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9751
다른 사람들도 이 글을 읽을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그들에게 알리고 싶다.
그녀도 같은 마음일 것 같다.
~ 주리 냐시 요원
SCP-9751
O5 평의회의 명령에 따라
다음 문서는 5/9751등급 기밀이다. 인가받지 않은 접근은 금지된다.
9751
일련번호: SCP-9751 5/9751등급
등급: 분류 대기 중 기밀

우주 ?004 ‘금테 두른 파도’에 위치한 SCP-9751의 중계 지점.
특수 격리 절차: 차원간물류부는 SCP-9751의 성질과 상태, 그리고 이를 네온 신의 격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
설명: SCP-9751은 블루 라인으로, 램피터 대규모 망에 속한 해양 다중우주 교통 체계다. 램피터 비유클리드 운송회사의 기록이 훼손된 뒤 SCP-9751의 존재에 관한 모든 기록이 소실되었다. 이후 우주 Z987 ‘노선의 끝’을 조사하던 중 재발견되었으나, 곧이어 해당 우주는 네온 신에게 완전히 집어삼켜졌다. 퇴역한 호화열차의 식당칸에 버려진 여행 가방 안에서 다음과 같은 미완성 편지가 발견되었다.
나의 사랑에게,
모나에 관해 내가 쓰는 글은 이것이 마지막일 거요. 이토록 멀리 떨어져 있으니 글이 차갑게 느껴질 것 같소. 설령 일 때문에 우리 집을 떠나 있지 않았더라도, 당신을 마주 보고 이 말을 할 수 있었더라도, 줄 수 있는 위안은 기껏해야 보잘것없었을 테지.
우리 딸은 우리 곁을 떠났소. 아이는 이름 없는 그 공포를 데리고 끝없는 추격길에 올랐고, 우리는 그 모든 일에서 완전히 단절되었소. 오랜 세월 고통을 겪은 당신이라면, 둘 모두 떠나고 난 뒤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요.
해방감이오.
이제 아이는 제 항로를 정할 것이고, 우리는 따라가지 않을 거요. 아이가 그 무자비한 증오를 계속 뒤에 달고 다닌다면 더 바랄 나위 없겠지. 가문을 위해 희생하는 램피터는 그 아이가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테니까.
그리고 아이가 블루 라인 어딘가에서 그 악마를 이길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래, 내 모든 희망을 그 아이에게 걸겠소.
그 아이에게는 능력이
차원간물류부의 냐시 요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안에 관한 추가 조사를 제안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네온 신에 집착하는 램피터 가문의 일원이 있었고, 그 신을 본선에서 다른 곳으로 유인하려 했다. 이 편지가 모나라는 인물에 관한 유일한 단서다. 그 밖에는 기차역 천장의 가계도에서 지워진 가지 하나뿐인데, 지금은 그 가계도마저 시멘트와 크리스마스 전구에 덮여 있다.
그녀가 어디로 갔든, 그들은 그녀가 돌아오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녀가 무엇을 하려 했든 간에, 내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네온 신의 전진을 영구히 저지할 수 있는 일이었을 테고, 그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내게 딱 맞는 임무다.
내게는 미련도 두려움도 없고, 준비도 되어 있다. 나 역시 틀렸다면, 여러분은 요원 한 명을 잃을 뿐이다.
게다가 우리 직업은 원래 유통기한이 길지도 않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 새끼를 잡는다.
부서의 인력이 부족했던 탓에 로지 하틀풀 부장과 사이먼 켈스 부장은 냐시 요원의 단독 조사 제안을 승인했다.
네 달간의 조사 끝에 냐시 요원은 모나 램피터의 마지막 목격 장소가 우주 X273 ‘산호초 군락’임을 확인했다. 안하이스 정원 경찰서의 미제 사건 기록에 다음과 같은 수기 문서가 보관되어 있었다.
유원지 정원.
터전을 잃고 떠도는 가문이 이런 곳을 짓다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정원은 우리가 뿌리내린 곳에 지어야 했지만, 이 세계는 영원히 거쳐 가는 곳일 수밖에 없었다. 선조들은 계속 나아갔고, 정원은 그렇게 황폐해졌다. 본선에서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것들을 보았다. 거대한 조각상, 놀이공원, 한 번은 영원히 불타는 숲까지. 그것들은 ‘우리가 이곳에 있었다’고 적힌 표지판에 지나지 않았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먼지가 되거나 거의 먼지나 다름없어졌다. 조니 램피터의 사과 씨앗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흙 속에서 말라 죽었다. 머지않아 이 허상도 다른 모든 것과 함께 만물의 불길에 삼켜질 것이다. 허물어진 화단에는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 무심한 관리인들이 몇몇 있을 뿐이었고, 민들레 같은 잡초가 장미보다 훨씬 많았다.
