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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행MIDNIGHT G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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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1959-KO: 네 멋대로 해라

일련번호: SCP-1959-KO

등급: 유클리드

특수 격리 절차: SCP-1959-KO는 제19K격리구역 제1연구격리단지 2층 방령(ectoproof) 사물형 보관함에 보관한다. 외부 반출은 엄격히 금지되며, 접근을 위해서는 적절한 보안 인가를 부여받아야 한다. 접근 시, 인원들은 방호복 착용 등을 통해 병원체 감염에 대비해야 하며, 출입 전후 검역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SCP-1959-KO-a의 행방은 현재 추적 중이다.

자동 영사 장치에 고정된 SCP-1959-KO. 전염 범위 측정을 위한 제어 영사 시험 중 촬영됨.
자동 영사 장치에 고정된 SCP-1959-KO. 전염 범위 측정을 위한 제어 영사 시험 중 촬영됨.

자동 영사 장치에 고정된 SCP-1959-KO. 전염 범위 측정을 위한 제어 영사 시험 중 촬영됨.

설명: SCP-1959-KO는 1960년대 초반에 제조된 이스트먼 코닥 사의 35mm 셀룰로스 아세테이트 흑백 앙상블 필름 단일 릴이다. 필름의 오프닝 타이틀 롤에는 프랑스 영화 감독 에티엔 모로(Étienne Moreau)의 이름과 《손님들의 침상》(Le Lit des Invités)이라는 제목이 명시되어 있다.

SCP-1959-KO 검사 결과 필름 가장자리의 에지 코드 및 퍼포레이션 상태는 같은 시기의 코닥 35mm 필름 규격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은염 입자의 미세 구조 내에서 기적학적 파동 수용체로 기능하는 미지의 물질 결합이 확인된다.

더불어 필름 유제층 전면에 고농도의 A급 심령질이 도포되어 있음이 판명되었으며, 필름 에지 영역에 극소 크기의 변형된 다에바 문자가 필름 전체 길이에 걸쳐 미세하게 음각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것이 SCP-1959-KO 변칙성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SCP-1959-KO의 주요 변칙성은 이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객체의 주변부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신격·영적 실체군이 지속적으로 유인되는 현상이 관찰된다. 이 개체군은 VI급 인간형 현실 조정체이자 질병 조정 능력이 있는 A급 심령체에 속하며, 이른바 "역병신"으로 알려진 질병조정적 영적 개체에 속한다. 이 개체들은 특히 필름 표면에 도포된 심령질 층에 강한 집착을 표하지만, 직접적인 물리적 파괴나 감염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둘째, SCP-1959-KO가 영사기를 통해 스크린에 영사되어 관람자에게 노출될 때, 전염성 병원체 감염 현상이 발생한다. 영상이 재생되면 관람자는 비말, 직·간접 접촉 등 어떠한 물리적·생물학적 매개체 없이도 무작위로 생성된 변종 병원체에 즉각적으로 감염된다. 이 감염은 필름의 시각적 프레임과 음향 트랙이 동시 영사될 때 전염성이 극대화된다.

SCP-1959-KO가 처음으로 발견된 독립영화관.
SCP-1959-KO가 처음으로 발견된 독립영화관.

SCP-1959-KO가 처음으로 발견된 독립영화관.

생성되는 병원체 중 가장 높은 빈도로 확인되는 것은 천연두 바이러스(Variola major) 및 그 기적학적 변종이며, 노출된 시간에 비례하여 전신성 피부 괴사, 고열, 다발성 장기 부전 등의 병증이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 감염 현상은 관람 대상의 면역력이나 기존 백신 접종 여부와 무관하게 무작위로 발생한다. 증상은 SCP-1959-KO의 변칙성이 모두 영향을 미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SCP-1959-KO는 2025년 대한민국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독립영화관에서 천연두 감염 사례가 보고되면서 재단의 정보망에 포착되었다. 당시 해당 영화관에서는 누벨바그 관련 특별 상영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SCP-1959-KO 역시 해당 상영 중 일부로 편성되었다. 상영 이후 관람객 10명, 주변인 5명이 천연두에 감염되었으며, 그중 1명이 중태에 빠졌다.

SCP-1959-KO와 유사한 변칙성을 갖고 있는 필름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필름들을 SCP-1959-KO-a로 지칭한다. SCP-1959-KO-a는 SCP-1959-KO의 감독 에티엔 모로의 다른 작품이거나 모로의 제자들이 제작한 작품에서 다수 발견된다.

역사학부를 중심으로, SCP-1959-KO의 전염병 감염 기전이 질병술(Pathomancy)의 술식과 유사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질병술(Pathomancy)이란 기적학적 파동을 매개로 전염병 및 병원체를 인위적으로 조율·제어하는 기술 체계를 의미하며, 이를 행사하는 주체를 질병술사(Pathomancer)1라 칭한다.

질병술사의 역사적 사례로는 일본의 니카호 일족(Nikaho Clan)과 한국의 경주 김씨 내의령공파(The Naeuiryeonggong Branch of the Gyeongju Kim Clan) 등 동아시아의 일부 집단을 예시로 들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질병술은 신체 변이 및 유기체 연성에 집중하는 사르킥교 등 생물학적 초상 종교와 교리적·기적학적 연관성이 부재한, 독자적인 주술적 제어 체계라는 점이 주요한 특징이다.

이 주장은 질병술과 그 시전 집단이 SCP-1959-KO의 제작 배경과 알려진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인식되었으나, 최근 조사로 인해 재조명되고 있다. 질병술과 SCP-1959-KO와의 연관성에 관해서는 부록 1959-KO.3을 참조할 것.

부록 1959-KO.1: 《손님들의 침상》 시놉시스

《손님들의 침상》은 동시기 프랑스에서 전개된 누벨바그 운동과 다수의 미학적·기술적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SCP-1959-KO의 대략적인 제작 시기가 1963년에서 1964년 사이를 지목하고 있는 것이, 해당 작품이 누벨바그 운동에 큰 영향을 받았음을 시사한다.

본 영상은 총 87분 14초 분량으로, 파리 18구에 위치한 클로드 베르나르 병원의 입원병동 내에서 촬영되었다. 출연진의 대부분은 실제 임종을 앞둔 환자 및 현지 하층민인 비전문 민간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영상 전반부는 정제되지 않은 카메라 워크와 거친 음향 편집을 특징으로 한다. 환자들은 화면을 직접 응시하거나, 죽음에 대한 공포, 무의미한 일상, 당대 샤를 드골 정권의 정국에 대한 비판적 대화를 두서없이 주고받는다. 화면 전체에 환자들의 호흡음과 왁자지껄한 소란이 뒤섞여 비선형적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영상 41분 20초 지점에서 기존의 무질서한 병동 소음이 돌연 완벽히 암전되듯 중단되며, 특정 인물을 바짝 붙어 촬영한 단일 롱테이크 씬으로 전환된다.

영상 기록: 발췌 장면 04

[기록 시작]

(타임코드 41:20 - 45:08)

화면이 갑작스럽게 전환된다. 이전 씬의 소음은 완전히 사라지며, 고요한 창가 옆 침상에 앉아 있는 아프리카계 성인 노인(이하 노인)이 화면 중앙에 바짝 잡힌다. 노인은 렌즈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으며, 입꼬리를 미세하게 올린 채 미소를 짓고 있다.

노인: 나는 그동안 많은 병을 앓았고 퍼뜨렸습니다. 결국 나도 이렇게 될 줄은 알았죠. 그렇지만 속상하지는 않습니다.

노인은 잠시 침묵하다가 화면 너머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성경 구절을 읊조린다. 예레미야 24장 10절이다.

노인: "……내가 칼과 기근과 전염병을 그들 가운데 보내, 그들이 내가 그들과 그들의 조상들에게 준 땅에서 멸절하기까지 이르게 하리라 하셨느니라."

촬영자:2 (화면 밖 음성) 무슨 병을 앓으셨죠?

노인: 보통 천연두였고, 홍역, 콜레라, 결핵……

촬영자: 퍼뜨리신 건 뭐죠?

노인: 내가 걸린 게 곧 퍼져 나갈 병이었죠.

촬영자: 파급력이 강하군요.

노인: 나는 약했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세상은 나 때문에 죽어가지 않았어요……

카메라가 노인의 얼굴로 줌인된다. 노인의 눈동자가 화면 전체를 채울 정도로 밀착된 상태에서 씬이 급작스럽게 끊어진다.

장면은 다시 두 명의 젊은 환자가 변혁에 관련된 정치적 주제로 논쟁을 벌이는 다른 병실 씬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씬이 전환된 이후에도 영사되는 스크린 잔상에 노인의 두 눈동자 형상이 미세하게 겹쳐 보이는 잔류 현상이 약 3분간 지속된다.

[기록 종료]

부록 1959-KO.2: SCP-1959-KO의 내력과 제작자

영화와 SCP-1959-KO의 제작자인 에티엔 모로는 정상세계와 초상세계 양쪽에 기록이 남아 있는 인물이다. 정상세계의 영화사에서 모로는 《까이에 뒤 시네마》 비평가이자 프랑수아 트뤼포의 지인 중 한 사람으로만 간략히 언급된다. 그러나 초상세계 기록에 의하면 그는 변칙예술계 권위자 중 한 사람으로서 변칙 영화계의 골조를 확립한 주요 변칙예술가로 분류된다.

에티엔 모로. 1968년 촬영.
에티엔 모로. 1968년 촬영.

에티엔 모로. 1968년 촬영.

