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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eudoPod 1030: 코넌 도일가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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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2일은 코넌 도일의 생일이자 셜록 홈스의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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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의 이야기: 요정 사진 찍기

코넌 도일가 따라잡기

제스 화이트크로프트 지음

심령연구협회 학술지에서 발췌. 네빌 워스의 마지막 강령회에 참석한 레이섬 저택의 가정부장 앤절라 패터슨과의 인터뷰. 1956년 8월 14일.

마지막 강령회 이야기를 해 달라고요? 좋아요. 하지만 처음부터 시작해야겠어요. 마님이 엑토플라즘을 내보이기 시작하신 건 아마 ’25년쯤이었을 거예요. 요정 사건 뒤였던 건 확실해요. 요정들 기억나지요? 아, 물론 기억날 리가 없겠네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거나, 태어났어도 품에 안겨 다니는 아기였을 테니까요. 그래도 이야기는 들어 봤겠지요. 코팅리 계곡 말이에요.

아이고, 우리가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베키는 당신처럼 젊은 아이였어요. 레이섬 나리께서 그 애의 미들랜즈 억양을 싫어하셔서 몇 년 동안 아래층 일만 시켰지요. 말에 노랫가락 같은 게 묻어났거든요. 너니턴 출신이었어요. 그곳으로 돌아갔는지는 모르겠네요. 그… 그 사건 뒤에 사라졌으니까요. 아무튼, 이야기를 너무 앞서갔군요. 그 애한테 암실 일을 훤히 아는 남자 형제가 하나 있었어요. 그 애는 요정 사진을 한 번 보더니 배가 터져라 웃었지요. “저 요정들이 뭔지는 모르겠어요.” 그 애가 말했어요. “하지만 움직이고 있지는 않네요. 보세요. 날고 있다면 나비처럼 날개가 팔랑팔랑팔랑 움직여야 하잖아요? 그런데 안 그러잖아요. 여자애 뒤에 있는 폭포를 보세요, 패터슨 부인. 흐릿하게 보이는 거 아시겠죠? 그게 셔터 속도 때문이에요. 사진 한 장 찍으려면 몇 분씩 조각상처럼 꼼짝 않고 서 있어야 했던 옛날보다는 빨라졌지만, 그래도 빠르게 움직이는 게 있으면, 폭포나 조그만 날짐승의 날개 같은 거요, 사진에는 여전히 흐릿하게 찍히거든요.”

그 애가 그렇게 짚어 주니 뻔히 보이더군요. 알고 보니 그 사진을 찍은 여자애들은 그림 솜씨도 제법이었다지 뭐예요. 아서 경은 그 애들이 그런 속임수를 부리기엔 너무 어리고 신분도 미천하다고 했어요. “수공업 계층의 아이들”이라고 했지요. 세상 물정을 얼마나 몰랐는지 알 만하지요. 그중 한 명은 사진 현상소에서 합성 사진을 만드는 일을 했다는 말도 들었어요. 사람을 얕잡아 보면 언제나 위험해요. 특히 젊은 여자들은요.

네, 만나 봤어요… 뭐, 복도에서 마주쳐서 무릎을 살짝 굽혀 인사한 거지요. 기사 작위를 받은 분한테도 무릎을 굽혀 인사하나요? 난 그런 걸 통 모르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예법을 잘 몰랐어요. 하지만 원래는 눈에 띄면 안 됐지요. 그래서 내가 우리 애들한테 늘 그랬어요. 사진에 나온 가짜 말고, 진짜 요정처럼 굴어라. 들어왔다 나가라. 쥐처럼 잽싸게. 위층 분들은 너희 얼굴을 보고 싶은 게 아니다. 너희가 해 놓은 일만 보고 싶은 거다. 말끔한 침대, 깨끗한 머리빗, 그 위에 저녁상을 차려 먹어도 될 만큼 깨끗한 변기. 티끌 하나 없어야 그분들이 당연한 줄 알고 지내실 수 있으니까요.

아니요, 아서 경을 잘 알지는 못했어요. 그분의 영향은 어디에나 있었지만요. 그래도 부인은 몇 번 만났지요. 그… 뭐, 아까 말했듯이 앞서가면 안 되겠네요. 그분은 재주가 있었어요. 남자가 듣고 싶은 말을 해 주는 데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지요. 남편을 다루는 솜씨가 대단했어요. 아서 경이 강령회에 빠지자 부인도 따라 나서서 유령들이 깃드는 그릇이 되었어요. 유령 하나였지요. 피니어스라는 바빌로니아의 예언자요. 그가 자기 수호령이라고 했어요. 적어도 부인 말로는 그랬고, 그 유령은 부인을 영매 삼아 아서 경에게 조언하곤 했지요. 그 피니어스라는 양반은 지혜도 많았어요. 온갖 조언을 해 댔는데, 내 생각에 늘 안목이 좋았던 건 아니에요. 나 같으면 식당에 연보라색을 쓰지는 않았을 텐데, 뭐 어쩌겠어요. 피니어스는 그게 아주 영적인 색이라고 했지요. 집안 살림에 관해서는 이래라저래라 아주 구체적이었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지요. 실내 장식을 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 자체도 손수 골랐어요. 뉴포리스트 한복판의 근사한 집이었지요. 또 아이들의 영적 성장을 돕기 위해 개를 길러야 한다고 했고, 그 목적에는 골든레트리버가 가장 적합한 품종이라고 했어요.

말했잖아요. 남편 다루는 데는 천재였다고요.

그리고 우리 마님, 레이섬 부인께도 틀림없이 조언을 좀 해 줬을 거예요. 그 무렵에 ‘마가리 박사’가 나타났거든요. 또 다른 수호령이었는데, 이번에는 피렌체 출신의 이탈리아인이었어요. 단테 시대에 그곳에서 살다 죽었다지요. 그 양반도 좋은 조언을 해 줬어요. 토마토소스 조리법까지 알려 줬다니까요. 그런데 요리사는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단테 시대의 피렌체에는 당연히 토마토가 없었으니까요. 뭐, 마가리 박사가 저승에서 배웠겠지요. 욕하는 버릇과 베네치아 사투리도 함께요.

