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브라만
XII
유령 브라만
옛날에 가난한 브라만이 살았는데, 쿨린이 아니었던 터라 장가드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부자들을 찾아다니며 아내를 맞을 수 있도록 돈을 달라고 빌었다. 필요한 돈은 큰돈이었는데, 혼례 비용보다는 신부의 부모에게 주어야 할 돈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집집마다 구걸하고 수많은 부자에게 아첨한 끝에 필요한 돈을 가까스로 긁어모았다. 때가 되어 혼례를 치렀고, 그는 아내를 어머니가 계신 집으로 데려왔다. 얼마 뒤 그가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 제게는 어머니와 아내를 먹여 살릴 방도가 없습니다. 그러니 먼 나라로 가서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겠습니다. 큰돈을 모으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을 테니 몇 년이나 집을 떠나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선 제가 가진 것을 드릴 테니, 이것으로 어떻게든 살림을 꾸리시고 제 아내를 돌봐 주십시오.” 브라만은 어머니의 축복을 받고 길을 떠났다. 바로 그날 저녁, 브라만과 똑같은 모습으로 둔갑한 유령이 집으로 들어왔다. 새색시는 그를 남편으로 여기고 말했다. “어찌 이리 일찍 돌아오셨어요? 몇 년이나 떠나 계실지도 모른다 하셨잖아요. 왜 마음을 바꾸셨어요?” 유령이 말했다. “오늘은 날이 좋지 않아서 집으로 돌아왔소. 게다가 벌써 돈도 좀 구했소.” 어머니도 그가 제 아들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유령은 자신이 그 집 주인이며, 노파의 아들이자 젊은 여인의 남편인 양 그 집에서 살았다. 유령과 브라만은 완두콩 두 알처럼 모든 면에서 꼭 닮았으므로, 이웃 사람들은 모두 유령을 진짜 브라만으로 여겼다. 몇 년 뒤 브라만이 타향살이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런데 집 안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다른 사람을 보았으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유령이 브라만에게 말했다. “너는 누구냐? 무슨 일로 내 집에 들어왔느냐?” “내가 누구냐고?” 브라만이 대꾸했다. “네가 누구인지 내가 묻겠다. 여기는 내 집이고, 저분은 내 어머니이며, 이 사람은 내 아내다.” 유령이 말했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로구나. 여기가 내 집이고, 저 사람이 내 아내이며, 저기 계신 분이 내 어머니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나는 여기서 몇 년째 살고 있다. 그런데 너는 이곳이 네 집이며 저 여인이 네 아내라고 우기는구나. 브라만, 네가 정신이 돌았나 보다.” 이렇게 말하고 유령은 브라만을 그의 집에서 쫓아냈다. 브라만은 너무도 놀라 말문이 막혔다. 그는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한참 뒤에야 왕을 찾아가 자신의 사정을
“어찌 이리 일찍 돌아오셨어요?”

아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은 유령 브라만과 진짜 브라만을 모두 보았는데, 한쪽이 다른 쪽을 그대로 그려 놓은 듯했으므로 난처해져 그 다툼을 어떻게 판결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브라만은 날마다 왕을 찾아가 자신의 집과 아내와 어머니를 돌려 달라고 간청했다. 왕은 그때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다음 날로 미루었다. 왕은 매일 그에게 “내일 오너라”라고 말한다. 그러면 브라만은 매일 울면서 손바닥으로 이마를 치고 궁궐을 떠나며 이렇게 말한다. “이 얼마나 사악한 세상인가! 나는 내 집에서 쫓겨나고, 다른 놈이 내 집과 아내를 차지하다니! 왕은 또 이 무슨 왕이란 말인가! 공정한 판결도 내려 주지 않는구나.”
그런데 브라만이 날마다 궁정을 나와 성읍 밖으로 갈 때면, 소 치는 아이들이 많이 모여 노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아이들은 소들을 풀밭에 풀어 놓고 풀을 뜯게 하는 동안, 커다란 나무 아래 모여 놀곤 했다. 아이들이 하는 것은 임금 놀이였다. 소 치는 아이 하나를 왕으로 뽑고, 또 하나는 재상, 곧 와지르로 삼고, 또 하나는 코트왈, 곧 치안 책임자로 삼고, 나머지는 포졸로 삼았다. 아이들은 여러 날 동안 날마다 브라만이 울며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어느 날 소 치는 아이들의 왕이 재상에게 브라만이 날마다 우는 까닭을 아느냐고 물었다. 재상이 그 물음에 답하지 못하자, 소 치는 아이들의 왕은 포졸 하나에게 브라만을 데려오라고 명했다. 아이 하나가 브라만에게 가서 말했다. “왕께서 당장 오시랍니다.” 브라만이 대답했다. “무슨 일로? 방금 왕에게서 오는 길인데, 내일 오라며 나를 돌려보내셨다. 어찌 또 나를 찾으신단 말이냐?” “우리 왕께서 찾으시는 겁니다. 소 치는 우리 왕 말입니다.” 포졸이 대꾸했다. “소 치는 왕은 누구냐?” 브라만이 물었다. “와서 보십시오.” 아이가 대답했다. 그러자 소 치는 왕은 브라만에게 왜 날마다 울면서 돌아가느냐고 물었다. 브라만은 자신의 슬픈 사연을 들려주었다. 소 치는 왕은 이야기를 다 듣고 말했다. “그대의 사정을 알겠소. 그대의 모든 권리를 되찾아 주겠소. 다만 왕께 가서 내가 그대의 사건을 판결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 오시오.” 브라만은 그 나라의 왕에게 돌아가, 소 치는 왕이 사건을 판결해 주겠다고 나섰으니 그에게 자신의 사건을 넘겨 달라고 간청했다. 그 사건으로 몹시 골머리를 앓던 왕은 청을 받아들여 허락했다. 재판은 이튿날 아침에 열기로 했다. 모든 내막을 꿰뚫어 본 소 치는 왕은 다음 날 목이 좁은 작은 병을 가져왔다. 브라만과 유령 브라만은 둘 다 법정에 나왔다. 한참 동안 증인을 심문하고 진술을 들은 뒤, 소 치는 왕이 말했다. “좋소, 충분히 들었소. 지금 곧 판결을 내리겠소. 여기 이 작은 병이 있소. 두 사람 가운데 이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을, 소유권을 다투고 있는 그 집의 정당한 주인으로 법정에서 선포하겠소. 자, 누가 들어갈지 봅시다.” 브라만이 말했다. “너는 소 치는 아이이고, 네 지혜도 소 치는 아이의 지혜로구나. 어떤 사람이 이처럼 작은 병 속에 들어갈 수 있겠느냐?” “들어갈 수 없다면,” 소 치는 왕이 말했다. “그대는 정당한 주인이 아니오. 그대는 이에 대해 뭐라고 하겠소?” 그는 유령 브라만 쪽으로 돌아서서 물었다. “그대가 병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집과 아내와 어머니는 그대의 것이 되오.” “물론 들어가겠소.” 유령이 말했다. 그러고는 말한 대로, 모두가 놀라는 가운데 제 몸을 벌레 같은 작은 생물로 바꾸어 병 속으로 들어갔다. 소 치는 왕은 곧바로 병에 코르크 마개를 꽂았고, 유령은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그러고 나서 소 치는 왕은 브라만에게 말했다. “이 병을 바다 밑바닥으로 던져 버리고, 그대의 집과 아내와 어머니를 되찾으시오.” 브라만은 그대로 했고, 아들딸을 낳고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고,
나티야 가시나무는 시들어 가네,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