모로는 1929년 7월 11일 생으로, 프랑스령 서아프리카 생루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부유한 은행가였는데, 에티엔 모로 역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다가 영화감독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때 처음으로 프랑수아 트뤼포를 알게 되었고, 그와의 인연으로 앙드레 바쟁 등 《까이에 뒤 시네마》 관련 인물들과 친분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누벨바그 운동에 합류하면서 특히 우안파 감독들과 교류하였다. 앞서 언급한 장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를 포함하여 클로드 샤브롤, 에릭 로메르 등의 감독들이 이에 속한다. 이들은 《까이에 뒤 시네마》를 중심으로, 앙드레 바쟁의 영화 이론을 이어받아 작가주의 담론을 발전시키고 영화를 제작했다.

그러나 모로는 다른 우안파 감독들뿐만 아니라 누벨바그 운동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가 영화계에서 가진 영향력은 미미했다. 그가 야심 차게 감독한 영화들은 대부분 동료 비평가들에 의해 비난당하거나 아예 무시당했다. 비평가로서 《까이에 뒤 시네마》에 기고한 글도 다른 운동가들에 비하면 극히 적었고, 1960년대 초반으로 가면 가문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운동가 간의 모임을 주선하거나 사적 교류를 유지하는 데 더욱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연출력과 영화적 깊이 대신 자본과 네트워크를 전면에 내세운 그의 행보는 당대 영화인들에게 깊은 반감을 샀다. 평론가이자 누벨바그 감독이었던 자크 리베트가 사석에서 "감독 자리를 돈으로 사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비난한 기록에서 드러나듯, 모로는 우안파 내부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주류 영화계로부터 배척되어 사실상 버림받았다.

정상세계에서 완벽히 도태된 모로는 196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초상세계의 변칙예술 서클로 눈을 돌렸다. 그는 세련되고 정제된 아방가르드 미학을 지향하던 기존 변칙예술가들과 달리, 폭력적이고 날 것의 변칙효과를 서슴없이 제시하며 초상세계 내에서 빠르게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모로의 작품은 당시 변칙예술가와 그 향유층에게 컬트적 인기를 끌었으며, 모로의 스타일을 모방하는 예술가들도 늘어났다. 이 열풍은 점차 더욱 폭력적이고 가학적으로 변모했으며, 이것이 후일 AWCY? 예술가 중 가장 극단화된 이들로 이어졌다. 일부 변칙예술사 연구자들에 의하면, 현대의 예술 테러리즘 사조는 에티엔 모로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얻었다.

《손님들의 침상》은 모로가 변칙예술계에 공개한 첫 작품으로, 후에 이어질 작품과는 보다 영화 자체의 미학에 집중한 경향이 크다. 이 작품은 1964년 제10회 "Sommes-Nous Devenus Magnifiques?"에 출품되었고,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손님들의 침상》을 관람한 관객들은 즉시 치명적인 전염병에 감염되었고, 러닝타임 도중 사망하거나 중태에 빠졌다. 당시 예술계에서는 《손님들의 침상》을 관람하고 나온 증표로 취급되는, 전염병 후유증으로 남은 발진을 자랑하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당시 여러 기자들이 모로에게 영화의 제작 과정을 질문했지만, 모로는 답변을 피했다. 이하의 발췌된 기록은 에티엔 모로 사후 경매로 나온 모로의 개인 기록물을 재단이 확보한 것이다.

1963.01.13

또 그 꿈이다.

빌어먹을 것들, 날 그렇게 뒤에서 씹어대고… 두고 보자.

1963.02.09

그 노인을 잘 알게 되었다 싶다. 소재로 적당하다. 그냥 정신병자인 줄 알았는데, 그런 잔재주가 있다니.

도와줄 사람도 구했다. 노인 하나쯤은 흔쾌히 거래해 줄 위인들이니 걱정할 건 없다.

1963.02.20

매개체의 위력. 기이한 동양의 제국에서 온 가장 뛰어난 마법사… 역병.

피로 얼룩진 역사. 가모장의 후예들…

타인을 배척하지 않을 정도로 강한 인간을 추려내는 방식.

노인의 말이 자못 흥미롭다. 재료로 쓰는 게 조금 아쉬울 정도인 걸.

1963.03.11

편집은 완료되었다. 마법사란 것들은 신뢰할 수 없는 족속들이지만, 금전에 쪼들리는 것은 일반적인 인간이나 그들이나 같다.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두술사라는 것들이 프랑스 도처에 더 있다는 듯하고, 들은 것과는 달리 그렇게 무지막지한 힘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근근이 먹고 살아가고, 자신들의 원류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그저 병을 조금 다루는 주술이 있는 무리로 자기 스스로를 알고 있다고.

1963.03.15

노친네 목청도 좋지.

1963.06.11

안정화 단계에 들어갔다.

노친네의 가족들을 추적하고 있다. 아마 혈연 승계 집단이겠지. 서적을 더 구해오라고 시켰다. 노친네가 남긴 말들로는 이제 더 연구할 수 있는 게 없다. 어딘가에 아직 남아 있을 거야.

우리도 강해져야 한다. 변혁 그 자체가 되어…

에티엔 모로의 메모는 현재 대부분 맥락 불명 상태로 남아 있다. 메모는 모로가 사망한 1991년 5월 12일을 마지막으로 끊긴다.

부록 1959-KO.3: SCP-1959-KO 후속 조치

재단은 2025년 SCP-1959-KO 상영 사건 이후 지속적으로 SCP-1959-KO가 유통된 궤적을 추적했다. 이하의 기록은 SCP-1959-KO 합동 조사팀 회의록이다.

회의 기록: 1959-KO 합동 조사팀

서론: SCP-1959-KO의 내력 및 유통 경로에 얽힌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각 지부에서 필요 인원이 차출되어 임시조사팀이 편성되었다.

구성원:

• 한국사령부 제19K격리구역 히라츠카 료타로 박사

• 한국사령부 현장요원 스완

• 한국사령부 무속학부장 뇌수종 (원격 참가)3

• 한국사령부 역사학부 연구원 이무혁 박사

• 프랑스어권지부 알레프 기지 초상사학 연구원 스테판 벨라스케스 박사

• 프랑스어권지부 달레트 기지 현장요원 마농 르페브르(Manon Lefèvre)

• 일본지부 제81KK기지 연구·개발 섹션 연구2팀장 아사다 토모요 (원격 참가)

[기록 시작]

제19K격리구역 본관 회의실에 논의 참가자들이 진입한다. 관련 없는 논의 생략.

히라츠카 료타로 연구이사관보 — SCP-1959-KO만 두고 보면 큰 문제는 아닙니다. 안전한 축에 속해요. 그냥 잘 보관해 두기만 하면 되니까요. 다만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우리가 확보한 SCP-1959-KO가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다른 필름들은 어떤 변칙성이 추가적으로 발현되었는지도 알 수 없고요.

스테판 벨라스케스 박사 — 게다가 SCP-1959-KO가 시사하는 것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를테면, 흔히 두술로 불리는 질병술 말입니다. 대략적으로는 배운 바 있습니다만, 좀 더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전통적 질병술사 집단이 숭배하던 신격의 초상.
전통적 질병술사 집단이 숭배하던 신격의 초상.

전통적 질병술사 집단이 숭배하던 신격의 초상.

이무혁 박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내부의 스크린을 통해 자료를 공개한다. 질병술에 관한 간략한 프레젠테이션이다.

이무혁 박사 — 저는 2017년부터 다에바 제국과 동아시아 초상사를 연구하면서 그 연결고리를 탐색했습니다. 현재 역사학부 동아시아분과에서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이 소위 "두술사"(Variolomancer)라고 불리는 전통적 질병술사들의 존재입니다.

이무혁 박사의 프레젠테이션에 한국 전통화가 비추어진다. "경주 김씨 내의령공파"가 하단에 적혀 있다.

이무혁 박사 — 질병술은 말 그대로 질병, 전염병을 다루는 기적술입니다. 동아시아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전통적 형태의 질병술사들이 아주 오랫동안 존재하고 있었죠. 그들은 지역 사회에 녹아들어 샤먼, 의사로 활동하거나, 혹은 신격으로까지 추앙받았습니다.

이무혁 박사가 사진을 가리킨다.

이무혁 박사 — 대표적인 게 한반도의 "손님네"라는 집단입니다. 사진은 그들 중 한 존재를 그렸다고 추정하는 전통화랍니다. 지금까지 재구한 기록에 의하면, 9세기에서 10세기 사이 어느 시점에 이 집단이 결성되었고, 이후 이들이 처음으로 구조화된 질병술을 동아시아에 전파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스테판 벨라스케스 박사 — 궁금한 점이 있는데, 이들과 사르킥의 차이가 무엇입니까? 그러니까, 보통 전염병 등의 술법을 쓰는 자들이 역사 속에서 모습을 드러낼 때는 보통 사르킥교의 흔적이더군요. 이들도 유사하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이무혁 박사 — 물론 지금도 학계에서는 이들을 단지 사르킥교의 일파라고 여기는 시각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최근 이들의 출신이 사르킥교와는 조금 배치되는 경향성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잠시 멈춤) "손님네"를 이루는 중심 세력은 다에바에서 왔거든요. 그리고 그들은 종교적 성향보다는 사회적 개혁에 좀 더 집중했던 것으로 보이고요. 자세한 건 연구가 필요하겠지만요. 다만 확실한 건, 그들에게 중요한 화두는 종교적 깨달음보다는 사회적 변혁이었다는 것입니다.

아사다 토모요 연구2팀장 — 그건 조금 의아하네요. 질병이 어떻게 사회적 변혁과 연관점이 있나요?

이무혁 박사 — 그들은 전염병의 무차별성에 주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페스트, 천연두 등이 보여주는 결과는, 전근대 사회에서 사회적 제도나 위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개인의 치부는 사실상 의미가 없음을 시사하죠. 이처럼 "손님네"는 무차별적인 학살이 오히려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이념을 가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스테판 벨라스케스 박사 — 다에바인이 할 법한 생각이군요. 결국 그들이 시베리아에서 동아시아까지 온 겁니까?

