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1818-KO 'ㄹ'은 리버스다
세상에는 덕업일치라는 말이 있다. 원문 그대로가 아니라 내 사견을 조금 섞어 해석하자면, 잘 아는 분야를 원래부터 즐기고 있다면 더 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바로 그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SCP-1818-KO. 내가 처음으로 혼자 맡게 된 SCP 보고서 업무다. 물론 연구에도 참여했었다. 드디어 재단에 와서 내 나름의 전공을 살린 일을 맡게 되는 순간인 셈이다.
재단에서 내 SNS 계정을 털어본 걸까? 봐봤자 거기에 K랑 L 얘기밖에 없는데. 내 개인적인 이야기는 하나도 하지 않은 계정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KL이지만. 재단 입사한 다음에는 접속 시간이 좀 뜸해졌고, 결혼 얘기가 나오면서 공개 계정을 싹 정리했으니까 비공개로 돌려두긴 했지만. 어쨌거나 탈덕1은 못했다. 당연한 소린 게, 이제 S그룹은 3집의 청량소년미 넘치는 모습 활동을 접고 4집의 섹시요염 컨셉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걸 놓칠 수야 없지. 2집 때도 그랬다. 짝수 앨범 활동기 때 열심히 KL 파먹을 떡밥을 만들어 둬야하는 법.
그것과는 별개로 직장에서도, 어, 솔직히 난 WoI 연구과라 인터넷 사용이 다른 부서에 비해서는 정말 자유롭다는 이유도 있다. 개인 노트북 가지고 가서 직장에서 재단 와이파이 잡아 SNS로 놀기도 했으니까 생각보다는…
생각해보니까 털려고 생각하면 털어보시지 급으로 해왔다는 뜻인가?
그동안 일코2 한답시고 한건데 이게 막 완벽하지는 않았었다는 뜻이 되나? 좀 불안한데 뭐, 이미 일어난 이상 어쩔 수 없지… 재단이라면 이해해줄 거다. 어쨌든 들킨다고 해도, 소속이 WoI 연구과인데 둘러대기는 편할거고. 일코는 털리더라도 성실한 직원으로서의 인상은 잃지 말자! 뭐 그런 식으로 넘길 수 있지 않을까.
담당한 SCP-1818-KO란 개체는 요약하자면 트리거 단어를 접하거나 언급하거나 했을 때 과하게 몰입하게 되는 현상이다. 재단의 통제가 제한적인, 인터넷이라는 매개체를 통한 것이라서 연구 결과 잠정적으로 유클리드로 지정받았다고 한다. 안전 등급도 아니고 유클리드라는 게 좀 부담스러운 느낌인데, 케테르가 아니라 다행인걸까…
그나저나 아직 박사 학위도 없는 내가 유클리드 개체에 대해서 연구 내용을 토대로 보고서를 쓴다는 소리인데도? 괜찮은 거야? 괜찮겠지? 물론 한 번에 통과한다는 보장은 못하지만. 그래도 나는 재단 2등급 직원으로서 무수히 많은 업무를 쳐내고 SCP 보고서를 작성해왔었다. 일이야 익숙하지만 단독으로 맡은 업무라서 부담스러운 건 여전하지만 말이다.
업무 특성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자. SCP-1818-KO를 작성하는 데 쓰는 단어들이 나한테는 분석이라는 게 의미가 없을 만큼 익숙한 단어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나름대로 장점도 있다. 장차 내가 작성해야 하는 보고서에 등장하는 특수 격리 절차니 설명이니 하는 것들을 쓰는 일이 편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트리거 단어가 리버스 Reverse. 말 그대로 '역(逆)'이란 뜻으로 해석되는 영어 단어인데, 변칙성을 불러일으키는 뜻은 그런 사전적인 정의가 아니다. 어떤 커플의 앞/뒤가 완전히 반대로 뒤집힌다는 점에서는 같긴 하지만, 뜻 그대로만 해석하면 안 되는 단어다. 리버스란 건, 최소한 우리에게는 대체로 적과 아군을 가르는 개념에 가깝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그 개념이 중요하지 않아서 적이든 아군이든 별 상관 없이 지낼 수 있다지만, 우리들에게는 상당히 특수한 경우일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런 말은 '우리'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니까, 우리가 아닌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개념적 정의를 이해할지는 알 도리가 없다. 그러니까, 그쪽 사람이 아니라 개념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에게는 설명이 곤란한 문제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SCP-1818-KO의 보고서 작성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더 해봐야 할 것이다. 최대한 이쪽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도 편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보고서를 작성해야겠지.
