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eudoPod 1031: 그녀의 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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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피부
메이건 랭거 지음
그는 헬스 캐니언에서 그녀를 발견했다. 그 뒤로 내 친구 오스는 스네이크강에 낚시하러 갔다가 물고기 대신 아내를 낚았다고 자랑하곤 했지만, 나는 실은 그 반대라는 걸 알았다.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의 선교 활동을 막 마친 오스먼과 나는 그해 여름 아이다호에서 배낭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전에도 숱한 여름을 그렇게 보냈다. 협곡의 오래된 암벽은 현실 세계를 막아 주는 편리한 완충 지대였다. 우리 둘 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알지 못했다.
그날 우리는 즐겨 찾던 장소에서 송어를 낚고 있었다. 강이 협곡 안쪽으로 작고 은밀한 굽이를 파고든 곳으로, 물속에 솟은 바위 위에서 곧장 낚싯줄을 던질 수 있었다. 우리는 몇 시간이고 그렇게 있곤 했다. 말없이, 물소리와 머리 위 갈매기 소리만 들으며, 물고기가 미끼를 물었다는 신호로 낚싯줄이 당겨지기를 기다렸다. 어릴 때 처음 발견한 곳이라 우리만 아는 장소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때까지는 내가 더 많이 잡았지만, 오스가 따라붙고 있었다. 그는 나무 사이에서 소변을 보려고 강기슭으로 나갔다. 나는 별 신경을 쓰지 않다가, 그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스?” 내가 불렀다. 어디에도 그가 보이지 않아 발목 깊이의 물을 첨벙거리며 강기슭으로 돌아갔다. 그의 배낭도 사라져 있었다. 등 뒤에서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나 돌아보니, 오스가 활짝 벌어진 멍청한 웃음을 얼굴에 띤 채 산쑥 덤불에서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그는 젊은 여자의 손을 잡고 데려오고 있었다. 여자의 길고 검은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길쭉한 팔다리를 타고 흘렀다. 그녀를 보자 곧바로 사마귀가 떠올랐다. 걸친 것은 오스의 플란넬 셔츠 한 장으로, 가려야 할 곳을 간신히 가릴 만큼의 길이였다. 그녀는 맨발로 밟는 돌과 모래가 전혀 거슬리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 그녀의 피부는…… 모르겠다. 무색도 색이라고 할 수 있나?
“누구야?” 내가 물었다.
“이쪽은, 어.” 오스가 여자를 보았다가 다시 나를 보았다. “에밀리. 이름이 에밀리래.”
이상했다. 모든 게 이상했다. 오스는…… 달라진 것 같았다.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진짜일 리가 없었다. 그 와중에 내 원시적인 뇌는 여길 벗어나라고, 달아나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 여자에게는 뭔가 정상이 아닌 구석이 있었다. 이질적인 무언가가. 너무나 이질적이어서 그녀를 바라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이런 데서 뭐 하고 있었어요, 에밀리?” 그녀가 나를 빤히 바라보기만 하기에 다시 물었다. “혼자예요? 영어 할 줄 알아요? 스페인어는요?” 여전히 아무 대답도 없었다.
오스를 봐서 나는 앞으로 나서며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여자가 오스를 보았다. 그는 그저 더 활짝, 더 멍청하게 웃었다. 그녀가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았다. 머리 위로 모여들던 먹구름 탓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내 상상이었는지 모르지만, 그 순간 그녀의 축축하고 차가운 손바닥에서 내 손바닥으로 정전기가 탁 튀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된 거야, 오스?” 얼얼한 손바닥을 셔츠에 문지르며, 목소리에 의심이 드러나지 않게 애썼다.
“나무 사이에서 발견했어. 길을 잃었대.” 그 이상은 말할 생각이 없는 게 분명했다.
“그럼 관리소로 데려가야지. 아니면 경찰한테.”
“그래. 하지만 일단 집에 데려갈 거야.”
“뭐?”
“좀 봐. 아무것도 없잖아. 옷이 필요해.”
“관리소에 물품이 있어.”
우리가 실랑이하는 동안 그녀는 지켜보았다. 정말로, 유심히 지켜보았다. 갈색이 너무 짙어 거의 검게 보이는 눈으로. 그녀를 알고 지내는 동안 눈을 깜빡이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다만 오스가 그녀를 보지 않을 때면, 눈을 동그랗게 뜬 순진한 표정이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는 것은 알아차렸다. 영어를 할 줄 몰랐을지는 몰라도, 그녀는 어떻게 된 건지 돌아가는 상황을 전부 이해했다. 사실, 내 생각에는 그걸 즐기기까지 했다.