이무혁 박사 — 그렇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후기 다에바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정국을 맞이하던 중이었습니다. 그중 일부가 다에바를 떠났고, 동아시아 일대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스테판 벨라스케스 박사 — 그리고 그들이 전통적 질병술사의 모체가 되었다, 이런 말씀이군요. 하긴 SCP-1959-KO에도 변형된 다에바 문자가 기록되어 있었다고 했죠.

이무혁 박사 — 그렇습니다. 그들이 결성한 "손님네", 그리고 이후 각지에서 서로 다른 종류의 전통적 질병술사 집단이 각자 영향을 주고받아 구조화된 것입니다. 요컨대 일본의 니카호 일족 같은 경우는 일본의 전통적 변칙 대응 기관인 "수집원"에 속해 있던 가문이었습니다. 중국에서도 이학회의 일원이었던 화륜학파(Ethics of Flowers School)가 있었지요.

이무혁 박사가 슬라이드를 넘겨 두술사의 세력권이 표기된 지도를 띄운다. 이 세력권은 술식 상의 유사성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범위를 표기한 것이다.

이무혁 박사 — 그 외에도 태국, 베트남 등의 동남아시아 국가, 대만, 러시아 일부 지역에서도 전통적 질병술사 집단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다만 전염병을 다루는 술자이니만큼 주위 사회의 배척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유지되는 집단은 사라졌습니다. 말씀하셨듯이 그 범주가 사르킥교 신자들과 유사한 부분이 있어서, 그쪽으로 흡수되는 결과도 있었던 듯하고요.

스테판 벨라스케스 박사 — SCP-1959-KO가 특이한 게 이런 부분입니다. 초상사적으로 겹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여러 문화권이 이렇게 한곳에 모여 있어요.

히라츠카 료타로 연구이사관보 — 그래서 SCP-1959-KO-a 개체군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느낍니다. 다른 개체들은 SCP-1959-KO보다 더 알 수 있는 정보가 많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초상사의 흥미로운 사건을 파헤쳐 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아사다 토모요 연구2팀장 — 저, 혹시 첨언해도 될까요? 질병조정적 영적 개체 관련으로요.

이무혁 박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히라츠카 료타로 연구이사관보 — 그럼요. 그러고보니 제81KK기지에서 관할하는 요주의 단체 구성원 가운데에도 질병조정적 영적 개체가 하나 있다고 들었는데요.

아사다 토모요 연구2팀장 — 맞습니다. 저희도 다양한 섹션 간 협력을 통해 해당 개체를 비롯한 질병조정 개체들을 연구 중입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점은, SCP-1959-KO에 질병조정적 영적 개체들이 유인된다는 점입니다.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만, 보통 이러한 개체들은 병원체가 발생하고 전파되기 쉬운 상황을 선호하곤 합니다. 하지만 보통 심령질 내지 심령질에 노출된 물건을 선호하진 않는데, SCP-1959-KO의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뇌수종 무속학부장 — 맞는 말씀이오. 보통 이런 식의 행동양상은 보이질 않거든. 아마 그 심령질이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히라츠카 료타로 연구이사관보 — 저희 연구팀은 심령질의 정체가 《손님들의 침상》 중 등장하는 아프리카계 민간인으로 추측하는 중입니다. 당시 병원 기록을 보니, 환자 한 명이 급하게 퇴원 수속을 밟은 정황이 있더군요. 이름은 이브라히마 N. 그 이상의 정보는 수집되지 않은 상태고요.

아사다 토모요 연구2팀장 — 만약의… 이야기입니다만.

이무혁 박사 — 네.

아사다 토모요 연구2팀장 — 혹시 그 심령질이 본래 질병술사였다면… 어떻습니까?

좌중에 침묵이 깔린다. 잠시 후, 뇌수종 무속학부장이 발언한다.

뇌수종 무속학부장 — 질병술사로 추정되는 개체들, 요컨대 SCP-353 같은 개체들이 질병조정적 영적 개체들을 잘 다룬다는 보고가 있다곤 했소. 다만 심령질 내지 심령독립체 상태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그게…

아사다 토모요 연구2팀장 — 어쩌면… 질병조정적 영적 개체들이 그 심령질에 꼬이는 이유가 섭취 등을 이유로 하는 거라면 어떻습니까?

뇌수종 무속학부장 — …한국 무속에서도 그렇고, 내가 아는 바에 따르면 일본의 영적 능력자들에게도 그런 사례가 있는 걸로 아는데, 강한 영적능력자가 사망하면 사후에 악성 심령독립체에 의해 공격당한다는 이야기가 있다오. 그런 것으로 생각하면… 일리가 있는 말씀이구려.

히라츠카 료타로 연구이사관보 — 결국은 정확한 내막을 파악하는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히라츠카 연구이사관보가 몸을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는 회의실 한쪽으로 걸어간다.

회의실 한쪽에는 두 명의 인원이 앉아 있다. 한 사람은 마농 르페브르 요원. 그는 꼿꼿한 자세로, 주눅 든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다. 그는 아까 전부터 다른 인원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마주 보고 앉아 있는 인원의 코골이가 점차 심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히라츠카 연구이사관보는 르페브르 요원에게 씩 웃어 보인다. 그리고는, 졸고 있는 스완 요원의 어깨에 손을 턱 올린다.

스완 요원 — 으응?

히라츠카 료타로 연구이사관보 — 우리 요원님네들이 활약해 주셔야겠지.

[기록 종료]

부록 1959-KO.4: SCP-1959-KO 원본 추적 기록

합동조사팀은 SCP-1959-KO의 원본을 추적하기 위해 인원을 차출하여 현장 조사를 실시하였다. 이하의 기록들은 마농 르페브르 요원의 시야 카메라로 수집되었다.

조사 기록: 1959-KO 현장 조사.1

서론: 상동.

구성원:

• 한국사령부 현장요원 스완

• 프랑스어권지부 달레트 기지 현장요원 마농 르페브르

• 현장 정보원 아마두 은다이예

[기록 시작]

마농 르페브르 요원의 시야로, 파리 18구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거리에서는 힌디어 말소리가 떠들썩하다. 라 샤펠 주변의 이곳은 스완 요원과 현장 정보원, 르페브르 요원이 접선하기로 한 장소다. 창가에 비친 르페브르 요원은 머리를 다시 한번 정돈한다.

스완 요원은 약속 시간을 5분 넘기고 도착한다. 밖은 비가 내리는지, 우산을 쓴 상태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안녕하세요!

스완 요원 — 어어, 늦었지.

마농 르페브르 요원 — 그것보다 더 늦으실 거라 생각했어요.

스완 요원이 입을 비죽인다.

스완 요원 — 처음 봤을 때 졸았다고 이러기야? 그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아무튼…

스완 요원과 르페브르 요원이 악수를 나눈다.

스완 요원 — 스완이라고 해.

마농 르페브르 요원 — 르페브르라고 합니다. 마농이라고 불러주셔도 되고요. 달레트 기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스완 요원 — 보아하니, 신참?

르페브르 요원이 수줍게 웃는다. 둘은 카페 밖으로 나와 거리를 걷는다. 비는 소강상태에 접어든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 티가 좀 나나요?

스완 요원 — 응, 엄청. 발랄하다 못해 빛을 뿜어내는 게 아직 덜 더러워졌어. 어쩌다 이 일을 맡게 된 거야?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처음 맡은 일인데요, 그게, 원래 3달 전까지는 사메흐 기지에 있었어요. 그게 그러니까 어떤 기지냐면…

스완 요원 — 아, 알아. 그거 신병훈련소잖아?

마농 르페브르 요원 — (활짝 웃으며) 네! 거기선 교관들이 군기 엄청 잡고 그랬는데… 그래도 우수하게 수료했어요! 달레트 기지는 제 첫 기지에요. 이것도 첫 업무고요. 헤헤, 잘 배정 받은 것 같아요.

스완 요원 — 아이고야. 그래, 밝아서 좋다.

현장 정보원 — 여기 계셨군요.

두 요원은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들린다. 20대 초반의 사내인 그는 현장 정보원 아마두 은다이예다. 그는 장신의 키에, 차분한 얼굴을 하고 있다. 낡은 스웨이드 자켓에 헐렁한 데님을 입었다. 파리의 AWCY? 공동체 중 하나에 속한 변칙예술가 은다이예는 재단과의 협력을 통해 안전을 보장받고 있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은다이예 씨? 안녕하세요, 마농 르페브르 요원입니다. 이쪽은—

스완 요원 — 별 볼 일 없는 동양인 여자. 더 알 것 없고.

현장 정보원이 웃음을 터트린다. 르페브르 요원이 스완 요원을 바라보지만, 스완 요원은 귀찮은 듯 손을 내젓는다.

현장 정보원 — 아, 죄송합니다. 보통 이 "별 볼 일 없는 동양인 여자" 분 같은 태도가 익숙해서요. 그런데 요원님은 성함까지 통성명해주시다니, 좋은 분이시군요. 저는 아마두 은다이예입니다. 변칙예술을 조금 하고 있죠.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은다이예 씨, 에티엔 모로의 필름이 있는 장소를 알고 계시다 들었어요. 데려다주시겠어요?

스완 요원 — 장소를 알고 있는 거야, 장소를 알고 있는 사람을 아는 거야?

현장 정보원 — 예리하시네요, 마음에 듭니다.

현장 정보원이 윙크를 하지만, 스완 요원은 감흥이 없는 표정이다. 정보원이 르페브르 요원을 보고 말을 잇는다.