네, 베네치아요. 물론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할머니가 토스카나 출신이셨고 나도 옛날에 마님을 모시고 베네치아에 머문 적이 있어요. 그때는 아직 가정부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자리까지 올라오기 전이라 마님 시중드는 하녀였지요. 베키가 바늘을 들고 나타나기보다도 한참 전이었고요.

그 애도 천재였어요. 생김새만 봐서는 몰랐겠지만요. 들창코에 평발이고, 머리카락은 윤기가 없고, 몸집도 꽤 뚱뚱했지요. 위층 일을 맡기면서 레베카라고 부르려고들 했는데, 도무지 입에 붙지를 않았어요. 그 애는 타고난 베키였고 그건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제 바늘만큼 날카롭고 교회 쥐처럼 조용한 아이였지요.

그 애 전에는 프랑스 여자애가 있었는데, 속눈썹과 억양이 유난히 두드러지는 아이였어요. 하지만 내보내야 했지요. 아니요, 정확히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짐작하는 그 이유일 거예요. 옷단 하나 똑바로 꿰매는 게 그 애한테는 하늘을 나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그것도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요. 반면 베키는 재주가 있었어요. 이탈리아식 솜씨가 진짜였지요. 이탈리아식 단뜨기 말이에요. 뒷면에는 아주 작은 십자무늬가 생기고 앞면에는 보이지도 않는 점만 남았어요. 비단은 어땠냐고요? 아이고, 세상에. 파리의 고급 의상실에도 그 애만큼 매끈하고 촘촘하게 말아박는 사람은 없었을 거예요. 한 번은 내게 보여 줬지요. “셋의 법칙이에요, 패터슨 부인.” 그 애가 말했어요. “한 번에 세 땀씩이요. 다섯 땀씩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러면 망치기 더 쉬워요. 보이세요?”

그 애는 거미가 짰나 싶을 만큼 가느다란 천의 단 가장자리에 조그만 갈매기 모양으로 세 땀을 놓았어요. 위아래로, 위아래로, 비단 끝에만 살짝 바늘을 걸쳐서요. 그런 다음 잡아당기면… 쏙. 마법처럼 단이 저절로 말려 들어갔어요. 바늘이 닿았다는 흔적이라곤 점점이 이어지는 바느질 자국 한 줄밖에 없었는데, 어찌나 작은지 어디를 봐야 하는지 모르면 보이지도 않았지요. 거기에는 일종의 마술이 있었어요. 물론 죽은 자와 대화하거나 응접실 온통 엑토플라즘을 흘리고 다니는 것처럼 요란하지는 않았지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일상 속에도 그런 게 있어요. 수프를 반시계 방향으로 저으며 중얼거리는 여자에게도, 촘촘하게 말아 넣은 옷단에도요.

하지만 엑토플라즘… 그래요. 그 일 때문에 온 거지요?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은 거잖아요. 그리고 워스 씨 이야기도요. 사실 거기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는데, 그 사람 이야기는 순서가 되면 해야겠어요.

어디 보자. 엑토플라즘이 나온 건 분명 마가리 박사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였어요. 기억하는 건 그 무렵부터 이게 일종의… 뭐랄까… 옆집 존스네 따라잡기 같은 경쟁으로 번졌기 때문이에요. 다만 여기서 존스네는 죽은 바빌로니아인과 종이 요정들이었지요. 너도나도 하고 있었어요. 여기서는 똑똑 소리가 나고 저기서는 탁자가 기울고. 무사한 가구가 하나도 없었지요. 그리고 물론 물체 출현 현상도 있었어요. 강령회 방 안에서 유령이 보낸 꽃 같은 것들이 난데없이 나타나는 듯했지요. 동네 꽃집들은 떼돈을 벌었어요. 그 고장에서 불을 어둡게 낮춘 방치고 제비꽃에 파묻히지 않은 곳이 없었어요. 어떤 부인은, 무려 후작부인이었는데, 어찌나 희귀하고 이국적인 수호령을 얻으셨는지 걸핏하면 난초와 프랑지파니를 출현시키셨어요. 상상이 가요?

… 아니요. 아니에요, 이 사람아. 참 순진도 하셔라.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어요. 후작이 아내의 장부를 샅샅이 뒤져서 난초 값으로 갑자기 거금이 나가는 걸 알아챌 것 같아요? 아니에요. 남편들은 그저 아내들이 돈을 쓰는 건 당연하다고 여기고 계속… 자기들 할 일을 했어요. 그게 무슨 일이었든 간에요. 가장 노릇을 했지요. 거기에 무슨 일이 딸렸든 간에요.

내가 보기엔 별일 없었지만, 뭐 어쩌겠어요. 나는 가정부장에 지나지 않았는걸요. 그분들처럼 학교를 다니고 대학 교육을 받은 게 아니니까요. 나는 열세 살에 저택으로 들어왔어요. 수공업 계층의 아이였지요. 베키와 마찬가지로요. 물론 그 애는 나보다 어렸지만요. 다른 세대였어요. 망가진 세대요. 그 애는 전쟁이 한창일 때 태어났어요. 1916년이었지요. 그때는 그 애 아버지도 벌써 전쟁에서 빠진 뒤였어요. 이프르에서 아군이 뿌린 독가스를 마셨거든요. 독가스에 무슨 우리 편이 있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집에는 끝내 아이가 여섯이 되었어요. 살아남은 아이가 여섯이라는 말이지요. 그 애 아버지는 망가진 폐와 쥐꼬리만 한 연금으로 ’22년까지 살았어요. 베키 말로는 아버지가 죽었을 때 어머니가 장례식에서 소동을 피웠대요. 그 형편없던 연금이 이제 미망인 연금으로 올라갔으니 위안을 받아야 한다는 거였지요. 그런데 그 애 어머니는 남편의 관에서 국기를 잡아 뜯고 동전들을 시궁창에 내던졌대요. “우리 여덟 식구가 비둘기 알과 죽으로 연명할 때는 씨발 어디 있었는데?” 베키가 어머니의 험한 입을 조금도 순화하지 않고 옮겨 줘서 그 말을 기억해요. 게다가 내 생각을 묻는다면, 그분 말이 맞았어요. 지극히 정당한 말이었지요.

