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 내부
나는 하나의 사명을 완수해야 한다, 바로 이 땅에서.
이층에 있는 그분이었던가? 더없이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솔직히 말하면, 나도 잘 모르겠다.
갑옷을 갖춰 입고, 모닥불 옆에서, 검집에 넣어 잘 갈무리한다.
담장 밖 하늘은 선홍빛이고, 나는 문드러진 고기를 거듭 씹는다.
아직 삼킬 겨를도 없는데, 모든 게 참 무겁다.
아직도 어제 오전 삼각에 머물러 있는 걸까?
나는 그를 안다, 이층, 복도 끝.
그럴듯하게 위엄을 갖춘 왕좌로 통하는, 위병들이 머리를 맞대고 속삭이는 세 마디 암호.
물고기 눈
부패
시체
무서울 만큼 간단하지, 그렇지.
성문은 살짝 닫혀 있고, 나이프와 포크를 거둔다.
휘도는 계단. 올라서서, 왼쪽으로 돈다.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세 단어를 읊는다. 문 뒤에 그를 비추는 거울.
그가 반응하지 못하는 틈에 곧바로 권총을 꺼내 그의 이마를 겨누자 그의 몸이 곡선을 그리며 굽어졌다 떨림은 없었다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의 눈알에는 혼탁한 경악만 남아 총알이 불꽃을 달고 총구를 빠져나와 최단 거리로 자신의 얼굴에 도달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의 두 손은 아직도 휘저으며 휘저으며 무언가를 붙잡으려 했지만 공기 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의 손가락은 하나씩 뻣뻣하게 굳고 팽팽하게 끊어지고 푸르게 질려 아건강 상태의 모습을 드러냈다. 총성과 함께 총알이 그의 이마에 박혔다 오래도록 고여 있던 피가 즉시 흩어지며 공기 중에 안개를 터뜨렸다 녹슨 쇠 냄새가 그 뒤를 따라 사방으로 퍼져 코를 덮쳤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나는 그가 완전히 쓰러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몇 걸음 서둘러 다가가 권총으로 계속 그를 겨눈 채 오른손을 허리춤으로 뻗어 작은 칼을 꺼냈다 던지지 않고 손에 꽉 움켜쥔 채 다가갔다 그의 눈알은 죽은 물고기처럼 나를 노려보았다 도감에서 읽을 수 있는 그대로였다 이내 칼날로 말끔히 도려냈다 얼굴은 바라던 대로였다 피가 내 티 하나 없이 깨끗한 약지에 묻어 몹시 화가 난 나는 침을 한 모금 뱉었다. 그의 몸은 척수의 지탱을 잃고 블록처럼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작은 칼로 원심성 신경을 잘랐다 그는 이미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다 눈알이 몸 밖에서 악착같이 돌고 돌며 화약 연기를 내뿜는 내 권총을 응시했다 뻗어 나가며 차츰 초점이 흐려졌다 눈꺼풀은 끝내 감기지 않았다 그 안에는 이미 아무것도 없었다. 왼손에 끼워져 있던 반지를 내가 벗겨 내 그대로 그의 목구멍에 박아 넣었다 끈적한 피 때문에 반지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내게는 붉은색 붉은색 붉은색만 보였다 그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그가 어떻게 개의할 수 있겠는가 심장이 뛰며 거듭 내 뇌를 두드렸다 숨결 숨결마다 피가 가득했다 완벽한 황금분할비 내 팔에서 내 뇌와 그의 뇌까지의 거리 나는 호흡의 빈도를 살필 겨를도 없이 손으로 그의 두개골을 갈라 벌리고 벌레 같은 조직을 후벼 냈다 그에게 더는 되살아날 여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조금 속도를 늦췄고 호흡도 차츰 평온해졌다 물론 호르몬 수치는 아직 정상과 거리가 멀었다. 그의 온몸이 마침내 동시에 바닥에 닿았다 영문 모를 쾌감이 등 뒤에서 내 두피를 꿰뚫었다 나도 모르게 그의 등을 짓밟았다 피가 총성을 따라 조금씩 아래로 힘을 가하며 거듭 튀었다 바닥은 댄스홀의 조명을 받은 듯했다 황홀하게 취해 있다가 나는 정신을 차렸다. 그는 이미 죽었다.
나는 그 조각들을 호수에서 건져 내고 싶었다.
