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옥 1974년 제8호 「비인간적 연극표현」
기상천옥 1974년 제8호

표지사진=영면상 제6회 공연 『벗겨진 안구에 바치는 블루스』 전단지 표지 장정=이치토우 오우헤이(一桐王平)
특집 비인간적 연극표현
연극의 변혁과 괴물들
지금, 일본 연극계에서는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전통문화에 대한 반발에서 발생한 신극(新劇)에 다시 반발한 카라 쥬로(唐十郎)의 『상황극장』, 학생연극에서 발전한 스즈키 타다시(鈴木忠志)의 『와세다 소극장』, 극장에 얽매이지 않는 사토 마코토(佐藤信)의 이동극단 『검은 텐트』, 시인의 감성이 돋보이는 테라야마 슈지(寺山修司)의 『천정사지』……. 그야말로 세상은 소극장 붐. 소수 인원의 극단들이 비온 뒤 죽순처럼 자라나고, 각지의 소극장을 성채로 삼아 군림하고 있다.
전위, 독창, 부조리. 흑막 너머에서는 모든 표현이 허용되며, 공연은 별세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동안 기피되어 온 등장인물이나 스토리, 이해하기 어려운 무대장치 등이 소극장에서 전개된다. 실제로 발품 팔아본 독자라면 공감할 수 있겠지만, 소극장이란 하나의 행성이다. 비록 현실에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생태계는 우리가 아는 주변과 크게 다르다. 회화나 영화라면 다행이련만, 연극이란 살아 있는 몸을 가진 인간이 집행하는 행사이기에, 그 이해(理解)는 강박성을 수반하여 우리에게 육박한다.
그렇다, 인간이다. 연극을 집행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연극이라 불릴 수 있는 행사를 성립시킬 수 있는 생물은 인간 뿐이기 때문이다. 허구를 빌려 인간이 변형되는 모습을 관찰하는 유일한 표현형태가 연극이다. 그러나, 이미 그조차도 파괴되었다. 등장인물이나 스토리나 무대장치를 파괴하고, 극장이라는 형태마저 파괴했다. 인간이라는 틀마저 깨지 않을 이유가 도대체 어디 있는가. 어떤 소극장에서는 신체표현이나 연출 측면에서 인간을 초월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표현들이 사용되고 있다. 좁은 무대 위에서, 그들은 매일 인간의 표현 한계를 돌파한다.
트릭인가, 혹은. 트릭이 아니라고 해도, 이 프리크(フリーク)들은 왜 연극에 투신한 것일까. 이번에 신출귀몰한 소극단을 추적하여, 최첨단의 비인간적 연극표현을 기록했다. 소극단 중에서도 비인간적 연극표현을 사용하는 극단들은 특히 노출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인 연극 팬들은 관람은 물론 그들의 존재 자체를 알기 어렵다. 본지를 통해 비인간적 연극표현이라는 다크 컬처를 여러분에게 알릴 수 있다면 기쁜 일이다.
인간의 표현 한계, 그 해방. 거기에 도전하는 자들은, 도대체 어떤 얼굴로 무대에 서는 것일까.
※ 본지에서 「비인간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특정 인종·지역·종교·직업을 모멸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인간을 벗어난 연극표현의 변천

‘즉석연극’이라고도 불리던, 도쿄 도내 노상에서의 부정기 공연. 위 사진은 복제본을 공안경찰이 갖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비인간적 연극 표현이 출현한 조류에는 기원이 존재한다. 이야기는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극단은 자기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흘러간 괴기담을 베이스로 한 짧은 희극을 노상에서 여러 번 연출하고, 경찰과의 술래잡기를 반복한다. 언뜻 보면 학생운동의 흐름을 이어받은 반체제·반권위 연극의 전형적인 사례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이질성이 아니라면 말이다.
