다. 납작한 것, 바늘처럼 가는 것, 양 끝이 갈라진 것. 입안에 났다면 입을 다물 수 없었을 모양이었다.
감식하던 사람이 핀셋으로 주머니 가장자리를 들었다.
그 안쪽에서 무언가 핀셋을 물었다.
쇠 부딪치는 소리가 작게 났다.
그는 손을 놓쳤다. 핀셋이 땅에 떨어지지 않고 매달려 있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누런 주머니가 천천히 조여들었다. 동생의 머리가 흙 위에서 손가락 한 마디쯤 들렸다가 내려앉았다.
어머니가 내 뒤에서 숨을 들이켰다.
“종우야.”
내가 어머니의 입을 막았다.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다만 그 이름을, 내가 수십 년 동안 어린 목소리로만 기억해 온 이름을 저것이 듣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는 내 손을 물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손을 뗐다. 어머니는 구덩이 안으로 내려갔다. 경찰이 뒤따라 붙잡았지만 어머니는 흙을 움켜쥐고 버텼다.
“얘가 이가 나는 거야. 이가 나서 아픈 거야.”
주머니 속에서 핀셋이 다시 울렸다.
어머니가 울기 시작했다.
“그런데 누구한테 물어봐. 어디가 아픈 건지 누구한테 물어보냐고.”
*
유골은 그날 밤 읍내 병원으로 옮겨졌다.
처음에는 사람이 쓰는 운반대에 올렸지만 덮개가 닫히지 않았다. 접혀 있던 긴 뼈를 펴는 데 누구도 동의하지 않았다. 결국 관 바닥째 들어 올려 작은 화물차에 실었다. 묘지에서 차까지 내려가는 동안 천 아래에서 마른 대나무 꺾이는 소리가 났다.
어머니는 따라가겠다고 했다. 경찰이 내일 연락하겠다고 말하자 그 자리에서 고개를 숙였다. 너무 쉽게 물러나서 나는 불안했다.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에게 죽을 데워 주었다.
어머니는 한 숟갈도 먹지 않았다. 방에 들어가 비닐로 싸 둔 공책을 가져왔다. 동생의 초등학교 알림장이었다. 앞부분에는 준비물과 숙제가 적혀 있었고, 뒤에서부터 아버지 글씨가 시작되었다.
날짜. 날씨. 봉분 높이.
처음 몇 해는 일 년에 한 줄이었다. 그 뒤로는 간격이 짧아졌다.
‘오른쪽으로 삼십 센티 더 파 줌.’
‘나무뿌리가 아님.’
‘소리는 저녁에만.’
한 페이지 가운데에 아버지가 두 번 밑줄을 친 문장이 있었다.
‘종우 나이로 세지 말 것.’
“이게 무슨 말이야?”
어머니는 죽 그릇을 자기 쪽으로 당겼다. 숟가락으로 표면을 눌렀다. 식으면서 막이 생겨 있었다.
“여기서 아홉 살이었잖아.”
“응.”
“그건 여기 나이고.”
아버지는 묘지의 다른 무덤도 살폈다고 했다. 처음에는 동생 묘 주변만. 나중에는 오래된 묘부터.
살아 있을 때 아흔을 넘긴 사람도 묻힌 지 얼마 안 됐으면 잠잠했다. 태어난 지 사흘 만에 죽은 아이의 묘는 육십 년이 지나자 밤마다 흙이 흘러내렸다. 아버지는 그 집 후손을 찾아갔다가 쫓겨났다.
“네 아버지는 종우가 특별한 줄 알았어. 처음에는.”
“엄마는?”
어머니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나는 무서웠어.”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차의 불빛이 벽을 쓸었다. 어머니가 공책을 비닐 속에 다시 넣었다.
“네 동생이라서 안 무서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나는 어머니 곁에 앉았다. 어머니는 내 다친 손등을 보더니 약상자를 가져왔다. 소독약을 묻히는 손길이 지나치게 조심스러웠다.
