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아랫면

수영장이 문을 닫는 날에도 금례 씨는 왔다.

탈의실 사물함에는 열쇠가 절반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오전에 업자가 와서 헤어드라이어와 체중계를 가져갔고, 매표소 유리에 붙인 폐관 안내문은 습기를 먹어 모서리가 말려 있었다. 나는 금례 씨에게 오늘은 여섯 시까지만 한다고 말했다.

“알아. 씻는 건 집에서 할게.”

그녀는 늘 같은 대답을 했다. 물에서 늦게 나오겠다는 뜻이었다.

금례 씨는 수영을 못했다. 일주일에 세 번씩 와서 가슴 깊이의 물속을 걸었다. 땅에서는 무릎 때문에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지만 물에 들어가면 허리가 펴졌다. 수영장이 없어지면 버스로 사십 분을 가야 했다. 갈아타는 정류장에는 의자가 없다고 했다.

그날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은 금례 씨를 포함해 다섯이었다. 나는 걷기 강습용 줄을 걷어 올리다 말고 유리창을 보았다. 산 쪽에서 검은 것이 넘어오고 있었다. 구름의 가장자리가 너무 반듯했다. 누가 젖은 먹지를 하늘에 천천히 밀어 넣는 것 같았다.

기계실에서 준호가 올라왔다.

“밖에 새들 봤어요?”

주차장에 참새가 내려앉아 있었다. 아스팔트의 흰 선을 따라 수십 마리가 배를 붙이고 있었다. 한 마리는 현관의 자동문이 열릴 때 안으로 뛰어들었다. 날개가 멀쩡한데도 날지 않았다.

“우박 오려나.”

준호는 휴대전화로 날씨를 확인했다. 화면에는 구름 그림만 떠 있었다.

첫 빗방울은 천장에서 들렸다.

쿵.

금속 지붕 위에 무거운 자루를 떨어뜨리는 소리였다. 모두 고개를 들었다. 잠깐의 정적 뒤에 같은 소리가 세 번 더 났다. 그러고는 평범한 빗소리가 이어졌다. 물이 처마를 타고 쏟아져 내렸다.

나는 회원들에게 이제 나오시라고 했다.

네 사람은 계단을 올라 탈의실로 갔다. 금례 씨만 먼 쪽 벽에 손을 짚은 채 한 번 더 왕복하겠다고 손가락을 들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부터 저 물에서 걷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평소 같으면 거절했을 일들을 그날은 자꾸 허락하고 있었다.

준호가 현관에서 나를 불렀다.

비는 굵었지만 주차장 바닥은 아직 군데군데 말라 있었다.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도 바닥에 닿기 전에 가늘어졌다. 이상해서 한참을 보았다.

물이 위로 흐르고 있었다.

주차된 차의 보닛에서 둥근 물방울이 솟았다. 처음에는 빗방울이 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튀어 오른 물은 다시 내려오지 않았다. 길게 늘어나더니 처마 밖의 빗줄기에 합쳐졌다.

준호가 손을 내밀었다.

“하지 마.”

그가 나를 돌아보았다. 손등에 맺힌 물방울 하나가 작은 물집처럼 부풀었다. 준호는 웃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손목이 위로 꺾였다.

나는 그의 팔꿈치를 잡아당겼다. 준호가 현관 안쪽으로 넘어졌다. 손등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며 피부가 조금 벗겨졌다. 피가 흘렀는데, 피도 손목을 타고 올라갔다.

“뭐야.”

준호는 손을 바지에 문질렀다.

주차장 끝에서 경차 한 대의 경적이 울렸다. 방금 수영장을 나간 회원의 차였다. 운전석 문이 열렸고 파란 우산이 펼쳐졌다. 나는 유리를 두드렸다. 나오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우산이 뒤집혔다.

여자는 손잡이를 놓았다. 우산이 올라갔다. 바람에 날아가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우산 끝이 먼저 솟고 몸통이 뒤따랐다. 접히지도 흔들리지도 않은 채였다.

