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인간
예상 읽기 시간 — 5분
모닥불에서 피어오르는 삼나무 연기가 우리의 폐를 움켜쥐었다. 짙고 잿빛인 그 장막은 우리를 오크우드 캠프의 나머지 구역에서 고립시키는 듯했다.
얼굴에 와닿던 열기와 등골을 따끔거리게 하던 한기가 기억난다. 그날 밤 나는 애덤을 만났다. 머리에 비해 눈이 너무 커 보이는 창백한 아이였는데, 불꽃의 호박빛이 닿는 곳에서 조금 벗어나 앉아 있었다.
“너희, 진짜 있었던 이야기 들을래?” 애덤이 물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다른 아이들의 수다를 면도날처럼 가르고 들어왔다. “손이 갈고리인 살인마 같은 이야기 말고. 진짜 이야기.”
지도 선생님들은 마시멜로를 더 가지러 갔고, 바싹 다가오는 숲 곁에는 우리 여섯 명만 남아 있었다. 우리는 모두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애덤은 얼굴 절반이 그림자에 묻힌 채 연필 인간 이야기를 시작했다.
“연필 인간은 너희나 나 같은 얼굴이 없어.” 애덤이 허공에 그림을 그리는 손짓을 하며 속삭였다. “그건… 미완성이야. 밑그림처럼. 이목구비는 뭉개져 있고, 눈은 그냥 흑연으로 된 시커먼 구덩이지. 오래되고 표면이 거친 종이로 만든 듯한 주황빛 갈색 양복을 입고 있어. 구두는 어찌나 새까만지 바닥에 뚫린 구멍처럼 보이지. 그런데 머리카락은, 머리카락은 막 새로 꺼낸 지우개처럼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선명한 분홍색이야.”
애덤은 연필 인간의 능력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아무리 써도 짧아지지 않는, 가장자리가 들쭉날쭉한 흑연심 조각을 지니고 다녔다. 그가 그리는 것은 무엇이든 살과 뼈를 얻었다. 늑대를 그리면 귓가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그리면 너희 집 벽을 통과해 들어올 수 있었고, 너희 목을 가로질러 선을 그으면… 뭐… 그 그림이 현실이 되는 거였다.
“그는 캔버스를 찾고 있어.” 애덤이 한층 낮고 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너를 종이 위에 옮겨 놓으면, 넌 더 이상 살갗의 세계에 속하지 않아. 흑연심의 것이 되는 거야.”
애덤이 이야기를 마쳤을 때는 이십 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있었다. 불은 사그라들어 붉게 빛나는 잔불만 남았다. 나는 떨고 있었다. 더는 숲 가까이에 있고 싶지 않았다. 나는 벌떡 일어나 피곤하다는 말을 웅얼거리고는 9번 숙소로 돌아가는 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숲은 숨이 막힐 만큼 어두웠다. 사각. 사각. 사각. 나는 얼어붙었다. 누군가 칠판 위로 못을 끌거나, 두꺼운 양피지 위로 묵직한 연필을 끄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홱 돌아섰고, 손전등 불빛이 소나무 사이를 갈랐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바람이야.
갑자기 손 하나가 내 어깨를 세게 내리쳤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손전등을 떨어뜨릴 뻔했다.
“걸려들었네!” 애덤이 와락 소리치더니 허리를 접고 웃었다.
“애덤! 하나도 안 웃겨!” 심장이 갈비뼈를 쿵쿵 두드리는 가운데 내가 소리쳤다.
“네 표정 좀 봐, 마크! 진짜 그놈을 본 줄 알겠어!” 애덤이 눈가의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한바탕 웃음은 이윽고 미안한 듯한 웃음으로 잦아들었다. “미안해, 진짜로. 그냥 이야기잖아. 가자, 잠이나 자자.”
우리는 말없이 숙소로 돌아왔다. 다른 남자아이들은 아직 모닥불 곁에 있어서 숙소는 비어 있었다. 나는 침낭 속으로 기어들어가, 주황색 양복을 입은 얼굴 없는 남자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떨쳐 내려고 애썼다.
결국 피로가 이겼다.
사각. 사각. 사각.
나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소리는 바닥에서 나고 있었다.
“애덤!” 내가 낮고 날카롭게 불렀다. “그만해! 장난 아니야. 새벽 두 시라고.”
대답은 없었다. 나는 애덤의 침대를 바라봤다. 이불 아래의 그는 덩어리처럼 보였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휘갈겨 쓰는 소리가 더 커졌다. 빠르고, 규칙적이고, 미친 듯했다.
“애덤?” 내가 말했다.
나는 손전등을 집어 들고 딸깍 켰다. 빛줄기가 바닥을 훑다가 아까는 없던 공책 위에 멈췄다. 공책은 펼쳐져 있었다. 그 페이지에는 양복을 입고 분홍색 머리카락을 한 남자의 조잡한 그림이 떨리고 있었다.
내가 지켜보는 동안, 창백하고 납작하며 굵은 검은 목탄 선으로 윤곽이 그려진 손 하나가 종이 밖으로 뻗어 나와 나무 마룻장 가장자리를 움켜쥐었다.