하지만 유유히 흐르는 강은 여전히 매혹적이었다.
강은 황폐해진 정원을 서두르지 않고 가로질렀다. 저 아래 깊숙이 파 놓은 수로를 따라 흘렀다. 꽃 핀 풀숲과 기이한 꽃들이 강둑 위로 낮게 늘어져 있었고, 나는 작은 검은색 튜브에 몸을 싣고 그 아래를 떠내려갔다. 나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들로 붐빈다고 할 만큼 많지도 않았다. 내 마음에 꼭 들었다.
강은 동맥이다. 이 강이 인공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빗물이 강둑을 침식하고, 굽이마다 두꺼운 진흙이 쌓였다. 깊은 곳의 콘크리트에는 곧 흙으로 메워질 구덩이들이 패여 있었다. 물은 진짜 강과 가짜 강을 구별하지 않는다. 그저 저항이 가장 적은 길을 따라 흐를 뿐이다. 나처럼.
물의 흐름이 너무 느려서 생각이 저절로 흩어졌다. 멀리 있는 나뭇가지에 가리지 않는 곳에서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벽에 남아 있는, 아직 닳거나 벗겨지지 않은 정교한 도자기 무늬를 찬찬히 살폈고, 희미한 염소 냄새를 맡았다. 함께 즐기러 온 사람들이 주위에 가득하다면 이 고리 모양 수로를 떠다니는 기분이 어떨지 궁금해졌다. 더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거의 혼자나 다름없이 이곳에 있으면서, 위쪽 세상의 음악과 말소리가 흘러가도록 내버려 둘 수 있어 기뻤다.
앞쪽에 갈림길이 있었고, 부표들이 되돌아가는 수로 하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낮의 즐거움이 끝난 깊은 밤, 나는 그곳에서 경로를 바꿀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강은 사라지고, 나는…… 어디에 있게 될까?
운이 좋다면, 내 적이 없는 곳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램피터를 만든 것이 바로 행운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유원지 정원은 오래전에 작은 주거 단지로 개조되었지만, 유수풀은 여전히 관광객에게 개방되어 있었다. 다만 모나 램피터가 마지막으로 지나갔을 때보다 더 황폐해진 상태였다. 냐시 요원은 이곳의 램피터 연결을 활성화할 방법을 찾으려 했고, 단서를 따라 조사를 진행했다.
다중우주라는 숲의 이 일대에는 사람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나무껍질부터가 이미 고분자 물질과 강철로 변한 곳이었으니까. 남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떠날 생각을 하고 있거나, 너무 두려운 나머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미친 사람 보듯 했다. 이미 멸망한 세계에 제 발로 찾아오려는 미친 사람.
멀리 어딘가, 양자 도약 한 번 너머에는 의식 없는 동화 기제가 있다. 그것은 언제든 막을 뚫고 이곳을, 나까지 함께 집어삼킬 수 있다.
물론 강 상류에서는 이런 짜릿함을 찾을 수 없다.
찾을 수 있는 튜브는 하나뿐이었다. 강에 쓰러진 나무줄기에 감긴 채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고, 공기는 남아 있지 않았다.
문득 내키는 대로 튜브를 그 자리에 두고 맨몸으로 들어갔다. 물살이 내 몸을 갈림길로 데려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물에서는 더 이상 염소 냄새가 나지 않았다. 모조 강은 진짜가 되어 가는 중이었다.
경계선에 닿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아직도 램피터 가문이 세계 사이에 어떻게 연결을 만드는지 모른다. 그 가문의 이단아가 만든 것은 더욱 알 수 없었다. 튜브가 이동하는 동안 내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모나가 아버지의 생각처럼 신동이 아니어서, 반대편에 도착하지도 못했다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마법이 사라졌다면?
경계선을 넘자 찬란한 일출이 눈앞에 펼쳐졌다. 햇빛 아래 도시가 반짝였다. 거의 실망스럽다고 할 만했다. 추적을 계속할 수 있게 해 주기는 했지만, 가장 재미없는 결과였다.
어째서 제대로 작동했을까? 튜브가 진짜 나룻배는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유유히 흐르는 강에서는 승객이 곧 탈것이다.
더 깊은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저 물끼리는 서로를 알아보는 것인지도.
하지만, 아, 그 도시. 머리 위로 솟아오르는 동시에 아래로는 심연에 잠겨 있었다. 베네치아 위에 베네치아를, 그 위에 또 베네치아를 쌓은 듯, 물에 잠긴 제 뼈대 위에 세워진 도시였다. 수면 위로는 십 층 높이까지 솟고, 수면 아래로는 바닥없는 깊이까지 뻗은 운하의 도시. 가장 깊은 곳의 아케이드는 보이지도 않았다. 숨을 참고 물 밑으로 들어가고 싶은 그 욕망은…… 그래, 경이로웠다.