공연 중에 배우의 목이 늘어난다. 카라쿠리 인형과는 전혀 다르다. 표면이 사람 피부의 질감을 유지한 채 공중으로 높이 뻗어나간다. 정장을 입은 여배우가 긴 목을 들어올려 인간들에게 웃으며 인사한다……따위의 일들이 공연 중에 일상다반사. 눈알이 흘러내리고, 머리통이 거대화하고, 몸에 불꽃이 피어난다. 마술사의 곡예를 섞은 듯한 표현이 공연에서 매번 시연되었다고 한다. 수많은 표현들이 기이할 정도로 진짜 같았고, 혹시 트릭이 아닌 진짜가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 기이한 무대가 연극인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리가 없다. 공연이 거듭되는 가운데, 그들은 은밀한 주목을 받는다. 그 무렵이 마침 소극장 붐이 일어나던 시기였기에, 게릴라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차곡차곡 기록되었다. 그 참신한 표현수법은 소극단들에도 영향을 미쳐서, 요술 같은 표현에 도전하는 극단들이 생겨났다. 그것은 그저 모방에 불과했으며, 일순간 요술의 일종으로 탄로나는 경우가 한때 만연하였다. 하지만 점점 트릭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힘든 표현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기원이 되는 그 극단은 1970년 이후 그 동향이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 연극계에서 “배우의 인간성”을 파괴한 공적은 크다 할 것이다. 비인간적 연극 표현을 추구하는 극단이 계속해서 탄생하고 있음이 그 증거다. 지금은 괴기담 뿐만 아니라 비인간적 연극표현이 광범위한 장르의 연극에서 하나의 표현수단으로서 활용되고 있다. 특정 수법에 특화된 극단들도 생겨났으니, 다대한 영향을 남겼다고 단언할 수 있다.
기록과 해설 극단 영면상(零面相)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얼굴 없는 집단
영면상의 최근 공연 『제미나르』
표정. 상대의 감정을 이해할 때, 사람은 가장 먼저 얼굴에 의식을 향한다.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도 얼굴을 통한 표현은 중요하다. 표정이 없는 연기는 혀를 뽑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고대에는 오히려 탈을 쓰고 하는 가면극이 일반적이었고, 그 결과로 몸짓과 발성을 통한 표현이 첨예해졌던 것이다. 표현을 개척하기 위해 현대에는 표정의 봉인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탈에도 고정된 표정이 있다. 인간의 표정을 없애려면, 탈로 덮는 것이 아니라 얼굴 부위를 벗겨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교토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극단 『영면상』이다. 이 극단의 가장 큰 특징은, 출연 배우들에게 얼굴이 없다는 것이다. 눈썹, 눈, 코, 입에 해당하는 기관이 배우의 머리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얼굴에 해당하는 부분은 모두 피부에 파묻혀 있다. 특수분장의 일종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공연을 본 관객들은 다들 정말로 얼굴이 없었다고 증언한다. 그런데 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는 확실한 발성을 보여준다. 그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여전히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이렇게 기괴한 연출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극의 스토리는 지극히 보편적. 특정한 배우를 가장 눈에 띄는 역할로 배치하고, 그 스타의 활약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 패턴으로 구성된다. 이 패턴은 스타 배우를 전제로 하는 상업연극/상업영화의 전형이라고 할 만하다. 상업연극에 대한 반발이 중심이 되는 소극장 연극에서 이런 패턴은 드물며, 예술지향적인 소극장계에서는 오히려 기피되는 것이다. 허나 『영면상』은 이를 과감히 도입하여 기막힌 메시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얼굴이 없기 때문에 그 받아들이는 메시지 자체가 관객마다 크게 달라진다.
메시지는, 스타 배우라는 얼굴이 없어도 성립한다는 상업연극에 대한 풍자이자, 우리는 타인의 구별을 얼굴이 아닌 역살로 판단한다는 사회 풍자이며, 갖추어진 얼굴이 없어도 스타 배우를 맡을 수 있다는 긍정이기도 하다. 관객을 극의 세계에 끌어들이려는 연극은 많이 있었지만, 접촉 없이 해석을 관객에게 떠넘김으로써 참여시키는 극은 드물다.