“미안하다.”
나는 무엇이 미안한지 묻지 않았다.
새벽 두 시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유골을 확인해 달라고 했다.
*
우리가 도착했을 때 병원 뒤편 출입문이 열려 있었다. 밖에는 흰 천과 검은 비닐봉지가 쌓여 있었다. 냉장고를 수리하러 온 기사가 복도 끝에 앉아 물을 마셨다. 종이컵이 그의 손에서 계속 찌그러졌다.
동생을 넣어 둔 곳은 비어 있었다.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뼈가 냉장고 선반 사이로 들어가 있었다.
길고 굽은 두 다리뼈가 선반의 뒤쪽 틈을 통과해 벽을 짚었다. 갈비뼈들은 가슴 모양을 버리고 양옆으로 벌어져 있었다. 그 끝마다 연골 같은 흰 부분이 새로 돋아나 금속 벽면을 누르고 있었다.
작은 두개골은 아직 바닥에 있었다. 턱이 벌어진 채였다.
그 위로 누런 주머니가 솟아 있었다. 주머니가 뒤집히면서 치아들이 바깥으로 드러났다. 이가 있는 곳을 입이라고 부른다면, 동생에게는 이제 머리 뒤에도 입이 있었다.
병원 직원이 말했다.
“냉장고를 끄니까 멈췄어요.”
그가 벽의 전선을 가리켰다.
“추워서 그런 건지…….”
말을 끝내지 못했다.
어머니는 문턱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집에서 챙겨 온 동생의 운동화 주머니를 쥐고 있었다. 경찰이 신원 확인에 도움이 될 물건을 가져오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을 믿고 어머니는 삼십사 년 묵은 운동화를 가져왔다.
나는 주머니를 대신 받아 들었다.
냉장고 안에서 뼈가 미끄러졌다.
동생의 손이었다. 손가락이 일곱 개였다. 원래 있던 다섯 손가락은 가운데에 작게 모여 있었고, 손목 양옆으로 긴 뼈 두 개가 더 나와 있었다. 그것이 바닥을 더듬었다.
어머니의 발 쪽으로.
나는 어머니를 뒤로 끌었다.
손은 어머니가 서 있던 자리를 지나 배수구 덮개를 붙잡았다. 치켜세운 긴 뼈가 한 번 구부러졌다. 나사가 박힌 덮개가 들렸다.
어린 두개골이 끌려왔다. 턱이 문턱에 걸렸다. 몸은 앞으로 가려는데 머리는 빠져나오지 못했다.
나는 그때까지도 동생이 아플 거라고 생각했다.
몸이 두 번 당겼다.
세 번째에 두개골이 목에서 떨어졌다.
탁.
텅 빈 플라스틱 그릇 같은 소리였다.
어머니가 주저앉았다. 나는 어머니의 얼굴을 내 배에 눌렀다. 그래도 나는 보고 있었다.
뼈로 된 긴 몸이 배수구를 향해 접히고 있었다. 관 안에서 잘못 자란 줄 알았던 굴곡들이 차례로 맞물렸다. 너무 많다고 생각했던 갈비뼈가 몸을 밀었다. 손목에서 돋은 긴 손가락은 앞쪽 벽을 더듬었다. 작은 구멍을 지나는 데 모자라는 곳도, 남는 곳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누런 주머니가 배수구 테두리에 걸렸다.
그 속의 이들이 벌어졌다가 닫혔다. 콘크리트 가루가 떨어졌다.
동생은 빠져나갔다.
바닥에는 머리만 남았다.
*
병원은 배수관을 막았다. 군청에서는 묘지 이장 공사를 중단했다. 사람들은 오염된 토양에서 나온 기형 동물에 대해 이야기했고, 인터넷에는 냉장고 안에서 찍힌 사진이 잠깐 돌았다. 사진 속 뼈는 너무 복잡해서 가짜처럼 보였다.
