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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711-JP - 무중력 속에서 코끼리는 운다

초기 격리 당시 회수된, SCP-711-JP를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

일련번호: SCP-711-JP

등급: Safe

특수 격리 절차: SCP-711-JP는 전용 대형 내압 격리실에 격리하고, 감시 카메라로 24시간 원격 감시합니다. 격리실은 개체 본체를 격리하는 15m×15m×15m 크기의 기밀 격리실(A-1)과 유일한 출입구로 설계된 에어록 구획(A-2)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A-1에서 활동하는 모든 작업 인원은 재단의 우주선 외부 활동(EVA) 표준 훈련을 받은 뒤, A-2에 비치된 생명 유지 장치 부착 기밀복을 착용하고 정상 작동 여부를 매번 점검해야 합니다.

SCP-711-JP 주변에는 재단 표준 통신 장비를 배치하고, 장비의 열화·파손에 따라 적절히 교체하는 동시에 상시 SCP-711-JP-1을 기록하십시오.

설명: SCP-711-JP는 몸길이가 약 7.2m로 추정되는 아프리카사바나코끼리(Loxodonta africana africana)의 변칙적인 사체입니다. 발견 당시부터 현재까지 SCP-711-JP는 조직의 부패 및 열화 징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SCP-711-JP의 왼쪽 귀 뒤 5cm 부근에는 대구경 탄환을 지근거리에서 맞은 것으로 보이는 총상이 존재하며, 이 외상이 SCP-711-JP의 직접적인 사인으로 여겨집니다.

SCP-711-JP를 중심으로 반경 3m 이내의 공간은 항상 무중력 및 거의 완전한 진공 상태를 나타냅니다. SCP-711-JP 주변의 모든 물체(SCP-711-JP 자체 포함)는 이 변칙적 성질의 영향을 받아 공중에 떠 있으며, 일반적인 생물이 이 범위 안에 진입하면 급격한 감압에 노출되었을 때 예상되는 것과 같은 신체 이상, 즉 점막 건조·체액의 끓음·산소 결핍 및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영향은 대상이 범위 밖으로 옮겨지면 사라지며, 통상적인 중력과 기압이 즉시 회복됩니다.

SCP-711-JP의 변칙성에 영향을 받는 통신 장비는 불명의 경로에서 오는 전파 간섭으로 인해 심하게 열화된 일련의 음성(SCP-711-JP-1)을 불규칙적으로 수신합니다. SCP-711-JP-1은 해체된 캐나다 인디 밴드 "Red Bis"의 곡 『Z.O.C.』의 단편·반복으로 밝혀졌으며, 또한 매우 드물게 음성이 "마법사 남자(Witchman)"에 관한 지리멸렬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개사곡, 혹은 절규로 변합니다. 다음은 문자로 옮긴 주요 SCP-711-JP-1 기록의 발췌문입니다.

[영어에서 일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울음소리가 들려(I can hear the cry). 사바나 한복판에서 멍청하게도 뿜어져 나오는 긴 코 놈들의 포효, 제 세상인 양 땅을 울리는 엉망진창 행진과 거대한 질량의 무리. 병신 같아(Stupid), 병신 같아, 병신 같다고! 그 커다란 발밑에서 짓뭉개진 풀도 나무도, 꽃도 벌레도, 사방으로 튄 그 즙액 냄새도, 그 멍청한 코에는 이제 완전히 빡쳤다고. 예이(Yay)!

내 생각엔, 내 생각엔 말이야, 저놈들은 대체 뭘 느끼려는 걸까. 음악에서는 메시지가 중요하다지, 살갗을 긁어 찢어 의미 없이 계속 흐르는 피도, 쿵쿵 콘크리트(Concrete)를 쪼갤 듯 주저하며 구르는 발도, 그저 존재를 견디지 못해 새어 나오는 포효도, 전부 전부 의미가 있다지. 하지만 끝내 난 알지 못했어. 아무것도 안 한 채 1일이 끝나 버린다고. 아아. 그런데도 놈들은 「있다」고 한다니까, 웃음이 나네! [웃음소리] 하나도 안 웃겨.