그리고 베키가 장례식에서 울다가 뺨을 맞았다는 이야기도 기억해요. 맏오빠가 그 애의 뺨을 후려치고는 말했대요. “이제 그만 질질 짜라, 우리 벡스야. 철들 때도 됐잖냐.”

그 애가 우리 집에 온 건 그로부터 두어 주 뒤였어요. 내가 처음 저택에 들어왔을 때보다 별로 나이가 많지도 않았지요. 입에 풀칠할 만큼은 배웠다는 이유로 열네 살에 교실에서 쫓겨난 거예요. 생각해 보면 참 불공평한 일이에요. 그렇게 머리가 좋은 아이한테는요. 나는 처음부터 그 애가 다른 몇몇 애들보다 빨리 배운다는 걸 알아봤지만, 다른 하인들 중에는 그걸 뒤늦게 깨달은 사람들도 있었어요. 현관지기가, 앨버트라는 사람이었는데, 저녁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다고 그 애를 놀리던 게 기억나요. “네가 무운하악을 읽는 줄은 몰랐네, 베키.” 손가락 끝으로 제 코끝을 치켜올리면서 그렇게 말했지요. 그 애가 『노생거 사원』에 푹 빠져 있었거든요. 그 사람 생각에는 그 애가 잡지나 읽어야 했나 봐요. 아니면 아예 아무것도 읽지 말거나요.

“난 이것저것 많이 읽어.” 그 애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 녀석을 무시했어요. 말했잖아요, 분별 있는 아이라고. 그 녀석은 영 그렇지 못했죠. 어리석은 녀석. 늘 여자 뒤꽁무니나 쫓아다니고, 뒷문에 담배꽁초를 버려 놔서 다른 사람들이 쓸어 치우게나 하고.

그러더니 그 얼간이가 나까지 끌어들이려 들더군요. “P 부인.” 녀석이 말했어요. “왜 베키는 식탁에서 책을 읽어도 돼요? 그건 예의 없는 짓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렇지.” 내가 말했어요. “하지만 수없이 많은 사람이 네가 버린 건 네가 치우라고 좋게 말했는데도 뒷문 문턱에 담배꽁초를 잔뜩 버려 놓는 것도 예의 없는 짓이야. 앨버트, 후식이나 마저 먹고 네 일이나 신경 써.”

녀석은 그러지 않았어요. “다음엔 눈도 나빠지겠네.” 녀석이 베키에게 말했어요. “그렇게 책을 읽고, 그렇게 바느질을 해 대다가는 안경까지 써야겠지. 그 고무 같은 입술에 구슬 같은 눈을 하고 말이야. 네 코 모양에 맞는 특수 안경을 맞춰야 하나? 보통 코처럼 생긴 건 아니잖아? 어쩌면 납작코에 못생긴 개한테 맞는 안경테도 만들겠지. 아니면 고글이라도 줄 수 있겠네. 얼굴을 감싸, 감싸…… 감싸……”

그 말을 끝내지 못했어요. 감싼다는 말을 하려다가 헛구역질로 끝난 거죠. 갑자기 컥컥거리는데, 잼을 넣어 돌돌 만 푸딩 조각이 기도로 넘어간 것 같더군요. 모두가 허둥댔지만 베키만은 예외였어요. 녀석의 입술 언저리가 파래지기 시작하고서야 읽던 책에서 잠깐 눈을 들었죠. 그러다 마침내 집사가 녀석의 양쪽 어깨뼈 사이를 제대로 한 대 쳤고, 무언가가 튀어나왔어요.

“쟤가 그랬어요!” 녀석은 숨을 돌리자마자 말했어요. 벌떡 일어서더니 집사가 붙들지 않았다면 베키에게 주먹이라도 휘둘렀을 거예요. “쟤 짓이에요. 난 알아요.”

“어떻게?” 내가 말했죠. “그 애는 식탁에서 꼼짝도 안 했어, 이 얼간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고. 네 쪽으로 손을 뻗지도 않았어. 네 접시를 건드리지도 않았고. 아무것도 안 했어.”

당연히 그 애를 두둔해야 했지만, 나중에 왜 그랬느냐고 물어봤어요. 왜 꼼짝도 하지 않았느냐고. 녀석이 숨이 막혀 컥컥거리기 시작했는데 왜 아무 반응조차 없었느냐고. 베키는 어깨만 으쓱하더군요. “책을 읽고 있었잖아요.” 그 애가 말했어요. “게다가 한창 재미있는 대목이었어요. 여주인공이 막 모슬린 천을 잘 아는 남자를 만났거든요. 그건 그렇고,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했는데요?”

“뭐라도. 무슨 짓이든.” 내가 말했지만, 더 길게 말하지는 않았어요. 이미 뒷목의 털이 곤두서 있었거든요. 가엾은 앨버트의 목구멍에서 무엇이 튀어나왔는지 내가 봤어요. 담배꽁초였어요. 녀석이 뒷문 문턱에 버려 놓는다고 우리가 늘 불평하던 것 같은 꽁초요. 손으로 만 담배였는데, 목구멍에 틀어박혀 있었는데도 어찌 된 일인지 종이가 침에 녹지 않았더군요. 예상대로 담뱃잎은 젖어 있었지만, 종이가 있어야 할 자리는 맹세코 비단이었어요. 작고 완벽한 대롱 모양으로 단단히 말려 있었죠. 그리고 겉면에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점들이 한 줄로 나 있었어요.

내가 태워 버렸어요. 불 속에 던져 넣었죠.

