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도포드 1029: 초크나무 먹이 주기
방송 안내
옥자
초크나무 먹이 주기
R.J. 제라드 지음
“빨대.” 내가 말했다. “왜 하필 빨대야?”
“귀여우니까, 당연히.” 포먼이 말했다. “안 그래?”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것들을 보았다. 열두 마리 가까이 되는 것들이 그의 발치에서 조금씩 기어 다녔다. 보고 있자니 한 마리가 그의 부츠 위로 털썩 올라왔다. 신발 끈이 하나 더 달린 것 같았다.
귀엽다고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포먼처럼 학력은 넘치고 그에 맞는 일자리는 없는 유전학자라면 말이다. 사실 그것들은 벌레처럼 생겼다. 가늘고 채찍 같은 몸에 옅게 난 솜털과 양 끝의 구멍 하나씩을 빼면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생물이었다. 입과…… 항문이겠거니 했다. 바닥에는 녹슨 쇠 색깔의 주머니가 놓여 있었다. 녀석들이 부화해 나온 꼬투리였다.
“어떤 녀석들인지 설명해 줘.” 내가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는 걸 포먼이 눈치채지 못하기를 바라며 말했다. 그는 몸을 굽혀 부츠 위의 벌레를 집어 들었다. 벌레는 죽은 척이라도 하듯 축 늘어졌다.
“래그돌 고양이처럼 손으로 잡으면 몸에 힘을 빼.” 그가 말했다. “그렇게 만드는 게 쉽지 않았어. 무척추동물에서 그런 유전자 발현을 유도하기가 어렵거든. 저 콜라 좀 줄래?”
탁자 위에 탄산음료 한 병이 있었다. 나는 그에게 건넸다. 그는 뚜껑을 돌려 열고 벌레를 집어넣어 몸이 반쯤 잠기게 했다. 손을 떼자 벌레가 다시 살아 움직였다. 머리인지, 어쩌면 항문인지, 어느 쪽 끝이 밖으로 나와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끝이 방향도 못 잡고 마구 흔들렸다.
“내 입을 찾는 거야.” 포먼이 설명했다. “따뜻한 데로 끌리거든.”
포먼이 병을 얼굴 가까이 가져갔다. 벌레는 정신없이 꿈틀거리더니 그의 입술 사이로 들어갔다. 포먼이 빨아들이자 양 볼이 움푹 들어갔다. 탄산음료의 수위가 낮아졌다. 무슨 소리가 들렸다. 내 귀에 겨우 잡힐 만큼 희미하고 애처로운 고음이었다. 벌레가 내는 소리였다.
나는 손가락으로 의자 팔걸이를 두드렸다. 포먼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 쭉 빨아 마시고 병을 내려놓았다. 벌레는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근육이 경직된 상태였다.
“살아 있는 빨대를 발명했네.” 내가 말했다.
내 얼굴에서 의심을 읽었는지 포먼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몸으로 액체를 빨아들인다고 아프지는 않아.” 그가 말했다. “그 감각을 쾌감으로 받아들이게 설계했어. 며칠 동안 안 써 주면 오히려 병이 나. 먹이도 안 먹고, 그러다가—”
“뭘 먹는데?” 몇 마리는 둥근 입구를 따라 이빨이 나 있었다. 그 녀석들은 칠성장어를 떠올리게 했다.
“자기 몸을 통해 마시는 음료에서 영양분을 어느 정도 얻는데, 설탕물로 보충해 주고 있어.”
“포먼.” 내가 말했다. “난 네가 좋지만…… 이건 이상해. 이런 게 존재한다는 게 싫어.” 다른 빨대 한 마리가 내 청바지 밑단으로 기어오르려는 게 보여서 발로 차 버렸다. 포먼은 상처받은 눈으로 그 녀석을 주워 올려 자기 손마디 위를 기어 다니게 했다. 녀석은 그의 팔을 타고 감겨 내려오는 철조망 문신과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 문신은 조용하고 너드 같은 그의 다른 면모와 어울리지 않아서 늘 묘하게 매력적으로 보였다.
“왜 싫은데?” 그가 말했다.
“그냥 플라스틱 빨대가 뭐가 문제였는지 모르겠어.”
“별로 친환경적이지 않잖아.”
“그래서 난 금속 빨대가 있지. 스타벅스에서 할인도 받아.”
