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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도포드 1016: 경계 지대의 초단편 LXXVI (76): 익사자들의 왕국을 밝혀라

방송 안내

저 위 광란에 휩싸인

세상의 소란에서 멀리 떨어져

푸른 물 아래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질 수도 있으리

링크:

• L. P. 하틀리의 『중개인』

• 포티아나

『세이렌을 쫓는 세이렌들』의 작가로부터: 저는 원래의 그리스 신화를 염두에 두고 이 이야기를 썼습니다. 세이렌들은 자신들이 맡은 역할을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했습니다. 젊은 퀴어인 제게 그들의 처지는 대단히 마음을 끌었습니다. 현대의 동성애자 세이렌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상상했고, 나머지는 노래처럼 제 안에서 갑자기 쏟아져 나왔습니다.

썰물이 남긴 것

에드워드 E. 시프 지음

이마에 난 그 네 인치 길이의 흉터만 아니었다면, 나는 그 일을 악몽으로 여겼을 것이다. 대낮에 벌어진 일이기는 하지만, 끔찍한 환각 같은 것으로 말이다. 그러나 내 얼굴을 평생 흉하게 만들 그 흉터가 남아 있다. 내가 꿈을 꾼 것이 아님을 입증하는, 만질 수 있는 끔찍한 증거다.

나는 해가 떠오를 무렵 해변으로 내려갔지만, 그곳에는 나 혼자였다. 호텔의 다른 투숙객들은 아무도 이른 아침 수영을 하러 내려오지 않았다. 그날 새벽 3시까지 끝나지 않은 자선 행사 때문에 다들 잠자리에 누워 있었다. 그래서 햇살이 쏟아지는 그 모래밭에는 나 혼자였다.

썰물 때여서 백 야드쯤 걸어 들어가야 물이 허리에 닿고, 유구한 바다의 상쾌한 물살을 가슴으로 헤칠 수 있었다. 나는 곧장 해안에서 족히 사분의 일 마일 떨어진 바위 무더기까지 헤엄쳐 가서 그 위로 올라갔다. 썰물인 지금 그 바위들은 따개비와 해초로 덮인 거의 원형의 섬을 이루고 있었는데, 지름이 쉰 피트쯤 되었고 수면 위로는 겨우 몇 피트 솟아 있었다. 몇 분 쉬고 나서 들쭉날쭉한 돌들을 기어 넘어 중앙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깊이가 여섯이나 일곱 피트쯤 되고 너비도 그와 비슷한 웅덩이가 있었는데, 물이 빠져나갈 때 이따금 심해의 기이한 생물들이 그 안에 남아 더없이 좋은 조건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작은 웅덩이에 거의 다다랐을 때, 무거운 몸뚱이가 물을 첨벙이는 소리에 나는 흥분했다. 이번에는 썰물이 아주 굉장한 놈을 남겨 놓았구나, 하고 신이 나서 생각하며 무엇인지 보려고 서둘러 앞으로 갔다.

나는 눈앞의 광경에 속이 메스꺼워져 빤히 바라보았다. 주름지고 쪼그라든 피부에 뺨이 움푹 꺼진 죽은 남자가 있었다. 부패가 마지막 단계에 이른 듯 끔찍한 모습이었다. 그는 수면에서 불과 몇 인치 아래에 등을 대고 떠 있었다. 손은 몸 밑에 있었고, 처음에는 알몸인 줄 알았다. 그러다 최초의 공포를 이겨 내면서 허리에 앞치마 같은 것을 두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커다란 물고기의 비늘처럼 보이는 것으로 만든 앞치마였다. 기묘한 옷이었고 녹조류인지 바다 이끼인지 모를 것으로 덮여 있었다. 그런 점액질이 생기려면 죽은 지 오래되었을 터였다. 나는 어찌 된 일인지 의아했다. 바다의 청소부들에게 반쯤 뜯어 먹히지도 않고 어떻게 온전한 몸으로 남아 있을까. 그러다 문득 아까 들었던 첨벙 소리가 떠올랐다. 누가 낸 소리였을까? 죽은 남자일 리는 없었다. 나는 다른 생명의 흔적이 있는지 웅덩이를 샅샅이 살폈지만, 바닷게 한두 마리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시체로 주의를 돌려 자세히 살펴보다가, 가슴이 거의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희미하게 오르내리는 듯해 두피가 움찔했다. 들여다볼수록 잘못 본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익사한 사람은 숨을 쉬지 않아, 하고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환각에 시달리는 게 틀림없었다. 나는 눈을 돌려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며 눈을 쉬게 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시선을 돌렸을 때는 너무 놀라 비명이 튀어나왔다. 시체가 내 쪽으로 움직여 있었다. 내게 다가오며 일으킨 소용돌이의 희미한 흔적이 아직 보였다. 하지만 죽은 사람은 움직일 수 없었고, 사방이 막힌 그 공간에는 시체를 밀어 보낼 파도나 조류도, 한 줄기 바람도 없었다.

