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07-13목요일에 온다
무너미 사람들은 비 오는 밤에 전화를 받지 않는다. 벨은 꼭 한 번 울고 끊긴다. 그러면 마을의 불이 하나씩 죽는다. 사람들은 불을 끄고 이불 속에서 아침을 기다린다. 아침이 오면 맨 먼저 부엌으로 간다. 냉장고 문짝부터 본다. 아무것도 붙어 있지 않은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쌀…
- 2026-07-07마모 일지
장마가 들 무렵의 한내 지하보도에서는 물비린내가 먼저 마중을 나왔다. 도로 밑으로 스물몇 계단을 내려가면 셔터 내린 구둣방과 열쇠 가게가 마주 보고 늘어선 좁은 복도가 나오는데, 콘크리트가 겨우내 머금었던 물을 도로 뱉어 내는 냄새와 곰팡내, 구석 어딘가에 오래 밴 지린내가 형광등 불빛…
- 2026-07-06먼저 온 일기
3월 2일 (월) 정림빌라 관리실 열쇠를 받은 첫날이다. 계단은 나선형이라 3층까지 오르는 동안 숫자를 두 번 헷갈렸다. 건물은 1988년에 지어졌다고 부동산 아저씨가 말했는데, 복도 벽지 무늬로 보면 그보다 백 년은 더 된 것 같다. 벽지 밑으로 물이 스며 나온 자국이 지도처럼 퍼져…
- 2026-07-04대출 가능
다음은 지난달 서비스를 종료한 도시탐험 카페 '도시의 뼈' 게시판에서 '청안고시텔'로 검색하면 나오던 글 전부다. 게시판이 보여 주던 순서 그대로, 최신 글부터 옮긴다. ――― [공지] 청안고시텔 관련 게시물 안내 작성자: 운영진 | 2026.07.01 | 조회 41,203 해당 건…
- 2026-07-03이 방송은 녹음이 아닙니다
(시그널 음악 — 낮게 깔린 신시사이저. 자정을 한참 넘긴 정적.) 진행자[방송]: 새벽 세 시입니다. 〈세 시의 방〉, 한이경입니다. 진행자[방송]: 오늘도 여기 있습니다. 저는 늘 여기 있어요. 십이 년째, 이 시간, 이 방. 진행자[방송]: 밖은 겨울이라던데. 저는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