포먼이 어깨를 으쓱했다. “난 그냥 더 생기 넘치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
포먼의 집을 나오는 길에 나는 그가 차고에 두고 기르는 초크나무 앞에 잠깐 멈췄다. 정확히 쓰자면 CC-HoK라고 해야겠지만, 나는 위원회에서 만들어 낸 뜻 모를 약어라면 질색이다. 그리고 그게 무엇의 약자인지 알겠는가? 아니, 정말로 솔직하게 말해 보라. 두 번째 C가 염색체를 뜻한다는 것, 다들 기억하는 건 그 정도다.
포먼이 요즘 푹 빠져 있는 것은 젤리가 담긴 통에 뿌리를 내리고 자외선 조명들 아래 서 있었다. 통 옆면에는 그가 그것을 구입한 회사 이름인 Vin3가 적혀 있었다. 나무는 내 키의 절반쯤 됐는데, 꽤 빨리 자란 듯했다. 석 달 전 포먼이 포장을 풀 때 나도 있었는데, 그때는 겨우 내 무릎에 닿을 정도였다.
대부분의 가지에는 부풀어 오른 자몽 같은 꼬투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가장 큰 것들 안에는 빨대가 더 들어 있으리라 짐작했다. 아래쪽 가지에 달린 더 작은 꼬투리들에서는 아마 다른 프로젝트가 자라고 있을 터였다.
나는 꼬투리 하나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포먼이었다.
그러지 말아 줘, 라고 문자에 적혀 있었다. 그는 보안 카메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미안, 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내가 튕긴 꼬투리가 떨리고 있었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했다. 포먼이 뭘 먹이기에 나무가 저렇게 빨리 자라는지도 궁금했다.
이 주 뒤 포먼이 다시 나를 초대했고, 나는 궁금했던 것 하나의 답을 얻었다. 빨대들은 여전히 있었는데, 구석에 있는 테라리움에 들어가 있었다. 카펫 위에는 머리 없는 개도 몸을 말고 누워 있었다. 목 끝에서 도저히 못 본 척할 수 없는 결손 부위만 빼면 포메라니안처럼 보였다. 목은 주름이 오므라든, 보기만 해도 몹시 불편해지는 구멍으로 끝나 있었다.
나는 포먼과 눈을 맞췄다. “대체 이게 뭐야?”
“아냐, 이건 너도 좋아할 거야. 내 가방 보여?”
그는 어깨에 작은 가방을 메고 있었다. 사실 핸드백에 가까웠다. “응.”
포먼은 가방 안을 뒤져 개의 머리를 꺼냈고, 그 머리는 나를 보며 눈을 깜빡였다. 살아 있었다. 그는 몸을 굽혀 머리를 몸통에 꾹 갖다 댔고, 무언가를 빨아들이는 소리와 함께 둘이 붙었다. 이제 온전해진 개가 몸을 일으키고 꼬리를 탁탁 쳤다.
“야.” 내가 말했다. “이건 아니지.”
“이건 정말 상품성이 있다고 생각해.” 포먼이 말했다. “큰 반려동물을 키우면 여행하기 힘들잖아? 그런데 목적지에서 몸통을 길러 놓고, 개 머리를 똑 떼어 갔다가 도착해서 다시 붙일 수 있다면?”
“그건…… 잔인하지 않아?”
“당연히 아니지.” 포먼의 목소리에는 익숙한, 상처받은 듯한 기색이 묻어 있었다. “동물한테 고통을 주는 형질이라면 절대 만들지 않아. 머리를 떼면 그냥 잠이 들어. 제트기 화물칸에 실리는 것보다 스트레스가 적어.”
실제로 무슨 논리인지는 알겠는데……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런 개를 입양할 사람은 없어, 포먼. 절대로. 왜 초크나무로 이렇게 이상한 것들만 만드는 거야?” 우리 옛 동창 중 한 명인 애슐리 H.가 떠올랐다. 그녀는 초크나무로 향이 아주 진한 꿀을 만드는 벌을 만들어 냈다. 엣시에서 큰돈을 벌고 있다고 들었다.
“난 그냥 우리가 좀 더—”
“생기 넘치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내가 말을 끊었다. “그렇지?”