여자는 두 손으로 차 지붕을 짚었다.

그녀의 발뒤꿈치가 들렸다.

준호가 문을 열려고 했다. 나는 그의 허리를 붙잡았다. 여자는 지붕 가장자리를 붙들고 있었지만 손이 미끄러지고 있었다. 입을 크게 벌렸다. 경적 때문에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마지막에 한쪽 손만 남았다.

그 손이 차에서 떨어졌을 때 여자의 몸은 놀랄 만큼 빨리 올라갔다. 건물 이 층 높이쯤에서 자세가 바뀌었다. 팔다리가 벌어지고 등이 휘었다. 보이지 않는 바닥에 배를 부딪친 것 같았다.

비가 한순간 옆으로 퍼졌다.

그녀는 없어졌다.

준호와 나는 문 앞에 주저앉아 있었다. 경적은 계속 울렸다.

뒤에서 금례 씨가 말했다.

“은수 선생. 물이 왜 이래.”

수영장으로 돌아갔을 때 수면은 가장자리보다 가운데가 높았다.

잔물결이 아니었다. 길이 이십오 미터의 물 전체가 둥글게 부풀어 있었다. 금례 씨는 얕은 쪽 계단 난간을 잡고 서 있었다. 그녀의 수영복 어깨끈에서 떨어진 물이 턱 쪽으로 기어갔다.

나는 수건으로 그녀의 얼굴부터 닦았다.

탈의실에 남아 있던 세 사람이 옷을 반쯤 입은 채 나왔다. 누군가 전화로 소방서에 같은 말을 반복했다. 사람이 날아갔다고, 회관 옆 수영장이라고.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통화하던 남자가 전화기를 내려다보더니 다시 귀에 붙였다.

스피커에서 파도 소리가 났다.

준호는 모든 출입문을 잠갔다. 나는 회원들을 창문에서 떨어진 탈의실 복도로 데려갔다. 금례 씨는 내 팔에 거의 매달렸다. 무릎이 굽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때 지붕의 채광창 하나가 들썩였다.

나사 풀리는 소리가 차례로 났다. 팍, 팍, 팍. 반투명 판이 위로 벗겨졌다. 검은 사각형이 천장에 생겼다.

구멍으로 빗줄기가 내려왔다.

바닥에 닿은 빗줄기 끝은 흩어지지 않았다. 줄마다 둥근 끝이 있었고, 그것들이 타일 위를 더듬었다. 하나가 내가 떨어뜨린 수건에 닿았다. 수건이 서서히 일어났다. 모서리를 집어 드는 손이 없는데도 젖은 천이 펴졌다.

준호가 벽의 비상 스위치로 달려갔다. 채광창 아래에는 햇빛을 가리는 천막이 말려 있었다. 모터가 돌고 회색 천이 천천히 뻗어 나왔다.

빗줄기들이 천막에 걸렸다.

지붕 쪽에서 커다란 숨소리가 났다.

나는 그것을 숨소리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오래된 건물이 바람에 우는 소리라고 생각하려 했다. 그러나 소리에는 간격이 있었다. 들이마신 다음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다.

회색 천막의 한가운데가 위로 끌려갔다. 천막이 찢어지면서 철제 축이 벽에서 빠졌다. 준호가 뒤로 피했다. 축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빗줄기 사이에 비스듬히 매달려 있었다.

“샤워실로!”

나는 복도 끝을 가리켰다. 샤워실 위에는 이 층 보일러실이 있었다. 적어도 지붕 바로 밑은 아니었다.

세 회원이 먼저 뛰었다. 나는 금례 씨를 부축했다. 준호는 구명환을 집어 들고 우리 뒤에 왔다.

우리가 샤워실에 들어섰을 때 배수구 뚜껑이 딸깍거렸다.