이제는 그것이 숨 쉬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미약하지만 분명 규칙적으로 가슴이 부풀고 가라앉는 것은 호흡 때문이었다. 잘못 보았을 리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눈꺼풀이 번쩍 열렸고, 나는 그것의 두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살아 있는 생물의 눈이었다. 바다처럼 푸른 녹색의 사악한 눈이 악마 같은 호기심으로 내 눈을 꿰뚫고 뇌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그러고는 여전히 악의에 찬 시선으로 나를 붙들어 둔 채, 그 괴물은 물새의 발처럼 물갈퀴가 달린 거대한 손을 웅덩이 가장자리로 뻗어 몸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나를 붙들고 있던 그 마력에서 벗어난 나는, 혐오와 공포로 반쯤 미쳐 맨발로 놈을 걷어차 웅덩이 속으로 밀어 넣었다.

비틀거리며 바깥 바다까지 가는 길의 절반쯤을 돌아간 뒤에야 용기를 되찾고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던 것 같다. 놈은 웅덩이에서 나와 미끈거리는 긴 몸뚱이를 바위 위로 끌며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놈이 똑바로 서서 걸을 수 없으며, 피하는 데는 아무 어려움이 없으리라는 것을 곧 알아차렸다. 나는 극심한 혐오감을 느끼며 놈이 몇 피트 앞까지 기어 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고는 뒤로 물러났다. 바다로 몰리지 않도록 조심했다. 물속에서는 놈이 지느러미 같은 팔다리로 나보다 훨씬 날쌔게 움직일 수 있었다.

놈은 다시 최면을 거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붙들려 했지만, 나는 그 눈을 피하고 몸을 굽혀 돌조각을 집어 든 뒤 위협해서 물러나게 하려 했다. 갑자기 놈도 손을 뻗어 돌 하나를 집어 들었고, 우리는 동시에 던졌다. 하지만 공포로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었던 내 돌은 몇 인치 차이로 빗나간 반면, 놈의 돌은 내 가슴을 정통으로 맞혔다. 숨이 턱 막히고 무릎이 꺾일 만큼 강한 일격이었다. 다음 순간 놈이 내 위로 덮쳐 들었다. 힘센 두 손이 내 목을 조르고, 차갑고 미끈거리는 몸뚱이가 움츠러드는 내 따뜻한 살에 달라붙었으며, 악취 나는 숨결이 콧속으로 밀려들었다.

하지만 나는 싸웠다. 달라붙은 놈의 혐오스러운 무게를 떨쳐 낼 수 있을 것 같은, 극도의 광란에 빠져 싸웠다. 그때 갑자기 놈이 내 목에서 한 손을 놓았고, 허리춤을 더듬는 것이 느껴졌다. 한순간만 더 있었더라면 놈에게서 벗어났겠지만, 놈의 손이 돌이나 산호로 된 칼을 쥐고 다시 올라왔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공격을 피하려 했다. 목을 노리던 칼끝을 빗나가게 하기는 했지만, 놈은 내 이마에 그 끔찍한 상처를 내고 말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두 남자가 나를 안아 작은 배 안으로 들어 올리는 중이었다. 나는 몇 분 동안 그들에게 맞서 버둥거리고 나서야 그들이 나를 구하러 온 사람들임을 깨달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짧게 전할 수 있다. 그들은 해변에서 내가 어떤 생물을 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았으며, 그것을 물개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들은 재빨리 작은 배에 올라 바위 쪽으로 노를 저었고, 내가 그 생물과 몸싸움을 벌이는 것을 보고는 놈을 쫓으려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 일 이 분 동안 나는 튀어나온 바위에 가려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시 보였을 때는 혼자 반듯이 누워 있었는데, 그 직전에 그들은 그 생물이 바다로 뛰어드는 첨벙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것이 그들의 이야기다. 내 이야기는 믿으려 하지 않았다. 실은 내가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말을 막으려 했고, 마치 내가 겁에 질린 어린아이나 미치광이라도 되는 양 달래려 했다. 그들은 내가 뾰족한 돌 위로 넘어져 이마를 다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날 해수욕객 두 명이 어떤 바다 생물에게 물속으로 끌려 들어가 죽었다. 다들 상어 짓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진실을 안다.