포먼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해해 줘서 감격했다는 듯 눈이 환하게 빛났지만,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나가는 길에 다시 초크나무 앞에 들렀다. 이번에는 그도 따라왔다. 아마 내가 꼬투리를 더 튕기지 못하게 하려는 거겠지. 나무는 누가 봐도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적어도 삼 피트는 더 컸고, 에메랄드빛 잎들이 생장등 아래서 눈부시게 빛났다. 맨 아래에서 둥글게 뻗은 가지들에는 새 열매가 달려 있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포먼을 보았다. 나무가 건강한 만큼 그는 정반대로 보였다. 눈 밑에는 거무스름한 얼룩이 졌고, 팔에 감긴 문신은 피부와 뚜렷한 대조를 이루었다.
“여기서 시간을 얼마나 보내는 거야?” 내가 말했다.
“그냥 취미야.”
“네 나무는 정말 많이도 만들어 내네. 먹이는 데 돈이 얼마나 들어?” Vin3는 묘목 가격을 놀랄 만큼 낮게 책정했지만, 비료 값은 터무니없이 비쌌다. 그렇게 돈을 뜯어 가는 회사였다.
“네 생각만큼은 아니야.” 포먼이 말했다. “나무를 산 뒤로 먹이는 한 번도 살 필요가 없었어.”
그 뒤로 포먼의 초대는 점점 잦아졌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두 번, 때로는 세 번까지 그를 찾아갔다. 사양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와 달리 내게는 실제로 직장도 있었고, 그럭저럭 사회생활이라는 것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다. 그의 친구로 지내는 건 피곤한 일이었지만, 우리 사이에는 쌓인 시간이 있었다. 매주 그가 공부를 봐 주지 않았다면 나는 대학원을 끝내지 못했을 것이다.
찾아갈 때마다 포먼의 차고에는 터진 초크나무 꼬투리가 더 많이 널려 있었다. 그때마다 그에게는 자랑할 새로운 종류의 생물이 있었다. 한 번은 투구게를 닮은 땅딸막한 절지동물이 집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녀석들은 둔하게 돌아다니며 껍데리 가장자리에 난 뻣뻣한 털로 먼지를 모았다. 살아 있는 룸바였다.
다음에 찾아갔을 때 그는 구피를 닮은 물고기를 보여 주었다. 빨대들의 테라리움 옆에 놓인 새 수조에 사는 녀석들이었다. 녀석들은 주기적으로 수면에 올라와 힘껏 공기를 들이마신 뒤, 잠수해서 아가미로 은빛 거품을 구름처럼 토해 냈다.
“탄산 주입.” 그가 말했다. “탄산수를 만드는 거지.”
“위생적으로 괜찮아?” 내가 말했다. 그는 그저 나를 보며 활짝 웃었다.
몇 주 동안 이런 일이 계속됐다. 한참 지나서야, 어쩌면 너무 늦게, 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포먼이 뭐라고 하든 비료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을 게 분명했다. 돈은 제쳐 두더라도, 쏟아붓는 시간은 어쩌고? 직장도, 여자 친구도 없었고, 입학 경쟁이 몹시 치열한 대학원 과정에서 받은 석사 학위가 있었다. 그런 그가 이런 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들를 때마다 포먼은 조금씩 더 여위고 초췌해졌고, 피부는 창백해지고 문신은 짙어졌다. 그가 만든 것들은…… 확실히 독특했지만, 갈수록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살아 있는 목도리를 보여 주었을 때는 진짜 목도리보다 나은 점을 단 하나도 대지 못했다. 길고 하늘거리는 주름 장식이 달린 파충류였는데, 어깨에 올려놓으면 본능적으로 그 장식을 사람의 목에 둘렀다.
“포먼……” 내가 말했다.
“알아. 아무도 안 사겠지. 괜찮아. 난 그냥 더 생기 넘치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
“그 말은 했지.”
포먼의 움푹 팬 두 볼 사이로 번지는 웃음은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마음이 어수선한 채로 집을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던 중간에 차를 세웠다가 방향을 돌려 다시 몰고 갔다. 이번에는 단호하게 말할 작정이었다. 포먼의 집 문은 잠겨 있지 않았지만, 그는 집 안에 없었다. 나는 부엌을 지나 차고로 향했고, 손잡이를 돌려 문을 당겨 열었다.
