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아래의 떠돌이 개가 너무 빨리 자라고 있다.
최근 딸아이는 우리 집 지하실에서 뭔가를 발견했다며 나를 졸라 댔고, 끊임없이 그것을 “새로 생긴 털 없는 반려동물”이라고 불렀다. 아이는 늘 상상력이 풍부했고 상상한 것을 생생하게 표현하곤 했다. 그것도 팔다리가 여섯 개이고 꼬리가 짧은, 털 없는 작은 쥐처럼 묘사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아이의 장난스러운 망상에 “그래? 참 재미있겠구나.”라거나 “잘 돌봐 줘야 한다.” 같은 말로 가볍게 맞장구쳐 주기로 했다. 아이는 대개 힘차게 대답하고는 놀 때 필요한 것을 가지고 놀러 옆방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집을 너무 오래 떠나 있을 때면 아이의 행동이 걱정스러워졌다.
당장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일은 아이 엄마가 아이를 2주 동안 데리고 있어야 했을 때다. 4일째 되는 날, 아이 엄마가 내게 거듭 전화를 걸어 왔고, 내가 받자 그 여자는 마치 야생동물에게 궁지에 몰린 것처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애 데리러 와!”
그 목소리가 우리 사이에 딸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만큼이나 얼음처럼 차갑게 들렸던 것이 똑똑히 기억난다. 나는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상황을 진정시키기로 했다.
“왜? 애 하나 돌보는 게 그렇게 힘들 리가 없잖아.”
“지금 나랑 장난하지 마, 씨*; 애가 지금 난리를 치고 있으니까 와서 좀 도와 달라고!”
딸아이는 평소에 손이 별로 가지 않았고 곰 인형 하나도 찢지 못하는 아이였으므로, 나는 당연히 그 집까지 차를 몰고 가기가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집 문을 열었을 때는 너무 놀라 뒤로 넘어질 뻔했다.
집 안은 완전히 엉망이었다. 깨진 유리와 망가진 봉제 인형, 다른 인형들까지,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완전히 짓뭉개지고 뒤틀려 끔찍하고 부자연스러운 형체가 되어 있었다. 몇몇 창문에는 금이 가 있었고 문들은 군데군데 패여 있었다. 무언가 필사적으로 나가려 했던 것 같았다. 잠깐 찾아다닌 끝에 테라스에서 아이 엄마를 발견했다. 그녀는 손님방을 가리켰고, 그 안에서는 딸아이가 내던져진 베개와 시트에 둘러싸인 채 침대 위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
대답이 없었다. 아이 자신도 이게 현실이라는 것을 믿지 못하는 듯했다. 나는 끝내 아이의 팔을 잡고 차로 데려갔다. 아이 엄마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시동을 걸고 평소처럼 명랑한 얼굴을 기대하며 백미러를 흘끗 보았다. 하지만 아이는 고개를 들 기운조차 없어 보였다.
그날 오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우울했다. 그래도 나는 어른답게 행동해야 했고, 아이에게 자기가 한 짓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려 줘야 했다. 그런데도 평소처럼 혼을 낼 마음이 들지 않았다.
“왜… 왜 그런 거니?”
“...”
“우리가 뭘 잘못했니? 우리가 너한테 관심을 안 줘서 그러니?”
“...아니…”
“그럼 아빠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알면서 왜 이러는 거야?”
“...미안ㅎ-”
“그 말 하지 마… 넌 그 말 할 자격 없어… 아빠는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으니까. 내 인생의 매 순간을 일하면서 보내고, 모든 걸 다 내가 해야 하는데, 그래도 마지막으로 알고 싶은 건 그거야.”
그 뒤로 아이는 한동안 조용했다. 우리 아파트 단지 주차 공간에 들어설 때까지 작은 소리 하나 내지 않다가, 겨우 알아들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반려동물이 느껴졌어… 걔가 외로워했어.” 나는 굳이 캐묻지도 않고 지금은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쯤 되자 이 어색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어떤 말이든 받아들일 마음이었다.