또한, 존재할 리 없던 얼굴이 머리에 닿는 조명의 광량이나 전신의 몸짓 표현에 의해 부활한다. 예컨대, 인형극에서 인형은 동일한 표정만 취하지만, 조명이나 인형사의 조작을 통해 그 얼굴에서 감정이 느껴질 수 있다. 같은 현상이 『영면상』 공연에서도 발생한다. 원래 재현성이 없던 표정이 삭제되고, 배우의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이 두섞인 불안정한 상태로 재생된다. 이로 인하여 등장인물들이 품은 섬세한 감정에 어긋남이 생기고, 관객 각자가 각각 다른 해석을 하게 된다. 그런 한편 보이는 얼굴은 모두에게 똑같은, “얼굴 없는 얼굴”인 것이다.
보이는 표정은 제로(零)와 같다. 하지만 관객을 통해 그것은 백가지가 넘는 방대한 수로 불어난다. 그러한 복잡한 인간 표현은, 얼굴을 없앤다는 인간으로부터 일탈한 수법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취재 노헤라 타로 (극단 영면상)
얼굴의 기각, 괴(怪)로서의 자유
공연을 기록하면서, 갑작스럽지만 『영면상』 측에 취재를 교섭했다. 즉시 철수하려던 참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교섭이 잘 되어 극단 주재(主宰)가 인터뷰를 받아주기로 하였다. 『영면상』이 취재를 받아준 것은 본지가 처음이다.
얼굴이 없어진 데 이른 경위, 그리고 얼굴이 없다는 것의 의미란. 없는 입으로 그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인물소개 노헤라 타로(野箆 太郎のへら・たろう)

취재 중, 웃음소리가 자주 들렸다.
본명, 연령, 내력 모두 불상. 교토부 출신이지만 지역은 불명. 1972년 주위 동료들과 함께 『극단 영면상』을 일으키고, 동 극단의 주재를 맡았다. 『영면상』은 4개월에 한 편씩 공연 상영을 달성하며,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비인간적 연극표현 극단 중 하나다. 지금까지의 대표작으로는 연애극 『다리 위 메밀국수집』, 청춘극 『가면청년단』, 미스터리 희극 『아라시야마철도 살인사건』 등등(정보원 확인 중).
본 취재에서도 그의 민낯은 드러나지 않았다.
──오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바로 본론입니다만, 『영면상』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노헤라: 네, 간단히 말하자면, 저희가 『영면상』을 결성하게 된 것은, 저희가 얼굴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어음, 그 얼굴이라는 것은 사회학적 비유이겠군요. 사회의 발달에 따른 개인의 인간성 상실 같은 것.
노헤라: 미안합니다. 어려운 이야기는 잘 모르겠네요(웃음). 잃어버린 얼굴은 잃어버린 얼굴입니다. 말 그대로 이해해 주시길.
──실례했습니다. 그럼, 극단을 시작하면서 목표로 삼은 인물이라던가 있었을까요?
노헤라: 개인적으로 이름을 알지는 못하지만……. 도쿄에서 거리를 떠들썩하게 하는 집단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뭐랄까, 괴사건을 무대에서 연기하고 나면 쓩 하고 도망간답디다. 거동이 전혀 인간 같지가 않아서, 요괴의 소행이라는 이야기가 여기까지 전해졌습니다.
──『즉석연극』? 그들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요?
노헤라: 아뇨, 그 정도는 아니고. 처음 들었을 때는 “바보짓을 하는 놈들이 다 있구나” 생각했어요. 그런 짓 해봤자 세간의 눈에 띌 뿐. 혹시 세상을 바로잡겠다고 그런 짓을 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그렇다 해도 그때는 헛짓거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학생들의 운동을 지켜보면서, 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교토의 학생운동을? 『영면상』도 학생연극에서 발전된 것인지?