“낯선 사람들한테 이 여자를 맡겨 두고 갈 수는 없어.” 오스가 말했다.
“우리도 낯선 사람이야.” 내가 지적했다. “너 지금 얼마나 이상하게 구는지 알아?”
“도움이 필요하잖아. 우리가 도와주면 되지!”
나는 오스의 어깨에 손을 얹고 그녀가 듣지 못할 만큼 몇 걸음 떨어진 곳으로 이끌었다. “아무도 없는 데서 불쑥 나타난 여자를 길고양이나 뭐라도 되는 것처럼 집에 데려가겠다는 거잖아. 그게 제정신으로 하는 짓 같아?”
“뭐가 그렇게 무서운데?” 오스가 웃었다. “내 셔츠로 우리 목이라도 조를 것 같아?”
“미성년자면 어쩌려고? 납치죄로 체포될 수도 있어.”
“미성년자 아니……” 오스는 강기슭에 섬뜩할 만큼 꼼짝도 하지 않고 서서 우리를 바라보는 여자를 보았다가 다시 나를 보았다. “미성년자 아니야.”
“네가 어떻게 알아? 신분증이라도 보여 줬어?”
“이봐. 운전은 내가 했어, 친구야. 기억하지? 난 이 여자 집에 데려갈 거야. 같이 가든가, 차를 얻어 타든가. 네가 골라.”
그는 나무 사이에서 가지고 나온 배낭을 어깨에 메고,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성큼성큼 걸어갔다. 여자가 그에게 달라붙었다. 두 사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강기슭에서 차까지 이어지는 긴 오솔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이 낯선 여자는 나를 가장 친한 친구의 인생에서 거추장스러운 짐짝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를 데리고 여섯 시간 동안 차를 달려 솔트레이크시티로 돌아왔다. 여자가 조수석에 앉았고 나는 뒷좌석에 앉았다. 오스가 부탁해서이기도 했지만, 그래야 그녀를 감시하기가 더 쉬웠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를. 그녀가 잠시라도 내 뒤에 앉아 있을 생각을 하니 그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있었다. 오스가 기어를 바꿔야 할 때조차 그녀는 그의 손 위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결혼했다. 오스가 결혼식을 알린 것은 어리둥절해진 가족들이 캘리포니아에서 간신히 시간을 맞춰 올 수 있을 만큼 촉박한 때였다. 나는 그동안 지역 경찰의 공지와 뉴스 기사를 샅샅이 뒤지며 실종된 여자, 하다못해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환자에 관한 단서라도 찾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허공에서 곧장 나타난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적어도 몇 달은 기다리라며 최선을 다해 그를 말려 보았지만, 오스는 완강했다.
한동안은 그럭저럭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그가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도록 자극했다. 그는 시간제 일자리를 구하고 유타대학교에 복학했고, 두 사람은 현관 포치와 화단이 딸린 오래된 집으로 이사했다. 집 뒤쪽으로는 돌을 던지면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레드뷰트 개울이 있었다. 지역 교인들은 거의 병적일 정도로 예의를 갖추어 오스의 새 아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녀가 침례를 받는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이상하게도 오스가 말을 끊어 버렸다.
오스를 보러 집에 갈 때마다 그녀는 위층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듯했다. 천장을 통해 그녀가 물을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이지, 나랑 있는 시간보다 저 안에 있는 시간이 더 길다니까.” 그가 농담했다.
그리고 결혼식이 있은 지 일 년이 채 안 되어 아기가 태어났다. 내가 꽃다발을 들고 도착하자 마침 얼굴이 잿빛으로 질린 산파가 현관문을 뛰쳐나와 자기 차로 달려갔다. 한편 오스는 현관 포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행복에 겨워 온몸이 떨리는 듯했다.
“딸이야.” 그가 미친 듯이 들뜬 목소리로, 속삭인다고 하기엔 너무 크게 말했다. “와서 봐.” 나는 그를 따라 위층 침실로 갔다. 그의 아내는 어둠 속 침대 한가운데서 몸을 둘둘 감싼 채 앉아, 앞뒤로 살살 흔들거리고 있었다.