그렇다면 작성 전에 외부의, 그러니까 일반인의 의견도 좀 들어보는 게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단, 변칙성의 개념을 아는 사람이어야 하겠지만…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면 인터넷에서 쓰는 용어도 잘 알아들을 테니 물어보기 편하지 않을까. 그러면 적당한 사람이 좀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본격적인 보고서를 작성하기 전에 내가 SCP-1818-KO의 담당자로 지정되었다는 이야기 자체는 남자친구에게 설명해두는 편이 좋겠다. 일단은 스케줄 조정도 편해질 거고. 세부 내용은 생략해야겠지, 아무래도 그 사람은 부서도 다르고 내 취미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을테니까.
아니, 내 취미가 그런 걸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오랫동안 사귀면서 이것 저것 다 안 사이라고는 하지만 장차 남편이 될 남친에게 그 부분을 상세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잖아. 문제의 소지가 될 부분은 자르고, SCP-1818-KO에 대해서는 WoI 연구과에서 하는 일이라고 대충 말하면 되지 않을까? 재단 특유의 [편집됨.] 같은 소리도 해보면 재밌어 하겠지.
어쨌든 느낌이 좋아! SCP-1818-KO, 입사 이후에 단독으로 맡게 된 프로젝트니까.
일련번호: SCP-1818-KO
등급: 유클리드
특수 격리 절차: SCP-1818-KO의 현상 자체를 막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재단은 SCP-1818-KO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리버스'에 대한 언급을 줄이는 것을 특수 격리 절차에 준하여 시행한다. SCP-1818-KO와 관련된 논쟁의 트리거가 되는 키워드는 '리버스'로 추측되므로, 재단은 해당 단어의 사용이 두드러지는 특정 성향의 인터넷 사용자가 많이 모이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재단은 모니터링 도중 여론이 과열되었을 때, 관련 커뮤니티에서 인기 있는 서브컬처 관련 주제로 구성된 특정 밈을 퍼뜨려 SCP-1818-KO 현상의 출현을 방지하도록 한다.
SCP-1818-KO는 현상을 일으키는 트리거인 단어를 포함한 인터넷 웹페이지를 통하여 인지 재해를 일으키는 특성이 있으므로, 발견 시 최우선 조치는 SCP-1818-KO가 불특정 사이트에 퍼지기 전에 해당 페이지를 확인해 삭제하는 것이다. 최우선 조치가 불가능할 경우 사이트 접속 및 특정 인터넷 연결 루트의 차단, 검색 엔진에서 발견되지 않기 위한 조치 등의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
안현선 연구원: 대강 이 정도일까? 여기서 뭘 더 써야하는 거지. 음, 뭔가 좀 부족한데. 아, 왔어?
강진성 연구원: 어, 수고해. 멀었냐? 뭐 쓰고 있어? 담당 SCP 보고서?
안현선 연구원: SCP-1818-KO. 생각보다 어렵네. 사전 연구 기록들 참고하고 있긴 한데, 그걸 언어로 표현해서 정리하는 절차가 좀 복잡해.
강진성 연구원: 한 번 보자. 일단 지금까지는 괜찮은데. 알아보기 쉬워. 특수 격리 절차 파트고, 본격적인 설명 부분은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지쳤어?
안현선 연구원: 지친건 아냐. 할만은 한데…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WoI 연구과 담당 SCP 보고서는 인공지능으로 처리해버리면 안 되려나. 연구원이 이걸 굳이 더 쓰는 게 인력 낭비 아닐까… 그리고, 여기 보면 등급도 유클리드잖아. 여기 말한 발동 트리거 같은 단어는 인터넷에서는 굉장히 자주 쓰는 단어라고. 이런 격리 절차가 딱히 중요한 거 같지도 않은데, 이걸 또 정리한 다음 풀어서 작성하려니 일이 더 번거로워. 귀찮아.
