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작 · 미간행 오리지널
줄눈
“그 수건은 버리셔도 됩니다.”
시설 담당자가 세면대 아래 수납장을 열어 주었다. 수진은 수건을 꺼내 세면대에 깔고 생수병의 물을 조금씩 부어 흙손을 씻었다. 굳은 접착제 조각이 수건의 올 사이에 남았다. 수도꼭지에는 아직 보호 비닐이 씌워져 있었다.
호텔은 사막 도시의 외곽에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건물들은 서로 떨어져 있었고, 그 사이에는 포장하지 않은 땅이 남아 있었다. 수진과 명호는 이 층의 욕실 타일을 함께 붙였다. 명호가 야간 보수를 하러 온 것은 나흘 전이었다. 그날 이후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다음 업체가 내일 들어옵니다. 남은 것도 오늘 가져가시면 됩니다.”
수진은 흙손의 물기를 닦아 가방에 넣었다. 두 사람이 돈을 보태 산 공구라 손잡이에 이름을 쓰지 않았다. 큰 것은 모두 있었다. 옆주머니에 꽂아 두는 작은 줄눈칼만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보수 항목은 천장 점검구 둘레였다. 수진이 고개를 들었다. 가로세로 육십 센티미터인 덮개 한쪽에 젖은 얼룩이 있었다. 흰 면을 따라 번진 얼룩 끝에서 노란 것이 조금 나와 있었다.
“여기 물을 넣었어요?”
“아직요. 아래층까지만 열었습니다.”
수진은 세면대 밑을 들여다보았다. 접속부와 마개는 말라 있었다. 바닥에도 물이 흐른 흔적은 없었다. 담당자가 가져다 놓은 발판을 옮겨 올라가니 노란 테이프의 겹친 끝이 보였다. 테이프는 작은 보청기의 배터리 덮개를 감싸고 있었다.
명호는 그 덮개가 자꾸 열린다며 테이프를 붙였다. 작업을 마치면 공구 정리는 수진에게 맡겨도 보청기는 직접 빼서 주머니 속 통에 넣었다. 수진이 대신 챙긴 적은 없었다.
기기의 절반이 얼룩 속에 잠겨 있었다. 수진은 엄지와 검지로 튀어나온 부분을 잡았다. 손가락에 묽은 액체가 묻었다. 조금 당기자 기기 뒤에서 살색의 굽은 테두리가 따라 나왔다. 테두리 안쪽에는 귓바퀴의 골이 있었다.
수진은 손을 멈췄다. 보청기를 놓아도 귀는 나온 만큼 남아 있었다.
“낮은 작업대 가져다주세요. 위가 넓은 걸로요.”
담당자가 수진의 손가락을 보다가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수진은 발판에서 내려와 생수병을 닫았다. 흙손을 닦은 수건 옆에 손이 닿지 않도록 병을 수납장 안에 넣었다.
덮개는 모서리 네 곳의 나사로 철제 틀에 고정되어 있었다. 붙일 때는 천장과 높이가 같았다. 지금은 가운데가 아래로 처져, 틀에 비친 조명이 그 부분에서 끊어졌다.
담당자가 바퀴 달린 작업대를 밀고 왔다. 수진은 바퀴를 잠그고 상판에 각목을 쌓았다. 두 줄로 쌓은 각목 위에 긴 것을 가로질러 놓자 덮개 아래에 손가락 하나 정도의 간격이 남았다. 얇은 나무 조각을 더 끼워 그 간격을 채웠다. 귀가 나온 쪽은 받침에 닿지 않게 비워 두었다.
“경찰에 전화하겠습니다.”
담당자는 휴대전화를 들고 복도로 나갔다. 욕실 문이 열린 채라 통화하는 목소리는 들렸지만 말은 구분되지 않았다.
수진은 가방에서 얇은 헤라를 꺼냈다. 줄눈칼보다 날이 넓어서 모서리에 넣으려면 손목을 기울여야 했다. 귀에서 가장 먼 변부터 접착제를 끊었다. 날이 들어가는 깊이는 손가락으로 막았다. 철제 틀의 안쪽을 따라 밀자 말랑한 실리콘이 길게 벗겨졌다. 그 안에 짧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박혀 있었다.
