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eudoPod 1039: 산 자들의 노래
방송 노트
작가의 말은 아래 진행자 해설을 참고해 주세요.
산 자들의 노래
톤자 K. 존슨 지음
나무에서 톡 쏘고 서늘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나는 죽은 것들이 오고 있음을 안다. 지금 그 경고의 향이 공기를 물들이고 있다. 저무는 여름의 강풍이 물결치는 밀밭 위로 포효한다. 황금빛 줄기들이 부러진 백조의 목처럼 그 힘에 고개를 숙인다. 소나무의 숨결이 연주하는 선율에 맞춰 왈츠를 춘다. 산을 넘어 떼 지어 비틀거리며 오는 죽은 것들로부터 실려 온 부패의 난폭한 장단에 맞춰 피루엣을 돈다. 험준한 고갯길 아래에서는 분화구들이 지표면에 물집처럼 솟아올라 짭짤한 점액을 흘린다. 이 외딴곳에서 우리는 거의 고립되어 산다. 땅은 너무도 거칠다. 바람에는 이빨이 너무도 많다. 강물의 급류는 폭풍의 파도만큼 사납다. 극소수의 산 자들만이 이 오지를 버텨 내며 작은 요새 마을을 이룬다. 높은 전기 장벽을 두른 도시가 더 안전하다. 나무들이 제 뿌리를 뜯어내고 달리기 시작하면 죽은 것들이 가까이 와 있다는 뜻이고, 그때 너를 구해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조상들뿐이니까.
“할머니, 나무들이 또 움직여요!” 나는 바람을 뚫고 집 쪽으로 소리친다. 할머니는 연세가 많아져서 귀가 예전 같지 않다. 혹시 몰라 손목 통신기로 짤막한 문자도 보낸다. 내 손목 장치가 형광 비취색으로 깜박이고, 화면에 글자가 흘러가며 할머니가 메시지를 읽었다고 알려 준다.
부엌의 낡아 해진 방충망 문이 쾅 열리자 닭들이 꽥꽥거리며 땅에서 몇 피트나 날아오른다. 할머니는 절뚝거리며 뒷문 계단참으로 나와 저무는 햇빛을 향해 눈을 가늘게 뜬다. 화강암을 깎아 만든 듯한 얼굴에서 입술이 가느다란 선으로 다물린다. 허리에 두른 앞치마에는 피와 살점이 묻어 있다. 돼지 곱창을 손질해 삶느라 바쁘셨던 터라 지독한 똥 냄새가 발뒤꿈치를 따라붙는다. 그 냄새를 피할 유일한 곳은 바깥이었고, 나는 오늘 바깥일은 내가 하겠다며 신이 나서 나섰다. 내가 빨아 놓은 깨끗한 천들이 빨랫줄에서 마르고 있다. 따뜻한 상승 기류가 천을 들어 올리며 비누와 강물의 산뜻한 냄새를 퍼뜨린다.
할머니는 고된 일에 닳은 손을 상아색 행주에 벅벅 닦으며 남쪽 장벽 너머 먼 참나무 숲을 살핀다. 생내장이 발치의 삼나무 판자에 철퍽 떨어지고, 빠르게 움직이는 민달팽이들이 줄지어 그 피범벅을 핥아 먹는다. 손마디에 여전히 들러붙은 내장 조각들이 호두빛 갈색 손 위에 작고 창백한 별자리처럼 점점이 박혀 있다. 그 손은 눈물을 달래거나 산 자들의 노래를 수어로 표현하는 것만큼이나 쉽게 가죽을 무두질한다.
할머니의 손가락이 눈에 안 보일 만큼 빠르게 움직인다. “얼른 집 안으로 들어와. 할 일이 있어. 오늘 걸어 다니는 나무 따윈 없어.” 숲이 정말로 움직였다고 반박하려는데, 회초리로 쓰기 좋은 어린 단풍나무가 흔들리며 할머니의 시선을 끈다. 석탄 같은 눈은 부엌칼만큼 날카롭다.
“네, 할머니.”