강진성 연구원: 보고서 작성까지 인공지능으로 해버리면 우리 일자리도 줄어들 거다, 그럼. 그리고 어쨌든 격리 절차는 원칙적으로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아무튼 힘내.
안현선 연구원: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긴 하겠지… 야, 내가 처음에 이 일을 맡을 땐 몰랐는데, 뭔가 굉장히 문장 자체가 장황해지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좀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많이 쳐낸 건데, 한 번 읽어줘. 이해돼?
강진성 연구원: 연구한 당사자 외의 의견이 필요한 거냐. 음… 어. 지금 쓴 부분까지는 괜찮게 읽히는데. 인공지능은 이렇게까지 못쓸걸. 여기, 커피. 피곤하니까 커피 좀 마시고 해.
안현선 연구원: 업무니까. 아직 절반도 못썼으니까, 앞으로가 더 걱정이지만. 아, 커피 고마워.
강진성 연구원: 커피 마시고 정신 다시 차려서 일 해보자고. 궁금한 게 있는데, 보고서 초반부에 나온 단어부터가 좀 묘하네. 여기에 '리버스'가 트리거라고 써놨는데, 그게 변칙성의 시작이라는 거지? 리버스면 '뒤바꾸다, 역전시키다'라는 뜻 아니야? 그게 그렇게 자주 쓰이는 단어야?
안현선 연구원: 말하자면 복잡한데… 넌 모를 수도 있겠다. 너. WoI 연구과 소속 연구원인데도 아직도 유튜브로 동물 영상이나 보고 있지?
강진성 연구원: 직장 업무지. 우린 그런 걸 이용해서 변칙성을 거기다 심어놓는 인간들 잡아내는 일이니까, 근무 시간에 합법적으로 유튜브도 보고 얼마나 좋아. 기왕에 보는 거 동물 영상이면 기분도 힐링 되고-
안현선 연구원: 상대가 내 분야를 전혀 모른다는 걸 생각해서 설명을 하긴 해야겠네… 너 SNS도 안 했었지? 동물 숏츠 보는 거 말고.
강진성 연구원: 그렇지. 내 일상 올리고 남 일상보고, 그런 건 별로 흥미 없고… 인간에겐 별로 관심이 없단 말야.
안현선 연구원: 진짜 그런 걸 보면 좀 내 남친이랑 비슷하단 말이지.
강진성 연구원: 오해할만한 발언 금지다, 너 예비 신부잖아. 어쨌든 느낌은 좀 다르지 않냐? 애초에 그 분은 인간을 잘 아셔야 하는 분이라서, 인간에 대해서 내 수준으로 관심이 없으시면 안 될텐데…
안현선 연구원: 말하자면, 그냥 인터넷을 잘 안한다는 공통점 같은 느낌? 남친 얘기는 아무래도 좋아… 어쨌든, 지나가다가라도 네가 그 비슷한 걸 봤을 거라고 생각하고 말할게. 커플링이라는 개념은 알지?
강진성 연구원: 커플링이면 반지 얘기야?
안현선 연구원: 모르는구나… 여튼 만화 같은 데 나오는 캐릭터, 누구랑 누구랑 가상으로 엮어 먹는 거…인데, 너는 만화도 잘 안 보지… 그 뭐냐, TV에서 남자 출현자랑 여자 출현자끼리 엮어먹는 연애 프로그램 있잖아? 누구랑 누구랑 사귀는 걸 말하는 거. 실제로 커플이 아니지만 그 사람들은 그 프로그램에서 커플로 생각하면서 보잖아.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돼. 보통 가상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데, 만화를 예시로 들면… 만화 안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작품 바깥에서 커플로 생각하고 그 둘의 관계성을 응원하는 걸 커플링이라고 해. 인터넷에서 그런 걸 무척 좋아하는 집단이 있어.
강진성 연구원: 어… 쇼츠 내리다 비슷한 걸 본 거 같긴 한데. 자세히 본 건 아니라 잘은… 솔직히 현선이 네가 하는 말이 무슨 소린지 정확히 이해는 안 가지만, 개념만 대강 이해했어. 계속 설명해 봐.
안현선 연구원: SCP-1818-KO가 발생되는 인터넷 커뮤니티 내부를 조사하다보면, 대충 그런 개념으로… 인터넷 사용자들이 작품에 등장하는 남자끼리 엮어서 커플링을 만들어.