구멍마다 물이 차올랐다. 아래에서 밀어 올린 물은 타일을 적시지 않고 가는 기둥이 되어 천장으로 향했다. 수도꼭지 끝에도 길고 투명한 것이 매달렸다. 그것들이 우리 쪽으로 휘었다.

한 회원이 비명을 지르며 복도로 돌아갔다. 다른 두 사람이 뒤따랐다. 나도 금례 씨를 끌어당겼다. 그녀의 슬리퍼가 벗겨졌다. 주울 수 없었다.

앞서 나간 남자가 현관문을 열었다.

우리는 멈추라고 소리쳤다. 그는 듣지 않았다. 문 바로 앞에 자기 차가 있었다. 두 걸음이면 닿을 거리였다.

문이 열리자 빗소리가 사라졌다.

그 자리에 바다 밑에서 들릴 것 같은 낮고 둔한 울림이 들어왔다. 내 귀가 막혔다. 세 사람은 처마 아래에서 한꺼번에 몸을 낮췄다. 무언가가 머리를 짓누르는 듯했다.

그러다 남자의 한쪽 팔이 문 밖으로 뻗었다.

그가 팔을 잡아당기려고 했는지, 밖의 무엇을 붙들려고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남자가 문틀에 어깨를 부딪쳤다. 뒤의 여자가 그의 허리띠를 잡았다. 나머지 한 사람은 여자의 옷을 잡았다.

셋이 문밖으로 밀려 나갔다.

준호가 달려갔다. 나는 금례 씨를 벽에 기대게 하고 그를 쫓았다. 현관 바닥에는 세 켤레의 신발이 남아 있었다. 처마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준호가 문을 닫았다.

그의 얼굴이 젖어 있었다.

뺨의 물이 눈으로 올라갔다. 준호는 눈을 감고 문질렀다. 속눈썹 사이에서 붉은 것이 가늘게 번졌다.

나는 매표소 안의 마른 걸레를 찾았다. 손에 잡히는 종이를 전부 끌어모았다. 그러나 그가 벽을 짚은 손이 점점 위로 올라갔다. 발가락이 타일을 긁었다.

“은수 씨.”

준호가 말했다.

나는 그의 허리를 껴안았다. 내 발도 가벼워졌다.

그때 금례 씨가 뒤에서 우리를 잡았다. 그녀는 서 있지도 못했다. 바닥에 앉은 채 준호의 바짓단을 붙들고 있었다.

“물로 가.”

그녀가 말했다.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

“아까 물 안에서는 안 그랬어.”

금례 씨는 가슴까지 잠겨 있는 동안 멀쩡했다. 계단을 올라온 뒤부터 얼굴의 물이 움직였다.

맞는 말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때 우리에게 남은 곳은 수영장뿐이었다.

나는 준호의 허리를 놓지 않은 채 옆으로 걸었다. 금례 씨는 바닥에서 몸을 밀며 따라왔다. 채광창 아래에는 이제 빗줄기들이 빽빽했다. 타일 사이에 끝을 대고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우리는 벽에 붙어 돌아갔다.

준호의 발이 완전히 들렸을 때 나는 그와 함께 풀 안으로 넘어졌다.

물에 잠기는 순간 그의 몸이 무거워졌다.

준호는 내 어깨를 밟으며 버둥거렸다. 나는 허리를 놓고 뒤로 빠졌다. 그가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었다가 비명을 질렀다. 머리카락이 위로 곧게 섰다. 나는 그의 발목을 잡아 다시 물속으로 당겼다.

물속에서 그는 나를 때렸다.

나는 맞으면서 그의 손을 붙들었다. 손가락으로 내 코를 가리키고, 위를 가리킨 다음 고개를 저었다. 준호는 입을 다물었다. 눈이 크게 벌어졌다.

계단에서 금례 씨가 내려오고 있었다. 난간을 잡은 그녀의 팔이 떨렸다. 나는 헤엄쳐 가서 몸을 받쳤다.

