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의 빛
그것은 동쪽의 빛에서 시작되었다.
언덕 위로 떠오르는 태양처럼, 하얀 빛이 눈을 멀게 할 듯 번쩍이며 모든 것을 휩쓸었다. 잠시 모든 것이 고요했다. 그러다 굉음이 터졌고 땅이 격렬하게 흔들리며 모두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넋이 나간 채 그 자리에 누워 있었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쇼핑을 하고, 술집을 옮겨 다니고, 퇴근길에 오른 사람들로 가득한 번화한 거리를 걷고 있었다. 이제는 모든 것이 고요했고 움직임도 없었다.
그녀는 일어섰다. 두 팔이 떨렸고 손바닥은 피투성이였다. 주위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어설 수 있는 사람들은 이제 달아나려 하고 있었다.
다리 어딘가가 잘못되었고 신발도 한 짝 없어졌지만, 그녀는 그래도 그들과 함께 달렸다.
그녀는 무엇이 다가오고 있는지 알았다. 등 뒤 멀리서 거대한 파도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결코 그 회오리바람보다 빨리 달릴 수 없었지만, 본능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그녀도 다른 사람들처럼 도시를 집어삼키고 있는 유독한 화염 폭풍 속에서 불타게 될 터였다. 하지만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은 불이 아니었다.
달아나는 그녀의 발이 포장도로를 세차게 두드렸다. 머리 위 저 멀리, 높이 솟은 건물들에서 깨진 유리가 그들 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유리 파편은 버터를 가르듯 그녀의 살을 베어 온몸을 피투성이로 만들었지만, 그녀는 거의 느끼지 못했다.
뒤에서는 불길에 휩싸인 사람들이 지르는 비명이 들려왔다.
불과 몇 초 뒤, 불타는 구름이 그녀와 곁에서 달리던 사람들을 집어삼켰고, 그들의 살은 순식간에 새까만 재로 변했다.
모두 죽었다—그녀만 빼고. 그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불타는 것은 축복이었다.
불탄다는 것은 고통이 끝난다는 뜻이었다.
불탄다는 것은 아무리 짧은 순간일지라도 살아 있었다는 뜻이었다.
불탄다는 것은 인간이라는 뜻이었다.
불행히도 그녀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그토록 빠른 죽음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기에, 그녀는 그들의 빠른 죽음이 부러웠다.
여전히 살아서 이 지옥을 견디고 있었기에, 그녀의 증오는 주위의 불꽃만큼이나 밝고 희게 달아올라 타올랐다. 영원히 인간들 사이를 걸어 다니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다.
어느 시대나 고문과도 같은데, 영원히 살아서 무엇 하나?
그녀는 온몸과 마음으로 그 뒤에 닥칠 일을 두려워했다.
불길이 지나간 뒤에도, 검게 타고 망가진 그녀의 몸은 바스러져 사라지지 않을 것이었다. 그녀는 걸을 수 있을 만큼 조직이 재생될 때까지 끔찍한 고통 속에서 그 자리에 누워 있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이 오염된 황무지에서 홀로 굶주린 채 영원히 살아남아야 할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게시자 /u/sunshine_drea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