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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통 손잡이
영수 씨는 벌통 위로 두른 운반끈을 당긴 뒤, 허리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딸 수진 씨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아래는 수진 씨가 보관한 채팅과 운반 영상입니다. 영상에서 잘라낸 사진 두 장을 먼저 싣습니다.
[사진 1 — 영상 00:23] 화면 위쪽에 벌통이 있습니다. 아래 칸의 환기망이 카메라 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검은 망 뒤로 연한 크림색 조각이 가로로 이어지고, 가운데에서 조금 왼쪽은 검습니다. 망 아래 나무턱에 노란 밀랍이 붙어 있습니다.
[사진 2 — 영상 00:19] 화면 오른쪽에 영수 씨의 아버지가 있습니다. 비탈을 향한 옆얼굴입니다. 오른손의 담배를 입으로 가져가는 중이며, 벌어진 입술 사이로 아래 앞니 한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두 사진의 전체 화면과 소리가 이어지는 구간은 뒤에 붙였습니다. 촬영 전 채팅부터 옮깁니다.
[수진 씨 휴대전화 — 아빠와의 대화]
16:41 영수: 받침판 하나만 더 꺼내 놔. 이거 들으면 끝이야. 16:41 수진: 밑에 깔린 거요? 16:41 영수: 응. 틀은 다 먼저 실었어. 빈 통이라 둘이 들면 돼. 16:42 수진: 할아버지한테 같이 들어 달라고 해요. 16:42 영수: 허리 때문에 안 돼. 너 올라와. 16:42 수진: 받침판 빼고요. 아까 하던 얘기는요. 16:43 영수: 아버지도 젊을 때 이 벌터에서 통을 날랐대. 자기 아버지랑. 16:43 영수: 골짜기 건너에서 누가 이름을 부르더래. 아버지 목소리로. 16:43 수진: 할아버지 아버지요? 16:43 영수: 응. 내 할아버지. 16:44 영수: 대답 안 하고 일했는데 다음에는 벌통 줄 맨 끝에서 불렀대. 처음 부른 데서 거기 오려면 골짜기 내려가서 다시 올라와야 해. 16:44 수진: 사람은 봤대요? 16:44 영수: 끝에 놓인 통들만 보였대. 16:44 영수: 마지막엔 들고 있던 통 안에서 이름을 불렀고. 16:45 수진: 잠깐만요. 판이 걸렸어요. 16:45 영수: 옆으로 빼. 위로 들지 말고.
이후 메시지는 없습니다. 다음 영상은 수진 씨가 받침판을 빼서 적재함 바닥에 놓은 뒤 촬영했습니다. 휴대전화는 적재함 앞벽에 세워져 있고, 적재함 뒤쪽 문은 내려가 있습니다.
[운반 영상 — 00:00부터]
수진 씨의 손이 화면에서 빠진다. 적재함 너머로 흙비탈이 보인다. 남은 벌통은 이단짜리 하나이며, 트럭에서 내리막 쪽 손잡이까지의 거리는 8미터다. 벌통이 있던 자리를 따라 빈 받침돌들이 줄지어 있다.
영수가 통 위에 손바닥을 얹고 끈의 버클을 누른다. 덮개 모서리를 한 번씩 당긴다. 덮개는 들리지 않는다. 아래 칸 앞면에는 나사로 고정한 환기망이 있다. 양쪽 나무 손잡이는 통 바깥으로 돌출되어 있다.
수진이 트럭 왼쪽으로 나와 비탈을 오른다. 할아버지는 트럭 오른쪽 뒤 바퀴 옆에 서 있다. 왼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오른손으로 담배를 잡고 있다. 고개는 벌통 쪽으로 돌아가 있다.
00:04 골짜기 건너편에서 길게 소리가 온다.
“영수야.”
영수가 허리 주머니에 휴대전화를 넣다가 멈춘다. 골짜기를 향해 빈손을 들어 보인다. 화면 오른쪽의 아버지는 담배를 내리고 연기를 뱉는다.
수진: “누구한테 손 드는 거예요?” 영수: “건너에서 부르잖아.”
수진은 벌통 오른쪽에 선다. 영수는 왼쪽으로 옮겨 서서 발밑의 작은 돌을 신발 옆면으로 밀어낸다.
00:13 빈 받침돌의 줄 끝에서 소리가 난다. 첫 호출 때보다 짧고, 끝 음절까지 또렷하다.
“영수야.”
수진이 트럭 쪽으로 몸을 돌린다. 할아버지는 담배를 입에 문 채 주머니에서 왼손을 꺼낸다. 적재함 바닥을 가리킨 다음 두 사람 쪽으로 손바닥을 펴서 당긴다.
수진: “여기로 들고 내려오래요.” 영수: “앞에 망 있으니까 네 쪽만 높이 들지 마.”
수진이 오른쪽 손잡이 아래로 손가락을 넣는다. 영수도 반대쪽 손잡이를 잡는다. 통의 앞면과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이 카메라를 향한다.
00:19 할아버지가 오른손으로 담배를 빼고 입술에 붙은 종잇조각을 손가락으로 떼어낸다. 입을 벌린 상태로 담배를 다시 문다. 사진 2는 이때의 화면이다.
00:22 영수: “하나, 둘.”
벌통 바닥이 받침돌에서 떨어진다. 두 사람이 무릎을 펴는 동안 통의 아래쪽이 트럭을 향해 조금 돌아간다. 영수의 팔꿈치가 펴지고 수진이 손잡이를 배 쪽으로 당긴다.
두 사람 사이에서 목소리가 난다.
“영수야.”
수진이 턱을 내린다. 영수의 고개도 통 쪽으로 꺾인다. 환기망 뒤의 밝은 부분이 위아래로 갈라졌다가 붙는다. 사진 1은 그 사이의 화면이다.
영수: “내려. 그대로 내려.”
통 바닥의 한쪽 모서리가 받침돌에 닿는다. 수진이 손을 낮추자 나머지 모서리도 닿는다. 두 사람은 손잡이에서 손을 뺀다. 운반끈은 덮개 중앙에 걸려 있다.
00:29 영수가 트럭을 향해 선다.
영수: “아버지. 아까 그 얘기.”
아버지가 담배를 손으로 옮긴다.
영수: “옛날에 할아버지랑 양쪽 손잡이 잡고 있었다고?” 아버지: “통은 나하고 동생이 들었지.” 영수: “할아버지는 어디 계셨고?” 아버지: “차 옆에. 거기서 담배 피우고 계셨지.”
여기까지가 채팅 다음에 붙인 연속 영상입니다. 마지막 답변 앞의 00:19~00:24를 다시 배치합니다. 왼쪽은 벌통 아래 칸, 오른쪽은 같은 화면의 트럭 옆입니다.
[00:19] 왼쪽 — 환기망이 나무턱에 일부 가려져 있습니다. 오른쪽 — 아버지가 입을 벌리고 담배를 다시 뭅니다. 아래 앞니의 빈자리가 보입니다.
[00:22~00:24] 왼쪽 — 벌통이 들립니다. 망 뒤의 밝은 줄이 벌어지고, 가운데에서 조금 왼쪽에 있던 검은 틈이 아래쪽 줄을 따라 움직입니다. 오른쪽 — 아버지의 오른손은 허리 아래로 내려가 있습니다. 담배는 입술 사이에 가로로 물려 있습니다.
트럭 옆 아버지가 담배를 문 동안, 벌통 환기망 안쪽에서는 같은 아래 앞니 하나가 빠진 아버지의 입이 영수의 이름을 발음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