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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행MIDNIGHT G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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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할리퀸

예상 읽기 시간 — 4분

전날 밤 내리던 비가 그치고, 교외에는 축축하고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아 있었다. 엘레나의 친구들에게 비극이 닥쳤던 곳에서 수 마일 떨어진 다른 집에서는 새로운 네 소녀—마사, 나오미, 캐런, 몰리—가 썬룸을 개조한 휴게실에 모여 있었다.

분위기는 이미 불안으로 술렁이고 있었다. 휴대전화 화면을 넘겨 보던 나오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너희 뉴스 봤어?” 나오미가 말했다. “옆 동네에 사는 그 여자애…… 엘레나 말이야. 그 애가 그 미치광이 새뮤얼 손의 딸이었대. 파자마 파티에 온 친구들을 전부 죽였고, 지금은 구금돼 있대.”

몰리는 몸을 떨며 털이 보송보송한 담요를 턱까지 끌어 올렸다.

“손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 그건 너무 현실적이잖아.” 몰리가 말했다.

“요즘 이야기들은 그게 문제야.” 마사가 가부좌를 튼 채 긴 적갈색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나직이 말했다. “사람들은 전설에 너무 사로잡힌 나머지 진짜 괴물이 언제나 혈통에서 비롯되는 건 아니라는 걸 잊어버려. 어떤 때는 그저…… 순수하고 혼돈스러운 악이 우연히 빚어낸 존재일 수도 있는데.”

“마사, 너 지금 그 표정이야.” 캐런이 눈을 가늘게 뜨며 지적했다. “‘나 할 이야기 있어’ 하는 표정.”

마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윌리엄 휘터커라는 남자 이야기야. 그는 아버지도 남편도 아니었어. 공허 그 자체였지. 사람들은 그를 ‘창백한 할리퀸’이라고 불렀어. 피부는 바싹 마른 땅처럼 황갈색에 가죽같이 질겼지만, 머리카락은 죽은 사람의 가발처럼 섬뜩하리만치 새하얬고, 눈은…… 아무런 깊이도 없는 우윳빛 흰 광채를 냈다고 해.”

소녀들은 몸을 앞으로 기울였고, 해가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면서 휴게실의 그림자들이 길어졌다.

“휘터커는 티 없이 깨끗한 흰색 광대 옷을 입었어.” 마사가 말을 이었다. 목소리는 냉정하고 일정한 리듬을 띠기 시작했다. “유난히 큰 초록색 단추에, 달릴 때마다 축축하게 철퍽철퍽 소리를 내며 펄럭이는 거대한 초록색 신발을 신었지. 하지만 가장 끔찍한 건 가면이었어. 고무가 아니라 도자기로 만든 가면이었는데, 휑한 두 눈에는 조금도 웃음기가 닿지 않는, 넓고 들쭉날쭉한 웃음이 굳어 있었어. 십육 년 전 성 패트릭의 날, 그는 표적을 찾았어. 지는 해를 닮은 선명한 주홍빛 머리카락에 수수한 초록색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자였지. 여자는 그저 축제를 즐기고 집으로 걸어가던 길이었어. 휘터커가 몇 주째 하수도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몰랐지.”

마사는 목소리를 한 옥타브 낮추고 그날 밤을 적나라하고 끔찍할 만큼 상세하게 묘사했다. 휘터커가 오직 그 여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마을을 가로지르며 어떻게 살육의 길을 냈는지 이야기했다. 그는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자신과 초록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 사이를 가로막는 사람은 누구든 몸을 해체했다. 경비원 하나는 사물함 안에 접혀 들어간 채 발견됐고, 택시 운전사는 자기 차의 운전대에 목이 졸린 채 발견됐다.

“그는 낡은 공장 지하실에서 여자를 궁지로 몰아넣었어.” 마사가 속삭였다. “사방에서 기름과 오래된 피 냄새가 났어. 그는 여자를 가지고 놀았어. 길고 굽은 칼날을 썼지. 도살업자가 쓰는 도구였어. 맨 마지막에 여자를 한 번 붙잡았고, 더는 달아나지 못하도록 발목을 깊이 베었어.”

“그래서 어떻게 됐어?” 나오미가 숨을 죽인 채 물었다.

“그가 여자를 얕봤던 거야.” 마사의 눈에 기묘한 자부심이 스쳤다. “여자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어. 맞서 싸웠지. 무거운 쇠파이프를 찾아냈고, 도자기 가면이 산산조각 나고 윌리엄 휘터커가 흰옷을 입은 기억 속 존재로만 남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어. 여자가 그를 죽인 건 순전히 정당방위였어. 하지만 그 트라우마는…… 그런 공포는 사람을 떠나지 않아. 뼛속에 남지. 지금도 매일 그 여자와 함께 살아가고 있어.”

몰리가 길게 숨을 내쉬고 말했다.

“알았어, 마사. 정말 강렬한 이야기였어. 그런데 휘터커라고? ‘창백한 할리퀸’ 같은 건 들어 본 적도 없어. 영화 줄거리 같아.”

“사실이야.” 마사가 눈을 번뜩이며 우겼다. “한 마디도 빠짐없이 전부 사실이야.”

캐런이 웃으며 감자칩 봉지에 손을 뻗고 말했다.

“그럼, 마사. 그럼 난 시바의 여왕이겠다. 멋진 이야기긴 한데, 그런 놈한테서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면 역사책마다 다 실렸겠지.”

“정말 있었던 일이라니까!” 마사가 단호하게 말했다.

바로 그때 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마사의 어머니 수전이 차가운 탄산음료를 담은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수전은 인자한 얼굴에 마사와 똑같이 눈에 띄는 적갈색 머리카락을 지닌 여자였지만, 머리카락 사이로 흰머리가 조금씩 섞여 있었다.

“너희 목마를 것 같아서.” 수전이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수전이 낮은 커피 테이블에 쟁반을 내려놓으려고 몸을 숙이자, 칠부 길이 잠옷 바지가 살짝 올라갔다. 수전의 발 바로 옆 바닥에 앉아 있던 나오미가 얼어붙었다. 수전의 왼쪽 발뒤꿈치 바로 위 피부에는 두껍고 들쭉날쭉한 은빛 흉터가 새겨져 있었다. 아주 오래전 칼날에 깊이 베인 자국이 분명했다.

소녀들은 말이 없어졌다. 탄산음료 잔 속에서 얼음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귀를 먹먹하게 할 만큼 크게 들렸다. 수전은 소녀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미소를 짓고 마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뒤, 방을 빠져나가 문을 살며시 닫았다.

나오미는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다시 마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목소리가 떨렸다.

“마사…… 그 이야기가 정확히 언제 일어났다고 했지?” 나오미가 물었다.

마사는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바닥을 바라보았다. 길고 무거운 침묵을 둔 뒤 대답했다.

“십육 년 전에 있었던 일이야.”

얼음물 같은 차가운 깨달음이 방 안을 휩쓸었다. 계산이 맞아떨어지자 나오미와 캐런, 몰리는 겁에 질린 눈빛을 주고받았다. 마사는 열여섯 살이었다.

‘창백한 할리퀸’은 십육 년 전 초록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를 사냥했다. 그 여자—수전—는 살아남았지만, 흔적이 남았다. 피와 도자기 가면으로 얼룩진 그날 밤으로부터 아홉 달 뒤, 마사가 태어났다.

소녀들은 마사를 빤히 바라보며, 마사가 말했던 ‘순수한 악이 우연히 빚어낸 존재’가 실은 그 지하실에서 죽은 것이 아니라 그저 계속 살아갈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글: 노엘 헤인스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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