금세 실패했고, 수위는 여전히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왕좌에 앉아, 갑옷과 생각을 정리했다.
어떻게 강을 건너야 할까.
이곳에는 가시덤불이 사방에 자라 있고, 큰까마귀가 두 눈으로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참 난감하다, 이렇다면, 이제 무사히 빠져나가기는 불가능하겠지.
묘비는 어디에 세워야 할까.
나는 호위병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지 확인했고, 시냇물은 여전히 바깥으로 구불구불 흘렀다.
어둑한 반대편 끝, 높이 매달린 초록색.
발소리도 없이, 온통 고요하다.
하지만 이대로 유유히 떠날 수도 없겠지.
그가 파닥파닥 중얼거렸다. 성가시다.
나는 몸을 반쯤 대관식 밖으로 내밀었다, 큰까마귀는 체온만 알아보고, 대문은 닫히지 않는다.
등 뒤에서, 전서구가 때맞지 않게 편지를 전해 왔다.
나는 무고한 추궁에 답할 도리가 없었고, 깃털은 어색하게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오 분 뒤, 마침내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럼 도망치기 시작하자 도망 도망 나는 더는 엉망이 된 사무실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앞발 뒷발 몸통은 모조리 사무용 책상과 서류철 아래 묻혀 있었다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나는 권총과 작은 칼을 움켜쥐고 사무실 문밖으로 몸을 내던졌다 작은 칼이 뜻하지 않게 깊숙한 상처를 남겼다 내 피도 흘러내려 내가 나아가는 방향을 표시하고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매혹적인 미끼를 남겼다 더 나은 답은 이미 없었다 오직 앞으로 남쪽으로 뒤돌아보지 마라. 발소리가 등 뒤에서 생겨나 번식하기 시작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내 고막 안에 끝없이 메아리쳤다 나는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듣지 않으려 했다 그것들은 악착같이 안으로 들이받아 내 대뇌피질을 뚫고 그 안에 공포와 불안과 네 마음속에서 생각하는 모든 것을 심었다. 마침내 백 미터 밖에서 총성이 터졌다 처음에는 소리가 없었다 이내 지뢰를 탐지한 듯 겹겹이 바닥 타일과 흙을 튀어 올렸다 물속에 물을 던져 넣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들을 볼 수 없었다 그저 도망치고 싶었다 직감에 의지해 사선을 피했다 총알의 흔적을 그들은 알아차렸을까. 복도 끝에서 나는 오른쪽으로 돌아야 했다 발이 죽을힘을 다해 바닥을 붙잡았다 곁으로 새처럼 날아가는 탄두 공기마저 뜨거워졌다 옷깃의 단추 하나가 떨어져 총알과 함께 맑은 소리를 냈다 나는 듣고 싶지 않았다. 복도의 불빛이 흔들렸다 단숨에 뛰어내려 일층으로 갔다 그곳에는 불빛이 없었다 벽은 칼날처럼 차가웠다 내장이 떨리고 지방이 온 힘을 다해 충격을 흡수했다 나는 볼 수 없었다 눈이 흔들려 몹시 아팠다 팔에서 솟구친 피가 시야를 완전히 가렸다 감각에 의지해 예각의 모퉁이를 하나 또 하나 돌았다 숨결에도 날이 서 있었다 등 뒤의 발소리는 모퉁이에 조금 가로막혔지만 곧 다시 반사되어 기하학의 법칙에 따라 집요하게 쫓아왔다 아드레날린이 사지로 몰려들었다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나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오장육부를 잘 추슬러 그것들과 함께 볼썽사납게 네 팔다리로 나아갔다. 발바닥이 조금 아팠다 생각을 포기했다 총성이 마침내 멎었다 하지만 심장은 여전히 너무 빨리 뛰었다 턱턱 걸렸다 이제 내 가슴을 그만 두드려라 너무 지친다 두 다리가 이제 정말 움직이지 않으려 한다 공기 자체도 진흙처럼 끈끈하게 엉겨 무덥고 나는 그 속에서 마찰하며 조금씩 속도를 늦추고 늦췄다 물리 법칙처럼. 나는 옆에 있는 어두운 사무실 하나를 얼핏 보고 더듬어 들어갔다. 불은 켜지 않았다.
미친 듯 달린 여열이 아직 남아 있었다.
나는 공기를 크게 들이마셨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른 걸까.
