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맡

“이것도 선 그어요?”

아침조 직원이 도시락을 내밀었고, 저는 검은 매직으로 바코드를 지웠습니다. 폐기 등록을 마친 것부터 지우라고 말했습니다. 은지 씨에게도 첫날 같은 순서로 가르쳤습니다. 점주님께서 요청하신 경위서는 인수인계를 마치고 씁니다. 직원 숙소에서 물이 발견된 첫날부터 오늘까지, 사흘간의 일입니다.

먼저 은지 씨는 근무 도중 제가 쉬게 해 준 직원입니다. 같은 단지 안에서 이동했고, 숙소 현관 비밀번호도 알고 있었습니다. 야간조 책임자가 휴식을 허락했다는 사실과 그 직원이 숙소를 떠나는 모습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은 구분해 주십시오. 저는 편의점에 복귀해야 했습니다.

첫날 오전 일곱 시 사십 분, 안방 천장에 물 한 점이 맺혀 있었습니다. 은지 씨가 쓰던 침대 발치 위였습니다. 둥근 물방울 아래에 제 손바닥을 댔지만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휴지를 대자 동전보다 작은 자국이 생겼습니다.

그날부터 제가 안방을 사용했습니다. 작은방에는 창문이 없고 냉장고 뒷면이 닿은 벽에서 밤낮으로 진동이 났습니다. 은지 씨에게 안방을 먼저 준 사람도 저입니다. 침대 방향이나 다른 가구는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시트와 베갯잇만 세탁했습니다.

누수 기사는 오전 열한 시에 왔습니다. 점검구는 붙박이장 위에 있습니다. 기사가 그 안으로 팔을 넣어 찍은 사진에는 회색 콘크리트와 흰 배관이 나왔습니다. 배관 이음매에 댄 휴지도 사진에 있습니다. 젖은 부분은 없었습니다. 윗집 거주자의 허락을 받아 욕실 배관도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안에서 내려온 흔적이 없어요.”

기사는 천장 표면을 손등으로 문질렀습니다. 제가 닦은 자리를 알려 주자 손전등을 옆으로 비췄습니다. 도배지가 들뜨거나 색이 달라진 부분은 없었습니다. 그 자리는 저녁에 출근할 때까지 말라 있었습니다.

위치는 방문 옆 콘센트의 가운데를 기준으로 쟀습니다. 콘센트에서 창문 쪽으로 백칠십이 센티미터, 벽에서 침대 쪽으로 육십일 센티미터입니다. 실 끝에 열쇠를 묶어 천장에서 늘어뜨린 뒤 바닥에 테이프를 붙였습니다. 누수 접수에는 ‘침대 발치’만 적혀 있어 수치를 추가합니다.

콘센트는 그 방에 하나 있습니다. 은지 씨가 접촉 불량을 적어 준 적은 있습니다. 점주님께 전달한 수리 요청에도 위치가 나옵니다. 숙소 설비 문제를 제가 누락했다는 말씀은 이 기록을 확인한 뒤에 해 주십시오.

둘째 날에는 물이 침대 가운데 위에 있었습니다. 첫날 붙인 테이프보다 방문 쪽으로 칠십 센티미터 가까웠습니다. 벽과의 거리는 같았습니다. 첫날 자리는 손가락으로 눌러도 마른 상태였고, 새 물방울만 휴지에 묻었습니다. 두 장의 휴지는 각각 날짜를 써서 식탁에 두었습니다.

점주님께 전화가 온 것은 그 직후였습니다.

“은지가 마지막으로 보낸 거야.”

통화 중 전달받은 문자에는 ‘언니가 밖에서 닫았어요’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발신 시각은 은지 씨가 숙소로 간 날 오전 두 시 십팔 분이었습니다. 저는 현관문을 닫았다는 말이라고 답했습니다. 저희 집 현관은 손을 떼도 저절로 닫히지만, 끝까지 닫히지 않을 때는 바깥에서 당겨 줍니다.

“무슨 문인지 네가 어떻게 알아.”

당시 제가 닫고 나온 문을 말씀드린 겁니다. 은지 씨가 문자에 문 이름을 쓰지 않은 부분까지 제가 보충할 수는 없습니다.

은지 씨는 입사 후 여덟 번 근무했고 세 번 지각했습니다. 첫 번째는 십일 분, 두 번째는 이십삼 분, 세 번째는 사십 분입니다. 사십 분 늦은 날에는 음료 입고가 겹쳤습니다. 제가 검수하는 동안 손님이 계산대 앞에서 두 번 벨을 눌렀습니다. 이 내용은 근무일지에 적혀 있습니다.