나는 가장 가까운 부두로 헤엄쳐 가서 기어 올라갔다.
이곳 사람들은 말수가 적었지만, 불친절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수천 명이 살고 있었다. 한때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듯한 시절도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유수풀을 통해 온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도시의 한쪽 끝에서는 해안이 보였다. 건물의 정면은 하나도 그쪽을 향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건축에 쓸 목재와 석재를 모으러 갈 때만 내륙으로 배를 저어 간다고 했다.
이유는 말해 주지 않았다.
냐시 요원은 도시 중심에서 대형 기록보관소를 발견했다. 그녀가 알아낸 바에 따르면, 해당 우주의 아이들은 성인이 되면 『설립자의 유언』이라는 문서를 읽을 수 있게 되며, 그 안의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뜻에 따라 행동할 수 있었다. 여러 세대가 지났음에도, 그녀는 램피터 가문의 대표자라는 자격으로 그 문서를 열람하도록 허락받았다.
바로 내가 바라던 곳이다. 손길이 닿지 않은 해안.
이곳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기존 건물에 맞춰 줄 필요가 없다. 오직 내 힘만으로 불멸의 요새를 세울 수 있다.
물 위에 지을 것이다.
너무도 단순한 발상이어서, 지나치게 손쉬워 보일 정도다. 해안에 지으면 추적자들이 역병처럼 퍼져 나갈 것이다. 전부 바다 위에 지으면, 그들은 모래사장에 서서 바라보기만 할 뿐 손쓸 도리가 없을 것이다.
……
오늘 사람이 한 명 왔다. 순전히 우연으로 유수풀을 통과하는 이 길을 발견한 사람이었다. 원래는 물에 몸을 던져 죽으려 했던 것 같다. 그는 헤엄쳐 와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여기 머물러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간섭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
또 한 명.
……
또 한 명.
……
이제 이곳은 마을이 되었다. 여전히 물 위에 있다. 건축할 때 말고는 다른 사람들끼리도 별로 어울리지 않지만, 나는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
모두 내가 책임자라고 생각한다. 가장 최근에 온 무리는 내게 무슨 선견지명이 있다고 여긴다. 내가 자기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
더는 견딜 수 없다.
경사진 연석과 교통 법규, 운하의 부표, 주민 위원회. 그들은 모든 건물이 천편일률적이기를 원한다. 전등을 원한다. 오늘은 광장에서 시를 낭송하는 여자를 보았다. 마을을 찬양하는 시였다. 그 목소리에 담긴 도취감이란……
떠나야겠다.
문서의 끝에서 냐시 요원은 대충 그린 지도를 발견했다. 너무 오래되어, 자신이 있는 도시를 묘사한 것임을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녀가 판단할 수 있는 한, 지도에 그려진 건물의 윤곽은 땅속 깊이 묻힌 기초와 일치했다.
당시 모나는 이곳이 그저 마을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체 얼마나 오래전에 떠난 걸까? 나는 유령을 뒤쫓고 있는 걸까?
어쩌면 블루 라인은 세상에서 가장 광활한 푸름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나는 뱃사공을 고용해 모나의 지도에 표시된 은밀한 골목을 찾는 일을 도와 달라고 했다. 그동안 도로와 운하와 구역들은 몰라볼 만큼 변했지만, 길잡이는 그 안에 변하지 않는 논리가 있음을 보여 주었다. 물이 어떻게 인간의 창조물을 빚어내는지, 어떤 무늬들이 어떻게 조수 속에 새겨지는지 보여 주었다. 저류가 건축가의 손을 은밀히 이끌었다. 우리는 돌기단에 풍화로 생긴 좁은 틈을 통과하고 보행용 잔교 아래를 지나갔다. 위를 걷는 사람들은 우리가 아래로 천천히 지나간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마침내 우리는 완전한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완전한 빛.
배는 자갈 해변으로 향했다. 산산이 부서진 이 해안의 다른 부분보다 딱히 길조로 보이지는 않는 곳이었고, 뭍에 올라앉은 자작나무 껍질 카누 한 척만 유독 눈에 띄었다. 세월처럼 높이 솟은 나무들이 사방의 세상을 차단하고, 습기만 남겨 두고 있었다.
“오솔길에 내 안부를 전해 줘요.” 길잡이가 배를 밀고 떠나며 말했다. 나는 뱃사공이 틈새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 뒤, 카누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숲에 들어갔다.