노헤라: 아닙니다. 그냥 구경만 했습니다. 제 처지와 겹치는 것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웃음).
──아까 “그때는”이라고 하셨는데요. 그것이 헛짓거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사건이 있어서 지금의 활동으로 이어진 것일까요?
노헤라: 그렇네요. 희미하게 기억 저편에 남아 있는데, 제 친구 비슷한 놈이 그 연극에 관해 불평을 늘어놓더라고요. “무대 따위 짓거리 하지 말고 그냥 귀신으로 나와라”고. “요괴라면 적어도 직접 놀래켜라. 이 녀석들은 사짜다” 운운.
──재미있는 친구분이네요. 그 분은 평소 뭘 하는 분이신지?
노헤라: 엉덩이춤.
──예?
노헤라: 미안합니다(웃음). 그것 말고는 기억이 안 나서. 하지만 그 녀석은 정말 엉덩이춤 말고는 특기가 없어서. 튀어나갔다가 공연음란죄로 자주 신고를 당했는데, “나야말로 진짜 바케모노다”라며 배회하고 다닙니다. 바보같지 않나요?
──개성적인 분이네요(웃음).
노헤라: 그렇죠. 개성.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녀석은 당당한 놈인 거죠. 하지만 나는 그 녀석도 바보 취급하고 있었습니다. 엉덩이를 까도 사람들이 겁먹지 않는다. 애초에 사람들이 우리를 두려워한다는 행위 자체를 잊어버렸다. 그렇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닐까요. 우리들은 다른 곳에서 살아가면 그만입니다.
──죄송합니다만, 이야기를 잘 못 따라가겠습니다.
노헤라: 너무 앞서나갔나요. 하지만 제가 말주변이 좋지 못해서, 그대로 들어 주세요.
──알겠습니다.
노헤라: 그렇게 계속 비웃었더니, 그놈이 화를 냈어요. “너 같은 놈 몰라. 여기서 나가서 사라져 버려” 라더군요. 그게 마지막으로 들은 그 녀석 목소리입니다. 어쩔 수 없이 모임 장소를 나와서, 기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술집이라도 갈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밤길을 걷다 보니, 내가 어딜 걷고 있는지 모르게 되었거든요.
──길을 잃었다는 말인가요?
노헤라: 그렇다기보다, 전부 다 모르게 되었다? 출발지점도, 현재지점도, 도착지점도 모두. 어디로 가야 하나 생각이 들어 눈에 보이는 대로 달려나갔는데 정말 아무 것도 모르겠는 겁니다. 눈물 콧물 흘리며 숨이 차오르는데, 전봇대에 달린 도로반사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되었을 거 같나요?
──어떻게 되었다니요.
노헤라: 얼굴이 없어진 것입니다. 분명히 봐 버렸으니,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건가 싶을 정도로. 이제는 돌아갈 수 없어요(웃음). 내가 뭘 했는지도 잊어버리고, 사라지기 일보직전. 그거야 그렇지요. 해야 할 일도 없고, 모임 장소에 모여 있는 것 정도밖에 살아 있을 의미가 없었던 거거든요. 아, 나도 사라지는구나 싶었는데. 그러다 정신이 들었습니다. 그걸 보았거든요.
──무엇을 보았다는 것일까요?
노헤라: 교토의 소극단입니다. 사람들이 무리지어 요괴로 가장하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골목에 쓰러져 있었는데, 관광지의 대로를 그렇게 행진하는 게 보였어요. “자, 오세요 오세요 교토 백귀야행”이라고 외치며 전단지를 뿌리더군요. 시쳇말로 말하자면, 에그조틱한 가장행렬이랄까요. 나중에 듣고 보니, 교토의 소문을 바탕으로 한 거였다고. 그래서 그게 뭐랄까, 즐거워 보이더군요.