현장 정보원 — 에티엔 모로의 작품이 보관된 위치를 제가 알고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제게도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모로는 저희 변칙예술가들 사이에서도 꽤나 중요한 감독이죠. 그렇지만 그 영화들은 모로 사후에는 유실되었거나 복제본만 남아 있는 상태죠. 원본들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고요. 하지만 네, 그 단서를 줄 사람을 한 명 알고 있습니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 그게 누구죠?

현장 정보원 — 오래 전 모로의 필름 원본을 도난당한 사람이죠. 사르킥교 신자, 오린4 르니엔.

현장 정보원의 인도에 따라 스완 요원과 마농 르페브르 요원은 18구 남쪽으로 이동한다. 현장 정보원이 언급한 오린 르니엔의 현 거처는 18구 중앙에 위치한 한 숙박시설이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신기하네요, 보통 사르킥교도들은 부자 아닌가?

스완 요원 — 그러게, 그리고 보아하니, 어째 신사르킥교도 같은데.

현장 정보원 — 맞습니다, 그 할배는… 신사르킥이라고 하나요? 부자들이 모여서 인신공양하는 패거리에 끼어 있었죠.

스완 요원 — 있'었'다고.

현장 정보원 — 지금은 쫓겨났고요.

세 인원은 문제의 위치에 도달한다. 르니엔이 거주하는 숙박시설은 외견상 심각하게 낡아 있다. 두 요원은 진입 전 무장을 점검한다.

스완 요원 — 우리가 만나야 할 사람에 대해 좀 설명해 주지 그래.

현장 정보원 — 르니엔 할배는 한때 아주 부유한 갑부였어요. 은행업을 했다나, 뭐라나. 그런데 그런 사람일수록 아시죠, 건강염려증 같은 게 막 생기는 거. 그래서 그는 막대한 재산을 바치고 영생을 시켜준다는 종교 집단에 가입했죠. 그게 바로…

스완 요원 — 내가 맞춰보지, 백색연충 비전종단?

현장 정보원 — 정답입니다, 대단하신데요.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와! 그걸 어떻게 아신 거에요?

스완 요원 — 오래 구르다 보면 알게 돼. 알고 싶지 않아도 네 관할이 아닌 것까지 알게 되더구나.

현장 정보원 — 할배가 정신이 또렷할 때 말해준 바에 따르면, 그래도 꽤 오래 거기 붙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종파의 고위층이 할배에게 뭔가를 시켰다지 뭡니까. 그건 바로, 어떤 물건을 밤새워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사르킥의 성유물… 그런 걸까요?

현장 정보원 — 아뇨, 사실 전혀 그렇게 생긴 건 아니었대요. 무슨 필름 같은 거였다나요.

스완 요원과 마농 르페브르 요원은 시선을 교환한다.

현장 정보원 — 위에서 시키는 일인 데다가 아주 중요한 일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날 밤은 회당에 앉아서 그 물건을 계속 지키고 있었대요. 그런데… 그게 도난당했다지 뭐예요?

마농 르페브르 요원 — 헉, 대체 누가요?

현장 정보원 — 정체를 알 수는 없었대요. 여러 명이 동시에 들이닥쳐서 순식간에 보안 장치를 무력화하고는 훔쳐 달아났다니까요. 그 장치는 성당의 부속지였는데도요!

마농 르페브르 요원 — …그럼 우리가 만나러 갈 분은 어떻게 살아 있는 거에요? 그런 임무를 실패하면 죽는 거 아니에요?

현장 정보원 — 다행히 죽이진 않았지만, 너무 심한 고문을 받고 내쫓기는 바람에 정신을 그만 놓아버렸어요. 거리를 배회하는 걸 저와 제 친구들이 발견해서, 그 뒤로는 저희가 도와주고 있어요. 사실 그래서 지금 가도 이야기를 잘 할지는 모르겠지만…

대화하면서, 세 사람은 르니엔의 방문 앞에 도달한다. 현장 정보원이 먼저 진입하고, 두 요원이 뒤따른다.

오린 르니엔은 소파에 앉아 있다. 그들이 들어온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는 두 눈이 없고, 눈이 있어야 할 자리는 살로 덮여 있다. 입은 벌어져 침이 흐르는데, 이따금 갯과 동물이 내는 신음과 유사한 소리를 흘린다. 낡은 옷 사이로는 구더기가 끓는 흉터가 자리하고 있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이 총기를 꺼내 들려고 하자 스완 요원이 급히 막는다.

스완 요원 — 야, 야, 필요할 때만 꺼내.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앗! 죄, 죄송합니다, 놀라서…

현장 정보원 — 르니엔 할배! 나 왔어.

오린 르니엔 — 어…. 아… 아마…

오린 르니엔이 발화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세 인원은 준비 후, 본격적으로 면담을 실시한다. 이하에서 오린 르니엔의 발화는 가독성을 위해 적절히 수정된 것임을 유의하라.

스완 요원 — 그 유물이라는 거,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해요?

오린 르니엔 — 꼭… 영화 필름 같았지. 하지만 왠지 보다 보면 몸에 오한이 들고 머리가 아파왔어… 내가 입교하고는 그런 일이 한 번도… 내 교회!

스완 요원 — 그걸 누가 훔쳐 갔어요?

오린 르니엔 — 몰라.. 기억이…

마농 르페브르 요원 — 마지막으로 본 거라던가! 그런 건 없었어요?

오린 르니엔 — 글쎄…

스완 요원 — 그래, 그건 언제 일어난 일이에요? 그 도난당했다는 거, 당신이 퇴출된 거.

오린 르니엔 — (갑자기 큰 목소리로) 이십 년! 이십 년을 찾아다녔어! 이십 년을… 내 삶이… 내 삶… 나는 살아야…

마농 르페브르 요원 — 꽤 오래 전인 걸요.

스완 요원 — 그러게 말야. 일단…

오린 르니엔이 갑자기 큰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오린 르니엔 — 그 흑인 꼬맹이가. 꼬맹이가 키라아크(Kiraak)에게 뭔갈 보여주더니 그게 잠들었어. 그 꼬맹이가…

현장 정보원 — 이 할배가 이래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르니엔은 말을 멈추더니 이내 소파에 몸을 묻는다. 이윽고 그의 숨소리가 고르게 변하면서 주기적으로 호흡하는 것 이외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스완 요원 — 주무시는 것 같은데. 이거… 진짜 무슨 정보가 없잖아.

현장 정보원 — 죄송합니다, 평소에는 좀 더 정신이 있는데, 오늘따라 이상하군요.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아니에요, 일단… 그럼 우리가 아는 게 아주 조금밖에 없네요. 하나, 이십여 년 전에 누군가 사르킥교도들에게 원본을 훔쳐 갔다. 둘, 그들은 무리로 움직였다. 셋, 그들 중 누군가는 아프리카계다.

현장 정보원 — 이십여 년 전만 아니라면 누군지 추적하기 쉬울 텐데요.

스완 요원 — 일단 나가지. 합동조사팀 본부에서 최초의 거래 관계를 파악하는 데 성공한 모양인데.

그들이 몸을 돌려 오린 르니엔의 집에서 나가려고 할 때, 르니엔이 무언가 소음을 낸다.

처음에, 그것은 일종의 신음처럼 흘러나온다. 그러나 점차 끓는 소리, 목이 막힌 숨 소리, 기어들어 가는 비명으로 변화한다. 스완 요원은 본능적으로 자세를 낮추고 권총을 견착한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역시 권총을 파지하고 오린 르니엔에게 시선을 돌린다.

현장 정보원이 마농 르페브르 요원을 감싼다. 그와 동시에 르니엔의 얼굴이 붉게 부어오르더니, 폭발하면서 유기생명체로 변모한다. 살과 뼈 파편이 가공할 속도로 벽면에 박힌다.

스완 요원 — 이런 씨발.

현장 정보원 — 빨리 나가요! 빨리!

세 인원은 급히 계단을 타고 내려온다. 스완 요원이 2층 계단으로 나왔을 때, 간발의 차로 유기생명체가 그 자리를 덮친다. 스완 요원이 권총을 격발한다. 유기생명체의 움직임이 잠시 주춤한다.

스완 요원 — 야! 정보원 보호해!

스완 요원은 즉시 오른 다리의 의족을 풀어 내장된 카빈 컨버전 킷을 꺼내, 권총에 장착한다. 그는 벽면에 기대어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잠시 뒤로 물러난 유기생명체를 조준한다.

스완 요원 — 좀 쉽게 가나 했다.

스완 요원이 유기생명체에 격발한다.

[기록 종료]

조사 기록: 1959-KO 현장 조사.2

서론: 상동.

구성원:

• 한국사령부 현장요원 스완

• 프랑스어권지부 달레트 기지 현장요원 마농 르페브르

• 현장 정보원 아마두 은다이예

[기록 시작]

파리 18구 바르베스 거리의 작은 도네르 케밥 식당 내부. 좁은 테이블 위에는 향신료 냄새가 나는 고기와 감자튀김이 놓여 있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은 소스도 바르지 않은 감자튀김만 손가락으로 매만진 채 초점이 풀린 눈으로 벽면을 응시하고 있다. 스완 요원은 옷에 묻은 피 칠갑을 대충 물티슈로 닦아내며 탄산음료를 마신다.

스완 요원 — 입에 안 맞아? 안 먹을 거면 나 먹는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아… 아뇨. 드세요…

스완 요원이 르페브르 요원의 식판에서 감자튀김 몇 개를 집어 입에 넣는다. 르페브르 요원은 여전히 손을 미세하게 떨고 있다.