떼어 낸 실리콘은 작업대 끝에 놓았다. 다음 변에서는 날이 중간에 걸렸다. 수진이 손잡이를 바깥으로 조금 젖히자 덮개 가장자리가 내려오며 귀도 함께 움직였다. 헤라를 되돌리니 둘 다 원래 높이로 돌아갔다. 귀가 붙은 면과 덮개 사이에는 벌어지는 틈이 없었다.
수진은 귀 쪽에서 날을 빼고 반대 방향으로 옮겼다. 귀를 향해 밀지 않고 귀 옆에서 시작해 바깥으로 잘랐다. 남은 실리콘이 끊어지면서 액체 한 방울이 떨어졌다. 각목의 잘린 면에 둥근 자국이 생겼다.
담당자가 돌아왔을 때 네 변은 모두 떨어져 있었다. 그는 전화기를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작업대 옆에 섰다.
“손대지 말고 기다리라고 합니다.”
수진이 나사 하나를 가리켰다. 머리가 틀에서 비스듬하게 들려 있었다. 그 둘레의 흰 표면에는 둥글게 눌린 홈이 생겼다.
“이대로 두면 저쪽부터 빠져요. 아래로 내려만 놓겠습니다.”
담당자는 작업대의 잠금장치를 발로 한 번 더 눌렀다.
수진은 드라이버로 나사를 조금씩 번갈아 풀었다. 나사산이 빠질 때마다 덮개가 내려앉았고 각목 사이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마지막 나사를 뽑자 받침 위에 무게가 전부 실렸다. 수진은 뽑은 나사 네 개를 수납장 안, 생수병 옆에 놓았다.
둘은 덮개의 양쪽을 잡았다. 가장자리는 손바닥보다 얇았지만 한 손으로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가 아니었다. 담당자가 양손으로 한쪽을 약간 드는 동안 수진이 각목 한 단을 뺐다. 반대쪽도 같은 높이로 낮췄다. 작업대 상판까지 내리는 동안 담당자의 소매가 두 번 흘러내렸다. 그는 옷을 올리지 않고 팔 안쪽으로 덮개를 받쳤다.
천장 안이 드러났다. 수진은 발판 위에서 손전등을 비췄다. 콘크리트 천장과 마감면 사이에는 사람이 누울 만한 공간이 있었다. 빛을 양옆으로 돌렸지만 사람도 놓인 물건도 없었다. 배관 접속부에는 먼지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점검구의 철제 틀에 줄눈칼 하나가 걸려 있었다. 틀과 덮개 사이에 끼어 있던 날이 덮개가 내려가면서 드러난 상태였다. 수진은 손잡이 아래를 받쳐 빼냈다. 검은 손잡이에 손톱 하나가 붙어 있었다. 손톱 밑의 얇은 살이 마르면서 고무 무늬에 달라붙어 있었다.
수진은 칼을 공구 가방에 넣지 않고 나사 옆에 내려놓았다. 담당자가 바닥의 포장지를 발로 밀어 자리를 비웠다. 둘이 덮개를 들어 작업대 밖으로 옮겼다. 평평하게 든 채 무릎을 굽혀 한 변을 바닥에 대고, 잡은 쪽을 천천히 세웠다.
젖은 귀가 틀에 눌렸던 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옆으로 접혔다. 그 아래로 액체가 한 줄 흘렀다. 흰 앞면을 받친 수진의 손은 그대로 멈춰 있었고, 맞은편 담당자의 손등 위로 뒷면에 붙어 있던 먼지가 떨어졌다. 네 모서리의 나사 구멍 안쪽에는 나사산을 따라 눌린 피부와 흰 뼈가 보였다. 덮개 뒷면 한 장 안에 명호의 얼굴부터 발톱까지 끊어진 곳 없이 납작하게 이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