그런데 그 뒤로 사람들이 뭔가를 기침으로 뱉어 내는 게 일종의 유행이 됐어요. 위층에서 유행하던 것들, 꽃이니 엑토플라즘이니 뭐니 하는 것들과 달리, 이건 우리에게도 내려왔죠. 한번은 요리사가 이 뒤쪽에서 새의 차골 하나를 통째로 꺼내는 걸 봤는데, 그때 그 얼굴이라니. 그게 어떻게 거기 들어갔는지 나만큼이나 영문을 모르는 표정이었어요.

그리고 마님은 자꾸 핀을 뱉어 내셨어요. 우연하게도, 베키에게 살을 좀 빼야겠다고 말씀하신 뒤면 늘 그런 일이 생기는 것 같았죠.

하지만 가장 자주 당하는 건 앨버트였어요. 한번은 집사가 아침 식사 중에 재채기로 구두약을 뿜어낸 적도 있지만요. 어느 날 아침엔 깨어 보니 내 혀에 젖은 깃털이 잔뜩 붙어 있었어요. 그러고는 전날 깃털 요를 갈다가 베키에게 퉁명스럽게 굴었던 일이 떠올랐죠.

“대체 무슨 속셈이니?” 나중에 그 애를 보고 물었어요. 그 애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죠.

“무슨 말씀이세요, P 부인?” 그 애가 말했어요. “제가 밤에 부인 방으로 몰래 들어가서 입 안을 깃털로 채웠다는 건가요?”

“아니.” 그 말로 끝냈어요. 나도 위층 사람들만큼 어리석게 굴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하지만 신경이 쓰이더란 말이에요. 내가 앨버트에게 했던 말이 자꾸만 떠올랐어요. 베키는 움직이지 않았으니까. 녀석에게 손을 뻗지도 않았으니까. 녀석의 접시를 건드리지도 않았으니까. 그리고 여기서 이야기가 더 이상해져요. 여기서 워스 씨 이야기를 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내가 처음 알았을 때는 워스 씨가 아니었어요. 본머스의 한 극장에서 마술을 하던 위대한 워딩턴이었죠. 진홍색 외투를 입고, 눈썹연필로 끝이 말린 콧수염을 그려 붙였어요. 여자를 톱으로 반 토막 내기도 했지만, 그쪽 업계에서 말하는 입담이 영 신통치 않았죠. 무대에서 존재감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 일을 접고 몇 년 뒤 심령 조사관 네빌 워스라는 이름으로 우리 집 문 앞에 나타났는지도 모르죠. 물론 그 사람이 관여했던 유령 소동들은 아시겠죠? 저녁 식사 때 포도주 잔이 공중에 뜨곤 했다던 서퍽의 그 집 말이에요. 자기 일을 제대로 아는 남자 마술사라면 쉽게 해낼 수 있어요. 여자 마술사도 그렇고요.

아무튼 그 사람이 생각났어요. 그리고 돌돌 만 담배 조각처럼 생긴 그것에 앨버트의 숨이 막히기 전까지, 베키가 움직이지도 않았고 앨버트에게 손을 뻗지도 않았다는 사실도요. 그러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그 애가 움직였다면? 그런데 아무도 못 봤다면. 주의를 돌리고 손재주를 좀 부리는 것, 그거면 충분하죠. 그 무렵 우리 집이야 그야말로 뮤직홀이 따로 없었으니까요.

어디까지 얘기했죠? 아, 맞아요. 워스 씨가 우리 집에 온 건 엑토플라즘 때문이었어요. 그게 새롭고 충격적인 현상이었거든요. 신문에 날 법한 일이었죠. 네빌 워스는 자기 이야기가 실린 기사 제목이라면 뭐든 잠자리로 데려가 끌어안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고요.

내가 직접 본 건 딱 한 번이에요. 엑토플라즘 말이에요. 아니, 그날 밤까지 치면 두 번이군요. 내 눈에는 점잖은 짓으로 보이지 않았어요. 충격을 받았죠. 위층 사람들의 놀이가 아무리 유치하다고 생각했어도,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그들이 나보다 훌륭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남아 있었나 봐요. 내게는 아이들 같은 사람들이라 응석을 받아 줬거든요. 제 먹을 것 하나 마련할 줄 모르고 단추 하나 달 줄 모르는 무력한 것들. 애초에 그래서 우리를 두고 사는 거잖아요.

처음에는 내가 위층에서 심령 캐비닛인가, 그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는 걸 손보고 있었어요. 내가 그릇을 넣어 둘 만한 캐비닛은 전혀 아니었지만, 마님이 무아지경에 빠져 아주 볼썽사납게 끙끙거리고 신음할 때 그 모습을 가려 주려는 것에 불과했죠. 방 한쪽 모서리를 가로질러 그림걸이 몰딩의 턱에 커튼 봉을 걸쳐 놓고, 거기에 긴 벨벳 커튼을 달았어요. 나리께서 커튼이 너무 길다고 하셨죠. 영매가 그 안에서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도록, 모두에게 영매의 발이 보여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베키와 함께 올라가 핀으로 커튼을 걷어 올렸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던 게 기억나요. 핀이 다 떨어져서 하나 더 받으려고 손을 내밀며 말했어요. “베키, 핀 하나 주렴.”

그런데 내 뒤에 서 있던 사람은 베키가 아니었어요. 마님이셨고, 내 손바닥에 떨어진 핀에는 피가 점점이 묻어 있었죠. “아.” 내가 말했어요. 마님 입술에도 피가 묻어 있더군요. “아직도 그러세요?”

“그이는 내가 일부러 이러는 줄 알아.” 마님이 말씀하셨어요. 남편을 두고 하는 말씀이었죠. “하지만 아니야. 가끔은 목이 너무 조여서 숨도 못 쉬고 말도 못 할 지경이야. 뭘 삼킬 수나 있겠어? 핀은 말할 것도 없고.”

알고 보니 그 증상도 여전했어요. 숨이 가쁜 상태가 하도 오래 계속돼서 엑스레이까지 찍으러 가셨지만, 의사들은 폐에서 아무 이상도 찾지 못했죠. 마님을 이리저리 찌르고 들쑤시며 온갖 검사를 하고는, 여자 환자를 대할 때 늘 내리던 결론을 내렸어요. 신경증이라고 진단한 거죠. 듣자니 “히스테리성 인후 근육 협착”이라던가요. 하지만 나는 좀 의문이 들었어요.