오스가 침대 머리맡의 등을 켜자 그녀는 빛을 피해 움츠러들었다. 축축한 머리카락이 이마에 들러붙었고, 길고 검은 덩굴손처럼 목을 타고 구불구불 흘러내렸다. 그녀는 회색 수건 뭉치를 얼굴 가까이 꼭 끌어안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았다. 목구멍에서 기묘하게 웅얼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그녀에게서 들어 본 소리는 그것이 유일했다. 오스가 매트리스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그 방에 발을 들이는 일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조카가 태어나던 날의 누이가 떠올랐다. 축하객들이 보낸 화사한 꽃에 둘러싸여 병원 침대에 누워 있던 누이는 지쳤지만 환하게 빛났다. 여기는 달랐다. 문턱 너머의 공기는 짙고 습했으며, 썩은 냄새와 금속 냄새가 반씩 섞인 악취가 났다.
오스는 여전히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꽃다발을 얼굴 앞에 들어 올려 방패로 삼고 안으로 들어갔다. 막으려는 것은 냄새만이 아니었다. 오스를 봐서 억지로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더러워진 수건 사이로 드러난 조그만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왜 불운한 산파 한 명의 도움만 받아 집에서 출산하기로 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기는 오로지 엄마만 닮았다. 기묘한 검은 눈, 똑같이 반투명한 피부, 그리고 빈틈없이 돋아난 작고 날카로운 이빨. 나는 침을 삼켰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안아 볼래?”
싫다고, 네 기이한 갓난아기를 만지고 싶지 않다고 차마 말할 수 없었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오스가 아기에게 손을 뻗는 순간, 그의 아내가 쉭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어 피했다. 웅얼거리던 소리가 낮아지더니 으르렁거리는 소리로 변했다. 오스는 움찔 물러섰다기보다 침대에서 휙 튕겨 나갔다. 그 순간 그의 움직임은 이상하게 기계적이어서, 자기 의지로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떠밀린 듯했다. 머리맡의 등이 깜빡이더니 꺼졌다. 나는 뒷걸음질하다 벽에 붙은 서랍장에 부딪쳤고, 오스의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우리 사이에서 튀었던 전기 불꽃을 떠올렸다. 내가 달아나면서 꽃들이 카펫 위로 떨어졌다.
그 뒤로 오스의 아내에게 혈색이라고 할 만한 것이 돌기 시작했다. 뺨에서 시작되어 빠르게 퍼졌다. 일종의 잿빛이었지만, 그래도 전의 창백한 빛깔보다는 나았다. 반면 오스는 볼 때마다 조금씩 빛이 바래는 것 같았다. 나는 자발적으로 정기적인 안부 확인에 나섰다. 그가 그 집에서 그녀와 단둘이 살며 매일 밤 곁에서 잠든다는 생각이 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제 그쪽은 둘이었고 오스는 수적으로 밀렸다. 그녀가 그에게 무슨 짓을 하더라도, 돌이킬 수 없이 늦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를 터였다.
어느 날, 나는 저녁을 먹으러 그 집에 갔다. 오스는 부엌에서 볶음 요리를 하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돌아오며 그들의 침실 앞을 지나다가 문이 조금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안에서 그때의 불안한 웅얼거림이 흘러나왔다. 목덜미를 따라 따끔한 느낌이 기어올랐다.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안을 엿보았다.
그녀는 아기를 침대에 눕혀 놓고 손으로 검고 걸쭉한 무언가를 입에 떨어뜨리고 있었다. 나는 이해하지 못한 채 눈을 깜빡였다.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끔찍한 광경의 전모가 별안간 잔인할 만큼 명확하게 나를 덮쳐 왔다.
오스의 아내는 목이 잘린 작은 동물을 손에 거꾸로 들고 있었다. 설치류였다. 그녀의 엄지 위로 축 늘어진 가느다란 꼬리를 보고 알아보았다. 그녀는 아기가 사레들리지 않도록 조금씩 조심스럽게 방울방울 짜내며, 제 아기에게 그 피를 먹이고 있었다.
그때 그녀가 나를 보았다. 그녀가 보낸 눈빛에는 당혹감도 수치심도 아닌 살의가 담겨 있었다. 나는 봐서는 안 되는 광경을 침범한 참이었다. 침대 옆 조명이 전기 튀는 소리를 내며 깜빡였다. 그녀는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무언가에 떠밀리듯 문을 닫고 돌아서서 곧장 부엌으로 걸어갔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오스가 만든 볶음 요리를 바라보았다. 그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지만, 나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날 밤 그녀는 끝내 저녁 식사에 합류하지 않았다.