수영장에는 출발대 밑으로 깊게 파인 작은 공간이 있었다. 수면에서 콘크리트 밑면까지 한 뼘쯤 떴다. 나는 두 사람을 그 안으로 밀었다. 세 사람의 입과 코를 겨우 물 밖으로 내놓을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숨을 얼굴로 받았다.

준호가 울었다. 소리를 죽이려고 이를 물고 있었다. 금례 씨는 계속 미안하다고 했다. 수영을 못해서, 자기가 늦게 나와서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괜찮다는 말을 못했다. 대신 그녀의 손을 출발대 지지봉에 걸어 주었다.

천장에서 긴 마찰음이 났다.

나는 숨을 들이마시고 물속으로 내려가 밖을 보았다.

지붕이 열리고 있었다.

철판들이 한 장씩 젖혀졌다. 그 너머에는 하늘이 없었다. 검은 물이 있었다. 수영장 수면과 마주 보며 건물 위에 엎어져 있었다.

그 물의 아랫면에 사람들이 붙어 있었다.

처음에는 모두 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몇 사람은 움직였다. 팔을 아래로 뻗었다. 얼굴을 물 밖으로 내밀려는 사람이 얇고 질긴 막에 코와 입을 눌렀다. 파란 우산이 그들 사이를 천천히 지나갔다.

더 깊은 곳에서 희끄무레한 것이 돌아섰다.

몸 전체는 보이지 않았다. 넓은 면에 주름이 잡혔다가 펴졌다. 그 움직임을 따라 매달린 사람들이 한쪽으로 쓸려 갔다. 아직 팔을 흔드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보지 않는다고 없어질 것은 아니었지만, 보고 있으면 물 위로 올라가 그 손을 잡아야 할 것 같았다.

출발대 밑으로 돌아왔을 때 준호가 물었다.

“얼마나 있어야 해요?”

“비 그칠 때까지.”

“안 그치면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금례 씨의 틀니가 딱딱 부딪쳤다. 물은 강습 때와 같은 온도였지만 몸이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지지봉을 놓칠 때마다 놀라 숨을 들이켰다. 물을 몇 번 삼켰다.

나는 허리에 찬 구조용 벨트를 풀었다. 금례 씨의 가슴 아래로 돌리고 지지봉에 고정했다. 준호에게는 벨트를 붙잡게 했다. 내 양손이 자유로워졌다.

얼마 뒤 천장에 있던 물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검은 면이 건물의 잘린 벽을 따라 미끄러졌다. 전등을 삼키고 시계를 삼켰다. 벽시계는 여섯 시 사십이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금속 테두리가 닿자 짧게 번쩍였다.

우리가 숨 쉴 공간도 곧 없어질 터였다.

금례 씨는 내 표정을 보고 알았다.

“얼굴 넣어야 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제가 손 두 번 쥐면 같이 올라와요.”

나는 실제로 올라올 수 있을지 몰랐다. 검은 물이 수영장 물에 닿으면 어떻게 될지도 몰랐다.

금례 씨가 내 팔을 붙들었다.

“나 놓지 마.”

그녀는 미안하다는 말을 더 하지 않았다.

우리는 마지막 숨을 나눠 쉬고 잠겼다.

곧 머리 위가 어두워졌다. 수영장 벽의 흰 타일만 희미하게 보였다. 나는 한 손으로 지지봉을 잡고 다른 손으로 금례 씨의 손을 쥐었다. 준호는 내 팔꿈치에 매달려 있었다.

위에서 누가 걸었다.

발바닥이 물을 눌렀다. 발가락 다섯 개가 벌어졌다가 오므라들었다. 다른 발이 그 옆에 놓였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금례 씨가 내 손을 한 번 쥐었다.

아직이라고 말해 줄 수 없었다. 나는 그녀의 손등을 엄지로 문질렀다.