마지막 근무일에도 은지 씨는 앞치마를 벗고 출입문으로 갔습니다. 어디로 가느냐고 묻자 잠깐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숙소에서 쉬라고 했고, 대체 근무자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올라갔습니다. 안방 문을 두드린 적도 있습니다. 다시 출근할 시간이 됐다고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때 점주님께 보낸 사진을 다시 확인해 주십시오. 닫힌 안방 문 아래에 은지 씨 손가락 세 개가 나와 있습니다. 문과 마룻바닥 사이에는 손가락이 들어갈 만큼 틈이 있습니다. 가운데 손톱에는 초록색 매니큐어가 반쯤 남아 있습니다. 도시락 진열을 가르칠 때도 그 상태였습니다.

제가 그 사진을 보낸 것은 은지 씨가 일어나 있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손가락이 보이게 문 아래만 잘라 보냈습니다. 사진을 보낸 뒤에는 손을 안으로 넣으라고 말했습니다. 문 앞을 지나야 현관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셋째 날인 오늘, 야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안방의 머리판은 방문 쪽에 있었습니다. 침대는 양쪽으로 사람이 지날 수 있는 폭의 통로를 두고 놓여 있었습니다. 전날까지 창문 아래에 있던 낮은 수납장은 붙박이장 옆으로 옮겨져 있었습니다.

현관에서 신발을 벗기 전에 기사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침대 옮기셨어요?’

‘네. 6시 20분에 들어가서 7시 5분에 나왔습니다. 천장 전체 보느라 뺐다가 반대로 넣었네요. 수납장도 옮겼습니다.’

기사의 재방문과 출입 번호 전달은 점주님께서 정하신 일입니다. 저는 그 시간에 편의점에서 냉동식품을 받았습니다. 검수 완료 시각은 여섯 시 오십이 분입니다.

새로 놓인 머리판 위에 물 한 점이 있었습니다. 콘센트에서 창문 방향으로 삼십이 센티미터였습니다. 둘째 날 위치보다 다시 칠십 센티미터 방문에 가까웠습니다. 벽과의 거리는 육십일 센티미터로 같았습니다. 베개 가운데에 수건을 펴 놓고 침대 옆에 섰습니다. 물은 수건으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기사에게 침대를 되돌려 놓겠다고 답했습니다. 매트리스를 세우고 수납장을 빼낸 뒤 프레임을 돌렸습니다. 머리판을 다시 창문 아래로 밀다가 뒷면에 붙은 종이가 떨어졌습니다. 한쪽 테이프가 남아 있어 종이를 전부 펴는 데 손을 한 번 더 넣었습니다.

은지 씨 이름이 적힌 지난주 근무표였습니다. 여백에는 ‘머리맡 콘센트 접촉 불량. 방문 바로 옆’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아래에는 제가 수리 접수 날짜를 써 놓았습니다. 은지 씨가 종이를 보여 주었을 때 적은 숫자입니다. 방문 옆 콘센트에서 창문 아래까지는 이 미터가 넘습니다.

첫날 경위서에 적은 침대 방향은 제가 사용하던 방향입니다. 은지 씨가 사용하던 방향과 구분해서 읽어 주십시오. 사흘의 수치를 바닥에 표시하니 테이프 세 개가 일렬로 놓였습니다. 백칠십이, 백이, 삼십이 센티미터. 모두 은지 씨가 머리를 두던 방문 쪽으로 가까워졌습니다.

점주님은 제가 보낸 근무표 사진을 보신 뒤 안방 문에 빗장을 언제 달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은지 씨가 나간 뒤라고 답했습니다. 편의점 재고를 숙소에 보관할 때 잠글 수 있어야 했습니다. 실제로 작은방에는 생수와 종이컵이 있습니다. 안방 문은 방 안으로 열리므로 복도에 단 철물은 문을 여는 동선에 걸리지 않습니다.

“재고 사진 말고, 그날 사진 원본 보내.”

점주님께서 요구하신 파일을 경위서 끝에 첨부합니다. 촬영 시각은 오전 두 시 십육 분입니다. 은지 씨의 마지막 문자보다 이 분 앞섭니다. 제가 출근을 재촉했다는 진술은 그대로입니다. 사진을 자른 것은 손가락을 크게 보여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은지 씨의 손가락이 문 아래로 나온 그 원본 사진 상단에는 복도 쪽에서 걸어 잠근 빗장이 함께 찍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