나는 참지 못하고 뒤돌아 지평선을 한 번 더 훔쳐본다. 지는 해가 언덕에 사프란빛과 복숭앗빛을 피처럼 흘린다. 낮의 마지막 자취가 밤에 자리를 내주고, 밀밭은 타오르는 빛으로 생생하게 일렁인다.
나중에 그림으로 옮기려고 그 찬란한 색들을 머릿속에 새기려 한다. 하지만 세상의 형상은 붙잡기 어렵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땅이 우르릉거린다. 아주 작은 진동이다. 죽은 것들은 삶는 돼지 곱창보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몹시 굶주려 있다. 할머니도 그것들이 오는 걸 느낀다는 것을 나는 안다. 행주가 손바닥에서 미끄러져 떨어진다. 그러더니 할머니가 내 어깨를 붙잡고 다급하게 나를 안으로 밀어 넣으려 한다.
겁에 질린 멍청한 닭들이 닭장을 두른 울타리 문을 날아 넘어 뒷마당으로 흩어진다.
“어서 문 잠그세요. 저도 갈게요.” 나는 할머니에게 수어로 말한다.
할머니는 떨리는 한 손으로 말한다. “아니, 내가 하마.”
이곳에서 저 닭들은 생명줄이다. 아빠가 돌아가신 뒤로 우리는 제대로 된 가축을 기를 수 없었다. “그 다리로요?”
할머니는 뒤틀린 발에 조심스레 체중을 옮긴다. 하지만 나는 반박할 틈을 주지 않고 달아난 암탉들을 향해 내달린다.
할머니가 설탕 넣은 그리츠보다 더 뜨겁게 화를 내리라는 걸 안다. 그래도 우리 중 한 명은 해야 했다. 그 무리는 뒤집어쓸 산 자의 피부를 찾아다닌다. 훔친 살가죽을 걸치고 있다가 구더기가 들끓고 썩어 떨어지기 시작하면, 망가진 사체를 내버리고 다른 입을 것을 찾는다.
나는 다리에 힘을 주어 내리막길을 질주하며 몸에 붙은 탄력에 속도를 더한다. 첫 번째 닭의 목을 움켜쥐어 들어 올리는 순간, 두 번째 진동이 덮친다. 진동이 내 뼛속까지 뒤흔든다.
셋…
넷… 초.
나무들이 움직이고 있다. 달리는 나무들의 윤곽이 지평선을 따라 이동하는 게 보인다.
죽은 것들이 왔다.
막 날아오르려는 다른 닭의 날개를 붙잡자 닭이 몸부림친다. 망할 놈이 내 팔 안쪽을 할퀴어 놓는다. 나는 부드러운 흙으로 흘러드는 피를 생각하지 않으려 애쓴다. 실내에 단단히 문을 잠그고 들어앉아 죽음을 막으려 산 자들의 노래를 부르고 있어야 할 싱싱한 고깃덩이 옷이, 밖에서 닭을 쫓고 있다고 죽은 것들에게 알리는 신호.
나머지 암탉 두 마리는 찾을 수 없다. 썩어 버리라지. 안전하게 옆 교구로 다녀올 수 있을 때까지 이 두 마리로 버텨야 한다.
쿵!
땅이 떤다. 하늘이 와르르 무너진다.
남쪽 장벽이 쓰러진다. 녹슨 금속과 주워 모은 부품들이 애처로운 비명을 지르며 무너져 내린다. 도시에서 설계해 세우는 장벽처럼 튼튼하지 않았다. 오래 버티도록 지은 것도 아니었다. 우리는 부패의 악몽을 물리치려고 그럴 거라고 믿는 척했을 따름이다. 먼지가 거대하고 검은 기둥으로 공중에 뿜어져 오른다. 죽은 것들의 꾸준한 행진에 맞춰 퍼지고, 또 퍼진다.
그 빌어먹을 닭 두 마리를 양 겨드랑이에 끼고 집으로 달린다. 두 마리는 내내 꽥꽥거리며 비명을 질러 댄다. 내가 제 하찮은 목숨을 구해 주고 있다는 걸 알지도 못한다. 심장이 목구멍에 꽉 걸린 채로, 나는 더 빨리 달리라고 나를 다그친다.