불 속에 던져 넣었던 그 비단 담배꽁초가 자꾸 떠올라서, 베키를 다른 눈으로 보게 됐어요. 마님은 베키가 뚱뚱한 걸 꼭 자신에 대한 모욕처럼 받아들이시는 것 같았죠. 이제 위층 하녀가 됐으니 조금이라도 우아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편이 좋겠다고 일깨워 주시곤 했어요. 베키가 음식 이야기를 입에 올리기만 해도 마님은 눈길로 그 애를 불태울 듯 노려보셨고, 베키는 그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어요.

하지만 이거 봐요, 나도 그 사람들만큼 어리석게 구는군요. 내가 하는 말이 바로 그거예요. 하나같이 어리석은 짓이었다는 거죠. 마님과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어요. 바로 그때 베키가 옷을 입혀 드리러 쏜살같이 들어왔거든요. 와 줘서 어찌나 다행이던지. 마님은 기모노 하나만 걸치고 계셨으니까요. 이런 생각을 했던 게 기억나요. ‘저 남자들 앞에 벌거벗고 앉아 계시려는 건 아니겠지?’ 아니었어요. 그러시지는 않았죠. 그보다 더했어요.

베키는 강령회 때마다 마님께 옷을 입힌 채 바느질로 여며 드렸어요. 검은 새틴이 칠을 해 놓은 것처럼 몸에 딱 달라붙었죠. 몸매가 구석구석 다 드러났어요. 속임수를 막기 위해서라고들 했지만, 그게 아니었죠. 왜 그래요. 실은 뭘 위한 건지 우리 둘 다 알잖아요? 옷이 너무 꽉 끼어서 마님은 종종걸음으로 그 캐비닛에 들어가셔야 했는데, 그렇게 걸으시는 동안 남자들의 눈이 빛나는 걸 봤어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빛난 건 아니었어요. 눈 속에서 번들거리는 것에 더 가까웠죠. 번들번들하고 약탈적인 눈빛. 덮칠 기회를 기다리는 뱀들 같았어요. 한 사람이 “몸수색은 했소?” 하고 속삭이자, 다른 사람이 “그렇소, 직장과 질까지”라고 말하는 게 들렸어요. 딱 그렇게요.

아, 그 더러운 꼬맹이들 같은 인간들의 따귀를 하나하나 때려 주고 싶었어요. 그래요, 그들이 하는 짓은 유치했지만, 동시에 아주 역겨웠어요. 싸구려 자극을 즐기려는 게 아니라 과학을 위한 척하고 있었으니 두 배로 역겨웠죠. 작위도 있고 박사 학위도 있는 남자들이었어요. 갖고 있는 학위가 어찌나 많은지 전부 인쇄하려면 제지 공장 하나가 필요할 지경이었는데, 여기서는 숲속의 음흉한 애들처럼 의사놀이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나보다 훌륭하다고요? 아니,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엑토플라즘이 경이로웠다고 말해 주고 싶지만, 정말이지 그렇지 않았어요. 그래요, 탁한 붉은 어둠 속에서 흰 형체들이 움직이는 건 봤어요. 강령회 방에 붉은 조명을 켜 놨기 때문에 붉었죠. 아마 그 뱀눈을 한 남자들이 몸에 찰싹 붙는 새틴이 주는 인상만으로는 아직 만족하지 못했을까 봐 그랬겠죠. 하지만 영혼이며 유령이었느냐고요? 아니에요. 그저 어둠 속에서 우스꽝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여자가 보였고, 무언가가, 아마 성긴 면포나 모슬린 천이었을 텐데, 그 여자의 코 밑에서 스르르 빠져나와 공중으로 올라갔어요. 빗자루 자루나 빨랫줄 한 가닥을 요령껏 써서 못 할 일은 하나도 없었죠. 마가리 박사는 엉망으로 뒤틀린 이탈리아어를 한참 지껄였고, 죽은 아기처럼 생긴 것이 나타나 가늘고 높은 목소리로 말을 했어요. 그라우초 마르크스의 콧수염만큼이나 그럴듯한 목소리였죠.

그리고 베키는… 글쎄요. 베키는 그 방 어딘가에 있었어요. 레이섬 마님의 옷을 꿰매 입히는 일을 마치고도 나가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었죠. 하지만 너무 많은 걸 묻기는 망설여졌어요. 제 목구멍이 막혀 버리거나, 또다시 말 그대로 깃털을 뱉어 내게 될까 봐요.

그래도 나중에 베키를 찾았을 때는 묻고 말았어요. “베키, 강령회 때 왜 계속 앉아 있었니?” 제가 그렇게 묻자 베키가 웃었죠.

“아유, 저는 그냥 거들러 있는 거잖아요, P 부인.” 베키가 말했어요. “그게 저잖아요. 하녀.”

또다시 묻기가 망설여졌어요. 마님께 도움이 된다면 그 애가 어둠 속에서 치즈클로스를 펼쳐 놓는 일쯤은 하고도 남았겠지만, 물론 그렇게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죠. 그 시절에는 말을 훨씬 더 에둘러 했어요. 나이 들면 딱 하나 좋은 게 그거예요. 생각하는 걸 그대로 말해도 사람들이 머리를 토닥여 주면서 “됐어요, 할머니” 하거든요. 아마 저는 이런 식으로 말했을 거예요. “영적 현상은 마님 혼자서 일으키셔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

베키가 또 웃었어요. “왜 이러세요.” 베키가 말했죠. “그분들이 뭐든 직접 해야 한다면 굶어 죽거나 자기 오물에 빠져 죽을 거라는 건 우리 둘 다 알잖아요. 어느 쪽이 먼저냐의 문제죠.”

“말조심해라, 얘야.” 제가 말했어요. “네 품삯을 주시는 분들이야.” 맹세코, 그때 그 애는 깔깔거리며 웃었어요.