그 뒤로 밤마다 상황은 악화됐고, 이상한 일이 점점 더 많이 벌어졌다. 안타깝게도 나는 처음에는 내 착각이라고 여기며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그런 일들이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첫날 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집에 있던 고기가 전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 생선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전날 밤 장을 봐 왔는데도 그랬다. 하지만 당시에는 너무 피곤해서 신경 쓸 수도, 내가 일하는 동안 딸아이가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 걱정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저 딸아이 방으로 가 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 아이는 평소처럼 평온하게 깊이 잠들어 있었고, 나도 잠자리에 들었다.
그다음 날 밤에는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지만, 내 아래쪽 바닥에서 여러 차례 쿵쿵거리는 소리가 나 자꾸 잠에서 깼다. 간격은 제각각이었지만 불규칙하게 계속 이어지는 소리였다. 아래층 이웃이 내는 소리라고 생각한 나는 아무 옷이나 느릿느릿 대충 걸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성급하게 문을 두드렸다. 굼뜨고 흐트러진 몰골의 남자가 문을 열자, 나는 곧바로 쏘아붙였다.
“이봐요, 여기 좀 조용히 해 줘야겠는데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ㅇ-”
남자는 완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고, 그 때문에 나는 더 짜증이 나서 그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가벼운 말다툼이 벌어졌다. 대화가 끝날 무렵, 그가 내게 휴대전화 화면을 들이밀자 나는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떠났다. 마침내 침대로 돌아와 쉬려고 했지만, 쿵쿵거리는 소리는 점점 더 사나워지고 커졌다. 나는 손에 닿는 베개로 귀를 덮으며 속수무책으로 버텼다.
다음 날은 평소보다 훨씬 일찍 잠에서 깼고, 덕분에 딸아이가 하루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보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는 집을 나서지 않았다. 그저 카펫 위에 앉아 여러 통의 편지를 썼고, 받는 이는 하나같이 “나의 떠돌이 개”였다. 나는 그날 학교가 쉬거나 해서 등교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냉장고에서 마실 것을 꺼내려고 지나가다가 편지 내용을 보게 되었다. 편지는 모두 가장 친한 친구와 주고받을 법한 문자나 일상적인 대화처럼 쓰여 있었고, 아이가 쓴 글 아래에는 이상한 녹색 빛의 끈적한 얼룩이 있었지만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들은 슬라임을 가지고 놀기를 좋아하니 그것이겠거니 했다. 그러다 그날 늦게 아이가 자기 방으로 달려 들어갔다가 조금 뒤 돌아왔을 때, 종이가 한 장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보았다.
그 뒤 며칠 동안 나는 늘 같은 어정쩡한 시각에 잠에서 깼고, 딸아이가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는 동안 어쩔 수 없이 아이와 함께 있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야간 근무에 나가기 전 마침내 내가 나섰다. 아이가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앞을 가로막고 말했다.
“얘야, 요즘 학교에 안 가는 것 같더라. 쉬는 날이니? 방학이야?”
아이는 멋쩍게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한숨을 쉬고 식탁 위에 놓인 내 휴대전화를 바라본다.
“그럼 아빠가 엄마한테 전화해서 네 일정을 물어봐도, 다른 말은 안 하겠네?”
아이는 멈칫하더니 종이를 더 세게 움켜쥐고 몹시 혼란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았다. 마침내 아이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지하실에 있는 반려동물을 돌봐 줘야 해서 학교에 못 갔어.”
우선 우리 집에는 지하실이 없다. 우리는 여러 층으로 된 아파트 단지에 산다. 그런 게 물리적으로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나는 아무 말 없이 아이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이 침대 앞 벽에 낡고 해진 갈색 참나무 문이 있었다. 진짜일 리가 없었다.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건축 구조상으로도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얼굴에 옅은 공포를 띤 채 천천히 몸을 돌려 딸아이를 보았다.
“그러니까 네 방에 들어가서 상상 놀이를 하려고 학교를 빼먹은 거야?”
아이는 내 반응에 완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 너머를 보았다가 다시 내 얼굴을 보았다.
“아빠, 무슨 소리야- 바로 저기 있잖아.”
“얘야, 지금은 장난칠 때가 아니야.”