할머니가 뒷문에서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고갯길을 타고 거세게 밀려 내려오는 썩은 내를 막으려 수건으로 코를 덮고 있다.
나는 급히 멈춰 선다. 귀하고도 멍청한 닭 두 마리를 하마터면 다 놓칠 뻔한다.
마당 가장자리, 어린 단풍나무 옆에 남자아이가 서 있다.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않는다. 다만 커다란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우리가 서로 아는 사이라는 듯이. 죽은 것들이 이미 이곳에 와 있는 게 아니라는 듯이.
시야 가장자리에서 할머니가 미친 듯이 수어를 하는 게 보인다. 나는 그 말의 토막들만 알아듣는다.
“낯선 사람—”
“고기—”
“뛰어—”
아이를 두고 갈 수는 없다. 이 오지에서 우리는 같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을 그렇게 대하지 않는다. 길을 잃었을 수도 있다. 다쳤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도살당하기 직전의 수탉처럼 눈에 초점을 잃은 채 이런 곳에 서 있겠는가?
“너 어느 집 애니?” 떨리는 뱃속 사정과 달리 목소리에는 제법 위엄이 실린다.
아이는 더러운 손을 들어 기적처럼 아직 버티고 선 서쪽 장벽을 가리킨다. 저 언덕 너머에는 태양광 전선과 주술로 방비한 광활한 포도밭이 있다.
“맬러드네 친척이야?” 그 땅의 주인이다. 촘촘히 꼬인 머리카락과 이마 한가운데로 비스듬히 뾰족하게 내려온 머리선이 어딘가 그 집 사람들을 닮았다. 장전한 산탄총을 들고 다니는 그들의 입가에 꿰매 놓은 듯 붙어 있는, 사납고 신경이 곤두선 표정까지 닮았다.
아이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할머니가 손바닥으로 방충망 문을 탁, 탁, 탁 치며 내 주의를 끈다. 나는 왼쪽 속눈썹 아래 검은 멍만 흠처럼 자리한, 더없이 특이한 구릿빛 눈동자에서 시선을 뗀다. 아이에게 들은 말을 수어로 전하자 할머니는 그것들이 몰려들기 전에 둘 다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나는 아이에게 뒷문으로 먼저 들어가라고 손짓한다. 하지만 아이가 문턱을 넘기도 전에 할머니의 묵직한 손이 가느다란 어깨를 꽉 붙잡아 세운다. 톱니 같은 눈이 아이를 파고들어, 뱃속에서 어떤 숨은 의문의 답을 찾는다. 답을 찾은 모양이다. 할머니가 아이를 툭 쳐서 안으로 들여보낸다.
닭까지 데리고 우리는 지하 저장고로 내려가 몸을 웅크린다. 비좁고 어둡다. 이곳의 공기는 습기를 머금어 입안에 눅진한 곰팡이 맛을 남긴다. 손으로 진흙을 다져 만든 벽을 찾아 짚고, 구석에 세워 둔 의자가 있는 곳으로 더듬어 간다. 그 흙 속에는 작은 보물들이 묻혀 있다. 바싹 마른 딱정벌레의 사체. 지네의 해골 같은 잔해. 아빠가 딱 한 번 바다를 보여 주러 데려갔을 때 주운, 이가 나간 파란 조개껍데기.
나는 할머니를 부축해 의자를 찾아 드린다. 할머니는 앉는다기보다 무너지듯 주저앉는다. 숨이 고르게 돌아오자 할머니는 오른손을 내 손안에 밀어 넣는다. 굳은살 때문에 거칠다. “부르렴.” 할머니가 수어로 말한다. “산 자들의 노래를.”
작은 촛불 하나가 깜박이며 켜진다. 오래된 주술이다. 불꽃이 아래에서 우리 얼굴을 비추며 길게 기어가는 그림자를 드리운다. 가느다란 연기가 아이의 또렷한 이목구비 위에서 춤추고, 구릿빛 눈은 그 위태로운 불씨를 받아 빛나는 듯하다.