“그러게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돈이 넘쳐 나잖아요?” 베키가 말했어요. “아주 돈더미에 파묻혀 살죠.”

우리는 늘 그 애한테 사회주의 성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애 말도 나름대로는 아주 옳았죠. 레이섬 마님 혼자서는 그 모든 걸 생각해 낼 수 없었을 거예요. 저는 이탈리아어를 조금 알아들었는데, 마가리 박사가 쓰던 말은 대부분 곤돌라 사공들이나 해수욕장에서 마님 시중을 들었던 사람들에게서 빌려 온 거였어요. 그리고 애초에 도일 부인이 그 바빌로니아 사람, 이름이 뭐더라, 그 사람으로 유행을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마가리 박사라는 존재 자체가 없었겠죠.

마님은 나쁜 분이 아니었어요. 그저 심심하고 독창성이 없었죠. 보세요, 그분은 제대로 생각을 해야 할 일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 부류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거든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걸 쟁반에 받쳐 가져다주니 머리를 많이 쓸 필요가 없는 것도 당연하죠. 값을 치를 때 망신당하지 않으려고 머릿속으로 셈을 하며 시장을 돌아다닐 필요도 없고요. 남은 음식을 어떻게 보관할지, 옷을 어떻게 기울지, 비가 너무 많이 올 때 뒷문으로 물이 들어오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필요도 없죠. 남들이 전부 해 주니까, 머리를 유연하게 유지해 주는 그런 일상의 두뇌 운동을 할 일이 전혀 없는 거예요.

하지만 뇌는 활동을 원해요. 원래 그런 물건이니까요. 뇌에는 운동이 필요하고, 어쩌면 온갖 두드리는 소리와 치즈클로스도 다 그래서였는지 모르죠. 생각할 거리, 할 일이 필요했던 거예요. 모르겠어요. 저마다 이유가 있었겠죠. 누구는 슬픔 때문이고 누구는 믿음 때문이고, 또 누구는, 제 생각에는, 돈 많은 그 조그만 머릿속이 그저 심심해서 미칠 지경이었던 거예요.

네빌 워스요? 하! 방금 한 대답을 참고하세요. 그자는 명성을 원했어요. 명성과 돈, 그리고 관심이요. 아뇨, 저는 그자가 정말 싫었어요. 본머스에서 여자를 톱으로 반 토막 내는 모습을 처음 봐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늘 부두 끝 싸구려 공연 같은 구석이 있었거든요. 무슨 말인지 알겠죠? 영락없는 장터 흥행꾼이었어요.

우리 집 문 앞에 나타났을 때는 진홍색 코트 대신 트위드 코트를 입고 있었고, 팔꿈치에는 가죽 덧댐까지 붙어 있었어요. 그 뾰족한 팔꿈치를 좀 무디게 하려던 건지도 모르죠. 끊임없이 파이프 담배를 피웠어요. 냄새가 아주 진동했죠. 철테 안경도 쓰고 있었는데, 사람들을 면담할 때 안경 너머로 빤히 쳐다보기에 좋았겠죠. 그자는 나리를 시작으로 우리 모두를 면담했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어요.

“부인께 공모자가 있습니까?” 그자가 물었어요.

저는 바로 모퉁이 너머에 숨어 있었거든요. 십 분 전에 꽂아 놓은 글라디올러스를 다시 정리하는 척하면서요.

“강령회실에서 그런 효과를 만들어 내도록 도와줄 공범 말입니다. 이런 질문을 언짢게 여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만, 철저하게 조사해야 해서요.”

“그러라고 모신 거요, 워스 씨.” 나리가 말씀하셨어요. “속임수를 쓴다는 의혹을 모두 해소하려고 말이오. 그리고 없소. 협력자는 없소. 강령회 드레스를 꿰매 입혀 주는 전속 하녀가 있을 뿐인데, 그 애가 이런 일에 관여했을 것 같지는 않소. 어쨌든 너니턴 출신이니까.”

“아, 그렇군요.” 워스 씨는 그 말로 모든 게 설명된다는 듯이 말했어요. 저는 너니턴이 그렇게 지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으로 악명 높은 줄은 몰랐는데, 알고 계셨나요? 모르셨군요. 뭐, 저는 대학에 다닌 적이 없어서요.

그자는 아래층에서 우리에게 이야기할 때는 말투가 달랐어요. 입에서 ‘엑토플라즘’이 흘러나오는 영매의 사진 몇 장을 불쑥 꺼내더니, 이런 걸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죠. 저는 없다고, 당연히 없다고 했지만 그자는 다그쳤어요. “다시 한번 찬찬히 잘 보세요, 패터슨 부인.” 그자가 말했어요. “이 여자에게는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제 이론으로는, 이 여자는 목구멍의 기형 때문에 엄청난 양의 모슬린을 삼켰다가 다시 토해 낼 수 있는 겁니다.”

저는 그자의 눈을 똑바로 보고, 마님이 펠리컨의 피라도 섞인 분이라는 뜻이냐고 물었어요. 그자는 그 말에 조금 움찔하더니 안경 너머로 저를 쳐다봤죠. “이건 아주 진지한 조사입니다.” 그자가 말했어요. “계속 저를 조롱하신다면 부인도 이 장난에 가담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대로 의심하세요.” 제가 말했어요. “저는 이런 허튼짓과는 한 번도 상종한 적 없고, 선생님도 그러셔야 해요. 마님은 평생 모슬린 조각 하나 삼킨 적이 없으시고, 삼키고 싶으셔도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목이 안 좋으시거든요.”

그래요, 그 말을 한 건 후회해요.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일을 막을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사태를 악화시킨 게 아닌가 하는 꺼림칙한 기분이 늘 있었어요. 제가 그자의 의심에 신빙성을 더해 줬고, 그래서 그자가… 그런 짓을 했는지도 모르죠.