나무껍질에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가루이들이 무릎 주위에서 윙윙 맴돌았지만, 내 앞뒤로 뻗어 있는 수액 냄새 나는 피난처 안에는 들어오려 하지 않았다. 걸음을 옮기는 동안 아득한 옛 리듬이 귓속으로 들어왔다. 새소리와 나뭇가지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 오직 나만 들을 수 있고 오직 나만 그 실재를 느낄 수 있는 소리들이 카누의 열린 선체 안에서 울려 퍼졌다. 머리를 물속에 담그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숨을 쉴 수 있다는 점만 빼면.
나는 물을 곁에 데리고 왔다.
내 뒤에는 무엇이 남을까?
나는 길을 따라갔다.
내 시대에는 덤불 사이로 발과 말발굽과 썰매 날이 다져 놓은 오솔길이 있었고, 나는 그 길을 따라 황야로 향했다. 빽빽하고 칠흑같이 어두운 숲에서는 배를 짊어지지 않았더라도 주위를 살필 수 없었을 것이고, 어느 길이 가장 많이 밟힌 길인지 짐작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내 운명은 먼저 온 이들의 발에 달려 있었다. 과거가 곧 나의 강이었고, 나를 그 근원으로 데려갔다.
나는 산업의 손길이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그 숲을 벗어나, 암석 지괴와 꽃이 만발한 좁은 골짜기를 가로지르는 길을 찾았다. 길은 마른 나무와 썩은 잎이 깔린 숲길을 따라 아래로 이어졌다. 물감으로 그린 표식 때문에 문득 걸음을 멈췄다. 눈앞에는 바위를 뚫고 아래로 열린 강의 출구가 있었다. 폭포가 보였다. 숲이 베어진 모든 세계의 그 어떤 폭포보다도 장엄했다. 낙차는 수백 미터였고, 바닥은 소용돌이치는 물안개에 가려져 있었다. 이것이 나의 다음 물길일까?
멀리, 거세게 흐르는 강 건너편에서 연기가 보였다. 긴 집들과 울타리 벽이 있었는데, 모두 흙과 자갈로 지은 것이었다. 마을 하나, 그리고 웃음소리. 바람에 고기 냄새가 실려 왔다. 배를 짊어지고 먼 길을 걸은 뒤 쉬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절벽 위에서 표식을 하나 보았다. 석회암에 시 한 편이 새겨져 있었다. 후세에 전해지도록 불로 그슬려 놓은 것이었다.
가라앉고, 가라앉고, 또 가라앉는다 내가 어디에 머물지 아무도 모른다 웃음과 놀이와 즐거움에서 멀리 밀려드는 사람의 바다를 벗어나 합류하는 물살에 몸이 묻히기 전에 가라앉고, 가라앉고, 또 가라앉는다
이토록 깊이 추락한 천사는 없었다. 아래쪽의 보이지 않는 물웅덩이에 닿기 훨씬 전부터, 카누가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는 것을 느꼈다.
북적이는 부두에서 눈을 떴다. 전에도 부두 아래를 떠다닌 적이 있었다. 물은 맑았다. 바닥이 한눈에 보일 만큼 맑았다. 물가가 갑자기 깊어지는 곳에서는 선명한 푸른색 해조류의 숲이 보였다. 완전한 침묵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이곳에는 조수가 없었다. 밤이 되면 하늘에 달도 없다는 것을 보게 될 터였다. 넓고 푸른 만이 있었고, 지평선의 여섯 언덕에 퍼진 어촌이 만을 둘러싸고 있었다. 피카레스크 소설 같았다. 보스의 그림 같았다. 조각상만 빼면.
얼굴을 찌푸린 여자. 저 멀리 있는 광장마다 그 여자가 있었다.
부두에 노인 한 명이 있었는데, 노래를 받고 배를 빌려 주었다. 말 그대로였다. 나는 배를 짊어지고 건넜던 세계의 시를 불러 주었다. 노인은 그 시를 알아듣고 눈을 빛냈다. “그 여행의 노래로구먼.” 그가 웃으며 말했다. “어렸을 때 이후로는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다음 길을 아느냐고 묻자, 그는 거친 손가락을 뻗어 수평선을 가리켰다. 선명한 주황색 부표 하나가 외따로 보였다. 해저로 뻗은 사슬마저 보일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저 표식들을 지나가요.” 그가 말했다. “전부 다 지나가.”
배를 몰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아마 물에 빠져 죽을 거라고 했다. 나는 상관없다고 했다.
이미 노래를 불렀으므로, 그는 나를 배에 태워 주었다.
마지막 부표 안에서 작은 일기장을 발견했다. 해안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육지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일기장에는 기록이 하나뿐이었다.
이와 견줄 만한 자유는 없다.
