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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행MIDNIGHT G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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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설

nemo111

하룻밤 실수였다고 생각했어요.

흔히 말하는 불편함 없는 생활을 보내고 있었어요. 남편은 평범한 기업의 회사원, 3년을 사귀다가 29살 때 결혼했어요. 맞벌이긴 했지만, 부부 사이는 제가 생각하기에 양호했던 것 같아요.

다만, 한 가지 불만스러웠던 점이라면, 남편의 체질 때문에 아이가 좀처럼 생기지 않았던 것이었어요. 그래도 괜찮다,하고 당시에 저는 받아들이고 지냈었지만, 주변 얘기를 듣다 보니 점점.

부글부글, 부글부글, 하고.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쳐 오르고 말았어요. 마치 용암 같았죠. 질척하게 용솟음치는 감정이, 멈출 도리 없이 제 몸을 돌면서, 때로는 몸 상태까지 안 좋아질 정도로 몸을 불태워 갔어요.

그래서였을까요. 마가 꼈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친구 손에 이끌려 나간 이른바 단체 맞선의 술자리에 참여했어요. 저는 또 한 번, 운명과 만났어요.

그 사람은 남편과 달리 정열적인 사람이었어요. 술자리가 막 시작했을 때는 제 타입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열렬하게 접근해 오는 데다가, 그리고, 그 자리의 열기라고 해야 할까요. 어느샌가 저는 그 사람한테서, 아니, 그 사람의 연수정 같은 짙은 갈색 눈동자에 눈길을 빼앗기고 말았어요. 그 눈을, 더 가까이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술집 공용 화장실 앞. 화장을 조금 고치려고 발길을 옮기던 저를,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먼저 화장실에 갔던 그 사람이 서 있었어요. 그 화장실은 구조상 안쪽으로 밀려나듯 설치되어 있었고, 식당 공간에서 볼 수 없는 사각지대였어요. 그래서 저는 그가 서 있던 것을 눈치채지 못했어요. 놀란 제 팔을 그대로 붙잡고, 그 사람은 제 입술을 탐했어요. 숨 쉴 수도 없이 질식할 것만 같은, 길고, 격한 키스였죠.

그때부터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젊었을 때 남편을 자빠뜨리고 덮쳤던 그날 같은 기세는 더 이상 없었던지라, 거의 술을 퍼붓다시피 하고 그 마력에 몸을 맡겼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호텔 방 침대 위에 발가벗은 그가 옆에 자고 있었죠.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사람도 기혼자였어요. 그래서, 이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 하고 저는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 번 이성이라는 오르막길에서 미끄러져 떨어진 이상, 이후로는 그저 굴러 떨어질 뿐이었어요.

그때부터 그 사람의 아이를 가질 때까지는 순식간이었어요. 남편은 오랜 시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기뻐하며 어쩔 줄을 몰라 하더라고요. 제 자신에게 깃든 또 하나의 생명에,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만 같은 기분도 들었어요.

하지만, 눈동자 속 그 사람은 냉정했어요. 차갑게 식어 있었죠. 그날로부터 그 사람에게서 연락은 한 번도 오지 않았어요.

매일매일 조울증처럼 격한 감정의 파도에 짓눌리고 말 것 같았어요. 심하게 요동치는 기분에 심신 모두가 휩쓸리면서도, 헌신적으로 저를 지지해 주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다시금 혐오에 가까운 감정이 심해져만 갔죠.

그렇게 1개월, 3개월, 반 년이 지났어요. 저만의 아이는 뱃속에서 쑥쑥 커갔어요. 몸 안쪽을 그 부드러운 발로 차였을 때, 애정과 함께 마치 종양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어요. 그런 제가 너무나도 무서웠고, 입가까지 차오른 형용할 수 없는 불쾌함을 토사물과 함께 거실에 쏟아내고 말았어요.

위화감을 깨달은 건─── 출산 예정일 일주일 전의 어느 날이었어요. 훅, 하고 배가 가벼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것과 동시에, 무언가 제 안에서 빠져나가 떨어지는 것 같은 기묘한 감각을 느꼈죠.

그리고 엄청난 양의 혈액이, 제 안에서 흘러 나와서.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움직일 수 없어진 절 필사적으로 남편이 차로 데리고 들어갔고. 피투성이가 된 시트에서 일으켜진 저를 본 간호사 선생님께서 비명 같은 소리를 내더니 의사 선생님을 불렀고. 선생님이 절 보시더니, "아아"하는 침음을 흘리시더니. 병원 침대에 눕혀져서. 그리고, 그리고. 선생님께서 "죄송합니다", 하고 중얼거리셨어요. 그렇게, 하나의 생명이 끝나 버렸다는 걸, 전 깨달았어요.

원인은 불명이었어요. 시신을 체내에 계속 남겨둘 수는 없다, 하더라고요. 태어날 아이도 없는데 저는 분만에 들어갔어요. 받아낸 아기의 모습은 보지 않는 것이 좋겠다, 하고 선생님께서 얘기하셨어요. 저는 너무나 커다란 상실감과─── 도저히 믿기지 않게도, 너무나 이기적인 약간의 안도감에 멍해져서, 그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죠.

당분간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나날이 이어졌어요. 하지만 어딘가, 저주에서 해방된 것 같은, 그런 해방감이 제 마음에 자리잡았어요.

그로부터 얼마 안 가, 다시 아기가 생겼어요. 이번에는 정말로 남편과의 아이였죠. 먼젓번의 아이처럼 될지도 몰라, 하는 공포가 몇 번이고 엄습해 오고는 했지만, 이번의 아이는 무사히 태어나 줬어요.

아들은 건강하게 자랐어요. 하지만 한 가지,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어요.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부터, 절 볼 때마다 "칭찬해 줘"고 말하더라고요.

"뭘?"이라고 제가 물어봐도, 아들은 그저 "칭찬해 줘"라는 말만 반복했어요. 아직 애니까, 말하면 칭찬해 준다는 그 구절이 무언가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하고 지레짐작했죠.

이후로 그 "칭찬해 줘"라고 말하는 수는 점점 줄어서, 정신 차리고 보니 아들은 벌써 다섯 살. "칭찬해 줘"라고 말하는 일도 없어졌어요.

해서 문득, 지금이라면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었어요. 저는 아들한테, "예전에, 뭘 칭찬해 달라고 했던 거야?"하고 질문했어요. 그랬더니 아이가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를 괴롭히던 나쁜 사람을 꽝, 하고 해치웠거든"이라고.

"나쁜 사람?"이라고 제가 되물으니까, 아들은 가슴을 활짝 펴고 "나쁜 사람! 그 녀석 때문에, 엄마가 힘들어 했어!"라고 했어요. 그래서 "어떤 나쁜 사람?"이라고 물어봤죠. "그러니까, 그, 가짜!"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물어봤어요. 물어보고, 말았어요.

"가짜?"

"응, 엄마랑, 아빠랑, 눈이 다른 녀석."

"눈이 갈색인 가짜 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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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R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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