봄의 어느 날, 오스가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왔다. 둘이 싸웠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아기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고 했다. 그게 무슨 뜻이든 간에. 문을 열어준 그의 모습을 보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살이 더 빠져 있었다. 청바지와 플란넬 셔츠가 몸에 헐렁하게 걸려 있었다. 얼굴의 피부는 뼈에 들러붙어 있었다. 그녀는 그를 지치고 허리 굽은 자그마한 노인으로 만들어놓았다. 그는 태연해 보이려는 듯 문틀에 기대 서 있었지만, 나는 그가 숨이 차서 그러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집 안에서 마주한 광경은 예상조차 못 했다. 부엌 서랍들이 벽에서 뜯겨 나와 있었고, 리놀륨 바닥에는 깨진 접시의 날카로운 파편과 함께 식기들이 흩어져 있었으며, 찬장 문들은 경첩에서 떨어져 덜렁거렸다. 누군가 중고 소파의 쿠션을 칼로 갈라 속을 거실 바닥 온통에 흩뿌려놓았다. 골동품 업라이트 피아노는 박살이 나 있었고, 피아노 의자는 뒤집혀 있었다.
“오스,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는 우리 주위의 난장판에 눈길조차 거의 주지 않았다. “보여줄 게 있어.” 그는 나를 아래층 지하실로 데려갔다. 낡은 벽돌 벽과 위층 바닥을 받치는 노출된 들보에도 불구하고, 오스는 이 작고 추운 방을 이것저것 작업하기에 제법 괜찮은 자기만의 공간으로 꾸며놓았다. 집 안에서 그에게 속한 공간은 그곳 하나였다.
그는 천장에 매달린 맨전구의 줄을 당겼다. 한쪽 벽을 따라 탁상용 전기톱을 설치한 작업대가 놓여 있었다. 그는 구석에 있는 거대한 공구함으로 가서 양 가장자리를 움켜쥐었다. 내가 반대쪽 끝을 붙잡고 함께 공구함을 구석에서 밀어내자, 그 아래 다져진 흙바닥에 구덩이가 드러났다.
오스는 몸을 굽혀 구덩이에서 옛날 왕진 가방만 한 나무 상자를 들어 올린 뒤, 힘겹게 작업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작업대에 두 손을 짚고 숨을 골랐다. 잠깐 그가 쓰러지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이내 기운을 되찾은 듯했다. 그는 청바지 주머니에서 금속 열쇠를 꺼내 상자 앞쪽의 묵직한 자물쇠를 찰칵 열었다.
뚜껑을 연 그는 안으로 손을 뻗었다. 그의 동작은 신중하고 조심스러웠으며, 거의 의식을 치르는 듯했다. 그는 부드러운 꾸러미를 꺼내 두 팔로 받쳐 안고 상자 옆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더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내가 마지못해 작업대로 다가가자 그가 천을 살며시 풀었다. 그 안에는 거무스름한 무언가가 … 한 장 들어 있었다.
“그게 뭐야?” 내가 물었다.
오스는 그것을 집어 들어 아코디언처럼 접힌 부분을 끝까지 펼쳤다. 그가 양팔에 걸쳐 들자 끝부분이 양옆으로 늘어졌는데, 전체 길이는 다섯 피트쯤 되었다. 어느 정도 무게가 나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천보다는 묵직했지만 가죽만큼은 아니었다. 그가 이리저리 움직이자 전구의 창백한 빛 아래에서도 검은 무지개처럼 반짝이며 파랑과 초록, 보랏빛의 광택을 띠었다. 그는 평범한 플라스틱 분무기를 집어 들어 표면을 적셨다. 그런 다음 면 헝겊으로 그것을 닦아 윤을 냈다.
“마르게 두면 안 돼.” 그가 말했다.
“오스.” 나는 재차 물었다. “그게 대체 뭐냐고?”
그제야 그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뼈만 남은 얼굴에 걸친 안경 너머로 두 눈이 희망에 차 반짝였다.