숨이 턱 막혔다. 머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애덤의 묘사 그대로였다. 누군가 엄지손가락으로 이목구비를 문질러 지우려 했던 것처럼 흐릿하고 얼룩덜룩하게 뭉개진 얼굴이었다. 분홍색 머리카락은 플라스틱 솔처럼 뻣뻣했다. 연필 인간이 공책 밖으로 몸을 끌어 올렸고, 그의 주황빛 갈색 양복은 두꺼운 카드용지처럼 바스락거렸다. 나는 다급히 뒤로 물러나며 애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애덤! 일어나! 애덤!” 내가 외쳤다.
나는 이불을 홱 걷어 냈다. 침대는 비어 있었다. 그저 비어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아무도 그곳에서 잔 적이 없는 것처럼 시트가 반듯했다.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다른 침대들이 사라져 있었다. 창문까지 사라졌다. 나는 문으로 달려갔지만, 출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손을 대자 평평하고 차가운 나무가 만져졌다. 문은 지워져 있었다.
나는 흐느끼며 돌아섰고, 방 한가운데 서 있는 연필 인간을 보았다. 그는 말하지 않았다. 말을 할 입도 없었다. 그는 그저 소매에서 길고 들쭉날쭉한 연필을 꺼내 허공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검은 잉크 선들이 실제 공간에 매달려 하나의 형상을 이루었다. 여섯 살 때부터 내 악몽에 나타나던 것, 바늘 같은 이빨을 가진 가늘고 긴 팔다리가 여럿 달린 존재였다. 연필 인간은 그 그림을 나를 향해 휙 튕겼다.
그 생물은 바닥으로 떨어지며 순식간에 입체가 되었고, 젖은 잉크 냄새를 풍겼다. 그것이 달려들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탁자 밑으로 뛰어들었다. 오직 생존 본능만이 작용한 순간, 나는 묵직한 개인 물품 보관함을 걷어차 걸쇠가 풀리게 했다. 괴물이 돌진하자 나는 몸을 숙였고, 그것은 상자의 철제 모서리에 머리부터 부딪히더니 지직거리는 잡음으로 가득한 선 무더기로 무너졌다.
나는 떨면서 일어나 창조자와 마주 섰다.
“나한테 뭘 원하는 거야?!” 내가 비명을 질렀다. “왜 이러는 거야?!”
연필 인간은 고개를 기울였다. 그가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더 빨랐다. 그가 종이를 들어 보였다.
나를 그린 그림이었다. 하지만 나는 숙소 안에 있지 않았다. 나는 거대한 흰 직사각형 안에 있는, 막대 인간 모양의 작은 점이었다. 그 점 둘레에는 들쭉날쭉하고 다급하게 휘갈긴 필기체로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머물러. 머물러. 머물러.”
갑자기 중력의 방향이 구십 도 돌아간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는 힘이 나를 잡아당겼다.
다음 날 아침, 애덤은 9번 숙소에서 눈을 떴다. 햇살이 비치고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다.
“마크?” 그가 눈을 비비며 불렀다. “야, 마크, 일어났어?”
숙소는 비어 있었다. 마크의 부츠는 침대 옆에 있었다. 손전등은 바닥에 있었지만, 마크는 사라지고 없었다. 애덤은 침대에서 내려오다 바닥에 떨어진 종이 한 장을 밟았다.
애덤은 종이를 집어 들었고,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마크를 아주 세밀하게 그린 스케치였다. 그는 종이의 ‘유리’에 몸을 바짝 붙이고, 꺼내 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듯 두 손을 납작하게 누르고 있었다. 두 눈은 크게 벌어져 있었고, 동공은 다급하고 어지럽게 휘갈긴 선들로 표현되어 있었다. 그림 아래에는 마크 자신의 글씨로, 하지만 떨리고 꼬불꼬불하며 광기 속으로 빠져드는 글씨로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여긴 너무 밝아, 애덤. 너무 하얘. 그림자가 없어. 공기도 없고 흑연 냄새만 나. 몇 마일이나 걸었는데 종이가 끝나질 않아. 피를 내서 흔적을 남기려고 했지만 내 피는 그냥 빨간 잉크야. 내 새 얼굴 마음에 들어? 연필 인간이 고쳐 줬어. 아픔을 느끼던 부분들을 문질러 지워 줬어. 이제 난 괜찮아. 난 그냥 스케치야. 난 그냥 낙서야. 난 그냥… 안 돼! 그가 다시 연필을 깎기 시작했어! 애덤, 살려 줘! 아니, 그러지 마! 살려 줘! 지우개가 오고 있어! 지우개가—”
페이지의 나머지 부분에는 회색 가루가 번져 있었다. 마크는 사라졌다. 해가 지지 않고 선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스케치북 속에 감춰진 채로.
저 소리가 들리는가? 당신의 벽을 긁는 저 희미한 소리가? 사각. 사각. 사각.
연필 인간이 오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종이를 보지 마라!
저자: 노엘 헤인스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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