물론 이곳에도 규칙이 있고, 항로가 있고, 통행 우선권이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지구에도, 이토록 광활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져 마음껏 뛰어들 수 있는 곳은 없다. 유일한 제약은 바람과, 그 바람을 다루는 자신의 재주뿐이다.
허락하지 않는 한 해안의 고함은 당신에게 닿을 수 없다. 함께 항해하는 이들과는 손을 흔들어 인사할 뿐이고, 대화는 깃발 신호로 이루어져 가장 순수하고 예의 바른 거리가 유지된다. 키를 돌리고, 돌리고, 또 돌린다. 물 위를 종횡으로 가르며, 키 손잡이가 항적을 그려내는 감각을 느끼고, 뱃머리에서 물보라가 튀는 것을 느끼며, 거센 바람이 돌변할 때 몸을 숙여 돛대를 피한다.
지도에 없는 그늘진 해변에 닻을 내린다.
달빛의 리듬에 맞춰 흔들리는 섬유 요람에서 잠든다. 세상을 감싸는 장력이 광활하고 고요한 수면 위에서 가볍게 찰싹이는 소리를 듣는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 닻사슬이 끌리고 바위가 가까워지며 선체가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무언가를 바다에 던지면 그것이 영원히 사라졌음을 안다. 태양을 향해 쏘아 보낸 것처럼. 보이지 않는 육지에서 날아온 잠자리에게 발견된다. 가장 신선하고 가장 빠른 공기를 들이마신다. 낯선 척도로 자신의 속도를 느낀다. 지구의 숨결 속에서 근육과 밧줄을 시험에 맡긴다. 파도 아래로 들어가면서도 젖지 않는다. 햇볕 아래에서 몸을 굽는다. 끓인 바닷물로 이를 닦고, 바다를 거울 삼는다. 등유로 요리하고, 어둡게 깜빡이는 등불 아래에서 책을 읽고, 눈을 감으면 자동차도 비행기도 기차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그곳’에 있는 것이다. 세상과 단절된 채. 짙은 붉은 포도주에 떠 있는 코르크 마개처럼. 자유롭게.
그것이 필연적으로 찾아오기 전까지는. 엔진과 제트기와 휘발유. 이 가장 견고한 요새마저 물들기 전까지는.
그러고 나면 할 일은 하나뿐이다.
더 깊이 잠수하는 것.
냐시 요원은 직감에 따라 마지막 부표를 지나 항해했다.
한순간 전까지 나는 바다에서 막막함에 빠져 있었다. 일렬로 늘어선 부표를 등지고, 저 하얀 태양을 향해 항해했다.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했다. 내 손은 조타륜을 단단히 잡고 있었다. 준비는 되어 있었다.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있었다.
다음 순간, 눈앞에는 흰 모래가 있었다. 자갈길 하나가 물가에 바짝 붙은 회색 벽돌집으로 이어졌다. 나는 배 밑바닥을 들어 올려 서툴게 해안에 얹어 놓고는 기어 내려왔다.
뒷마당에 사람들이 있었다. 바비큐를 하고 있었다. 한 가족이었다. 어른들은 조용히 먹고 있었고 아이들은 한창 신나게 놀고 있었다. 그들이 나를 알아차리자 역할이 뒤바뀌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추방자 중의 추방자이며, 이곳의 주민이라고 했다. 이곳에는 작은 영지가 천 개 넘게 있었고, 인구는 내 지구의 극북 지방보다도 더 희박했다. 그 가족을 제외하면 남자든 여자든 저마다 하나의 외딴섬 같았다. 자발적으로 택한 삶이 아니라 공동의 희생이었다. 길을 지키기 위해서. 그 노선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들은 이곳이 한때 위대한 상업 제국이었다고 했다. 무역에 쓰던 도구들이 작동하지 않게 되었고, 그것을 고칠 수 없게 되자 제국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나는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되었다.
이곳은 그야말로 잔해의 수렁이었다.
냐시 요원은 자신이 ?004 ‘금테 두른 파도’라고 명명한 이 우주에 두 달 동안 머물며, 모나 램피터의 다음 행적을 밝히려 했다. 모나는 민간전승 속 ‘돌아서 떠난 여자’가 되어 있었고, 최종 행방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더는 방법이 없어진 냐시 요원은 해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고, 그러다 코르크 마개로 봉한 포도주병 안에 말아 넣은 유서를 발견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묘지 안에서조차.
누군가 나를 따라다닌다고 말하는 것은 다소 자만일지도 모른다. 이 땅을 벗어난 사람은 나뿐이 아니고, 내가 처음도 아니다. 애초에 내 생각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묘지 안에서조차 나는 벗어날 수 없었다.