어쨌든 베키는 그자에게 아무런 단서도 주지 않았어요. 바느질에서 고개도 거의 들지 않고, 사투리를 한껏 진하게 써 가며 대답했죠. 나중에 그자의 수첩을 슬쩍 봤더니, 베키는 완전히 논외로 쳐 놓았더군요. “재봉틀. 싱어 재봉틀보다 머리가 별로 나을 것도 없음.”

아무튼 그날 밤 우리는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어요. 베키는 강령회 드레스의 품을 줄여야 했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했죠. 마님은 목 때문에 점점 더 적게 드셨고, 쇄골은 칼처럼 날카로워 보였어요. “나 그렇게 마르지 않았어.” 베키가 솔기를 매만지는 동안 마님이 우기셨어요. “어차피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거겠지. 넌 살이 더 쪘으니까.”

드레스 뒷부분을 꿰매던 베키의 턱이 굳어지는 게 보였어요. 길고도 불편한 순간이 흐르는 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죠. 마님은 원래 남의 기분을 잘 헤아리는 분은 아니었지만, 그때는 자신이 지나쳤다는 걸 마님도 아셨던 것 같아요.

베키는 단단하고 가느다란 선처럼 다문 입에 핀을 물고, 눈을 마주치지 않았어요. 그 애가 받은 상처가 가스처럼 방 안을 채웠고, 마님이 기침을 하기 시작하셨어요. 제가 물 한 잔을 가져왔는데, 돌아왔을 때도 여전히 기침하고 계셨죠. “목구멍 안쪽을 뭔가 간질거려.” 마님이 말씀하셨어요. “아무리 해도 나오질 않는구나.”

“오늘 밤은 안 하시는 편이 좋겠어요.” 제가 말했지만, 마님은 고집을 꺾지 않으셨어요.

“이걸 빨리 끝내야 워스도 빨리 떠나지.” 마님이 말씀하셨어요. “파이프 담배 냄새 나는 숨을 내 얼굴에 내뿜는 것도 벌써 지긋지긋하고.”

그리고 거기서… 그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시겠죠. 악명 높은 마지막 강령회요. 뱀 같은 눈을 한 그 남자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마님은 비틀거리며 커튼 뒤 자기 자리로 들어가 앉으셨어요. 그리고 계속 기침하셨죠. 마가리 박사가 불쑥 나타나 말을 하기 시작했지만, 그도 기침이 나는 것 같았어요. 워스 씨가 괜찮으냐고 묻자, 그 훌륭하신 박사님은 이탈리아어로 답했는데, 너무 상스러워서 마가리 박사가 하는 말치고도 좀 심했어요. va a farti fottere. ‘가서 좆이나 까라’라는 뜻이에요. 어떻게 아느냐고는 묻지 마세요. 살면서 배운 게 많고, 잊어버린 건 그보다 더 많으니까요. 아무튼 기침이 심해졌고, 나리는 이제 그만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워스 씨는 마치 원하던 걸 정확히 손에 넣었다는 듯이 기쁨으로 얼굴이 환했죠.

“목이 불편하십니까, 레이섬 부인?” 그자가 말하더니, 끝내 벌떡 일어나 커튼을 젖히고 손가락으로 마님의 턱을 들어 올렸어요.

“그만두시오, 워스.” 레이섬 나리가 말씀하셨어요. “감히 내 아내의 몸에 그런 식으로 손을 대다니? 당신이 여기저기 찔러 보고 쑤셔 대는 평민 여자들과는 다른 사람이오.”

하지만 워스 씨는 멈추지 않았어요. 일종의 광기가 그자를 사로잡았고, 그자는 한 손으로 마님의 입을 억지로 크게 벌린 뒤 손가락을 목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어요. “꺼내고 말겠어, 꺼내고 말겠어.” 그자는 계속 그렇게 말했어요. “부인의 수작은 다 알고 있소!”

그 남자들이라면 숙녀에게 그런 식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걸 보고 한마디쯤 했을 거라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나리를 빼면 다들 그저… 지켜봤어요. 나리는 일어나셨고, 나머지 사람들이 붙들지만 않았더라면 무대로 달려드셨을 거예요. 그들은 과학적 검증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적어도 마님이 목구멍 안에 감춰 두었다고 자기들이 믿는 무언가가 극적으로 드러나리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물론 마님의 목구멍 안에는 모슬린도 치즈클로스도 없었고, 그런 게 있었던 적도 없어요. 워스가 마님의 입에서 끌어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야 했어요. 없어야 했죠.

그런데 그자는… 실 한 가닥을 끌어냈어요. 고작 실 한 가닥이었죠.

그런 게 그렇게 큰 상처를 낼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에요. 그자는 마님의 목구멍에 손을 넣어 실 한 가닥, 안쪽의 무언가에 단단히 붙어 있는 바느질용 실을 끌어냈어요. 지금도 마님의 비명이 들려요. 끔찍하게 꺽꺽거리는 비명이요. 저와 베키는 벌떡 일어나 그자를 말리려 했지만, 그자는 계속 당겼어요. 당기고 또 당기다가… 글쎄요, 저는 실이 끊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끊어져야 하잖아요, 그렇죠?

하지만 아니었어요. 끊어지지 않았죠. 명주실처럼 튼튼한 실이었어요.

실이 안쪽을 휘감고 있었던 거예요. 마치 내장에 바느질을 해 놓은 것처럼요. 갈매기 모양 바늘땀으로요. 한 번에 세 땀씩. 그런 다음 실 전체를 잡아당기면 마술처럼 팽팽하게 말려 올라가는 거죠.

저는 예전에 워스가 여자를 톱으로 반 토막 내는 걸 봤어요. 그자가 여자의 몸을 절반쯤 안팎으로 뒤집어 놓는 모습까지 보게 될 줄은 몰랐죠.

사람들이 마님을 살리려고 강령회 의상을 찢어 벗겼지만, 이미 늦었어요. 안에 있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이 밖으로 나와 있었거든요. 사방이 피투성이였죠. 피가 너무 많아서 그건 못 보고 지나쳤을 거예요. 실제로 사람들은 못 봤고요.