작은 거품들이 그녀의 코에서 나왔다.

내 가슴에도 통증이 생겼다. 숨을 쉬겠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물 위에 무엇이 있든 올라가고 싶었다. 손을 놓고 발을 구르면 됐다.

준호가 내 팔꿈치를 놓았다.

나는 그를 붙잡으려고 팔을 뻗었다. 손가락이 그의 손목에 닿았다. 그가 내 손을 밀었다. 물속에서 그의 입이 움직였다.

그는 수면으로 올라갔다.

얼굴이 물 밖으로 나갔다. 어깨가 뒤따랐다. 아주 잠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숨을 쉰 사람의 움직임이었다.

그다음 그의 두 다리가 곧게 펴졌다.

나는 발목을 잡았다.

준호의 몸이 홱 올라가며 내 어깨가 늘어났다. 금례 씨의 벨트가 팽팽해졌다. 지지봉을 고정한 나사 하나가 벽에서 빠졌다. 금례 씨의 입이 벌어졌다. 물이 들어갔다.

나는 준호를 놓았다.

그의 발이 손바닥을 스치고 사라졌다.

머리 위에서 한 번, 아주 크게 물이 출렁였다. 금례 씨가 경련했다. 나는 그녀의 턱을 받쳤다. 내 입 안에도 물이 들어왔다.

밝아졌다는 것을 알았지만 곧바로 움직이지 못했다.

누런 빛이 풀 바닥까지 닿았다. 지지봉의 그림자가 보였다. 나는 금례 씨의 손을 두 번 쥐고 위로 밀었다.

우리는 부서진 출발대 옆에서 숨을 쉬었다.

하늘은 저녁빛이었다.

나는 금례 씨를 계단까지 끌고 갔다. 그녀가 기침할 때마다 등을 받쳤다. 토한 물이 계단 아래로 흘렀다. 아주 오래 그것을 보고 있었다. 물이 아래로 흘러가는 것을.

밖에서는 경적이 여전히 울렸다.

그날 읍내에서 사라진 사람은 마흔세 명이었다. 실종자들의 차와 가방은 대부분 발견됐지만 사람은 한 명도 돌아오지 않았다. 수영장에서는 나와 금례 씨가 구조됐다. 구조대원은 우리가 무너지는 지붕을 피해 물속에 있었던 것으로 이해했다. 나는 여러 번 설명했고, 나중에는 그만두었다.

준호의 어머니는 병원으로 찾아왔다. 내 손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아들이 마지막에 무슨 말을 했는지 물었다.

나는 물속이라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 입 모양을 알아봤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살려 달라는 말이었다.

겨울이 오기 전에 금례 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버스를 두 번 타고 가는 수영장에 등록했다고 했다. 처음 가는 날만 같이 가 달라고 했다.

우리는 정류장에서 만났다. 그녀는 작은 목욕 가방과 접이식 의자를 들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앉을 자리는 자기가 가져오면 된다고 했다.

새 수영장은 지하에 있었다.

금례 씨는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나는 천장을 보았다. 환기 덕트와 전선관 사이로 두꺼운 콘크리트가 드러나 있었다.

물에 들어간 금례 씨의 허리가 펴졌다.

그녀는 벽을 잡고 조금 걷다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오늘은 얼굴 넣는 것부터 가르쳐 줘.”

나는 그녀 앞에 섰다. 두 손을 받쳐 주었다. 금례 씨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겁이 나서 웃었다. 다시 들이마셨다.

얼굴이 물속으로 들어갔다.

세 번을 세기도 전에 나는 그녀를 끌어올렸다.

금례 씨가 눈을 비볐다. 왜 그러느냐고 묻지 않았다. 물이 턱에서 가슴으로 흘러내렸다. 나는 그 물을 보며 손에 준 힘을 조금 풀었다.

그녀가 다시 허리를 굽혔다.

이번에는 내가 놓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