처음 그 배들을 보았을 때는 두려웠다. 어쩌다가 다시 문명 세계로 돌아온 것은 아닌가 두려웠다. 하지만 다른 살아 있는 사람을 만난 것은 여러 해가 지난 뒤였다. 이 에덴에는 아담이 있었던 적이 없다. 해면에 흩어진 버려진 배들은 모두 아득한 저편에서 찾아온 방문객이었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한때는.
전성기의 이 거대한 호텔들은 자연에 대한 지배, 기술적 탁월함, 끝없는 오만의 상징이었다. 이제는 모든 여정이 결국 끝난다는 사실을 기리는 기념비가 되었다.
내 여정만 빼고.
십구 세기와 이십 세기가 교차하던 무렵부터 증기 시대의 끝에 이르기까지, 수억 척의 원양 여객선. 이름을 아는 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몰랐다. 리벳으로 이어 붙인 강철 산맥처럼 내 앞에 솟아 있었다. 어떤 배는 검정과 빨강과 하양이 섞여 있었고, 어떤 배는 하양과 빨강과 초록이 섞여 있었으며, 전시 복무를 위해 위장 도색을 한 배까지 있었다. 무엇이 이 배들을 이곳으로 데려왔는지 상상할 수 없다. 어쩌면 그저 과거의 메아리일지도 모른다. 아득한 옛날 사람들에게 지녔던 의미가 공명하여, 확률이라는 이 현에 갇힌 채 그저 이렇게 울리고 있는 것일지도.
배에 올라타는 데는 제법 애를 먹었다.
나는 굴뚝이 네 개 달린 당당한 배를 골랐다. 이름은 야망호였다. 그 이름에 담긴 반어가 마음에 들었다. 닻을 내려 두었다는 것도 좋았다. 덕분에 사슬을 타고 올라갈 수 있었다. 사슬 고리의 크기는…… 그래, 나만 했다. 갑판에 올라가 보니 오랜 풍파를 겪었지만 여전히 항해할 수 있는 상태였다. 길이가 팔백 피트를 넘는 선체 안에서는 호화로움이 아주 조금 바랬을 뿐이었다. 내부는 온통 금색과 미색이었고, 식료품 저장실은 가득 차 있었다.
동행하는 승객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천국.
원양 여객선에는 마법이 있다. 진짜 원양 여객선 말이다. 요즘의 케이크처럼 요란한 것들 말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배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완결된 공간이 우연히 움직이기도 하는 것에 가깝다. 그 윤곽은 장중하고 위엄 있으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리가 침몰한 배들만 기억한다는 것이 나는 늘 안타까웠다.
나는 승객들의 사정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게는 배가 더 흥미로운 인물이었다. 거대하고, 선명하고, 아름답고, 결코 멈추지 않는 존재. 이 안락한 관망 지점에서 보면 배 안의 도덕극과 한결같은 불평등은 추상적인 역사에 불과했다. 나는 차라리 그 오래된 거짓말을, 그 꿈을 믿고 싶었다.
혼자 그 꿈을 꾸고 싶었다.
처음 며칠 동안은 궁전 같은 새 집이 다른 계류되지 않은 배들처럼 옆 배에 부딪혀 산산조각 날까 걱정했다. 하지만 자연은 침묵을 지켰다. 비도 오지 않았고, 바람도 불지 않았다. 바닷가 산책로를 거니는 동안 내 선단은 꼼짝하지 않았지만, 생각은 쉴 새 없이 내달렸다.
나는 이 빌어먹을 것을 움직이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출항하려면 적어도 화부 한 무리와 잘 훈련된 선원들이 필요했다. 그래도 닻을 끌어 올려, 필연적으로 찾아올 침입을 막을 수는 있었다.
그들이 왔을 때는 저마다 배 한 척씩을 차지했다. 당시에는 배가 쓰고도 남을 만큼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보급품이 바닥나서인지 유지 관리가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일이 되어서인지, 그들은 선원 집단을 이루었다. 엔진을 왕복 운동하게 만드는 법을 배웠다. 아, 칠흑같거나 새하얗거나 오색찬란한 선체들이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광경은 얼마나 장엄했는지. 산맥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다.
물이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배와 함께 가라앉을 생각도 했다. 솔직히 말해 나는 너무 오래 머물렀다. 내 양옆에는 항로가 나 있었다. 그들은 아마 멈춰 선 내 야망을 섬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어쩌면 감옥섬이라고.
다음에 어디로 가든 아무도 따라오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결코 찾지 못할 곳에 문을 열어 두기만 하면. 나는 이 글을 물에 맡기고, 집을 심연에 맡긴다.
잠들게 두자. 내 꿈의 배를.
또 하나의 묘지가 되었다.