하지만 저는 봤어요. 엑토플라즘은 아니었어요, 아뇨. 하지만 모슬린은 있었죠. 새틴 아래에 얇게 한 겹 깔려 있었어요. 마님은 내내 거기에 숨겨 두셨던 거예요. 말씀드렸듯이, 베키는 얇고 비치는 천을 다루는 데 천재였거든요.

그리고 보이지 않는 바느질에도요.

진행자 해설

우리는 잘못된 정보나 ‘가짜 뉴스’라는 개념이 정보화 시대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퍼졌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은 터무니없는 정보는 언제나 존재했습니다. 기껏해야 나노 입자만 한 진실이 오해와 과장에 둘러싸여 있는 정보도 있고요. 사실 워낙 흔한 현상이라 영어에는 이를 가리키는 단어까지 있습니다. 1973년에 처음 만들어진 ‘팩토이드’라는 말이죠. 여기서 절묘한 아이러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마 많은 이가 ‘팩토이드’의 뜻을 ‘작은 정보 한 토막’이라고 설명하리라는 점입니다. 실제 뜻은 ‘흔히 거짓이거나 근거가 없는 신뢰할 수 없는 정보로, 인쇄물이나 매체에서 너무 자주 반복된 나머지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인데도 말입니다.

코팅리 요정 사건도 그런 이야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누군가 이렇게 말하겠죠. “있잖아, 어린 여자애 둘이 책에서 요정 그림을 오려 내서 사진을 찍은 다음, 셜록 홈스 쓴 그 양반한테 요정이 진짜 있다고 믿게 했다는 거 알아? 그땐 사람들이 사진에 찍힌 건 믿었다니까.”

흠.

그런데 그 ‘어린 여자애들’ 말입니다. 한 명은 아홉 살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 명인 엘시는 사진을 찍던 해 여름에 열여섯 살이 됐습니다. 게다가 브래드퍼드 미술대학 학생이었고, 일하던 곳은…… 어디였는지 짐작도 못 하실 겁니다…… 축하 카드 공장의 사진 작업실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물감으로 흠이 있는 사진을 보정하고, 이미지에 색을 입히고, 전쟁에서 죽은 군인들의 모습을 유가족의 초상 사진과 합성했죠. 1917년에는 수요가 무척 많았던, 지독히도 비극적인 일이었습니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일이기도 했고요.

이쯤 되면 짐작하셨겠지만, 이 이야기에는 그 밖에도 아주 많은 사정이 얽혀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팀 하퍼드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경계해야 할 이야기들》의 ‘요정 사진 찍기’ 편을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링크는 방송 안내에 있습니다.

도일 자신도 솜씨 좋은 아마추어 사진가였으며, 사진을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린아이 둘이, 그것도 여자아이들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해냈을지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에게는 가능성이 너무 희박해서 불가능한 일로 보였던 겁니다. 그리고 불가능한 것을 모두 배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무엇이든…… 뭐, 그런 이야기죠.

이렇게 우리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에 이릅니다. 남자들이 여자를 과소평가하는 이야기 말입니다. 한낱 여자아이가 어떻게 그토록 어려운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아니, 여성이 열등한 성별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잖아요. 제가 설명해 드리죠, 데이 박사님.

이번 회의 이야기는 물론 공포소설이므로, 초자연적인 사건을 실제로 일어나는 일로 제시해도 됩니다. 현실에서는 하녀가 정말로 사람들에게 스핀을 뱉게 할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압니다. 아마도요.

사변소설의 목적은 환상을 만들어 내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현실에 의문을 품게 하는 데도 있죠. G. K. 체스터턴의 말처럼, “상상력의 기능은 낯선 것을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라기보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드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주변의 대단히 유능한 여성들을 끊임없이 과소평가하는 여러 남자의 모습은 고통스러울 만큼 현실적입니다. 현관 안내인 앨버트부터 아내의 능숙한 조종을 받는 코넌 도일, 그리고 자신의 기록에서 베키를 “재봉틀. 머리는 싱어 재봉틀보다 별로 나을 게 없음”이라고 묘사하는 네빌 워스에 이르기까지요. 참고로 도일이 아내에게 조종당한 건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마지막에 등장해 레이섬 부인을 몸에 꼭 끼는 드레스를 입은 여자 정도로만 보는, 뱀 같은 눈을 한 남자들까지도 그렇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제가 암울한 의미로나마 마음에 들어 하는 점은, 여자들을 하나같이 강하고 우월한 인물로 만들어서 그 끔찍한 남자들을 모두 이기게 하고 싶은 유혹이 있었을 법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레이섬 부인은 그보다 더 교묘하고 해로운 존재입니다. 여성혐오를 내면화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여자죠. 왜냐하면, 뭐, 자기한테 유리하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자신이 속한 체제 안에서 행동해야만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동시에…… 아…… 베키에게 조금 더 친절할 수는 있지 않았을까요? 몸무게를 두고 끊임없이 비아냥거린 건 아마 굳이 하지 않아도 됐을 선택입니다. 사실 그럴 필요는 없었죠. 투사였을까요? 자기 자신의 트라우마가 반영된 걸까요? 다시 말하지만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 역시, 몇 초만 생각했어도 잔인함 대신 공감을 택할 수 있었을지 모르죠. 하지만 그녀는 그 몇 초를 들이지 않았고, 그래서 이 이야기의 악역인 겁니다.

그래도 패터슨 부인은 멋지지 않나요? 베키도 그렇고요. 베키는 어떻게 됐을지 궁금합니다…… 아마 적어도 이십여 년 전에는 세상을 떠났겠죠.

사실 이 점을 작가 제스 화이트크로프트에게 물어봤습니다. 작가는 베키가 어딘가의 반짇고리에 깃들어, 진상 신부들에게 질릴 대로 질린 어느 재봉사에게 이렇게 속삭이고 있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이런 꼴을 참아 줄 필요는 없잖아…….”

그래서 제가 말했죠. 거봐요, 바로 그거네요. 다음 이야기는 그걸 쓰시면 되겠어요.

정말 멋진 작업이었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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