“하지만 내 반려동물이 지하실에 있단 말이야. 한번 봐…”
“우리 집엔 지하실이 없어! 넌 반려동물도 없고! 세상에, 나는 너한테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삶을 주려고 애쓰는데, 넌 그 망상으로 내 얼굴에 침을 뱉ㅇ-”
순식간에 문이 쾅 열렸고, 나는 홱 돌아보다 뒤로 넘어졌다. 손은 땀으로 차가워졌고, 다리는 본능적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느릿한 질척임과 쿵쿵거리는 소리가 난다. 낡고 해진 짙은 참나무 문 너머의 오래된 참나무 계단이 너무 심하게 삐걱거려 당장 반으로 부러질 것처럼 들린다. 그것은 그림자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림자가 끝날 때마다 민달팽이처럼 다음 그림자 속으로 기어갔다. 그것이 문턱을 넘을 때 나는 그 정체를 얼핏 보았다. 부풀어 오른 썩은 살이 벗겨지고 있었고, 상처에서는 녹색의 썩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몸은 여러 동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어느 것도 알아볼 수 없었다. 목소리 역시 정체를 알 수 없었고, 서로 아무 관련 없는 여러 생물에게서 나오는 것처럼 들렸다. 그것은 처음 딸아이가 묘사했던 것보다 터무니없을 만큼 커져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딸아이를 내 뒤로 보내고 한 손을 내밀었다.
“내 딸을 해치지 마!” 뻗은 손이 마구 떨리는 가운데 나는 간신히 말했다. 하지만 효과가 있었는지 그 생물은 그 자리에서 멈췄다. 그런데 느리고 힘겨운 움직임으로 서로 다른 손가락 여러 개로 이루어진 촉수를 내밀더니, 그것으로 내 팔을 감으며 가글하는 듯한 소리로 서툰 영어를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을…본 게- 언제.. 였지…”
나는 그 질문에 완전히 넋이 나갔다.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그것이 촉수에 인간을 뛰어넘는 힘을 주어 내 팔을 잔가지처럼 부러뜨렸다. 나는 가까스로 그 생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피가 얼어붙을 듯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내내 조용히 있던 딸아이를 멀쩡한 팔로 붙잡고 아파트 밖으로 뛰쳐나가 계단을 내려가 단지 주차장으로 향했다. 거기서야 아이를 도로 경계석 위에 내려놓았다. 딸아이를 안심시키는 말을 건네기도 전이었다.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왔기에 경찰을 불러 달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전, 그것이 딸아이 바로 앞에 뛰어내려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공포에 질려 다시 한번 뒤로 넘어지고, 그 생물 너머에 있는 딸아이를 바라본다. 아이는 그저 무덤덤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얘야, 그 괴물한테서 떨어져서 아빠한테 천천히 와 주렴. 제발…”
그 생물이 촉수를 내밀어 아이를 보호하듯 부드럽게 손을 감싸 쥐는 동안에도 아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내게 오라고 아이를 설득하던 말은 곧 필사적인 애원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내게 한 짓에 대해 조금의 후회도 없는 얼굴로 그저 나를 바라보았다. 마침내 나는 계단실 쪽으로 한 걸음 물러서고, 그 생물은 호기심이 생긴 듯 따라온다. 아이는 그저 나를 돌아보더니 낯설어진 얼굴로 말한다. “제발, 아빠, 그만해… 그냥 내 말을 믿어 보려고만 했어도 됐잖아.”
아이는 걸어가고 그 생물은 충직한 개처럼 아이를 따라간다. 팔이 산산이 부러진 나는 주차장에 남겨진 채 완전히 무너져 내려, 돌아오라고 비명을 지른다.
“정말이야! 뭐든 할게! 제발! 난 좋은 아빠야!”
지금 나는 시내의 보호소로 피신해 있고, 가진 것이라고는 간신히 손에 넣은 회사 노트북 한 대가 전부다. 묻고 싶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내 가족을 되찾아야 한다. 그 애가 저것과 함께 살게 둘 수는 없다.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 헤어진 배우자도, 내 딸도. 그리고 나는 저것에게 그걸 빼앗겼다.
그 애를 데려와야 한다.
작성자 /u/Left-Milk-2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