나는 흥얼거린다. 조상들을 부르는 낮고 애달픈 곡소리. 우리를 지켜 달라는 간청. 그들의 오래된 장단에 가슴이 진동한다.
할머니가 박자를 찾으려고 내 흉골 위에 손을 얹는다.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가락에 맞추고 나자 할머니도 함께 부른다. 목소리는 처음엔 거칠다. 형체가 없다. 바싹 말라붙은 샘에 기나긴 가뭄이 지나서야 갈라진 표면을 뚫고 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조상들의 사랑이 우리를 가득 채우자 우리 둘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 사랑은 넘쳐흘러 내 영혼 속에서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아름답구나. 네 아비와 목소리가 똑같아.”
내 폐에서 공기가 빠져나간다.
아이의 목소리는 깊은 테너다. 어린아이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울림이 너무 깊다.
내 가슴 위에 놓인 할머니의 손이 수어를 한다. “저 애가 뭐라니?” 손가락이 멍이 들 만큼 세게 누른다.
양 귀 사이가 몽롱하다. 솜으로 가득 찬 듯하다. 갑자기 거꾸로 뒤집혀 얼음장 같은 물에 잠긴 것 같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오랫동안 입 밖에 내지 않았던 그 이름에 목이 경련하지만, 나는 억지로 목소리를 낸다. “—아빠라니?” 자음마다 말이 더듬거린다.
관절이 석회처럼 굳는다. 당밀 속을 헤치고 움직이는 것 같다. 뭔가 잘못됐다.
아이가 나를 만지려는 듯 손을 뻗지만, 내게 닿지는 않는다. 내 어깨 너머 할머니를 향해 더 멀리 뻗는다. 작은 손가락 두 개가 주름진 이마를 톡 건드린다. 그 손길에 할머니의 피부가 햇볕 아래 건포도처럼 쪼그라든다. 모든 빛이 몸에서 빨려 나가고 눈이 흐려지지만, 그 날카로운 시선만은 내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내 몸이 뭐라도 하라고 비명을 지른다. 무엇이든. 하지만 다리 대신 뿌리가 돋아 흙 속으로 아래로, 아래로 뻗어 나가는 듯하다. 내 세상의 중심에 있던 꺾이지 않는 여인이 서서히 사그라지는 모습을 꼼짝없이 지켜보게 한다.
할머니가 뼈만 앙상한 더미가 되어 바닥으로 쓰러진다. 저 멀리 뒤쪽 어딘가에서 닭들이 꼬꼬댁거린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데, 속이 목구멍 뒤쪽까지 치밀어 오른다. 시야가 흐릿하다. 이제 그 손이 내 쪽으로 뻗어 오는 동안, 나는 공포에 질려 눈만 깜박일 수 있다.
그가 웃고 있다. 이 사이로 하얀 닭 깃털이 두툼한 살점 같은 것과 함께 삐져나와 있다. 푸른 피가 웃느라 올라간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얼핏 눈물로 보일 수도 있겠다. 멍이 아니었다. 아래 속눈썹 바로 밑에 난 상처에서부터 검게 썩은 얼룩이 그의 검은 피부 위로 퍼져 나간다. 아까 놓쳤던 것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아래 감춰진 것이 언뜻 보인다. 산 자들의 살과 피가 아니다. 죽은 것들 특유의, 무지갯빛이 감도는 남빛이다.
그의 안에서 새로 걸칠 생가죽을 갈구하는 유령이 빛을 발한다.
숨도 없다. 생각도 없다. 눈앞을 새하얗게 지우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공포만 있다.
“네 살갗을 걸치고 나무들을 쫓을 생각에 우리는 못 기다리겠어.”