작은 두개골은 우리에게 돌아왔다.
그것만 화장했다.
화장장 직원은 유골함이 너무 크다고 했다. 더 작은 것을 고르셔도 된다고. 어머니는 준비해 간 것을 그대로 내밀었다.
납골당에서 어머니는 유골함 앞에 동생의 운동화를 놓으려 했다. 규정상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물었다.
“아버지도 저렇게 되는 거야?”
어머니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 얼마 안 됐어.”
그 말을 듣고 나는 차를 길가에 세웠다.
어머니는 내가 울 거라고 생각했는지 휴지를 뽑았다. 하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운전대에 손을 얹고, 아직 얼마 안 됐다는 말이 가리키는 시간을 생각했다.
아버지가 죽은 지 육 년.
동생이 죽은 지 삼십사 년.
어머니가 휴지를 접었다. 쓰지 않은 휴지를 다시 반으로, 또 반으로 접었다.
“네 아버지가 처음 소리를 들은 날에는 말이야.”
어머니가 말했다.
“종우가 관을 두드리는 줄 알았어. 우리 부르는 줄 알고 밤새 땅을 팠어.”
“그런데?”
“옆에서도 나더래. 저 아래에서도 나고.”
그날 아버지는 무덤을 다 파지 못했다. 동생 묘에서 소리가 나면 아래쪽의 오래된 묘에서 더 길고 복잡한 소리가 돌아왔다. 아버지는 삽을 내려놓고 그 사이에 서 있었다.
한쪽이 멈추면 다른 쪽이 시작했다.
“한밤중에 내가 찾으러 갔더니 그러더라. 종우가 뭘 배우고 있는 것 같다고.”
어머니는 접은 휴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 뒤로는 혼자 안 갔어.”
*
가을에 도로 노선이 바뀌었다.
묘지는 그대로 남았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어머니를 모시고 아버지 묘에 갔다. 동생이 있던 자리는 평평해졌다. 새로 자란 풀만 색이 조금 달랐다.
어머니는 전처럼 음식을 많이 싸 가지 않았다. 아버지가 좋아하던 귤 두 개, 보온병에 든 커피. 우리는 돗자리에 앉아 그것을 먹었다. 어머니는 동생의 이름을 더는 부르지 않았다.
겨울이 오기 전 마지막으로 갔을 때, 어머니가 차에 지팡이를 두고 왔다. 내가 가져오는 동안 어머니는 아버지 봉분 옆에 앉아 있었다.
멀리서 보니 누군가의 말을 듣는 모습이었다.
고개를 조금 기울이고, 두 손을 무릎 위에 놓고.
나는 걸음을 멈췄다.
땅속에서 짧은 소리가 났다.
톡. 톡톡.
아버지의 무덤이었다.
어머니는 움직이지 않았다. 나도 지팡이를 쥔 채 서 있었다.
잠시 후 우리가 선 곳보다 훨씬 아래에서 소리가 돌아왔다. 오래된 무덤들이 모인 쪽이었다. 처음에는 빗방울처럼 가늘었지만 곧 땅을 통해 발바닥에 닿았다. 짧게 끊기는 소리와 길게 긁는 소리가 일정한 순서로 이어졌다.
아버지의 무덤에서 다시 소리가 났다.
톡. 톡톡.
이번에는 마지막에 한 번을 더 두드리려다 멈췄다.
그러자 아래쪽에서 같은 소리가 반복되었다. 조금 더 느리게.
나는 어머니에게 가서 팔을 잡았다. 어머니는 순순히 일어났다. 흙이 묻은 바지를 털고 내게서 지팡이를 받았다.
우리는 차로 내려왔다. 문을 닫자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어머니는 안전띠를 매다가 손을 멈췄다.
“종우는 어릴 때도,” 하고 말했다.
나는 시동을 걸지 못했다.
“누구 가르쳐 주는 걸 좋아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