“그녀의 피부야.” 그는 당연하다는 듯 내게 말했다. 그러고는 그것을 내 쪽으로 내밀었다. “원하면 만져봐도 돼.” 나는 고개를 저으며 뒷걸음질 쳤다. 그가 한 걸음 다가왔다. “괜찮아. 난 신경 안 써.” 나는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우리 사이의 건조한 공기가 파직거리는 게 느껴졌다. 정전기가 손끝을 따끔하게 물어뜯고 머리카락을 곤두서게 했다. 오스먼의 아내가 그를 지배하는 데 쓰던 그 끔찍한 힘이, 그가 기괴한 전리품처럼 숨겨둔 이 물건에서도 드러나고 있었다.
“그거 치워!”
상처받은 그의 표정이 무너졌다. 그는 그것을 작업대 위에 내려놓았다. “그날 강가에서 찾았어. 안전하게 보관해야 해.”
“왜?”
그는 눈을 깜빡였다. 대답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에 나는 더 걱정스러워졌다. “왜냐하면 … 그러지 않으면 그녀가 떠날 테니까. 내 딸을 데리고 가버릴 거야. 그러면 다시는 둘 다 못 보겠지.”
“그녀가 … 그걸 찾고 있었던 거야?”
오스는 그저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머리 바로 위에 남은 난장판이 아이의 생일 파티가 끝나고 남은 어질러진 흔적만큼이나 대수롭지 않다는 듯했다.
점점 절박해지는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있잖아, 오스. 당분간 우리 집에 와서 지내는 게 어때?”
그는 오히려 웃었다. “가족을 두고 가라고? 왜 이래.”
“며칠만. 이 일이 잠잠해질 때까지만.”
그는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처럼 손가락으로 그것의 가장자리를 쓸며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있지, 난 그녀가 아기한테 먹이는 걸 한 번도 못 봤어. 그래도 먹이기는 하겠지, 그렇지?”
나는 목구멍으로 치미는 담즙을 삼켰다. 전구가 윙윙거리기 시작했다. 오스가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홱 들었다. 순식간에 그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그녀가 왔어!” 그가 서둘러 거무스름한 것을 싸서 상자에 넣는 동안 두 손이 떨렸다. “그녀한테 이 얘기 하면 안 돼.” 위층에서 현관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오스는 비틀거리며 구석으로 가서 상자를 다시 땅속으로 내려놓았다. 작업대 위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열쇠였다. 오스가 등을 돌린 사이 나는 그것을 재킷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를 따라 구석으로 가서 공구함을 다시 구덩이 위로 밀어놓는 걸 도왔다.
오스가 내 팔을 움켜쥐었다. “아무 말도 안 하겠다고 약속해줘.” 그가 속삭였다. “제발! 그녀가 그게 어디 있는지 알아내면 안 돼.”
그의 애원하는 목소리에 겁이 났다. 이 여자는 내 어린 시절 친구를, 외딴 고아원에서 석 달 동안 봉사하겠다는 이유만으로 안데스산맥을 걸어서 넘었던 친구를, 스카이다이빙이나 프리 클라이밍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던 친구를, 의심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껍데기로 바꿔놓았다. 그런 그녀가 증오스러웠다. “알았어, 친구야. 약속할게.”
그가 긴장을 푸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내 팔을 으스러뜨릴 듯 움켜쥐었던 손을 놓았다. “알아. 미안해. 넌 좋은 친구야.”
“나랑 우리 집에 가자, 오스. 오늘 밤만이라도. 여긴 안전하지 않아.”
“아냐.” 그는 다시 아무 걱정도 없다는 듯 웃었다. “우린 괜찮을 거야. 잘 해결할게.”
그녀는 아이와 함께 계단 맨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무렵 아이는 걸어 다녔고, 어머니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계단에서 멈칫했다. 둘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나를 내려다보기만 했다. 나는 예의상 고개를 끄덕이고 현관문을 향해 계속 걸었다. 어디로 가든 눈이 따라오는 그 소름 끼치는 핼러윈 홀로그램 장식처럼, 둘 다 나를 지켜보는 게 느껴졌다. 현관 포치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집으로 운전해 가는 동안 자꾸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그 기괴한 아기를 데리고 떠나서 오스가 다시는 둘을 보지 않아도 된다면,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일까? 그가 그 집을 떠나지 않을 거라면 그녀가 떠나야 하는 것 아닐까.