냐시 요원은 새로 발견한 내용에 관해 현지인들과 논의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아니, 적어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지금껏 거쳐 온 모든 세계에서처럼, 이곳의 아이들도 때로는 떠나고 싶어 했다. 사방으로 흩어져 물결에 몸을 맡기고 싶어 했다. 추방자들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모나의 운명에 관한 비밀이었다. 그들은 침몰선을 하나하나 찾아 잠수하면서 그것을 알아냈다. 그들은 목숨을 대가로 치렀지만, 나는 내 시간만 희생했을 뿐이었다.
왜 바로 말해 주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내가 모르는 동안 꽤 행복하게 지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나는 살 곳을 찾으려고 여기 온 것이 아니었다……
어쨌든 그들에게는 잠수정이 있었다. 야망호의 잔해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곳에 있었다. 당연히 한 번 가 봐야 했다.
물론 그것이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도 알았다. 운 좋게 그곳에서 죽지 않는다면, 전이문이 여전히 작동한다면, 그들이 처음부터 위치를 제대로 짚었던 것이라면, 그러니까 잠수정은 늘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그건 여러 가지를 뜻할 수 있었으니, 그렇다면 반대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 통로가 나를 어디로 뱉어 내든, 감압실은 거의 확실히 없을 것이다. 먼저 간 이들이 갑자기 보기 드문 공익 의식에 눈뜨기라도 한 것이 아니라면. 나는 감압병으로 죽게 될까?
그런 생각은 어둠 속으로, 오래전에 침몰한 여객선을 향해 내려가는 동안에야 떠올랐다. 이런 마지막 걱정은 꽤 신선했다. 어디서 비롯된 생각인지 이해할 수 없었고, 비슷한 생각이 마지막으로 머릿속을 스친 때가 언제였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그 기체들에 기꺼이 도전하고, 그것들이 나를 죽이도록 내버려 두었을 것이다. 그 생각은 여전히 구역질 날 만큼 짜릿했다……
그녀가 그곳에 있었다.
장엄한 헛됨을 그린 유화가 용제에 녹아 캔버스에서 벗겨지더니, 녹슨 강철과 화석이 된 목재를 휘감고 나를 향해 헤엄쳐 오는 듯했다. 그렇게 야망호의 선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타이타닉호처럼 두 동강 나 있었고, 배 밑바닥이 해저와 격렬하게 마찰한 탓에 바닥이 위로 들려 내부 갑판을 짓눌러 버렸다. 좌현 뱃머리에는 거대한 구멍이 시커멓게 벌어져 있었다. 상부 갑판은 벗겨지고 있었고, 이 거함의 등뼈는 이미 부러져 있었다.
어느 세계에서건, 어떻게 이토록 거대한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나는 잘못 본 것이 아니기를 기도하며, 가장자리가 들쭉날쭉한 금속 균열 쪽으로 떠갔다. 다시 돌아서서 등불을 함교 쪽으로 비추고, 부러진 자리를 살피고, 사라진 선미 부분을 찾아보고 싶은 그 충동은……
밀폐된 공간의 공포. 사라진 것의 윤곽 속에서, 산화된 잔상 속에서, 이곳에서는 갑판처럼 보이는 것조차 수백만 미생물이 자신들이 먹어 치운 거대한 것을 흉내 내고 있을 뿐이었고, 그리고——
——그리고 나는 통과했다.
앞에 또 다른 구멍이 있었고, 희미한 빛 한 줄기가 보였다. 이 두 번째 무덤에서 빠져나올 때 모래와 해조류가 휘말리며 모든 것을 뒤덮는 안개가 되었다. 야망호는 아니었지만, 자매선일지도 몰랐다. 잠수정 안에 있었는데도 내가 나타난 데 항의하듯 배가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다. 유리 너머로 그 거대한 금속 턱이 닫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곳도 통과했다. 사나운 물살이 나를 앞쪽 위로 거세게 밀어 올렸다. 그것이 저 빈 껍데기를 위한 조종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쪽의 선체가 무너지면서 전이문은 잔해 속에 갇혔다.
돌아갈 길은 없었다.
감압병은 정말로 나를 죽일 뻔했다. 그 생각을 하자 눈물이 났고, 극심한 통증에 몸이 굽었다. 지금은 안 돼. 이렇게는 안 돼. 안……
안 돼.
불편한 느낌이 가시고 해치를 열었을 때, 지금껏 느껴 본 적 없는 기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이번에는 오두막 하나뿐이었다. 절반은 조잡한 부두 위에 지어져 있었다. 아무도 없었다. 뒤에는 울타리로 둘러싸인 공터가 있었다. 탁자 위에는 낯익어 보이는 일기장 한 권이 놓여 있었다.
마지막 일기 기록은 다음과 같다.
추격은 끝났다. 나는 유감스럽지 않다.