포먼은 초크나무 옆에 쪼그리고 앉아 팔을 뻗고 있었다. 그가 만든 빨대 같은 것 세 마리가 손등에 매달려 나지막하고 애처로운 소리를 냈고, 두 마리는 손목에 박혀 있었다. 녀석들은 그의 피부를 물고 있었다. 이빨이 달린 녀석들이었다. 마시는 동안 몸을 고리처럼 두른 근육이 물결치듯 움직이는 게 보였다. 녀석들의 끝에서 짙붉은 줄기가 가늘게 흘러내렸다. 포먼의 피가 초크나무가 자라는 젤리에 고여 뿌리까지 스며들고 있었다.
“포먼!” 내가 소리쳤다.
그가 화들짝 놀라 손을 등 뒤로 돌렸다. 바닥에 피가 더 튀었다.
“돌아왔네.” 그가 말했다. “올 줄은 몰랐—”
“지금 뭐 하는 거야?”
“아무것도.”
나는 그의 양어깨를 붙잡고 뒤로 물러나게 해 나무에서 떼어 놓았다. “거짓말하지 마. 무슨 일인지 다 보여. 왜 이러는 거야?”
그가 내 손을 뿌리쳤다. “내 초크나무가 자라는 걸 도와주는 거야.”
“네 피를 먹여서?”
“잘 자라는 데 도움이 돼.” 그가 말했다. “새 설계를 입력하기 전에 해주면. 이유는 아무도 모르지만, 온라인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야.”
“못 믿겠어. 지어낸 말이잖아.”
“읽어보고 싶으면 텔레그램 대화방이 있어.” 그가 풀이 죽어 말했다. “내 몸에 칼을 대는 건 아니야. 의료용 거머리의 DNA 서열을 빨대에 접합했어.”
나는 포먼의 팔을 붙잡고 그의 피부에서 빨대들을 잡아 뜯었다. 축축한 것이 뽁뽁 떨어지는 소리가 연달아 났다. “안 돼. 전부터 걱정스러웠지만, 이건 도가 지나쳐.” 나는 빨대 하나를 떨어뜨리고 발뒤꿈치로 짓뭉갰다.
포먼이 경악한 얼굴로 내려다봤다. “그만해!”
“이제 그만할 때도 됐잖아.”
포먼이 나를 밀쳤다. 그는 수척했지만—이젠 그 이유를 알지 않는가?—팔에는 놀라울 만큼 힘이 있었다. 나는 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널 도우려는 거야.” 내가 말했다.
“나가!” 그가 소리쳤다. 그가 목소리를 높이는 걸 들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
물러서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의 목조름나무를 차고에서 끌어내 잔디밭에서 태워버릴 게 아니라면 내가 뭘 어떻게 끝내려는 건지 나도 알 수 없었다. 정말 그렇게 할까 생각했지만, 나무는 내가 옮기기에는 너무 크게 자라 있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물러났고, 지나가면서 가지에 매달린 살주머니 하나를 주먹으로 치는 것으로 만족했다. 주머니가 터지며 검은 진액이 바닥에 쏟아졌다. 그중 일부는 한때 포먼의 피였다.
그 뒤로 포먼에게서는 소식이 없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든 그냥…… 벌어지도록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는 성인이었다. 하지만 며칠이 몇 주로 늘어나자,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그의 가족에게 전화할까 고민했지만, 그들은 나를 그의 괴상한 대학 친구 중 하나로 여겼고 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다. 대신 나는 차를 몰고 그의 집으로 갔다. 날이 흐렸는데도 그의 집 창문은 어두웠다. 나는 문을 쾅쾅 두드렸다. 대답이 없었지만, 이 시간이면 분명 집에 있을 터였다. 문에 어깨를 대고 밀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활짝 열렸다.
발을 들이자마자 게를 닮은 생물 하나가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발로 그것을 옆으로 밀어내고 눈을 깜빡이며 어둠에 익숙해지기를 기다렸다.
포먼의 집은 정글이 되어 있었다. 사방에 동물이 있었다. 수백 마리의 빨대가 바닥에 자리를 잡았고, 구석마다 목도리 파충류들이 속을 파낸 소파 쿠션으로 둥지를 만들어놓았다. 내가 알아보지 못하는 생물도 있었다. 오이만 한 애벌레들이 바닥에서 타원을 그리며 꾸물꾸물 돌아다녔다. 헐떡거리는 일종의 주머니가 천장에 매달려 흔들렸다. 식탁에는 블루베리처럼 보이는 것들이 그릇에 담겨 있었는데, 다가가자 나를 향해 쉭쉭거리더니 향긋한 라벤더 냄새가 나는 가스를 줄기줄기 뿜었다.