세이렌을 쫓는 세이렌들

세스 웨이드 지음

우리는 밤의 혼돈 속에서 부른다. 불꽃놀이가 폭발의 절정에 이르고, 배 속에 독을 가득 채운 젊은 남자들이 맥동하는 무지갯빛 비트에 맞춰 몸을 빠르게 비벼 대는 때에. 흥청거리는 사람들이 연기로 가득한 해변에서 고함치고 팔다리를 휘두르며, 수영하는 사람들이 따뜻하고 느릿한 파도에 안겨 비처럼 떨어지는 불씨를 바라보는 때에. 쾌락을 좇는 육체들이 술집마다 차올라 그 무게에 부두가 처지고, 칠흑 같은 바다로 거의 무너져 내릴 지경이 되는 때에.

스마트폰이 있으니 이제는 모든 게 참 쉽다. 우리는 바텐더 일을 하다 교대로 쉬며 저마다 화면을 넘겨 대상을 고른다. 굶주린 채로. 내 형제 둘이 휴식을 마치고 돌아와, 만족감에 어지러워하며 몸을 흔들어 바 안쪽으로 들어온다. 이빨에는 붉은 것이 끈끈하게 붙어 있고, 숨결에도 매달려 있다. 그때 또 다른 형제가 밤새 메시지를 주고받던 젊은 남자의 땀에 젖은 어깨에 두 팔을 두른다. 그가 속삭이고 둘은 떠난다. 눈 속에서 번뜩이는 빛이 꿈틀거린다.

곧 내 차례다.

나는 사탕 빛깔의 작은 통들을 쟁반에 받쳐 들고 나간다. 젊은 남자들 무리와, 사람이라기보다는 가죽에 가까운 남자들 사이로 번쩍번쩍 스쳐 간다. 손님들은 작은 병을 집어 내용물을 후루룩 마시고는 댄스 플로어로 되돌아간다. 어느 순간 나는 밤과 바다가 하나로 합쳐진 저 검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근처 놀이공원의 놀이기구와 게임장에서 나오는 네온 불빛이 불꽃놀이 연기 너머로 번진다. 느린 바람 속에서 퍼널 케이크와 팝콘 냄새가 언뜻언뜻 튀어나온다. 즐거운 비명이 클럽 음악 위로 쏟아진다. 발코니 아래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이 놀고 있다. 갓 부은 타르에 박힌 채 둥둥 흔들리는 상반신들 같다.

나는 쟁반을 바 안쪽에 가져다 놓고 휴대폰을 확인한다. 앱들을 열고, 손가락을 밀어 유혹을 보낸다. 그리고 기다린다. 내 형제 하나가 어떤 남자의 코스모를 다시 채워 주다가 내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낄낄거린다. “넌 맨날 저렇게 우중충한 새끼들만 고르더라.”

나는 눈을 굴리지만, 휴대폰이 진동하고 내 부름이 전해졌음을 안다.

나는 밖에서 담배를 피우며 바다를 바라보는 내 남자를 찾는다. 그는 키가 작고 다부지며, 색이 바랜 재킷과 몸에 맞지 않는 바지를 입고 있다.

나는 난간에 기대어 선다. “아름답지. 그렇지 않아?”

그가 돌아본다. 눈은 강렬한 보랏빛이고 숨에서는 보드카 냄새가 진동한다. 수염에는 잿가루가 점점이 묻어 있다. 울고 있었던 모양이다.

“안녕.” 그가 말한다. 그는 대마초 담배를 마지막으로 깊이 빨고, 그 시체를 손가락으로 튕겨 아래의 물속에 버린다. 그가 비틀거린다. 내가 붙잡는다.

그런데 그가 내 팔을 붙잡더니 부두의 어두운 구석으로 잡아끈다. 너무 진지해서 하마터면 웃을 뻔한다. 그러다 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나는 몹시 슬퍼진다.