강진성 연구원: 남자끼리? 동성 연애냐? 그게 그 SCP랑 무슨 관련이 있는 거야?
안현선 연구원: 물론, 실제의 인물도 아니고 실제의 동성애도 아니야. 어쨌거나 이 SCP를 설명하려면 트리거가 되는 단어인 '리버스'라는 개념에 대해서 설명을 해야하니까. 네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면, 동성애라고 해도 어쨌든 연애라는 건 남자 역할이 있고, 여자 역할이 있을 거 아냐?
강진성 연구원: 그렇겠지. 그쪽도 이성애처럼 한쪽은 징징거려야 하고 다른 쪽은 받아줘야 할테니까… 그런 거야?
안현선 연구원: 비유 한 번… 인간 관련으론 인터넷으로 잘 안 본다면서 되게 인터넷 많이 한 사람 같이 말한다, 야. 아무튼, 그런 관계가 있다고 치자. 내가 만화라고 했으니까, 어떤 만화에 나오는 남자 캐릭터 A랑 B가 있다고 쳐. 둘이 사귀면 그림이 되니까, 커플링으로 인터넷에서 그 둘의 조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 둘을 엮으면 그 커플의 이름은 AB가 돼. 그 순서를 남-여 관계로 치환해서 보면 되고.
강진성 연구원: 결국 남자 역할과 여자 역할이라는 거야?
안현선 연구원: 반드시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 단어를 설명하려니까 그렇네. 그러니까 '리버스'라는 건 남자 역할인 캐릭터가 여자 역할이 되고, 여자 역할인 캐릭터가 남자 역할이 되는 거라고 이해하면 돼. 방금 내 설명인 AB라면, 그 '리버스'는 BA가 되는 식으로.
강진성 연구원: 그럼 질문이 있는데. 남자랑 여자의 커플이면 그게 처음부터 성립되지 않는다고 쳐도… 여자끼리는 안 돼?
안현선 연구원: 그건 남자끼리 엮는 쪽에서 '리버스'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가 높거든. 단어의 사용과 SCP-1818-KO가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게 선행연구가 된 이상은 사용 빈도가 높은 집단을 집중 추적하는 게 낫지.
강진성 연구원: 그런가, 그건 좀 신기하네. 역할이 서로 바뀌니까 '리버스'라는 건가? 어려운 개념이긴한데, 들어보니까 그거 자체가 그렇게 심각해보이진 않아. 그게 SCP 지정까지 될 만큼 큰 뭔가가 되는 건가? 들어보니까 가상의 짝짓기 놀이 같은 거 잖아, 그냥. 소꿉놀이 같은 거잖아. 너는 아빠, 얘는 엄마 하는 식으로. 그러니까 SCP의 인지 재해가 그 둘을 바꿔서 보게 되는, 그런 거란 뜻이니까. 아빠 역할인 애가 엄마로, 엄마 역할인 애가 아빠로.
안현선 연구원: 그걸 좋아하는 집단에서는 그런 행위 자체가 정신적인 피해를 주거든. 인터넷상에 한정되어서 정신적인 피해를 입히는 거라면, 뭐… 충분히 그럴 수는 있다고 보긴 하지만… 솔직히, 이 이상은 아직까지는 보고서를 작성 중인 나도 잘 모르겠어. 정신적인 피해는 종종 신체화 증상을 부르니까, 그런 쪽도 고려해 봐야 하고.
강진성 연구원: 에. 연구를 한 니가 모르면 어떡하려고.
안현선 연구원: 여기에 대해서는 내가 장황한 설명을 할 수 있긴 하지만 그걸 간결하게 추려서 보고서에 작성하는 건 다른 문제고, 또… 제일 중요한 건, 그쪽 부분에서 그렇게까지 깊게 뭔가 좋아한 건 아니니까. 아무튼 지금 당장은 수정과 내용 추가가 좀 더 필요해. 지금보다 더 깔끔하게 군더더기 없이 완성해봐야 되는데.
강진성 연구원: 의욕이 넘치네. 설명 파트 도와줘? 연구 인원 제외 외부 모니터링 정도는 날 써먹어. 동기 좋다는 게 어디냐?