예상보다 상태가 나빴다. 나는 입에 손을 모아 대고 불렀다. “포먼?”
대답이 없었다. 분명 차고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차고 문은 잠금장치도 없으면서 현관문보다 더 단단히 걸려 있었다. 십오 초 동안 헛되이 낑낑댄 끝에 나는 한 걸음 물러나 문을 걷어차 열었다.
문이 왜 그렇게 잘 열리지 않았는지 즉시 알 수 있었다. 포먼의 목조름나무가 차고를 완전히 점령하고 있었다. 뿌리는 통 밖으로 넘쳐흘러 카펫처럼 바닥 전체에 퍼져 있었다. 줄기와 가지도 그에 못지않게 엄청나게 자랐지만, 모양이 정상이 아니었다. 무슨 말이냐면,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복사해서 붙여넣다가 생긴 오류 같았다. 가지에서 자란 가지에서 또 가지가 자라나 벽에서 벽까지 뻗은 프랙털을 이루었다. 그 가지들에는 수백 개의 부화 주머니가 매달려 있었다. 내가 지켜보는 사이 하나가 터지더니 무언가가 스르르 기어 나왔다. 끈적한 물질이 너무 많이 묻어 있어 똑똑히 볼 수는 없었지만, 머리가 두 개였고 꼬리는 적어도 세 개였다.
포먼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아니, 그는 거기 있었다. 유독 빽빽하게 뒤엉킨 식물 한가운데 매달려 있었다. 잠깐은 그가 그저 나무를 타고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손이 잘 닿지 않는 꼬투리를 따려는지도 몰랐다. 그러다 그의 가슴에서 꼬챙이처럼 뚫고 나온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셔츠는 찢어져 있었지만 어디에도 피가 없었다. 내 생각에는 그의 몸속에도 없었다. 얼굴은 새하얬다. 목과 팔에는 빨대가 더 많이 매달려 있었다. 빨대들은 조용히 축 늘어져 있었다. 이미 그의 피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빨아들인 뒤였다. 그 끝은 후광처럼 그를 에워싼 작은 가지들에 그가 깊이 파놓은 홈에 꽂혀 있었다.
누군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게 나라는 걸 깨닫기까지 잠시 걸렸다. 목조름나무가 떨렸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짧은 순간 동안 나는 나무도 나와 함께, 우리가 함께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무에 매달린 꼬투리들이 요동쳤다. 그 안에서 자라는 정체 모를 것들이 그 소리에 자극받기라도 한 듯했다.
내가 듣기로는 검시관 사무실에서 포먼의 죽음을 사고사로 기록할지 자살로 기록할지를 두고 실랑이가 있었다고 했다. 쟁점은 그의 사인이었다. 나는 과다출혈이라고 짐작했지만, 그가 나무에 얽힌 채 내려오지 못했다는 다른 가설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가지는 그의 시신이 부패하기 시작한 뒤에 몸을 뚫고 자라난 것이었다.
물론 장례식은 있었다. 그 이야기는 해줄 수 없다. 나는 초대조차 받지 못했다. 그의 가족은 그 일의 책임을 내게 돌렸다. 알다시피, 가장 친한 친구였다면서 어떻게 그 지경이 되도록 놔뒀느냐는 식이었다. 말했듯, 그들은 원래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포먼의 나무는 아직도 거기 있다. 집 전체를 비닐 천막으로 덮어놓아서 나무 자체는 볼 수 없지만, 차를 몰고 지나가다 보면 차고 문을 뚫고 나온 가지의 윤곽은 아직 볼 수 있다. 먹이를 주는 사람이 없으니 지금쯤은 분명 죽었겠지만, 나무는 거기 있다. 듣자 하니 누가 그걸 치울 책임을 질 것인지를 두고 Vin3와 은행 사이에 또 다른 법적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아마 그 덕분에 나도 소송을 피했을 것이다. 내가 문을 열어놓는 바람에 포먼의 창조물 몇몇이 빠져나간 모양인데, Vin3가 내게 보낸 서신에 따르면 그건 나의 중대한 과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은행을 상대하느라 손이 모자랐고, 어차피 포먼의 열매들이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 가지 예외만 빼면.
