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루에 갇히는 것을 두려워한 유령
XX
자루에 갇히는 것을 두려워한 유령
옛날에 아내와 함께 사는 이발사가 있었다. 아내는 늘 먹을 것이 부족하다고 불평했으므로 두 사람은 사이좋게 살지 못했다. 가엾은 이발사는 잠자리에서 아내의 잔소리를 숱하게 들어야 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곧잘 이렇게 말했다. “아내 하나 먹여 살릴 형편도 안 되면서 왜 나하고 결혼했어요?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은 아내를 두는 사치를 부려서는 안 되는 거예요. 친정에 있을 때는 먹을 것이 넉넉했는데, 당신 집에는 굶으러 온 모양이네요. 과부나 굶는 법인데, 나는 당신이 살아 있는데도 과부가 되었군요.” 아내는 말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어느 날은 몹시 화가 나서 집에 있던 빗자루로 남편을 때렸다. 아내에게 핀잔을 듣고 매까지 맞은 이발사는 수치심에 가슴이 쓰렸고 자기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그는 이발 도구를 챙겨 집을 나서면서 부자가 되기 전에는 결코 돌아와 아내의 얼굴을 다시 보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마을에서 마을로 떠돌던 그는 해 질 무렵 어느 숲 가장자리에 이르렀다. 나무 밑동에 몸을 누인 그는 자신의 기구한 팔자를 한탄하며 오랜 시간을 슬픔 속에 보냈다.
공교롭게도 이발사가 누워 있던 나무에는 유령이 살고 있었다. 나무 밑동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본 유령은 으레 그를 죽일 생각을 했다. 그런 속셈으로 나무에서 내려온 유령은 두 팔을 벌리고 입을 쩍 벌린 채 키 큰 팔미라야자나무처럼 이발사 앞에 우뚝 서서 말했다. “자, 이발사야, 이제 너를 죽이겠다. 누가 너를 지켜 주겠느냐?” 이발사는 겁에 질려 온몸이 떨리고 머리카락이 곤두섰지만 정신을 놓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발사들 특유의 재빠른 기지와 영리함으로 대꾸했다. “오, 유령아, 네가 나를 죽이겠다고! 잠깐 기다려라. 내가 바로 오늘 밤 유령을 얼마나 많이 잡아 이 자루에 넣었는지 보여 주마. 여기서 너를 만났으니 참으로 기쁘구나. 내 자루에 유령 하나를 더 넣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말하고 이발사는 자루에서 작은 거울을 꺼냈다. 손님들에게 수염이 잘 깎였는지 살펴보게 하려고 면도칼과 숫돌, 면도칼을 가는 가죽띠와 그 밖의 도구들과 함께 늘 가지고 다니던 거울이었다. 그는 일어서서 유령의 얼굴 바로 앞에 거울을 들이대고 말했다. “여기 보이는 것이 내가 붙잡아 자루에 넣은 유령이다. 너도 자루에 넣어 이 유령의 말동무로 삼겠다.” 유령은 자신의 얼굴이 비친 “‘자, 이발사야, 이제 너를 죽이겠다. 누가 너를 지켜 주겠느냐?’”

거울을 보고 이발사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어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유령은 이발사에게 말했다. “오, 이발사님, 시키시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제발 저를 자루에 넣지만 말아 주십시오. 원하시는 것은 무엇이든 드리겠습니다.” 이발사가 말했다. “너희 유령들은 신의가 없는 족속이라 믿을 수가 없다. 약속만 하고 약속한 것을 내주지 않을 테지.” 유령이 대답했다. “오, 나리,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무엇이든 명령하시는 대로 가져오겠습니다. 제가 가져오지 않거든 그때 저를 자루에 넣으십시오.” 이발사가 말했다. “좋다. 지금 당장 모후르 금화 천 개를 가져오너라. 그리고 내일 밤까지 내 집에 곡간을 짓고 벼로 가득 채워야 한다. 즉시 가서 모후르 금화를 가져오너라. 내 명을 따르지 못하면 틀림없이 자루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유령은 기꺼이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그는 떠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모후르 금화 천 개가 든 자루를 가지고 돌아왔다. 모후르 금화를 본 이발사는 더없이 기뻤다. 그리고 유령에게 다음 날 밤까지 반드시 자기 집에 곡간을 짓고 벼를 가득 채워 놓으라고 일렀다.
이발사가 무거운 보물을 짊어지고 자기 집 문을 두드린 것은 새벽녘이었다. 홧김에 남편을 빗자루로 때린 일을 자책하고 있던 아내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문빗장을 벗겼다. 남편이 자루에서 반짝이는 모후르 금화를 한 무더기 쏟아 내는 것을 보고 아내는 크게 놀랐다.
다음 날 밤, 가엾은 유령은 자루에 갇힐까 두려워 이발사의 집에 커다란 곡간을 지었다. 그리고 밤새도록 커다란 벼 꾸러미를 등에 져 날라 곡간을 꼭대기까지 가득 채웠다. 이 겁먹은 유령의 삼촌은 기특한 조카가 벼를 한 짐씩 등에 져 나르는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유령은 그간의 일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삼촌 유령이 말했다. “이 바보야, 이발사가 너를 자루에 가둘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이발사는 교활한 녀석이다. 네가 얼간이처럼 속아 넘어간 게야.” 조카 유령이 말했다. “이발사의 능력을 의심하시는군요! 와서 보세요.” 삼촌 유령은 이발사의 집으로 가서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유령이 도착하면서 일어난 돌풍을 느낀 이발사는 창가에 유령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바로 그 거울을 창문 정면에 들이대며 말했다. “자, 이리 오너라. 너도 자루에 넣어 주마.”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본 삼촌 유령은 몹시 겁을 먹고, 바로 그날 밤 곡간을 하나 더 지어 이번에는 벼 대신 쌀로 가득 채우겠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이발사는 이틀 밤 만에 부자가 되었고, 아내와 함께 아들딸을 낳으며 행복하게 살았다.
여기서 내 이야기는 끝나고,
나티야 가시나무는 시들어 가네,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