또 한 무더기의 폭죽이 하늘에서 타닥거리며 터져 모든 것을 진동시킨다. 나는 그가 불안하다는 것을 안다. 그의 정신은 이미 제자리를 벗어나 바닷속에서 거품을 내고 하늘에 떠다닌다. 사라졌다. 그가 나를 바닥으로 끌어당기고 눌러 넘어뜨릴 때, 나는 내 망설임에 그가 짜증을 낸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여름의 환희가 내는 소리에 맞춰 떤다. 출렁이는 저 검은 바다 위에서 우리가 씹질하는 동안 음악과 폭죽 터지는 굉음과 날카로운 외침이 한데 섞여 비명을 지른다. 우리는 절정에 다가간다. 밤의 그 혼돈, 삶의 그 야성, 시간을 건너뛸 수 있게 되고 현실이 뭉그러지며 이해의 안팎을 오가는 존재의 그 정점으로. 거의 다 왔다, 우리는 거의—

내 날개가 등살을 찢으며 튀어나온다.

“네 눈, 빛이 나는 것 같아.” 그가 헐떡이는 틈틈이 말한다.

“알아.”

손가락이 길어지며 갈고리발톱으로 변한다. 이가 뻗어 나와 송곳니가 된다. 뿔이 두피를 뚫고 솟는다.

“네 눈이—”

불꽃놀이가 절정에 이르러 망각 속으로 우레처럼 터져 나간다. 사납게 내달리는 불줄기들이 나를 비춘다.

나는 노래한다.

그의 목에 벌어진, 피가 꿀렁거리는 상처에 입을 대고 빨아들이며 나는 그의 속을 비운다. 근육을 씹고 뼈를 으스러뜨리고, 피부를 찢어 꿀꺽 삼킨다. 턱 사이에서 내장을 톡톡 터뜨리며 쏟아져 나오는 즙 많고 짭짤한 온기를 음미한다. 삼킬 수 있는 만큼 모조리 삼킨 뒤 남은 것을 난간 너머로 던지자 아래 바위에 철퍽 부딪힌다.

배가 부르다. 배 속이 쿵쿵 뛴다. 낭종처럼 뜨겁게 맥동한다. 변형된 부위가 몸 안으로 도로 들어갈 때마다 얼굴을 찡그리면서, 내 내장과 그 남자애의 내장이 다 들어갈 자리가 어떻게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리는 있다.

언제나 있다.

비틀거리며 안으로 돌아가자 형제들이 나를 보고 웃는다.

그중 하나가 길쭉한 흰 잔을 내 쪽으로 밀어 준다. “톰을 씻어 내릴 콜린스 한 잔?”

가볍게 한 모금 들이켜 레몬의 단맛을 이 사이로 휘돌리고, 혀에 남은 붉고 짭짤한 시럽을 핥아 없애도록 둔다. “뭐?” 내가 묻는다.

“네 소중한 톰 말이야.” 그가 내 휴대전화를 건네며 말한다. “오늘 밤 네가 먹은, 우수에 잠긴 한입거리.”

잔뜩 부푼 배를 무언가가 쿡 찔러 기침이 터진다. 그에게 이름이 있었다는 걸 잊었다.

갑자기 모든 것이 무겁게 느껴진다. 벌써 다시 배가 고프다. 두 눈에서 알 수 없는 액체가 배어 나오기 시작하고, 부두는 필사적으로 무너지고 싶어 하는 무언가처럼 삐걱거리며 신음한다.

두려움과 믿음

애시 베일 지음

그 생물을 처음 본 건 우연이었다.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아무 걱정 없이 춤추던 밤, 나는 술집에서 만난 여자와 함께 바다 동굴의 돌출된 바위로 갔다. 축축하고 어두운 곳에서 키득거리며 옷을 벗는 동안 그녀는 내 목덜미의 짧은 머리카락을 잡아당겼고, 우리는 옷을 뒤에 남겨 둔 채 따뜻하게 차오르는 바닷물 속으로 알몸을 미끄러뜨렸다.