안현선 연구원: 그 마음은 눈물 나게 고맙다만 지금 연구하는 집단이 폐쇄적인 집단이라서 어렵지 않을까 싶네. 연구 때문에 그 폐쇄적인 집단 내부에 들어가 있는 내가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강진성 연구원: 오, 방금 되게 베테랑 연구원 같은 말을.
안현선 연구원: 좋아,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할 때 부를게.
강진성 연구원: 맡겨 둬.
안현선 연구원: 일단, 생각이 떠오른 김에 계속해서 조금 더 적어볼게. 어디보자…
설명: SCP-1818-KO는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인지 재해다. SCP-1818-KO의 기원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트리거가 되는 단어인 '리버스'의 사용과 연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SCP-1818-KO의 영향을 받은 대상은 평소의 경향성 또는 실질적인 피해 유무와 상관 없이 '리버스'에 대한 극도의 적대감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SCP-1818-KO는 '리버스' 단어의 인터넷상 사용으로 명확해지는 경향을 보이며, 영향을 받은 대상은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리버스' 관련 논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동을 보인다. SCP-1818-KO에 노출된 초반 시기에는 온라인 상 '리버스' 관련 논쟁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를 제외하면, 현실상에 끼치는 피해는 관찰되지 않는다.
SCP-1818-KO의 인지 재해에 오염된 대상자의 적대적인 행동은 인터넷 사용 시간이 길수록 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 SCP-1818-KO에 오염된 대상자의 심리 검사 결과, 대상자는 '리버스'에 의하여 매우 구체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신념을 가지게 된다. 이는 SCP-1818-KO가 일으키는 '리버스'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발에서 비롯한 변칙적인 심리 조작의 형태로, 대상자의 내부에서 명확한 근거 없이 실체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SCP-1818-KO에 노출된 대상은 오염 말기에 이를 경우, 평소에 좋아하는 창작물을 개인의 취향과는 상관없이 '리버스'로 받아들이는 치명적인 밈적 오염을
보고서 대충 여기까지 쓰고… 좀 쉬었다가 할까?
@184x180cm
───── ⋆⋅☆⋅⋆ ───── 2026/10 S그룹 KL 콘서트 직관 사진 너희끼리 사귀고 결혼하고 다해라 ㅠㅠ!! -불펌 금지/추가가공금지/갠소o (사진) (사진) (사진) (사진)
@매운떡볶이먹고싶어
아ㅠㅠㅠㅠ 다시봐도 4집 컨셉 오졌다ㅠㅠㅠㅠ 태어나길 잘했어ㅠㅠ
뭐랄까. SCP-1818-KO의 말기에 대한 걸 써야하는 상황이기는 한데…
나는 보고서 작성을 중단했다. 잠시 기분전환도 할 겸, SNS 화면을 켜서 타임라인을 쭉 확인했다. 요즘은 별로 오래 하지 않아서 확인 못한 것들이 밀려있지만, 일단 사진 몇 장을 본 것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해졌다. 일이 더 우선이잖아, 덕질도 덕질이지만… 내 스마트폰의 화면에는 사진 4개가 가지런히 올라와있었다. 그다지 보정을 하지 않은 사진으로 보이는데도 둘의 미모는 여전했다. 사진 몇 장으로 케미를 느낄 수 있다니, 정말 갓 커플이 아닐 수 없다…
K는 벌크업을 좀 했는지 몸이 꽤 괜찮아져 있었고, L은 키 차이부터 시작해서 의상의 색상까지 뭐 하나 K와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없었다. 꽤 노출이 있는 의상이었는데 이번 컨셉도 찰떡같이 소화하는 걸 보니, 태어날 때부터 아이돌을 할 애들인 것 같다. 어쨌든 운명이라고, K랑 L. 그림이 된다. 나는 사진을 재빨리 저장하고 다른 글을 읽으러 갔다.
뭐 없나? 특별히 눈에 띄는 곳은 없었다.
그대로 스마트폰을 끌까 하다가, 나는 그냥 반사적으로 추천 글 리스트를 쭉 훑어보았다. 그러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한 줄의 글이었다. 너무나 이질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까만 화면, 그곳에서 천천히 깜빡이는 글자들.