스완 요원 — 어이, 신참. 넋 나갔어?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아니요… 그냥, 생각했던 거랑 많이 달라서요. 시뮬레이션에서는 변칙개체가 나와도 다 제압할 수 있는 타깃으로만 보였는데… 사람 머리가 그렇게 터지면서… 폭발하듯이…

스완 요원 — 훈련소 상자는 안전하니까. 바깥 괴물들은 예의가 없어서 피부터 튀기고 보거든. 그래도 총 안 놓치고 끝까지 내 엄호는 하더라. 첫 교전치곤 훌륭했어.

르페브르 요원이 작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스완 요원은 묵묵히 차를 마시고 있는 아마두 은다이예를 바라본다. 은다이예의 표정 역시 어둡다.

스완 요원 — 정보원, 자네도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

현장 정보원 — …르니엔 할배 생각이 나서요. 그 할배를 꽤 좋아했거든요.

추후 조사 결과, 세 인원이 오린 르니엔의 거처를 방문하기 몇 시간 전 백색연충 비전종단 구성원으로 추정되는 세 명의 사르킥교도가 해당 위치에 진입했던 것이 밝혀졌다. 이들이 오린 르니엔을 살해한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후 부검 결과 사망한 오린 르니엔의 식도에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발견되었다.

"죽음을 스스로 유예한 형벌은 수백 배가 되느니라."

해당 사건은 SCP-1959-KO와 관련 없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현장은 다르네요.

스완 요원 — 왜 재단 요원이 된 거야?

마농 르페브르 요원이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다가 조용히 대답한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음… 어릴 적부터 물리를 엄청 좋아했어요. 나중에는 그게 과학에 대한 열정과 더불어서, 몸을 움직이는 방식에 대한 연구? 호기심? 그런 게 되더라고요. 어느 쪽으로 갈까 하다가, 그냥 둘 다 공부했고요. 그러더니 재단에서 채용 제의가 오더라고요.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스완 요원 — 하여간 머리 좋은 것 같긴 했어. 그리고 연구직을 했어도 잘 어울렸을 것 같고.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연구직을 하고 싶긴 했는데, 그때 여자 친구가 머리 쓰는 사람보다는 몸 쓰는 사람을 더 좋아하더라고요.

스완 요원 — 얼씨구.

마농 르페브르 요원 — 그 다음 남자 친구는 또 머리를 쓰는 사람을 좋아했죠! 제가 얼마나 황당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스완 요원 — 애인 이야기하는 거 보니까 너 정신 다 차렸다. 밥이나 먹어.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스완 요원님은요, 왜 요원이 되신 거예요?

스완 요원이 잠시 침묵한다. 탄산음료를 들이키고, 스완 요원은 잠시 불편한 듯 창가를 응시한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스완 요원이 답한다.

스완 요원 — 나도 뭐, 어찌저찌 살다가. 살다 보니까 요원도 하고 어디서 교사도 잠깐 하고, 뭐 그렇게 사네. 다리는 다 날아가서 의족 달고 있고. 그렇지만 사는 게 그런 거지.

스완 요원이 멋쩍게 뒷덜미를 문지르다가 문득 현장 정보원에게 고개를 돌린다.

스완 요원 — 정보원 자네는 뭐 없나? 간만에 인생 나누는 시간인데 말이야.

불의의 일격에 놀란 듯 현장 정보원이 웃음을 터트린다. 잠시 뒤 정보원이 말을 잇는다.

현장 정보원 — 저요? 저는 뭐… 저도 살다 보니.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은다이예 씨는 어쩌다 변칙예술을 하게 된 거예요?

현장 정보원 — 저는…

정보원 역시 잠시 허공을 응시하다가, 시간이 흐른 뒤 대답한다.

현장 정보원 — 예술은 원래 좀 불안정한 사람들이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저도 그런 편이었습니다. 어릴 적부터도 썩 평탄하진 않았어요. 이사도 많이 다니고, 기억 속의 부모님은 항상… 채비를 하고 있었죠. 그거 본 적 있으십니까? 아프리카의 누 떼가 풀과 비를 찾아서 대이동을 하는 장면이요. 우리 가족은 그런 누 떼 같았어요. 다만 우리는 먹을 게 아니라… 등 뒤에 무언가 있는 것처럼 이동했죠. 쫓기는 것처럼, 사냥당하는 것처럼…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왜, 왜요…?

현장 정보원 —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네요. 아버지는 언젠가 제게 설명해 주겠다고 말씀하셨지만, 정작 본인은 제가 7살 때 돌아가셨거든요. 그래서 전 그저 어머니의 뜻에 따라 이리저리 이사를 하며 살았죠. 그 어머니도 제가 15살이 되던 해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현장 정보원이 담담하게 말하며 잔을 내려놓는다.

현장 정보원 — 그렇지만 뭐든 뜻이 있겠죠. 지금은 저도 나름 괜찮게 살아가고 있답니다. 지엄하신 양복쟁이 상부 인원들께서 절 보호해 주고 있기도 하고요.

스완 요원이 탄산음료 캔을 구겨 식판에 던지듯 내려놓는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스완 요원 — 르페브르, 잠깐 화장실 좀 같이 가자. 손 좀 씻게.

마농 르페브르 요원 — 네? 아, 네!

두 요원은 케밥 집 구석의 짧은 복도로 이동한다. 스완 요원이 손을 씻는 척하며 거울을 통해 르페브르 요원을 내려다본다.

스완 요원 — 너, 저 친구한테 너무 감정 이입하지 마라.

마농 르페브르 요원 — 네? 저, 저 안 그랬는데요.

스완 요원 — 무슨 집 없는 강아지 보듯 아까부터 계속 눈빛이 이상하더만.

마농 르페브르 요원이 무어라 대꾸하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스완 요원 — 사연 없는 인간이 어디 있냐? 특히나 요주의 단체는 더 해. 쟤는 현지 정보원이야. 네 친구도 아니고. 라포 형성하는 건 좋은데, 선 넘지 마. 네 감정이 섞이는 순간 현장에서 판단력이 뭉개져.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직무 유의 사항은 숙지하고 있습니다. 단지 사람 대 사람으로서…

스완 요원 — 사람 대 사람으로 일하다가 죽어 나간 재단 요원이 몇 명인 줄 알아? 선 지켜. 선배로서 조언이야.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입술을 다물며) …네. 명심하겠습니다, 스완 요원님.

두 요원이 복도에서 나와 다시 테이블로 돌아온다. 현장 정보원이 암호화 단말기를 들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현장 정보원 — 오셨습니까. 두 분 화장실 가신 사이에 본부에서 교신이 들어왔더군요.

스완 요원 — 무슨 내용인데?

현장 정보원 — 저는 그냥 SCP-1959-KO 관련 새 정보가 제공되었다는 정도만 전달 받았습니다.

스완 요원이 자신의 개인 보안 단말기를 꺼내 인증을 거친다. 팝업된 최고 등급 암호 전문을 확인하자 스완 요원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 뭐라고 되어 있나요?

스완 요원이 잠시 현장 정보원을 응시한다. 그의 시선이 잠시 정보원의 얼굴에 머문다. 그러나 이윽고 스완 요원은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뱉고 말을 잇는다.

스완 요원 — MC&D에서 확보한 정보라는데, 그쪽에 어떤 집단이 SCP-1959-KO를 구해다 달라고 요구했다는군. 거기다… 인본주의신사회? 이게 뭐지?

마농 르페브르 요원 — 프랑스어권 영역에서 활동하는 요주의 단체에요. 변칙개체를 활용해서 인간의 진보를 꾀하는 집단이라고 들었어요.

현장 정보원 — 변태들입니다. 그들 중 일부가 변칙예술가를 지원하긴 하지만, 그 속내는 음흉하죠. 행동대장인 도제와 정회원인 신사로 나뉜다고 아는데, 저도 자세한 건 모릅니다.

스완 요원 — 협조 요청이 들어왔대. 그들 중에 반역자가 생겼다는군. 어떤 놈이 세력을 소규모 만들어서 이탈했나 봐. 신사회 말로는, 그 단체는 인간을 오히려 악하게 만들고 추하게 변모시키려고 한다는군. 뭐 정신 나간 놈들 하는 소리니까, 그건 그렇지만…

스완 요원이 고개를 든다. 스완 요원의 얼굴은 살짝 일그러져 있다.

스완 요원 — 그 세력의 수장이, 왜인지 SCP-1959-KO의 감독 에티엔 모로와 닮아있다는데.

현장 정보원의 얼굴이 굳어진다. 르페브르 요원이 다급하게 대꾸한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아니, 그 사람 1991년에 죽었다면서요?

스완 요원 — 부활도 재단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지. 정확히 어떤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이, 정보원 자네, 이거에 대해선 알 만한 친구 없어?

현장 정보원 — 마침 떠오르는 얼굴이 하나 있었습니다.

현장 정보원은 두 요원을 인도하여 다시 18구 북쪽으로 향한다. 현장 정보원의 거처 인근이다. 정보원은 두 요원에게 재단 인원 신분을 철저히 은폐하라고 주문한다.

현장 정보원 — 저희가 지금부터 가는 곳은 변칙예술가의 소굴입니다. 저도 변칙예술가의 한 사람이지만, 이 친구는 다소 특이한 성정을 갖고 있어서요. 재단을 썩 좋아하진 않고요. 다만… 마당발이고, 특히 신진 세력에 대해서는 모두 꿰뚫고 있습니다. 그의 친척이 HEA에 있다는 소문도 있고요.

스완 요원 — HEA가 뭔데?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엥, 스완 요원님도 모르는 게 있어요?

스완 요원 — 내가 뭐 위키백과인 줄 알아?

현장 정보원 — 탐정 협회라는 명칭으로도 불리고, 아주 다른 이름도 있고… 사실 우리 중 누구도 그 진짜 이름을 모릅니다. 모든 게 역정보로 이루어진 단체인데, 유일하게 알 수 있는 건 그 단체가 — 혹은 개인일 수도 있고 — 탐정업 관련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그 친구는 — 사실 그 친구도 HEA에 연줄이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 부탁한 정보는 다 구해 올 수 있지요.