「나 자신은 내가 제일 잘 알아」 따위 소리를 하는 놈치고 멀쩡한 놈은 없어, 정말로 없어, 아무것도 모른다고. 아아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맞아. 이건 진짜야. 데카르트마저 거짓말쟁이가 되다니 지독하게 어려운(Difficult) 시대야, 마법사 선생님(Dr. Wizard)도 한탄하시지, 그렇죠 마법사 선생님.

[긴 침묵]

아아아ー, 선생님 맞아 선생님이야아, 선생님, 위대하신 선생님, 선새애애애애애앵니임(Doctooooooor)! 이 대악당(Wickedman) 새끼야, 이 계집 같은 마녀 놈(Witchman)아, 줄곧 당신한테만 외치고 있잖아. 빨리 날 되돌려 놔 날 되돌려 놓으라고 이 [이하 욕설, 편집됨]

그러고 보니 난 당신한테서 언제나 도망치기만 했네. 구부러지며 치켜 올라가는 당신의 소름 끼치는 웃는 얼굴, 언제나 시체 안치소(Morgue)에서 멍하니 바라보던 당신의 등. 모든 게 무서워서, 무서워서 무서워서, 도망치고 또 도망치다, 붙잡혀서, 그렇게, 이 끝, 나의 모든 것. 마법사의 제자로서 해서는 안 될 행위. 있어서는 안 될 벌. 좆같은 우주 비행사(Asshole Astronaut) 코끼리 씨. 웃음이 나네. [침묵] 하나도 안 웃겨.

"도망치기만 하는 인생에 종지부를 찍어라(Put an end to my life of only escape)", 당신은 말하지. 분명 맞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어때. 반짝반짝(Twinkle) 빛나는 그 잘난 혀끝(Tongue)으로 대답해 보시지.

[긴 침묵]

선생님, 그건 당신이 강하기 때문이야. 당신이 터무니없이 강하니까, 나머지 대다수 놈들이 오줌을 지리며 벌벌 떠는 심정을 이해하지 못해. 강대하고 흉악한 놈이 되고 싶지 않은, 개미를 짓밟을까 두려워하는 코끼리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해. 그래서 당신은 영원히, 어디까지나 언제까지나 외톨이야. 그런 여행이지.

[침묵]

그건 굉장히 슬픈 일이라고 생각해.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가 얼마나 커져야, 선생님, 당신은 이쪽을 돌아볼 거야? 자존심만 뒤룩뒤룩 살쪄서, 난 이제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Hanging), 정말이지 숨이 막힌다고. 땅에 발도 못 붙이는 난 이제, 선생님과 함께 나아갈 수 없지만, 당신은 아직 어딘가를 싸돌아다니고 있어? 그 빛을, 찾아내면 알려 줘. 그때까지 여기서 기다릴게.

부록: SCP-711-JP는 변칙 물품 거래와 관련된 무인가 법인 "노기 상회"의 창고 시설을 대상으로 실시된 사이트-8141 전술대응팀(TRT)의 강제 진압 작전에서 다른 변칙적 물품 몇 점과 함께 회수되었습니다. 해당 시설에서는 동시에 SCP-711-JP의 변칙성과 Red Bis의 『Z.O.C.』에 관한 간략한 설명이 기재된 "Xehyoifent"라는 제목의 파일 책자가 발견되었으나, 해당 개체의 기원 등 구체적인 정보는 모두 반출된 뒤였습니다.

노기 상회에 대한 추가 조사와 병행하여 SCP-711-JP 연구팀은 개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디 밴드 "Red Bis"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해당 그룹은 기타/보컬인 존 W 빅스비를 중심으로 1980년대 후반 캐나다에서 결성되었으며, 1991년에 발생한 교통사고로 멤버 대부분이 사망하여 해체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현재까지 이 사고에서 변칙적인 점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Red Bis의 전 베이시스트 데이비드 흄 씨와의 면담 기록입니다.

면담 기록 711-JP

기록 19██/██/██

응답자: 데이비드 흄(이하 DH) 질문자: 아오 요원(이하 AA)

서문: 해당 면담은 재단의 위장 기업 스미스-캠벨 출판(Smith-Campbell Publishing LLC.,)의 "80년대 인디 밴드 신을 돌아보다" 기획 취재라는 명목으로 실시되었다. 원문은 영어로 기록되어 있다.

[기록 시작]

[불필요한 기록 생략]

AA: 그러면 다음으로 Red Bis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Z.O.C.』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DH: 아아, 그 곡 말인가. [작게 웃는다] 그건 존이 유독 공을 들였지.