<여러분은 ███보다 무서운 리버스를 아십니까?>
지금… 이 황당한 소리는 뭐냐. 나는 스마트폰 화면 속 점멸하는 그 글자를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아무도 댓글을 달지 않았고, 누구도 반응하지 않은 조회수가 아주 낮은 글이다.
███이라는 개념이랑 리버스가 무슨 상관이야.
거기다가 대뜸 '아십니까'라니, 누군가를 훈계하는 것처럼 들리잖아. 뻘소리도 이것보단 성의있게 하겠다… 이걸 작성한 인간은 이쪽 사람이 아닌가? 나는 눈을 깜박이며 그 글자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나의 SNS에 떠도는 여러 말들 중 낯설게 느껴진 말이었다. 리버스… 내 경우에는 '리버스'는 쳐다보고 싶지도 않지만, SCP-1818-KO의 보고서를 쓰고 연구를 하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서 최근에 자주 접하고 있는 개념이기는 하다…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WoI 연구과의 특성상 업무를 하다보면 나는 무수한 인터넷 잡소리들을 접하게 된다. 누가 보면 정말 개꿀직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게 말이지, 매일매일 누군가의 심연 속의 심연하고 눈 마주치는 느낌이라서 끔찍할 때도 있다.
아마 그 심연 중 하나가 아닐까? ███보다 무서운 리버스라.
하여튼 오늘의 업무인 '설명' 파트는 여기까지 써볼까 싶다.
'리버스'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보긴 했지만 우리 쪽에서야 대부분은 부정적인 의미긴 하다. 다만 개념자체는 뭐 일상적으로 쓰는 개념이다. 설마하니 SCP-1818-KO 같은 게 일어날 리가 없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업무적인 거 말고는 '리버스'에 대해서 침 튀기면서 논하는 그런 씹덕이 아니다. 그럼, 그렇지. 아직까지는 별 일이 없는 것 같다.
방금 전에 본 ███보다 무서운… 어쩌고 하는 개소리에는 미친 놈아 그만 웃겨 ㅠㅠㅠㅠ 뻘소리 그만 ㅠㅠㅠㅠㅠ 댓글이나 달고 오늘은 퇴근해야겠다. 어차피 지금 쓰는 계정은 비공개 계정이니까 주머니 속에서 뻐큐하는 거랑 비슷한 행동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 사이 그 글은 꽤 많은 사람이 본 것 같이 보인다. 아직 나를 제외하면 아무도 댓글을 안 단것 같은데, 퍼가는 건 엄청나게 많네, 정말. 다들 뻘글이라 비공개 계정을 통해서 나처럼 비웃고 있는 걸까?
오늘 저장한 사진들을 다시 꺼내어 보면서, 나는 K와 L의 떡밥도 다 파먹은 것 같다는 생각에 흐뭇했다. 활동 기간 중에는 레전드를 계속 갱신하겠지… 물론 오늘의 업무도 마음 먹은 대로 끝냈다. 정말 보람차기 그지없는 하루다. 마지막에 본 개소리만 잊으면 완벽할 거다.
일도 끝났으니까 남친 불러서 술이나 한잔 해야지. 내일은 휴일이니까 남친 집에서 느긋하게 있을 수도 있을 거다. 밀린 SNS 떡밥들도 좀 찾아보고, 그 사람은 휴일에는 늦게 일어나니까 K가 L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잔뜩 올리고. 리버스에 대한 건 잠깐 잊자. 어차피 우리가 훨씬 메이저인데 뭐 신경 쓸 일이 있다고.
인터넷도 좋지만… 역시 현생이 중요하지. 업무적으로 안 그래도 인터넷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나는. 인터넷도, 업무도 중요하지만 남친과 단둘이 보내는 휴일 같은 그런 날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일을 잘 끝냈으면 적당히 쉬어줘야지. 그렇지?
네? 이걸 처음부터 다시요? 설명 파트. 뭐가 잘못됐어요? 그러니까, 심리 검사 결과 제가 SCP-1818-KO의 오염 대상자가 되었다고요. 잠깐만요. 왜 그걸 빨리 안 알려주셨죠? 그럼 저, 격리가…그것보다 보고서를 마저 쓰라고요, 네?