처음부터 알았어야 했다.
사람들이 어디로 가든, 언제나 누군가는 그 뒤를 따른다.
따라가는 것은 우리의 본성이다. 우리는 첫 모험이 뚫어 놓은 통로를 걷는 데 익숙하다. 개척지는 언제나 움직이는 목표다. 무리에서 가장 먼저 벗어난 이가 그 경계를 앞으로 밀어내지만, 결국 뒤따르는 이들이 제때 그곳을 채운다.
블루 라인은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물론, 그것도 결국 물이고 우리도 물이다. 물은 여행 중이다. 내가 한때 나 자신에게 그려 주었던 여행과는 다르지만. 물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다가 멈추지 않는다. 언제나 다음 출구를 찾는 것은 맞지만, 출구가 없다고 해서 그것이 끝은 아니다. 물은 변한다. 순환한다. 결코 같은 물이 아니면서 언제나 같은 물이다. 강은 바다가 되고, 바다는 구름이 되고, 구름은 비가 되고, 비는 다시 강이 된다. 모든 물은 서로 이어져 있다.
우리조차도.
그들은 처음부터 적이 아니었다. 나를 쫓아온 적도 없었다. 다만 내가, 우리가 본래 하나였다는 것을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 뿐이다. 도망치고 싶은 사람은 나뿐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함께 있는 웅덩이의 가장자리를 깎아 내고, 다른 곳으로 흘러가고 싶은 사람은.
이제 나는 내 손으로 나만의 웅덩이를 여섯일곱 개나 팠고, 그 웅덩이마다 나 같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많다. 그들 중 누군가는 다음 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나는 길을 닦아 놓았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하지만 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이곳에 잠시 머물고 싶다. 오늘 해변에서 노인 한 명과 젊은 여자 한 명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들의 말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산책을 나가, 방해가 되지 않게 내 소개를 하고, 무슨 일이 생길지 지켜볼까 한다.
조수를 계산해 보았다. 그곳에는 위험한 저류가 흐르고, 그 저류에 휩쓸려 가는 지점에 통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계산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다음 굽이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다면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내 생각에는, 그 길은 사실 줄곧 되돌아오는 길일 것 같다. 그런 직감이 든다.
물은 그런 것이니까.
냐시 요원의 마지막 보고
나는 누군가를 구하려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다.
네온 신을 막을 방법을 찾았다면, 당연히 그것을 가지고 돌아가 그들에게 건넸을 것이다. 얼마나 끔찍한 인간이어야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조에 달하는 목숨이 위태로웠고, 그것은 내 개인적인 득실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이런 것을 발견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실망스럽지는 않다. 애초에 그건 구실이었을 뿐이다. 지극히 타당한 구실이기는 했지만.
내가 온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낯선 꽃들로 가득한 정원을 보았고, 하늘과 하늘 사이의 강을 배로 건넜다. 물 위에 겹겹이 세워진 도시들을 보았고, 가장 먼 육지의 끝까지 항해했으며, 가장 깊은 심연으로 잠수해 그 거대한 강철 무덤의 비밀을 탐색했다. 그리고 그들이 이곳에 세운 것은, 버림받은 자들과 망명자들과 떠도는 자들, 길 잃은 아이들과 마지막 도망자들이 세운 것은…… 글로 남기고 싶지도 않다. 나는 우주와 맹세를 나누려 한다. 내 항해를 조금만 더 이어 가게 해 준다면, 그때 여러 세계에 내 입으로 들려주겠다고.
물론 이 문서들은 기꺼이 업로드할 것이다. 여기에는 배워야 할 교훈이 있고, 밝혀야 할 진실이 있다.
이 여정에 오르기 전, 그 저류가 나를 부르던 이유는 전혀 달랐다. 이제는 그것이 나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고 부르는 것 같다.
어쩌면 집으로 돌아오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모나는 해변에 묻혔다. 밀물이 지나가도 안식을 방해하지 않도록 아주 깊이 묻혔다. 물은 물로, 먼지는 먼지로. 현지인들은 그녀에게 자녀가 없었다고 했지만, 전설에 따르면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 나름의 방식으로.
구애하는 이도, 자녀도 없었지만, 뒤따르는 이들은 이토록 많았다. 후손들이 이토록 많았다.
그녀가 끝내지 못한 일을 우리가 마칠 수 있을지 알아볼 것이다. 그녀에게 진 빚이라고 생각한다.
물이 나를 데려가든 되돌려 보내든, 이 모든 일이 어느 끔찍한 순간에 끝나든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이어지든, 나는 이 끝없는 강 위에서 내가 해야 한다고 깨달은 일을 할 것이다.
살아야만, 나는 죽을 수 있다.
글
k_Eld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