스코틀랜드 출신인 할머니는 우리에게 셀키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육지에 올라와 물범 가죽을 벗으면 아름다운 여자로 변하는 물범들이었다. 셀키를 붙잡아두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가죽을 숨기는 것이었다. 가죽 없이는 바다로 돌아갈 수 없었다. 셀키는 육지에서 여러 해를 살 수도 있었지만, 가죽을 찾는 순간 자신이 속한 물속으로 달려 돌아갔다.
물범은 우아하고 매력적이며 귀엽기까지 했다. 오스의 아내는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내가 알기로 스네이크강에는 야생 물범이 없었다. 아니, 그녀는 … 다른 무언가였다. 오스가 보여준 피부의 어둡고 불안한 아름다움을 떠올리다가, 그 서로 다른 빛깔들이 저마다 무엇을 나타내는지 깨달았다. 비늘이었다.
오스는 아직 젊었다.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었고, 때가 되면 재혼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에게서 안전해질 터였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오스의 집 문을 두드렸다. 바랐던 대로 그는 직장에 가고 없었지만, 그녀는 집에 있었다. 문이 조금 열리고 그녀의 거대한 검은 눈 하나가 틈으로 나타나 나를 살폈다. 나는 열쇠를 들어 보였다.
“지하실.” 내가 말했다. “공구함 아래.” 그 눈이 열쇠로 홱 내려갔다. 그러더니 회색 손이 뱀처럼 뻗어 나와 내 손가락 사이에서 열쇠를 낚아채고, 내 면전에서 문을 쾅 닫았다.
그날 밤, 그녀가 아기에게 먹이를 주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꿈속에서 그녀가 손에 쥐고 있던 작고 목이 잘린 동물은 오스였다. 나는 벌떡 잠에서 깨어났다. 차가운 공포가 땀처럼 온몸에서 쏟아졌다. 그를 거기 두고 오는 게 아니었다. 억지로라도 나와 함께 나오게 했어야 했다. 밖은 아직 어두웠지만, 나는 침대에서 튀어나와 오스의 집으로 달려갔다.
내가 도착했을 때 집은 새까맸다. 가로등이 부드럽게 드리운 둥근 빛도 그 집에는 미치지 못했다. 나는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도록 차를 길가에 세우고 몇 분은 되는 듯한 시간 동안 현관문을 두드렸지만, 아무 대답도 없었다. 집 뒤 개울에서 바위 위로 물이 흐르는 소리만 들렸다. 나는 잔디밭으로 물러서서 그의 침실 창문을 향해 오스의 이름을 외쳤지만, 집은 여전히 어두웠다.
현관문으로 돌아가 문이 부서져 열릴 때까지 발로 걷어찼다. 안은 무덤 같았다. 부엌은 일부 정리되어 있었다. 조리대 위에 서랍들이 포개져 있었고, 쏟아졌던 식기들은 그 안에 던져 넣어져 있었다. 부엌 식탁 위에는 절반쯤 먹다 남긴 음식이 담긴 접시 하나가 놓여 있었다. 나는 계단을 두 칸씩 올라갔다.
“오스?” 내가 불렀다.
침실 문은 조금 열려 있었다. 무엇을 보게 될지 두려워하며 문을 밀어 열었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침대 옆 조명에 비친 오스의 나무 상자가 방바닥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무릎을 꿇고 숨을 들이켰다.
뚜껑 아래로 손가락 끝이 삐져나와 있었다.
나는 뚜껑 가장자리를 붙잡아 뒤로 젖히고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상자 안에서 오스가 나를 마주 보고 있었다. 몸이 안으로 접힌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팔다리는 온통 뒤틀리고 척추는 꼬여 있었으며, 한 손은 턱 밑에 바짝 끼어 있었고 한쪽 눈은 반쯤 열려 있었다. 두개골 위로 팽팽히 당겨진 창백한 얼굴에는 충격과 고통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야 그는 그녀가 진짜 무엇인지 보았다.
나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목소리 말고는 몸 어디도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다 두 팔이 내 몸을 침실 문간으로 끌고 물러났다. 마침내 젤리 같던 두 다리가 몸 아래를 받쳐주었다. 나는 비틀거리며 계단을 내려가 현관문 밖으로 나왔고, 간신히 포치 난간 너머 말라 죽은 화단에 토했다. 주머니를 더듬어 휴대전화를 꺼낸 뒤 떨리는 손가락으로 911에 전화를 걸었다.