AA: 무슨 말씀이신가요?

DH: 아까도 말했지만, 별난 놈들만 모인 우리 멤버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녀석이 존이었어. 늘 고개를 숙이고, 툭하면 배배 꼬인 소리나 하고……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록"을 하는 녀석이었지. 언제나 세상과 자기 자신에 불만을 품고 빡쳐서, 분노를 폭발시키듯 소리를 질렀어.

[한숨을 내쉰다] 사실 테크닉 자체는 대단하지 않았어. 그래도 뭐랄까, 그 녀석의 노래와 연주에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아니, 그게 아니네. 「지금 눈을 떼면 이 녀석은 죽어 버리는 거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만들 만큼 처절한 무언가가 있었지.

AA: 그 이유를 아십니까?

DH: [어깨를 으쓱한다] 어쨌든 전력을 다했다는 거겠지. 당시 존은 먹고 마시는 것 같은, 인간에게 필요한 것 대부분을 줄여서 음악에 바쳤어. 아니, 몰두한 나머지 시간이 흐르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 거지. 그 녀석은 악마인지 마법사인지한테 영혼을 팔았다는 둥 영문 모를 소릴 하곤 했지만, 그건 틀림없이 본인의 자질이었어.

그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지금도 가끔 생각하긴 하는데, 존만큼은 영…… 상상이 안 돼, 지금도 잘 지내고 있을 법한 모습이. 결국 그 녀석은 자살이나 다름없는 짓만 해 댔으니까, 차에 세게 들이받히든 머리에 총알을 갈기든, 금속 덩어리의 크기 차이였을 뿐 아닐까 싶기도 해.

AA: 그래서 『Z.O.C.』에 관해서 말인데요.

DH: 아아, 미안해. 그러니까 『Z.O.C.』는 그런 존이 가사도 곡도 1명이서 쓴, 공을 들인 작품이었어. 곡의 시작부터 총성처럼 거세게 쾅 하고 소리의 충격을 들이박는 개성 강한 곡이지. 그 녀석은 그때 「테마송이 필요해」라는 말을 반복했어.

AA: 자세히 들려주십시오.

DH: 있잖아, 영웅의 등장에는 어울리는 BGM이 따라붙기 마련이잖아? 어떤 흐름이든 뒤집어 버리는 정해진 테마곡이. 그러니까, 그 녀석 말로는……. [헛기침]

「소리는 공기를 떨게 하고, 진동은 사방으로 퍼지고, 그 열기가 공간을 채워, 그렇게 노래에 실린 영혼은 영역을 지배하지. 그 자리에서 청중은 "신앙"을 얻는 거야. 신앙, 믿을 수 있는 무언가, 세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 강한 인식은 세상을 극적으로 변모시키고, 이전에 존재하던 위상에서 관측자를 떼어 놓지. 그 끝에 이르면, 절대적인 인식은 현실의 구조에도 간섭할 수 있어…… 예를 들면 죽은 사람을 되살리거나, 엄청나게 큰 코끼리를 공중에 띄우거나, 진공 속에서 음악을 울리거나.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소원이 그곳에서는 이루어지는 거야」라더군.

[DH가 양손을 펼친다]

DH: 짧게 말하자면 말이야. 정해져 버린 각본도, 융통성 없는 물리 법칙도, 음악 하나로 전부 지배하고, 고쳐 쓰고, 뒤집어 버리는 거야. 존은 그런 곡을 만들려고 했어. 기적을 일으키는 성가 말이지. 그래서 『Z.O.C.』, Zone Of Control. 굉장한 이야기지?

AA: 그게 가능하다고 믿으셨나요?

DH: [웃는다] 천만에! 하지만 아가씨, 남자는 이런 꿈같은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거든. ……지금 돌이켜 보면 이건 그 녀석 나름의 철학이었겠지. 음악은 사람의 마음에 닿아. 연인 사이에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고, 제자리걸음하는 누군가에게 아주 조금 용기를 줄 때도 있지. 때로는 기적도 일으킬 수 있을지 몰라. 그건 마치…….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DH가 생각났다는 듯 손가락을 튕긴다]

DH: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기록 종료]

현존하는 유일한 Red Bis 공연 사진, “마치 죽은 코끼리처럼(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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