너울이 우리 주위로 솟아오르는 동안 우리의 포옹에는 감미로운 위태로움이 깃들었다. 물이 거세게 밀려드는 입구에서 흰 물보라가 포물선을 그렸다. 달아오른 몸에 묻어 있던 반짝이는 식용 글리터 조각들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속으로 녹아들었고, 갇힌 달빛 아래 우리가 입을 맞추는 동안 그 설탕과 화학물질은 진주 빛깔의 나선을 만들었다. 쾌락은 찰랑이는 파도처럼 수월하게 밀려왔다가 빠져나갔다.

옷매무새를 추스르고 서둘러 빠져나갈 때가 되어서야 등줄기를 타고 오른 오한 때문에 뒤를 돌아보았다. 수면 바로 위에서 나를 지켜보는 꿈틀거리는 피부와 칠흑 같은 눈을 보고 잠시 얼어붙었다. 눈을 깜박이자 그것은 사라졌다.

데이트 상대를 집까지 바래다주었지만, 이제 그녀의 웃음과 재잘거림은 이전과 달리 신경을 긁었다. 누군가 나를 보았다는 전율에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다음 날 밤 나는 혼자 돌아갔다. 거세지는 봄 폭풍에 맞서 우비를 단단히 여몄다. 제 몸을 지키는 데는 원래 소질이 없었다. 전날 밤처럼 옷을 벗고 물에 뛰어들자, 소름이 돋는 것만큼이나 빠르게 기묘한 전기가 온 피부로 번져 나갔다. 돌로 된 동굴 밖에서 번개가 지직거렸고, 구름이 차오르는 달을 가렸다. 잠깐씩 세상이 밝아질 때마다 반드시 나타나리라 확신하는 신을 찾았다. 간절한 탄원자가 되어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나중에 집으로 걸어가면서는 물방울과 어리석은 확신을 머리에서 털어 내려고 애쓰며 나 자신을 비웃었다.

그다음에는 시험해 볼 가설과 죄를 지을 작정, 그리고 새로운 상대를 데리고 돌아갔다. 적극적이고 손길이 거침없는 사람이었다. 어두운 물속에 발을 늘어뜨린 채, 그는 내 땀과 뒤섞인 후덥지근한 열기를 맛보며 목 옆을 따라 입을 맞췄다. 우리 아래 바위에 파도가 부딪히는 동안, 그 모든 움직임 한가운데 있는 부자연스러운 정적에 내 시선이 붙들렸다.

윗부분만 드러낸 창백하고 변색된 얼굴에서, 검게 물든 거대한 흰자위가 나를 지켜보았다. 길고 검은 머리카락이 그 뒤로 떠서 퍼져 있었다. 가닥가닥 엉겨 붙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이었다. 두려워해야 한다는 걸, 어쩌면 상대에게 말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것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했다. 질투하는 걸까? 외로운 걸까?

배가 고픈 걸까?

가슴 위로 손을 훑어 망사 셔츠나 하네스 아래 늘 바르는 달콤한 금빛 보디 글리터를 조금 모아 그 존재에게 내밀었다. 상대의 등 뒤에 가려 보이지 않는 손끝이 떨렸다. 그것의 음흉한 시선이 내가 내민 손바닥으로 홱 옮겨 갔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강렬한 시선에 두 눈이 감겼고, 원시의 포식자에게 기꺼이 배를 드러내는 위험에 살갗이 스멀거렸다. 축축하고 차가운 무언가가 조심스럽게 내 손가락 끝의 도톰한 살을 핥았다. 내 앞에 밀착한 어깨에 얼굴을 대고 미소 지었지만, 눈을 떴을 때 그것은 또다시 사라지고 없었다.

오늘 밤에는 기도할 준비를 하고 온다.

나는 혼자다. 땀과 가슴이며 어깨며 목에 발라 놓은 반짝이는 달콤한 크림 때문에 피부가 끈적인다. 어스름 속에서 옷을 벗어 근처 울퉁불퉁한 바위 위에 아무렇게나 쌓아 둔다. 물에 손가락을 담가, 손에 남아 반짝이는 것들이 소용돌이치며 깊은 곳으로 흘러가게 한다. 나는 기다린다.

삭의 달이 거의 가장 높은 곳에 이르렀을 때 그것이 온다. 만조의 파도가 동굴 입구를 따라 부서지는 동안 텅 빈 두 눈이 나를 뚫어지게 지켜본다. 그것의 머리카락은 힘줄처럼 질기고 엉켜 있으며, 머리칼 사이사이에 흩어진 내 인공 금빛 조각들은 악몽 같은 밤하늘의 별자리를 이룬다. 나는 몸을 뒤로 젖히고 물속에서 발을 흔든다. 내 몸짓은 속에서 꿈틀거리는 내장이 믿지 못하는 자신감을 약속한다. 두려움과 믿음은 내 든든한 동반자다.