차로 가는 길의 절반쯤 왔을 때, 전기 충격이 온몸을 뻣뻣하게 굳혔다. 나는 앞마당 잔디밭에 고꾸라졌고, 몸이 뒤집히면서 등을 바닥에 댄 채 누웠다. 몸이 마비되어 꼼짝할 수 없었다. 움직이는 건 눈뿐이었지만, 풀밭을 밟으며 다가오는 나직한 발소리가 들렸다. 시야 한구석에 그녀가 나타났고, 그 얼굴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와 시야 전체를 채웠다.
그녀가 내 위로 몸을 숙이며 무릎을 꿇었다. 가로등 불빛을 등져 후광에 둘러싸인 검은 머리카락에서 내 얼굴로 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녀는 내 눈앞에서 변하고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점점 더 뱀장어를 닮아 갔다. 두 눈은 점점 더 커지고 검어지면서 서로 멀어지는 듯했다. 코는 납작해지더니 입술 없는 입 위의 회색 피부 속으로 사라졌다.
내 반대편에서도 무언가 움직였다. 아이가 몇 피트 떨어진 곳에 숨어 있었다. 아이도 엄마와 똑같이 변하고 있었다. 아이는 그저 조금 궁금할 뿐이라는 듯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 채 무표정하게 나를 지켜보았다. 나는 다시 오스의 아내를 바라보았다. 팔다리를 따라 바늘로 찌르는 듯한 저림이 일었다. 손가락이 움찔거렸다. 그녀가 내게 무슨 짓을 했든 그 효과는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다음에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든, 거기서 나를 구해 줄 만큼 빨리 사라지지는 않았다.
내 친구는 그녀가 그를 그 상자에 쑤셔 넣기 훨씬 전부터 죽어 있었다. 그는 그녀를 만난 순간부터 죽어 가고 있었다. 그녀에게 열쇠를 준 건 그의 죽음을 앞당겼을 따름이었다. 이제 내 차례였다
그녀가 가까이 몸을 기울이며 내 뺨을 살며시 만졌다. 축축한 손끝 아래로 내 피부를 따라 작은 전기 불꽃이 탁탁 튀었다. 그녀의 숨소리는 거칠어졌고, 이제 콧구멍이 사라진 탓에 입으로 공기를 크게 들이켜고 있었다. 그녀가 몸을 떨었다. 나는 그녀의 목을 따라 맥동하는 아가미 세 개가 마치 메스로 그은 듯 갈라져 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반짝이는 자신의 피부 한 겹을 움켜쥔 주먹을 들어 올렸다. 멀리서 사이렌이 울부짖으며 다가오는 가운데, 그녀가 물고기 같은 이빨을 한 줄 드러내며 나를 내려다보고 웃었다. 고마워요.
그녀는 나를 넘어가 아이를 번쩍 안아 들고는 소리 없이 순식간에 개울 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풀밭에 굳어 버린 채 속수무책으로 남겨졌다. 마법이 풀리고도 한참이 지난 뒤까지.
내 친구 오스는 스네이크강에 낚시하러 갔다가 물고기 대신 아내를 낚았다고 자랑하곤 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언제나 그 반대였다는 것을.
진행자 해설
전기뱀장어: 동물계에서 가장 놀라운 포식자
우리가 낚아 올린 꽤나 불쾌한 진실은 이것인 것 같습니다… 무엇을 낚는지 조심하세요.
이 이야기에 관해 메이건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녀의 피부」는 ‘불길한 셀키’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바람에, 전도 선교를 마치고 귀향한 LDS(모르몬교) 청년들에게 서둘러 결혼하라고 요구하는 아주 현실적인 문화적 압박이 결합되어 탄생했습니다. 제 작품에는 플라토닉한 사랑 이야기도 자주 등장하는데, 화자와 오스 사이의 친밀한 우정이 변화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에밀리의 ‘또 다른 모습’을 정한 뒤 전기뱀장어를 조사하는 과정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자연이 현실에서 펼치는 특수 효과는 정말이지 허구보다 더 기묘합니다. 전기뱀장어는 물속으로 전기 펄스를 보내 먹잇감의 움직임을 통제하거나 심지어 마비시킬 수도 있는데,* 에밀리는 화자와 오스를 상대로 이 능력을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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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PseudoPod과 버트런드 러셀은 알고 있습니다…
“사랑은 지독하게 물어뜯는 미끈한 뱀장어다”
멋진 작업이었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