지난번 비가 내렸을 때, 나는 무언가에 이끌려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마당의 움푹 팬 곳에 고인 물웅덩이에서 실 같은 형체 수십 개가 원을 그리며 꿈틀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포먼의 빨대들이 빠져나온 것이다. 게다가 헤엄도 칠 줄 알았다. 보아하니.
나는 한동안 거기 서서 그것들을 지켜봤다. 물웅덩이에 있는 빨대들은 그의 집에서 봤을 때만큼 기괴해 보이지 않았다. 그저 동물처럼 보였다. 나는 몸을 굽혀 한 마리를 건져 올렸다. 손으로 만지자 빳빳해졌다. 내가 자기를 통해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 같았다.
나는 마시지 않았다. 물웅덩이에 다시 던져 넣자 꼬리를 휘두르며 다시 헤엄치기 시작했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누구도 포먼의 빨대를 본래 용도대로 쓰는 일은 없으리라고 확신했다. 아마 비가 오면 땅속에서 꿈틀거리며 기어 나오는 다른 벌레들과 다르다는 사실조차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그가 남긴 유산이라면, 그가 평범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동안 이루었을 것들에 비해 대단치 않게 여겼다는 말은 해야겠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아주 작은 방식으로 세상에 생기를 더했다.
진행자 해설
RJ가 보내온 글입니다.
작가의 말: 「목조름나무 먹이 주기」를 어떤 작업에 너무 깊이 빠진 나머지 세상의 다른 모든 것이 희미해져 버린 경험이 있는 모든 분께 바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이야기에서 포먼을 사로잡는 것과 같은 몰입에 유난히 빠지기 쉽습니다. 저는 늘 거기에 낭만적인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열정적이고 추진력 넘치는 천재에 관한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정도의 집착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희미해져 사라지는 것들에 ‘샤워하기’, ‘밥 먹기’를 비롯해 자신을 돌보는 기본적인 활동까지 포함된다면요.
아주 간단히 말하면, 이 이야기는 창작 충동과 그것을 조금 지나치게 강렬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치를 수 있는 대가, 그리고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물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화자는 없다고 하겠지만, 그건 관점의 문제가 아닐까요?
(저는 화자와 달리 포먼처럼 생물로 된 빨대를 기꺼이 쓰겠지만, 이빨 없는 것으로 부탁하고 싶습니다.)
아, 저는 이 작품이 정말 좋습니다. 우선 이렇게 경쾌하면서도 살짝 송곳니를 드러내는 어조에 사족을 못 쓰거든요. 하지만 사랑스럽고 발랄한 문체와 점점 커지는 불안감 너머에도 여기에는 정말 많은 것이 담겨 있습니다.
목조름나무 자체는 은유의 프랙털처럼 느껴집니다. 이 우주에 완전히 속해 있지는 않으면서도 동시에 놀라울 만큼 생생하고 육체적인 존재감을 지니고 있죠. 제게는 거의 RJ가 말하는 집착이 물리적으로 구현된 존재 같습니다. 예술가는, 그리고 결국 우리 모두는 예술가인데, 작품에 자기 자신을 쏟아붓습니다. 비결은 작품을 좋게 만들기에 충분한 양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 사이에서 적당한 지점을 찾는 데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에는 이드를 앞세워 관객 속으로 몸을 내던지는 사람들이 널려 있습니다. 비트루비우스적 브랜드 인간은 끊임없이 존재하며 끊임없이 콘텐츠를 만들지만, 그것을 경험하거나 즐길 시간은 결코 없습니다.
RJ가 이것을 교외 주택가에서 이루어지는 발명의 친근한 분위기에 겹쳐놓는 방식이 훌륭합니다. 저는 ‘친구야, 널 아껴. 하지만 이건 이상해.’라는 대목에서 웃었고, 뒤이어 이야기 속 절묘한 자리에 나오는 ‘야!’에서는 더 크게 웃었습니다. 하지만 제게 포먼의 목표는 진심으로 순수하게 다가왔습니다. 나무의 혈액뇌장벽과 그의 집을 둘러싼 밀폐 장벽마저 초월할 만큼요. 더 생기 있는 편이 더 좋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남겨두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비결이 있다면, 그 일을 하다가 세상을 떠나지는 않는 것이겠죠. 파괴가 아닌 창조. 더 치명적이 아니라 더 생기 있게.
그래도 무는 빨대에 관해서는 저도 동의합니다.
아주 훌륭했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