──그래서 행렬에 합류했나요?
노헤라: 예. 제일 끄트머리에. 모두들 저를 쳐다보더군요. 그래도 받아줘서 고마웠고. 저를 가리키며 어떤 어린애가 말했습니다. “놉페라보우[달걀귀신]”라고. 그랬던가. 그랬던거 같아요. 불쾌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아이도, 주변 사람들도 다들 가장이라고 생각한 것이겠지요. 어쨌든, 받아들여줄 분비는 이미 거기서 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그 의미는 있었던 것입니다.
──의미라고요? 무슨 의미?
노헤라: 그런 생각을 했었죠. 연극의 표현을 탐구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더라고요. 저는 원래 시바이(芝居, 전통극)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공연 전반이 불가해했던 것입니다. 배가 부르는 것도 아니고, 딱딱한 연극 따위 관객이 떠들썩하게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건 학생운동도, 그 놈의 엉덩이춤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슬러 저항해도 원하는 대로 세상이 바뀐다는 보장 따위 없다. 우리는 흐름에 따라갈 수밖에 없고, 그 흐름 뒤는 완전히 헛짓거리. 그때까지는 그랬죠.
──그런데 그 대열에 합류하면서 생각이 바뀌셨다.
노헤라: 그렇습니다. 무대 위는 가공이지만 현실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괜찮고, 그리고 무대에서 일어난 일은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기도 하고. 무대는 우리를 받아들어줍니다. 관객도 그렇지요. 그 아픔이 일치한다면 아파해도 괜찮아. 바꾸고 싶은 염원이 겹친다면, 바꾸고 싶다고 달려나가도 괜찮아. 그러니까 연극의 표현을 확장한다는 것은, 이 세계에 있어도 좋은 존재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이게 한 순간에 언어화된 것은 아니지만, 뭐라고 해야 하나.
──그 가까운 것을 직감했다는 것이군요.
노헤라: 예에. 나도 아직 존재해도 좋다, 라는. 그러다 보니 사라질래야 사라질 수 없게 되었어요(웃음). 그리고서 교토를 방황하다 보니,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요. 모두들 저와 같은 “달걀귀신”입니다. 텅 빈 공동. 그렇지만 우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해서 『영면상』을 시작하게 된 것이군요.
노헤라: 이 얼굴이라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던 거죠. 도쿄의 바케모노가 돌고돌아 저를 구해준 것처럼, 내 몸부림도 타자의 길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우리 극단은 표현의 확대를 전제로 하는 경우 이외에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려고 합니다. 얼굴이 없으니까 어떻게 받아들여도 좋다. 백 가지 얼굴이 있다면, 백 가지 존재를 무대 위에서 받아들인다. 자유다. 자유롭게 존재해도 좋다.
──그것이 현재의 비인간적 연극표현의 근저에 있는 것이군요.
노헤라: 예. 인간도, 인간 아닌 놈들도, 이 세상에 있어도 된다는. 연극을 해도 좋고. 시대가 변했다고 억울해하기보다, 저는 변화를 만드는 입장이 되어서 모두를 무대 위로 끌어올리겠다. 그래서 요즘은 계속 바쁜 나날입니다(웃음).
──그렇군요. 오늘도 바쁘신 와중에 감사드립니다.
노헤라: 아, 이걸로 끝나는 흐름인가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덧붙여도 될까요?
──물론, 괜찮습니다.
노헤라: 만약 이 잡지를 우연히 읽는다면, 예전처럼 화내 다오. 나도 네가 말한 사짜가 되어 버렸으니. 하지만, 보기만 해도 사람들이 새파랗게 질려 버릴 진짜가 언젠가 되어 주겠다. 변함없이 거기 계속 머물러 있어 줄, 너 같은 진짜 요괴를 위해.
촬영=시부가키 에이지로(渋柿永次郎) 글・인터뷰=야하타 쿄우카(八幡供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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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amander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