진행자 해설
이 작품에 관해 톤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할머니는 놀라운 그림들을 그리곤 하셨고, 그림을 그리시는 동안 제게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헤인트와 부 해그, 그리고 교차로에서 악마에게 영혼 대신 발바닥을 파는 남자들에 관한 이야기였죠. 이 환상적인 이야기의 그물들은 모두 흑인 미국인 민간전승이라는 더 크고 풍성한 태피스트리의 일부예요. 할머니는 제게 그걸 잊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리오인 제게는 윗세대의 이야기를 제 사변소설에 스며들게 하는 일이 중요해요. 저보다 먼저 오신 분들이 결코 지워지지 않도록요. 이 작품은 산 사람의 가죽을 훔쳐 한동안 걸치고 다니는 신화 속 부 해그를 제 나름대로 자유롭게 해석한 이야기예요. 이 이야기들은 유산처럼 제게 전해졌어요. 조상들에게서 너무 멀리 벗어나지 말고, 땅을 존중하며, 언제나 일가붙이를 가까이 두라는 경고처럼요.
“덧붙이자면, 이야기 속 아이의 성별을 일부러 명시하지 않은 건 그 아이가 논바이너리이고,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이 전통적인 성별 표현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부 해그는 여러분이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신경 쓰지 않아요. 그저 여러분의 살갗을 걸치고 나무들을 쫓고 싶을 뿐이죠.”
자, 여러분. 솔직히 저는 ‘그리오’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모르셨던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그리오는 “역사가, 이야기꾼, 찬가 가수, 시인 또는 음악가다. 그리오는 아프리카의 전통인 구술로 이야기와 역사를 전달하는 데 통달한 사람이다.”
그리오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통달한 사람이다…
톤자에게 꽤 잘 어울리는 호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토록 많은 감각을 한꺼번에 자극하는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읽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네요. 첫 문단에만 해도 시각, 소리, 냄새… 악취, 움직임, 색채가 있습니다… 역동적이고, 시끄럽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서사예요. 다급함이 즉각 전해집니다. 무언가… 무언가 불건전한 것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이죠.
첫 문단의 그 아름다운 문장을 다시 살펴볼 만합니다.
“저물어 가는 여름의 강풍이 물결치는 밀밭 위로 포효한다. 황금빛 줄기들이 부러진 백조의 목처럼 그 힘에 고개를 숙인다. 소나무의 숨결이 빚는 곡조에 맞춰 왈츠를 춘다. 산속을 떼 지어 비틀거리며 지나가는 죽은 것들에게서 실려 온 부패의 광란 어린 리듬에 맞춰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돈다. 험준한 고개 아래에서는 분화구들이 물집처럼 지표면에 부풀어 올라, 짭조름한 점액을 흘린다.”
아, 이 문장의 리듬이라니! 생생한 심상을 불러일으키는 단어들. 그리고 으, 저 마지막 문장은 고름 찬 가래톳이 터져 병적인 분비물을 퍼뜨리는 것 같아요. <몸서리>
거기서 끝나지도 않습니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감각을 자극합니다. 치틀린을 손질할 때 나는 냄새. (덧붙이자면, 치틀린도 제가 찾아본 것 중 하나입니다. 모르신다면 찾아보세요. 왜 악취가 나는지 아실 겁니다.) 땅이 우르릉거리는 소리. 내장을 핥아 먹는 민달팽이들. 꽥꽥거리며 발버둥 치고 난리를 피우는 닭들. 그리고 노랫소리. 너무 미약하고 너무 늦어 버린 산 자들의 노래. 죽음이 이미 그들을 차지했고, 바로 그 방 안에 그들과 함께 있으니까요.
와. 이렇게 짧은 이야기가 이토록 강렬한 충격을 주네요.
이제 모든 작품을 그렇게 하고 있듯, 이 작품도 글로 함께 공개해서 정말 기쁩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우리는 오디오 매체이고, 말로 전하는 언어는 글로 쓰인 언어에 새로운 의미와 깊이와 색채를 더합니다. 제가 낭독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말로 전하는 언어와 거기서 생겨나는 음영과 뉘앙스를 사랑하거든요. 하지만 때로는 그저 언어 자체에 흠뻑 빠져드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종이 위의 글자를 바라볼 때 그걸 가장 잘할 수 있고요. 잠시 시간을 내어 이 이야기를 다시 읽고 문장을 음미해 보세요.
이토록 멋지고 끔찍한 이야기를 들려준 톤자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어 준 체레이에게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