세 인원은 18구를 벗어나 20구 벨빌(Belleville)의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선다. 한참을 걷다 보면, 어둠 속에서 가까스로 천막의 형체가 시야에 들어온다. 마치 서커스 천막처럼, 붉고 흰 색상이 배열되어 있다. 현장 정보원이 앞서서 천막 안으로 들어선다.

르페브르 요원이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는 백열전등으로 가득하다. 밝기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온다. 남자는 서커스 삐에로 분장을 하고 있다.

현장 정보원 — 이번에는 말이 좀 통할 겁니다. 이쪽은 리처드 룽입니다. "광대"라고도 불리는 변칙예술가죠. 제 오랜 친구고요. 아, 스완 요원님은 친근감이 들지도 모르겠군요. 그는 한국인 쿼터이기도 합니다.

리처드 룽이 성큼성큼 다가와 두 요원에게 악수를 동시에 건넨다. 르페브르 요원은 룽의 왼손, 스완 요원은 룽의 오른손을 잡고 흔든다.

리처드 룽 — 잘 오셨어. 마침 원한다던 정보가 막 도착했거든. 시기도 적절하지.

리처드 룽이 천막 한 쪽에 놓인 의자에 주저앉는다. 다에바 문자가 적힌 종이가 사방에 흩날린다.

리처드 룽 — 실례. 아, 그래… 정보 말인데.

룽이 의자를 돌려 두 요원을 바라본다.

리처드 룽 — 나는 맥락은 잘 모르겠고, 이렇게 전달이 왔어. "에티엔 모로, 자신의 절대걸작을 다시 모아, 영구한 의식을 획책. 변혁을 꾀하는 것으로 판단."

르페브르 요원이 스완 요원을 바라본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이건…

스완 요원 — 뭔지 몰라도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 같은데.

[기록 종료]

조사 기록: 1959-KO 현장 조사.3

서론: 상동.

구성원:

• 한국사령부 현장요원 스완

• 프랑스어권지부 달레트 기지 현장요원 마농 르페브르

• 현장 정보원 아마두 은다이예

• 협력 변칙예술가 리처드 룽

• 기동특무부대 타우-3("군주연대") 차출 대원 6인

[기록 시작]

파리 외곽 생드니 구역의 폐쇄된 영화 촬영 스튜디오 외부. 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다. 기동특무부대 타우-3 대원들이 진입로를 확보하는 동안 스완 요원과 마농 르페브르 요원은 전술 조끼를 점검한다. 리처드 룽과 아마두 은다이예는 대원들의 뒤쪽에서 은폐 태세를 취하고 있다.

타우-3 조장 — 진입 준비 완료. 내부 밈적 재해 수치가 위험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전대원 SCRAMBLE 바이저5 가동.

스완 요원 — 돌입 후 사격 자유. 다만 주동자 놈은 생포가 원칙이다. 르페브르, 내 뒤에 바짝 붙어.

마농 르페브르 요원 — 네! 준비됐습니다.

팀장의 신호와 함께 기동특무부대가 중앙 철문을 섬광탄과 함께 폭파하며 진입한다. 총성과 함께 내부에서 붉은 빛의 섬광이 터져 나온다. 세 인원과 리처드 룽이 기동특무부대의 엄호를 받으며 내부 중앙 홀로 진입한다.

스튜디오 중앙에는 거대한 35mm 영사기 여러 대가 주술적 배열로 설치되어 있다. 영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공기 중의 고농도 심령질을 투사하여 붉은색 다에바 문자를 공중에 형상화하고 있다. 그 중앙에 한 남자가 서 있다. 1960년대 시기의 에티엔 모로와 완벽히 일치하는 인물이나, 그의 신체는 스튜디오 천장에 설치된 영사기에서 영사된 빛 안에서만 명확하게 인식된다.

타우-3 알파 — 타깃 확인! 무장 해제 후 항복하라!

남자가 천천히 돌아서며 조소한다. 에티엔 모로(이하 PoI-8817)의 목소리는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겹쳐 나오는 듯한 울림을 동반한다.

PoI-8817 — 쥐새끼들이 예술의 성소까지 분별없이 뛰어드는군. 낭만이라고는 없는 양복쟁이 놈들다운 진입이야.

마농 르페브르 요원 — 당신… 정말로 에티엔 모로인 건가요?

스완 요원 — 묻지 마, 르페브르. 저게 사람인지 기계 장치의 투사체인지는 나중에 연구자들이 결론내겠지.

PoI-8817 — 투사체? 하하, 무식하긴. 이건 쿨함을 영원히 박제하는 완벽한 부활 시스템이다. 절대걸작까지는 아니어도… 꽤 준수한 작품이거든.

스완 요원 — 사설은 됐고. 당장 장치 끄고 순순히 포박에 응해라. 네 잘난 장치째로 분쇄하기 전에.

PoI-8817 — 분쇄? 이런 건 아무것도 아냐. 내가 무엇이 되려 하는지 모르겠나? 나는 "손님네" 그 자체가 될 게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이 인상을 찌푸리며 엄호 자세를 유지한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손님네 그 자체라니… 그거, 회의 때 들은 거잖아요. 질병술사의 원조, 다에바에서 온 존재들.

스완 요원 — …아이씨, 그거 나 잘 때 이야기했어?

PoI-8817 — 너희 같은 일반인들은 두술을 그저 흉측한 피부병이나 뿌리는 주술로 알겠지. 하지만 아니야! 두술은 원래 귀천과 경계를 허물고, 세상의 구체제를 뒤흔드는 가장 위대한 변혁의 술법이다! 그것이야말로 두술의 원류인 손님네의 진짜 이상이었어!

PoI-8817가 영사기 장치에 손을 얹자 다에바 문자가 더욱 거세게 빛난다. 리처드 룽이 뒤에서 나지막하게 혀를 차며 다에바 문자를 해독한다.

리처드 룽 — …저 미친 영감탱이, 진짜로 제물을 모으고 있었군.

PoI-8817 — 60년 전, 나는 파리 병동에서 한 세네갈 출신 두술사 노인을 만났다. 그 노인은 자기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도 모르고 가난하고 비참하게 죽어가고 있었어. 마치 내가 놀라운 재능을 가졌는데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천덕꾸러기가 된 것처럼… 그 노인이 뜻도 모르고 중얼거리던 술식과 스승들의 노래를 듣고 나는 깨달았다. 모두를 평등한 구원과 고통 속에 묶어버리는 진정한 세상을 만들려면 내가 직접 두술사가 되어야 한다고!

스완 요원 — 그래서 그 노인을 죽이고 필름에 영혼을 갈아 넣었냐? 변태적인 작가주의 놀음에 미쳐서?

PoI-8817 — 죽인 게 아니다! 박제한 것이다! 그를 내 첫 번째 절대걸작으로 만들었지. 내가 그를 도구로 삼아서 이 세상에 변혁을 가져오게끔 한 거야! 그렇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결국 그 노친네의 혈육과 친지들을 모두 추적해서 하나하나 해체했지… 필요한 일이었어. 세상에는 결국 변화가 와야 했었어!

마농 르페브르 요원의 눈이 경악으로 넓어진다. 옆에 서 있던 현장 정보원 아마두 은다이예의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 두술사들을… 학살해서 필름에 도포했다고요…?

PoI-8817 — 그렇다! 그러나 단순한 필름 수집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어. 그걸로는… 그래, 그런 방식으로는 진정한 두술사라고 자칭할 수 없었지. 그래서 나는 '인본주의신사회'에 가입해 그들의 알량한 지식을 수집했고, 마침내 최강의 두술사가 되는 길을 찾아냈다. 다에바의 의식을 통해 고대 다에바인의 개념적 권능을 흡수하는 것이다!

스완 요원 — 다에바의 의식이라… 사방에 흩뿌려진 저 다에바 문자가 그건가 보군.

PoI-8817 — 두술사의 영혼이 도포된 내 필름들을 제물로 삼아 다에바의 의식을 치르면, 나는 완벽한 역병의 신격이자 재림한 "손님네" 그 자체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하지만…

PoI-8817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진다.

PoI-8817 — 하지만 너희 양복쟁이 놈들이 내 걸작 하나를 이미 훔쳐 갔더군! 하지만 늦었다, 이미 의식의 기반은 완성되었다!

PoI-8817가 고함을 지르며 영사기 레버를 강제로 당긴다. 스튜디오 내부의 모든 영사기에서 엄청난 양의 검은 심령질과 천연두 병원체 파동이 방출되기 시작한다. 동시에 PoI-8817에게 동조하는 적대 인원들이 영사기 사이에서 출현하여 기동특무부대 타우-3에게 접근한다.

타우-8 팀장 — 사격! 사격하라!

스완 요원 — 위! 위를 노려!

타우-3의 제압 사격이 적대 인원들에게 집중된다. 적대 인원들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 스완 요원이 자동소총으로 천장에 설치된 영사기를 사격한다. 총탄이 장치를 파괴하자, PoI-8817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무너져 내린다.

PoI-8817 — 으아아악!

PoI-8817가 비명을 지르는 사이에 스완 요원이 PoI-8817에게 접근한다. 접근을 막으려는 적대 인원들을 향해, 르페브르 요원이 엄호 사격을 실시한다.

PoI-8817은 형태가 변화한다. 비명을 지르는 사이에 PoI-8817의 피부는 점차 문드러지고, 발진으로 뒤덮인다. PoI-8817은 고통스러워 하고 몸을 가누지 못하지만, 의식을 잃지는 않는다.

스완 요원 — (적대 인원을 향해) 동작 그만!