설명: SCP-1818-KO는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인지 재해다.'리버스' 단어의 뜻을 명확히 알고 있는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밈적 오염이다. SCP-1818-KO의 기원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트리거가 되는 단어인 '리버스'의 사용과 연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관성이 있으며, 해당 단어의 뜻을 명확히 아는 인물을 대상으로 한다.
SCP-1818-KO의 영향을 받은 대상은 평소의 경향성 또는 실질적인 피해 유무와 상관 없이 '리버스'에 대한 극도의 적대감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SCP-1818-KO는 '리버스' 단어의 인터넷상 사용 밈적 재해가 삽입된 페이지상의 목격으로 명확해지는 경향을 보이며, 영향을 받은 대상은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리버스' 관련 논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동을 보인다. 리버스에 대한 극도의 적개심을 표출한다. SCP-1818-KO에 노출된 초반 시기에는 온라인 상 '리버스' 관련 논쟁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를 제외하면, 현실상에 끼치는 피해는 관찰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대상은 정신적으로 소모되는 경향을 보이며, 두통을 비롯한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화 증상을 호소한다.
SCP-1818-KO의 인지 재해에 오염된 대상자의 적대적인 행동은 인터넷 사용 시간이 길수록 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 SCP-1818-KO에 오염된 대상자의 심리 검사 결과, 대상자는 '리버스'에 의하여 매우 구체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신념을 가지게 된다. 이는 SCP-1818-KO가 일으키는 '리버스'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발에서 비롯한 변칙적인 심리 조작의 형태로, 대상자의 내부에서 명확한 근거 없이 실체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SCP-1818-KO의 변칙성은 대상자의 현실성에 점차 개입하기 시작한다.
SCP-1818-KO에 노출된 대상은이 오염 말기에 이를 경우, 평소에 좋아하는 창작물을 개인의 취향과는 상관없이 '리버스'로 받아들이는 치명적인 밈적 오염을 시작으로 현실성에 개입한 특정 요소들을 '리버스'로 인식한다. 개인의 취향과는 무관한 밈적 오염의 범주는 명확한 확인이 불가능하나 시각적 왜곡을 비롯하여 뇌과학적 인지 단계에 이르기까지 현실성의 중요한 변동을 일으킬 수 있으며, 대상자의 환경 자체를 변동시킬 가능성이 높다.
SCP-1818-KO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문서 내 첨부된 부록을 참조하라.
(비디오 녹화 시작. 잔뜩 지친 기색의 안현선 연구원이 비디오의 상태를 점검하고는 정면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한다.)
안현선 연구원: 아아,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잘 나오나? 잘 나오겠지.
안현선 연구원: 내가 이런 영상을 찍을 날이 오다니… 그런데, 어떻게 보면 재단답다고 해야하나? 나보고 대상자로서 SCP-1818-KO에 대한 것들을 뭐라도 말해보래. 그리고 그 보고서에다가 그걸 첨부할거래.
안현선 연구원: 그래서 일단 화면 앞에 서긴 했는데… 영상 자료가 들어가게 되면 보고서를 좀 더 리얼하게 완성할 순 있다는 거긴 하지. 내 영상을 봐야한다는 게 짜증 나긴 하는데… 준비된 템플릿 같은 건 없어. 내가 보고서 작성 담당자라서. 그러니까,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거지. 아. 음, 그럼 어디서부터 얘기를 할까…
안현선 연구원: 2026년 10월 30일, WoI 연구과 소속의 2등급 연구원 안현선이 SCP-1818-KO에 노출되었다. 재단 보고서식으로 쓰자면 거기서부터 얘기하면 되는 건가? 기록이니까 시간이랑 분 단위까지 써야하려나… 근데 별로 중요하진 않을 거야. 그거야 컴퓨터 뒤져보면 나오는 거고.
안현선 연구원: SCP-1818-KO의 경향은… 그러니까, 감염 초반에는 '리버스'에 대한 적대심의 표현이었고, 그 이후엔 밈적 오염? 그런 거였지. 아, 이 상황에서 일코가 깨지게 되네? 근데 이거에 대해서 설명하려면 어쩔 수 없긴 해. 내 개인적인 취향에 대해서 밝히는 건 좀 그렇긴 한데… WoI 연구과니까 좀 봐줘. 재단 직원으로 살다보면 그런 날도 있는 거지.