수면에는 잔물결 하나 없는데, 갑자기 그것이 내 옆 물속에 있다. 움직이는 걸 보지 못했다. 가늘고 창백한 팔 끝에 달린 길고 마디 없는 손가락들이 나를 만지려 뻗어 온다. 평평한 가슴 근육 아래의 거친 흉터를 어루만지고, 그곳의 번들거리는 광채를 문질러 번지게 한다. 굶주린 심연의 신에게 베푸는 은혜다.

간신히 명맥을 이어 가던 얼마 안 되는 달빛마저 사라져, 나는 홀로 신앙에 몸을 맡긴다. 밀물이 동굴 입구를 막았다는 깨달음이 갑작스럽게 밀려든다. 달이 이지러지기 시작할 때까지 나는 갇힌 몸이다. 그 생물이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나를 응시하며 물 밖으로 솟아오른다. 나는 허둥지둥 뒤로 물러난다. 길게 찢어져 날카로운 이를 드러낸, 경직된 웃음의 입이 내 달콤함과 복종으로 뒤덮인 지나치게 긴 손가락들을 핥는다.

내 공물이 받아들여졌다.

진행자 해설

예전에 오래된 장르 소설 상당수가, 특히 공포소설이 나와 잘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누구를 말하는지, 그리고 누구 이야기를 다시는 하지 않을지 여러분도 알 것이다.) L. P. 하틀리의 『중매인』은 ‘과거는 낯선 나라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데, 대체로 나는 그 나라에 가는 걸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가 보면 놀라운 맥락을 발견한다. 이 이야기 자체는 포트식 기현상을 다룬 재미있고 고약한 작품이며, 현대의 시각으로 보면 솔직히 고집불통 우익 꼰대 냄새가 뚜렷하게 난다. 여기 주인공의 호전적이고 독선적인 오만과 두려움은, 내가 성인으로 살아온 세월 대부분에 걸쳐 그날그날 미워해도 좋을 표적의 권리를 빼앗으면서 자기들이 얼마나 억압받는지 고래고래 외쳐 온, 속 좁고 옹졸한 남자 천 명이 음정도 화음도 맞지 않게 불러 대는 노래다. 그의 공포 반응이 타당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두려움은 두려움이고, 평온한 삶의 기슭으로 불쾌한 골짜기가 밀려오면 감당하기가 몹시 어렵다. 그리고 리먼은 워낙 뛰어나기에 주인공 안에서 엄청난 인간미와 감정의 복잡성을 찾아낸다.

하지만 미지의 존재를 보자마자 돌로 죽이려 드는 게 첫 반응이라면, 그것도 똑같이 당신을 죽이려 들 때 불평할 자격은 없다.

내게 이 작품의 공포는 시프가 어쩌면 의도하지 않았을 곳에 자리하는 것 같다. 마지막 문장에, 떨리는 주먹을 감싼 철조망처럼 그 독선적이고 공격적인 두려움을 휘감는 네 단어에.

‘하지만 나는 더 잘 안다.’

그래, 잘도 알겠지.

작가는 「세이렌을 쫓는 세이렌」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원래의 그리스 신화를 염두에 두고 이 이야기를 썼어요. 세이렌들은 자신들이 맡은 역할을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했죠. 젊은 퀴어인 저에게 그들의 처지는 무척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게이 세이렌들이 현대에 어떻게 살아갈지 상상했더니, 나머지는 갑자기 노래처럼 제 안에서 쏟아져 나왔어요.”

이 이야기에서 나를 떠나지 않는 문장은 이것이다.

‘그러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나는 몹시 슬퍼진다.’

첫 번째 이야기의, 의식적이든 아니든 완전히 결여된 자각은 적나라하고 차가운 정직함으로 대체된다. 그 정직함은 사납게 날뛰는 야생의 허기와 우로보로스처럼 서로 꼬리를 물고 있다. 이것이 너이고, 이것이 네가 그 사실을 감당하는 방식이다. 행운을 빈다.

