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그리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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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가 웃었다.
“너 젖가슴 그렸네.” 제이크가 말했다. 우리는 기타와 만화책, 냉장고에서 훔쳐 온 맥주에 둘러싸여 그의 새아버지 집 지하실에 있었고, 그는 내가 그린 것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는 나도 웃었다. “그래, 그런 것 같네.”
“근데 그건 인정 안 돼.”
웬만한 것에는 늘 시큰둥하고 창의력도 바닥인 나는, 제이크가 그랜트 모리슨이라는 사람과 혼돈 마법에 관해 설명하려 애쓰는 동안 그것을 그렸다. 둘 다 그달에 처음 알게 된 것들이었으니, 당연히 자기가 전문가라는 식이었다.
“왜?” 나는 한숨을 쉬었다. 제이크와 알고 지낸 지는 얼마 되지 않았고, 그때도 그와 오래 알고 지내지는 않을 것 같았다. 괜찮은 애였지만, 우리는 잘 맞지 않았다.
“소원에서 시작한 게 아니잖아. 그냥 지어낸 거지.”
듣자 하니 원하는 것을 적은 다음, 반복되는 글자를 지우고 남은 글자들을 시길이라는 마법 문양으로 바꿔야 하는 모양이었다.
“그다음엔 거기에 힘을 채워 넣고, 없애 버리고, 뭘 원했는지 잊는 거야.” 제이크는 자기 소원을 적고 반복되는 글자들을 지우면서 말했다.
“힘을 채워 넣는다고?”
그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남은 글자들을 이용해 선들이 삐죽삐죽 뻗고 신비로운 척하는 도형들이 여기저기 흩어진 무언가를 만들었다.
“왜 ‘뭘 원했는지 잊어야’ 하는데?”
“그냥 그래야 해.”
인정하자면, 완성된 그의 문양은 열여섯 살 눈에는 제법 그럴듯한 주술 문양으로 보였다.
어쨌든 나는 그냥 장난삼아 내 것을 다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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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그것을 곳곳에 그렸다. 그러다 내가 그리지 않은 것들에서도 보이기 시작했다. 황동으로 된 현관문 외시경이나 카메라 렌즈, 단추 같은 것들에서.
한번 머릿속에 들어오고 나니 끊임없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거기에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진지한 소원은 아니었다. 외시경을 보면 엄마가 담배를 찾지 못하게 해 줘, 하고 생각하거나, 한가운데에 작은 성형 자국이 있는 병뚜껑을 흘끗 보고는 제발 오늘은 대체 선생님이 오게 해 줘, 하고 생각하는 식이었다.
엄마는 끝내 담배를 찾지 못했다. 데이비스 선생님은 병이 났다. 열여섯 살 때는 그 정도로 충분했다.
나는 어른이 되고도 한참 동안 그 짓을 계속했다. 제이크와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된 뒤에도.
케일리와 진지하게 사귈 무렵에는 그저 별난 버릇에 가까운 것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들고 있던 장보기 목록에서 그 문양을 하나 보더니, 마침내 내가 왜 가끔 작은 젖꼭지들을 그리는지 물었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해 줬다. 그녀는 웃더니, 자기를 만났을 때는 무슨 소원을 빌었느냐고 물었다.
나는 있는 그대로 말했다. 당신을 원했다고.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가끔 말다툼을 하고 나면 어딘가에서 그 모양을 보고 그녀가 먼저 전화해 주기를 빌곤 했다. 그녀가 먼저 전화할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으며, 당연히 나는 전화했던 때만 기억했다.
소원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일이 잦아질수록 이 모든 일이 점점 우습지 않게 느껴졌고, 점이 중심에서 벗어나 있거나 원이 길쭉하면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그 안도감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나중에는 아예 보지 않으려 했다.
케일리는 눈치챘지만, 우리 둘 다 그 일에 관해 제대로 이야기한 적은 없었다.
부엌에서 그 말다툼을 했을 때, 우리는 결혼한 지 십일 년째였다.
무엇 때문에 시작됐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돈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타당한 말을 했고, 나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여기서 되풀이하기에는 너무 잔인한 말을 했다.
그녀의 어깨 너머로, 낡은 자석식 주방 타이머가 냉장고에 붙어 있었다.
흰색 테두리. 검은색 다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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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했다. 그냥 가 버렸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잠시 나를 빤히 보더니, 외투를 집어 들고 자매의 집으로 향했다.
이십팔 분 뒤, 음주 운전자가 빨간불을 무시하고 달려와 케일리의 차 옆면을 들이받았다.
병원에서 그녀의 왼쪽 눈은 완전히 감겨 있지 않았다. 동공은 끝까지 확장되어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는 형광등 빛이 아주 작은 점으로 비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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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죽을 때 나는 고개를 돌렸다.
사흘 동안 사람들은 내가 먹지 않는 음식을 가져왔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말들을 했다. 나는 소파에서 잠들고, 말다툼을 곱씹고, 그 모양을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몇 주 뒤, 밤새 울고 술을 너무 많이 마신 끝에 나는 페이스북에서 제이크를 찾아봤다.
그는 성공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결혼도 했다. 여전히 기타를 쳤다. 심지어 지역 메탈코어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아내가 드럼을 맡고 있었다.
이게 혹시—?
이십 년 전 그가 그 종이에 무엇을 적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랜트 모리슨과 혼돈 마법은 기억났다. 구글에서 그를 검색할 때는 음침하고 섬뜩한 무명 오컬티스트를 예상했다. 그런데 그는 좀 괴짜인 만화 작가였다. 나는 며칠 만에 처음으로 웃었고, 계속 읽었다.
정말로 혼돈 마법을 행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내가 계속 마음에 걸렸던 대목은 시길이 하나의 구체적인 소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 것은 그렇지 않았다.
그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 의도도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이십 년 동안 계속 그것에 먹이를 주었다. 소원을 들어주는 무언가를 만들어 낸 것인지, 아니면 소원 자체가 형체를 얻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엄마가 담배를 찾지 못하게 해 줘. 케일리가 전화해 줬으면 좋겠어. 제발 수표가 결제되게 해 줘. 그녀가 나를 용서해 줬으면 좋겠어.
그녀가 가 버렸으면 좋겠어.
아니야.
말다툼 중에 내가 잔인한 말을 하고 이십팔 분 뒤, 케일리가 우연히 그 교차로에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일이 일어난 뒤에야 사건들을 연결 짓는다. 슬픔은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
나는 나 자신에게 그렇게 말한다. 어떤 날은 그 말을 믿는다.
오늘 밤, 타깃 매장 주차장에 세운 차 안에 앉아 있다가 내가 시동 버튼을 빤히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흰색 LED 테두리, 한가운데의 작은 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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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오래 그것을 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 내내 나는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 사실이 너무나 무서웠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나는 그 모양에 아무런 힘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케일리는 교통사고로 죽었다. 나머지는 전부 패턴과 우연이다. 나는 그렇게 설명한다. 하지만 설명한다고 해서 눈앞에 보이는 것이 언제나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 당신도 그 모양을 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그 모양이 눈에 띄면, 시선을 돌려라.
그리지 마라. 찾아다니지 마라.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거기에 소원을 빌지 마라.
게시자 /u/Interesting_Key3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