스완 요원은 소총의 총구를 PoI-8817에게 겨눈다.

스완 요원 — 너희 중 대부분이 인본주의신사회 출신인 것을 안다. 인본주의자 총회는 너희를 공식적으로 제명하고, 가능한 한 철저히 응징할 것을 우리 재단에게 공포했다! 그런데 지금 너희의 우두머리를 봐라!

좌중에 침묵이 내려앉는다.

스완 요원 — 너희의 작은 반란은 실패했고, 이제 너희에게는 초라하게 암살당하는 일만이 남았다. 너희가 우리에게 협조하지 않는다면, 너희에게 남은 것은 비참한 죽음뿐이다!

스완 요원이 좌중을 둘러본다. 적대 인원들은 하나둘 무장을 해제하고 항복 의사를 표하기 시작한다.

스완 요원 — 조장! PoI-8817 구속구를 부탁합니다. 르페브르! PoI-8817 완전 제압 도와줘.

마농 르페브르 요원 — 네! 알겠습니다!

기동특무부대원들이 잔당들을 수색하는 사이, 스완 요원과 마농 르페브르 요원이 권총을 견착한 채 쓰러진 PoI-8817에게 접근한다. PoI-8817는 완전히 무력화되어 바닥에서 경련하고 있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이게 대체 무슨…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마농 르페브르 요원이 허리를 숙여 PoI-8817의 얼굴을 확인하려 하는 바로 그 순간.

세 사람의 뒤쪽, 정확히 현장 정보원 아마두 은다이예가 서 있던 방향에서 묵직하고 서늘한 기운이 진동한다.

스완 요원 — …어?

스완 요원이 순식간에 무너진다. 옆에 있던 르페브르 요원 역시 아무런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털썩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고꾸라진다. 강렬한 현기증과 함께 사지가 마비되는 느낌이 전신을 덮친다.

르페브르 요원은 마비되어 가는 몸을 누르며 의식이 아득해지는 눈으로 뒤를 돌아본다. 몽롱해지는 시야 너머로, 방금 전까지 아무 말 없이 서 있던 아마두 은다이예가 차분한 눈빛으로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들어온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의 의식이 완벽하게 암전된다.

[기록 종료]

조사 기록: 1959-KO 현장 조사.4

서론: 상동.

구성원:

• 한국사령부 현장요원 스완

• 프랑스어권지부 달레트 기지 현장요원 마농 르페브르

• 현장 정보원 아마두 은다이예

• 협력 변칙예술가 리처드 룽

• 기동특무부대 타우-3("군주연대") 차출 대원 6인

[기록 시작]

마농 르페브르 요원이 지독한 메스꺼움과 오한을 느끼며 천천히 정신을 차린다. 스튜디오 내부는 안개와 진동으로 가득 차 있다. 주변을 둘러보자 타우-3 대원들과 스완 요원, 적대 인원들이 전부 바닥에 쓰러져 있다. 그들의 피부 표면에는 수포와 발진이 빠르게 피어나고 있으며, 모두 고열과 호흡 곤란으로 신음하고 있다. 르페브르 요원 역시 이마에 열이 오르고 있으나, 다른 인원들에 비해 증세가 현저히 완만하다.

스완 요원이 피가 섞인 기침을 토해내며 가까스로 눈을 뜬다. 그의 얼굴과 목 주변에는 이미 검붉은 발진이 피어나고 있는 상태다.

스완 요원 — 으윽… 신참… 너, 괜찮은 거냐…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스완 요원님! 몸이… 다들 왜 이러죠?!

르페브르 요원의 시선이 스튜디오 중앙으로 향한다. 현장 정보원 아마두 은다이예가 쓰러져 경련하던 PoI-8817의 덜미를 잡고, 본래 구축해 두었던 다에바 의식진 중앙으로 끌고 가고 있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은다이예 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현장 정보원 — 해방.

스완 요원이 피를 토하듯 소리친다.

스완 요원 — 하… 씨발, 이 자식… 내 이럴 줄 알았어… 수상하다 했더니…!

현장 정보원이 발걸음을 멈추고 스완 요원을 조용히 내려다본다.

스완 요원 — 그 눈 멀고 미쳐버린 사르킥 노인… 르니엔을 거리에서 발견해서 데려와 돌본 것도 네 죄책감 때문이었지? 그 노인한테서 필름을 훔쳐 달아난 놈이 바로 너였어! 노인이 말한 '20년'은 다른 맥락에서 튀어나온 말이었겠지… 너, 그거 알고 있었지? 노인이 헛소리를 한다는 걸 이용한 거야.

스완 요원이 숨을 몰아쉬며 말을 잇는다.

스완 요원 — 정작 그걸 훔친 건 몇 년 전의 너였던 거야! 어쩐지… 시의적절하게 다에바 문자를 아는 지인이 있을 리가 없지! 시의적절하게… 정보를 아는 놈이 주변에 있을 리가. 전부 네놈이 짠 판이었어!

현장 정보원이 조용히 스완 요원을 향해 손을 살짝 내젓는다. 그 순간 스완 요원의 목에 검붉은 수포가 순식간에 번져 오르며, 숨이 막힌 듯 격렬한 기침과 함께 피를 토한다.

스완 요원 — 쿨럭! 컥… 으그극…!

마농 르페브르 요원 — 하지 마세요! 그만두세요, 은다이예 씨!

현장 정보원이 다른 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리처드 룽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한다.

현장 정보원 — 리키, 의식 준비를 좀 부탁해도 될까.

리처드 룽 — …알았어. 서둘러.

리처드 룽이 다에바 문자가 적힌 35mm 필름 릴들을 의식진 주변에 빠르게 배열하기 시작한다. 현장 정보원은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마농 르페브르 요원에게 다가온다. 그는 천천히 르페브르 요원의 눈을 마주 본다.

현장 정보원 — 르페브르 요원님. 제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 당신은… 당신도 질병술사인가요?

현장 정보원 — 네, 아주 먼 옛날부터 전래되어 온…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은다이예 씨… 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현장 정보원 — 모든 게 거짓말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정말로 재단이 필요했으니까요. 저 괴물로부터 재단의 보호도 필요했고요.

현장 정보원이 무릎을 꿇고 르페브르 요원과 시선을 맞춘다.

현장 정보원 — 자라면서 늘 생각했습니다. 왜 내 가족은 평범하게 살지 못하고 쫓겨 다녀야 했을까. 내 조상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마침내 혼자가 된 후로 그 흔적들을 하나씩 조사했고… 결국 그 끝에는 저 자, 에티엔 모로가 있었습니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 그렇다면 모로를 재단에 넘기면 되잖아요! 왜 이런 일을…

현장 정보원 — 처음에 저도 저 자를 찾아내 제 손으로 죽이려고만 했습니다. 하지만 사르킥 거점에서 원본 필름을 빼돌리고 진상을 파헤칠수록, 모로가 계획하던 일이 단순한 개인의 광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 자는 죄 없는 사람들을 죽여서 자기 “작품”이라 칭하는 것도 모자라, 그걸 제물로 삼아 스스로 역병의 신이 되려 하고 있었죠. 저 혼자의 힘으로는 모로와 그 가짜 신사회의 무력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재단이 필요했습니다. 재단의 수사력과 무력으로 모로를 제압해 주길 바랐던 겁니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온몸을 떨며) 수사는 끝났어요… 에티엔 모로는 쓰러졌다고요! 당신이 뭘 원하든 제발… 제발 그만두세요, 아마두 씨!

현장 정보원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어 보인다.

현장 정보원 — 만일 모로를 재단에 격리시킨다고 해도, 필름에 갇힌 내 할아버지 이브라히마 은다이예와 동족들의 영혼은 영원히 이 영사기의 빛 속에서 원하지도 않는 전염병을 뿜어내며 고통받아야 합니다. 재단은 그저 이 필름들을 철제 상자에 넣어 영원히 격리하겠죠. 그건 구원이 아닙니다. 이제 이 억류된 영혼들을 모두 풀어주고,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현장 정보원이 몸을 일으킨다.

현장 정보원 — 고마웠습니다, 마농.

현장 정보원이 일어서서 의식진 중앙으로 걸어간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은 떨리는 손으로 권총을 꺼내 들어 그의 등 뒤를 조준한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 멈춰요! 움직이지 마! 이 이상 의식을 진행하면 사격하겠습니다!

정보원이 천천히 뒤돌아본다. 그의 눈동자가 르페브르 요원의 총구를 응시한다. 르페브르 요원의 손가락이 미친 듯이 떨린다. 몸은 굳은 듯 움직이지 않는다.

정보원은 고개를 돌려 다에바 의식진 중앙에 배치된 PoI-8817에게 다가간다. 그 위에 손을 얹고, 월로프어와 다에바어가 섞인 기적술을 영창하기 시작한다. 의식진에 배열된 모든 필름 릴에서 고농도의 은색 섬광과 백색 심령질 파동이 폭발하듯 분출된다.

권총 격발음이 녹음된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의 압도적인 백색 섬광이 스튜디오 전체를 가득 채운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은 시야가 마비되며 다시 한번 의식 불명 상태로 빠져든다.

[기록 종료]

부록 1959-KO.5: 사건 1959-KO 후속 조치

이하의 자료는 PoI-8817(혹은 에티엔 모로)과 PoI-8818(혹은 아마두 은다이예)가 연루된 사건 1959-KO 이후 채록된 것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SCP-1959-KO-a로 기존에 라벨링되었던 개체들이 모두 무효 상태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심령질로 도포된 부분이 완전히 정화되었음은 차치하고, 전염성 병원체를 살포하던 변칙성 역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냥 평범한 영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셈이지요.