희망은 우리가 그것을 자각하는 순간에 있다. 그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지만, 희망은 그곳에 있다. 실제의 나와 스스로 생각하는 나, 그리고 그 두 지점 사이의 거리를 볼 때 우리에게 남는 선택은 조각상이 되고 싶은지, 이야기가 되고 싶은지뿐이다. 조각상은 눈부시고 변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변한다. 노력이 들지만 가능하며,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

하지만 내게 공포가 자리하는 곳은 그 직전의 순간이다. 수십 년, 평생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순간. 삶이 자신을 집어넣은 형상 안에 앉아, 그것이 맞지 않으며 자신 말고는 누구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여기에 겹겹이 더해지는 공포는 상황을 더 어둡게 만들고, 웨이드는 칼을 다섯 번 비튼다. 살아 있는 존재를 먹는 공포. 자기와 같은 부류를 먹는 공포. 감정적이고 성적인 끌림을 포식으로 승화하는 공포. 당신과 같은 처지이면서 당신의 갈고리발톱은 없는 이들을 잡아먹으려 이미 혈안이 된 세상에서 그런 짓을 하는 공포.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에 관해 스스로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문제의 일부라는, 짓누르는 깨달음. 쉬운 것은 없고, 빨리 되는 것도 없다.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편안한 자리는 없다. 그것을 거절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 모두 그래야 한다. 첫발을 내디뎌라. 숨기라는 말을 들어 온 날개를 펼쳐 움직여라. 남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좆까라고 해라. 날아라.

바다와 육지, 공포와 환상을 가르는 그 경계선, 바로 그곳에 좋은 것들이 밀려온다. 그곳은 테르미누스의 영역이다. 경계 표지를 지키던 로마의 신 테르미누스를 알게 된 것은, 듣기에는 내가 너무 어렸던 라디오 드라마를 통해서였다. 해안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였는데, 해안에 살던 내게는 그것만으로도 짜릿했다. 테르미누스를 숭배하는 살인자이거나 테르미누스 그 자체인 누군가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밖에는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그 드라마를 들으며 언제나 곁에서 내 세계와 삶의 경계를 이루던 바다 소리를 들었다는 것만 빼면. 나만의 테르미누스.

몇 년 뒤에야 나는 나를 묶어두는 방식이 얼마나 더 많았는지, 내가 테르미누스의 영역을 얼마나 많이 오가며 살았는지 깨닫게 된다. 교사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부모님과 고향 사람들 모두에게서 받던 기대. 누군가에게는 덩치 큰 아이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똑똑한 아이이되, 어느 쪽도 지나쳐서는 안 되고 둘 다여서는 더더욱 안 된다는 것.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야, 내가 집에서 가장 어린 사람이자 유일하게 우울증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다른 가족 중 한 명은 치료도 받았다. 착한 아이로 사는 것. T는 대문자로. G도 대문자로. K도 대문자로.

어쩌면 이 이야기와 가장 관련이 깊은 것은, 내가 덩치가 크고 말소리가 조용하고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누가 봐도 게이라는 취급을 받았다는 사실일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동성애 혐오가 제도화되어 있던 섬에서 자랐으니, 키가 6피트에 몸무게가 200파운드쯤 되지 않는 사람에게 그것은 문제였다. 나에게도 문제였지만, 괴롭힘은 늘 말에 그쳤다. 괴롭히던 사람들 중 누구도 몸으로 덤빌 배짱은 없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게 다행이었다. 때로는…

때로 고립은 자유다. 때로는 파괴가 자유다. 때로는 이 이야기에서처럼, 그 경계들을 한계까지, 나아가 그 너머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자유다. 그런 상황에서 집으로 걸어가며 스스로에게 하는 거짓말들. 이야기의 표현을 빌리자면 ‘머리에 물방울도 어리석은 확신도 남지 않은 채.’ 하지만 자신을 붙들어 매는 곳에서는 벗어나지 못한 채. 마을, 섬, 증오하는 땅, 손짓하는 해안. 팔짱을 끼고 앞길을 막아선 테르미누스.

때로 고립은 자유다. 때로는 파괴가 자유다. 끝내 누구나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니까. 그 자유가 과거의 우리를 파괴하더라도. 때로는 우리를 파괴하기에 더욱더. 모두 훌륭했습니다.

짐 크리스토픽의 소설:

코요테 이방인

일몰의 살인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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