나는 내 사명을 완수했고, 독수리가 상공을 맴돌았다.
이제 와서 이유를 생각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나는 둔중하게 도망치고 있었고, 대의들에게도 곧 따라잡힐 것 같았다.
오른손은 허공에 매달려 있다. 목숨은 바닥에 놓여 있다.
조금 불안하다. 열 명 남짓 있는 것 같다.
이곳을 지나가다, 오는 김에 횃불을 밝힌다면.
그렇다면.
나도 심연으로 떠밀려 들어갈까.
어지러운 발소리가 멀리서 가까이 다가왔다, 어째서인지.
쇠붙이가 부딪치는 맑은 소리.
사무실 불빛이 요란하게 켜졌다! 열 쌍의 시선이 일제히 이쪽으로 쏟아지는 것을 순간 알아차린 나는 가출했다가 들킨 아이처럼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저쪽에는 시커먼 총구가 있었다 다음 순간 나는 먼저 불꽃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이어 총성이 귓가로 들어왔다 내가 일찍이 저지른 추잡한 사랑마저 통째로 오해받은 듯한 고통이 곧장 내 폐에 닿았다. 내 눈에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경악만 남았다 나는 총알이 불꽃을 달고 총구를 빠져나와 최단 거리로 내 얼굴에 도달하는 것을 두 눈을 뜬 채 보았다 등 뒤에 겹겹이 쌓여 있었다 여기는 안 된다 책들 밑바닥 없는 어두운 퇴로는 내 몫으로 남겨져 있지 않았다 나는 이 한 발을 받아 냈다. 내 두 손은 아직도 휘저으며 무언가를 붙잡으려 하는 듯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공기 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내게는 이미 퇴로가 없었다 총성과 함께 총알이 내 이마에 박혔다 오래도록 고여 있던 피가 즉시 흩어지며 공기 중에 안개를 터뜨렸다 녹슨 쇠 냄새가 그 뒤를 따라 사방으로 퍼졌다 조금 익숙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얼마나 우스운가 마지막에도 권총을 피하지 못하고 불협화음을 이루는 울음 속에서 내 종말을 목격했다 그가 알면 소리 내어 웃을지 모르겠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입을 벌려 울부짖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울부짖고 울부짖었다 그런데 들리는 것은 끊임없는 흐느낌이었다 비를 피할 곳을 찾는 중학생처럼. 피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바로 이런 선택이구나 피가 뿜어져 나왔다 눈에 보이는 것은 붉은색 붉은색 붉은색뿐 온도가 조금씩 올라갔다 붉은색은 여전히 끊임없이 깜빡였다 이제 아무것도 없겠지 그들이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총구는 여전히 이미 형체를 잃은 내 얼굴을 겨누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칼이 없었다 나는 모든 것을 잃은 그 작은 칼을 휘두를 힘이 이미 없었다 형체 없는 공기를 잘랐다. 대체 무엇을 증명하는 걸까 그들은 왜 계속 쏘아서 반쯤 죽은 목숨을 끝내 주지 않는 걸까 목구멍이 완전히 부서져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내 의식은 이제 어디에 있는 걸까 조금만 베풀어 줘 피를 흘려 피를 흘려 피를 흘려 멈추게 하지 마라 정말 역겹다 그들이 머리를 맞대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가 흔들렸다 나는 추락하는 것 같았다. 기지 내부에서 나는 계속 추락했다 이미 일층까지 떨어졌는데 내가 그의 등을 짓밟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나도 그처럼 피를 뿜어 내고 있었다 나는 내 몸을 통제할 수 없었다. 통제 불능의 엘리베이터처럼 나는 아래로 추락했다 붉은색이 보이는 것 같았다 불러오기에 실패한 거짓말 한 토막처럼 나는 온 힘을 다해 오른손을 움직였다 내 오른손 약지에 내 오른손 나는 한 번 더 휘두르고 싶었다 그 작은 칼을 던지고 싶었다 왜 두통이 아직도 가시지 않을까. 호흡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그들이 나를 에워쌌다 나는 마치. 내 호흡은 갈수록 가빠졌지만 여전히 약해지고 있었다. 내 가슴은 여전히 오르내렸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보았다. 그와 똑같았다. 이제 보이지 않는다. 마음은 식은 재 같았다. 눈을 뜬다. 붉은색. 빨강.
나는 기지 내부에 있다.
글
E_M_O Enthusia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