SCP-1959-KO 역시 같은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아직 완전히 변칙성이 무효화되진 않았습니다만, 시간이 경과할수록 변칙성의 발현 정도가 줄어들고 있거든요. 분명 PoI-8818이 집전한 의식의 결과겠지요.

— 제19K격리구역 SCP-1959-KO 격리팀장 김진

PoI-8817 부검 기록

개요: 사건 1959-KO 이후 확보한 PoI-8817의 시신을 부검한 기록이다.

• 주도자 — 알레프기지 의료팀장 에밀리 수비에(Émilie Souvier)

사인: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지 않은, 미확인 질병술사 개체와의 교전 과정에서 발생한 급성 병원체 역투사 및 다발성 장기 괴사. PoI-8817의 체내 전반에서 정체불명의 급성 천연두(Variola major) 및 가공할 수준의 변종 전염병 감염이 포착되었다. 대상의 흉부 및 복부 장기 전체는 다양한 발진과 합류성 물집으로 덮여 있으며, 심장, 폐, 간을 포함한 주요 실질 장기 조직의 약 80%가 즉각적인 용해성 괴사(Liquefactive necrosis)를 일으켜 상피 세포 구조가 완전히 파괴된 상태다.

특히 양쪽 폐포 내부 및 기도는 흑색 화농성 진물과 은염 입자가 뒤섞인 유체로 가득 차 있어 기환 봉쇄에 의한 질식이 직접적인 유발 요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 찢겨 나간 피부 단면과 기적학적 상흔으로 미루어 볼 때, PoI-8817은 초기에 아무런 적대적 의사를 갖지 않고 질병술사 개체에 접근했다가, 이후 급작스럽게 벌어진 교전 속에서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이하의 변칙성은 PoI-8817이 상기한 사인으로 초래된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를 임시 개조한 결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사건 1959-KO에서 목격된 모습은 해당 개조가 이루어진 이후의 과정으로, 무력화와 동시에 개조 과정의 영향력이 소실되어 반(半) 사망 상태로 회귀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변칙성: 대상의 순환계 내부에는 정상적인 혈장 대신 고농도의 에스테르계 유제, 미세 셀룰로스아세테이트 입자, 그리고 이스트먼 코닥 사의 35mm 흑백 필름 조성과 일치하는 은염 입자 혼합물이 흐르고 있다. 혈관 벽 전반에는 은염 입자가 유착되어 있어 사후 수십 년이 지난 시점에도 미세한 광학적 잔상을 띤다.

두개골 후두부 밑면 및 뇌간 부위에서는 1970년대 AWCY? 서클의 기술적 양식과 일치하는 초기형 ”전시용 사후 인격 고착 장치“의 인터페이스 접속 흔적이 발견되었다. 해당 장치는 생물학적 뇌사가 발생한 이후에도 대상의 의식 및 기적학적 작용을 외부 매체로 전이시킬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현재 PoI-8817의 생체 조직 자체는 완벽하게 임상적 사망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체내 은염 유제 및 척수부 필름 구조에 기적학적 여진이 남아 있어 적절한 봉인 조치 없이 외부 광원에 노출될 경우 재활성화 가능성이 존재한다.

비고: 본 시신에서 회수된 병원체 파동의 스펙트럼 및 기적학적 상흔은 재단에서 연구된 그 어떤 질병술사의 술식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일부 참석 연구원은 본 교전의 주체가 재단에 이미 다른 분류로 격리된 질병술사 개체와의 간접적 접촉 반응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비공식 의견을 제출하였다. 다만 현시점에서는 물증 부족으로 인하여 미확인 고위 질병술사와의 교전으로 임시 분류한다.

프랑스 내 질병술사 집단 관련 연구

해당 연구는 PoI-8818의 거처를 급습한 이후 확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시행되었다.

기존 재단 연구자들은 프랑스 내 질병술사 집단을 PoI-8817이 1960년대 초반 동아시아계 질병술을 독자적으로 모방한 파생형 변칙 예술 행위로 간주해 왔다. 그러나 회수된 문헌군 분석 결과, 서유럽 내 질병술은 고유한 계보를 지니며, 제국주의 팽창기 동아시아 문헌 및 서아프리카계 주술과의 복합적 결합을 통해 형성된 독자적 전승 체계임이 확인되었다.

…

이에 조선과 베트남 등지에서 제각기 보존되던 체계화된 동아시아 질병술·두술 기적학 문헌 및 의례 도구가 대량으로 수집·유출되었다. 이 시기까지 파편화되어 있던 유럽 내 질병술사들은 이 시기 유입된 문헌을 통해 비로소 현대 질병술의 술식을 완성하였다. 비슷한 시기 프랑스령 서아프리카(세네갈 생루이, 다카르 등) 출신 이주민들이 파리 및 대도시 하층민 구역으로 유입되었다. 세네갈계 정령 주술사들(은디아예 가문 등)은 프랑스 내 질병술사들과 교류하며 자신들의 정령 관념 및 고유 기적학을 결합시켰다.

이것이 현재의 프랑스 질병술사 집단이 유지되어 온 시발점이었다. 그러나 양차 대전을 겪으면서 여느 기적사와 같이 질병술사 집단도 극심한 탄압과 위협에 시달렸다. 추정에 의하면,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프랑스에 남아 있었던 질병술사 집단은 약 50여 명에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PoI-8817이 질병술에 집착하게 되면서 꺼리낌 없이 이들을 학살하게 된 배경에는 이러한 퇴보가 있었다.

…

다만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아마두 은다이예, PoI-8818의 자료에는 그들의 기원이 다에바 유민과 한반도 거주민의 결합인 손님네라고 적혀 있다. 손님네가 어느 순간 분열하였고, 그들 중 강한 자들이 서방으로 진출하였다는 것이다. 이것이 설화의 영역인지, 혹은 역사의 영역인지 판가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것이 사실이라면, PoI-8817의 뒤틀린 집착에도 한 가지 일리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의무실 영상 기록

스완 요원이 의무실 내부로 들어온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이 병상에 누워 있고, 그 옆을 에밀리 수비에 의료팀장이 지키고 있다. 스완 요원이 접근하는 것을 본 수비에 팀장이 일어선다.

스완 요원 — 아, 좀 더 지키고 계셔도 되는데.

에밀리 수비에 의료팀장 — 괜찮아요, 저 친구 수다 받아주느라 힘들었어.

마농 르페브르 요원 — 팀장님이 더 즐기셨으면서.

수비에 의료팀장이 의무실 밖으로 나서자, 스완 요원이 음료수 박스를 탁자에 내려둔다.

스완 요원 — 한국에서는 병문안 오면 음료수를 주는 전통이 있지.

마농 르페브르 요원 — 기억해두겠습니다. 아니, 스완 요원님은 왜 이렇게 빨리 쾌차하셨어요? 난 아직도 이런데.

스완 요원 — 빨리 쾌차했다고 뭐라고 듣는 건 생전 처음이다. 난 원래 회복이 빨라. 그래서 여태 이 짓거리 해먹고 있지.

스완 요원이 수비에 의료팀장이 앉아 있던 자리에 앉는다.

스완 요원 — 수고 많았다, 신참.

마농 르페브르 요원 — 별말씀을요.

스완 요원이 잠시 침묵을 지킨다.

스완 요원 — 너, 진짜 쐈더라.

르페브르 요원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스완 요원 — 맞추진 못했고.

마농 요원이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스완 요원 — 그렇지만 맞추려고 했지.

마농 르페브르 요원 — 네… 제가 다 망친 것 같아요.

스완 요원 — 아냐, 잘 했어. 솔직히 말하면, 네가 맞췄어도 큰일이었을 거다. 원래 기적학 의식할 때 집전자 죽이면 의식 이상하게 튀어.

마농 르페브르 요원 — 허, 허억… 그, 그건 몰랐어요.

스완 요원 — 후회되는 건 없어?

마농 르페브르 요원 — …그 사람들, 지금쯤 어디 있을까요.

스완 요원 — 언젠가 만나겠지. 아마 돌아가는 꼬라지 보면, 빠른 시일 내 다시 만나게 될 게야. 알고 보니 그 리처드 룽이라는 놈도 한국에서 사고를 여러 번 쳤더라고. 그러니 너만 살아남으면, 언젠가 또 만나서 싸우게 되겠지.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제가 잘 한 건지 모르겠어요.

스완 요원 — 잘했어. 있는 그대로, 누구 속이지 않고… 그냥 날 것 그대로 했잖아. 그럼 된 거야.

스완 요원이 기지개를 편다.

스완 요원 —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번엔 나쁜 놈이 죽었잖아.

마농 르페브르 요원 — …네.

마농 르페브르 요원이 창밖을 내다보다가 다시 스완 요원에게 말을 건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 요원님, 있잖아요… 그 사람들, 이제 좀 개운할까요?

스완 요원 — 갑갑한 것에서 탈피되었으니, 응, 개운할 거야.

마농 르페브르 요원이 창밖을 다시 내다본다. 창밖에서 차들이 오가는 소리가 들린다.

마농 르페브르 요원 — 개운하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사건 1959-KO 발생 7일 뒤, SCP-1959-KO는 무효화로 분류되었다.

by

Migueludeom

각주

1. 혹은 두술사(Variolomancer)라고도 함. 두술사는 질병술사의 전통적 표현형에 해당한다.

2. 감독 에티엔 모로 본인으로 추정됨.

3. 한국사령부 무속학부는 한반도 및 부속 도서에서 발생하는 신화·설화 기반의 변칙개체를 연구, 격리하는 부서다. 한국 전통 신앙체계인 무속(muism)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이를 격리·연구 체계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타 언어권 기지의 신화민속학부, 전술신학부 등에 해당하는 부서다.

4. 사르킥 교단 구조의 최하위법계.

5. 밈 오염 정보를 필터링할 수 있는 바이저형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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