안현선 연구원: (심호흡을 한번 한다.) 잘 모르겠어. 난 원래 '리버스'를 싫어했거든. 논쟁 같은 것도 우리들은 일상적으로 했던 일이야. 물론 나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그런건 완전히 시간낭비라고 생각해서. 기본적으로는… 리버스라는 개념은 우리 세계의 중력을 거스르는, 뭐 같은 거라고 보면 돼.
안현선 연구원: 나는 커플링인 KL을 좋아해. 그리고 일단 내 안에서는 K랑 L이 있으면 당연히 KL인거라서. KL밖에 좋아하지 않았고 난 지금도 걔네를 좋아한다고.
안현선 연구원: …아무튼, 이렇게 되고 나서… 현실성에 대한 개입 부분을 보고서에서 대폭 고쳐 썼어. 내가 오염이 되니까 정확히 알 것 같더라. 처음 작성한 보고서에는 못 썼던 부분이야. 봐, 나는 KL을 여전히 좋아하는데… 내 눈에 자꾸 LK인, 리버스가 보이니까. 팬픽도 팬아트도 심지어는 직접 찍은 콘서트 사진, 앨범 컨셉 사진들까지, 죄다.
안현선 연구원: 그러니까 근무 중에 리버스니 뭐니 하는 뻘글을 보는 게 아니었는데… 하여튼, 밈적 오염을 확인하기 위해서 의료부에서 심리 검사까지 받았어. 그 바람에 남친에게 들킬 뻔하긴 했는데, 구체적으로는 말 안 해도 됐으니까. 그리고 그 사람이 내가 작성한 SCP 보고서를 읽진 않을거니까,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겠지.
안현선 연구원: 이걸 누가 본다면, 체감이나 할까. 아니, 애초에 이런 걸 믿어주기는 해? KL을 좋아하는 내 눈에만 LK가 보이는 현상이라니. 다들 그렇게 말할걸. 그냥, 당신 취향이 변한 거라고… 그런 거라고. 그리고 뒤에서는 날 배신자 취급 하겠지. 지금까지 KL 좋아하던 건 진심이 아니었네, 어쩌네 하면서. 얘기 못하지. 당연히.
안현선 연구원: (침묵하다가 다시 말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개소리 말라고 해. 난 아직도 KL이 좋아. KL을 보고 싶어. 그런데 나는, KL을 예전이랑 같은 시각으로 다시는 볼 수 없게된 거야. 나는 감각 기관을 통해서 들어오는 '리버스'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어. 시야는… 그래, 객관적으로 관찰을 할 수 없어진 건 내가 걔들 좋아하기 시작한 처음부터 그랬으니까 넘어가고. 중요한 건 머릿속의 생각이야. 그걸 KL로 받아들이는 작업 자체를 뇌가 거부해.
안현선 연구원: 여전히 나는 K를 L의 남편으로 상상해. 그게 망상이라는 거긴 하지만, 취향과 관련이 깊은 취미생활이라는 거야. 물론 사실과는 완전히 다르고 내 망상일뿐이란 것도 알지만, 그들은 거기에서 실존해. 그리고… 어느 정도는 그런 걸 조장한다고. 내 취미고 내가 보기 좋은 건데, 비게퍼3든 뭐든 뭔 상관이야, 정말.
안현선 연구원: 근데. 그게 안된다고. 이걸 설명할 수가 없어. 재단에서 말하는 변칙성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체감하게 된거야. 나는 KL을 못봐. 대신 내가 볼 수 있는건 LK뿐이야. 내가 좋아하던 것의 리버스.
안현선 연구원: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게 어째서 존재하느냐고. 처음에는 부정했지. 나는 몇 번이고 S 그룹의 정규든 미니든 발매한 앨범부터 시작해서 사소한 떡밥들까지 죄다 뒤졌어. 처음에 가졌었던 두근거림보다 두려움으로. 그런데, 정말로 KL이 없더라. 내가 좋아했던 그 커플링이 없었어. 어디에도. 흔적도 찾지 못했어.
안현선 연구원: …기록되는 거니까… 그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야겠지. 2집 발매 당시에, M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L이 K에게 묘한 웃음을 지으면서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어. 나도 봤던 장면이야. 분명 그 당시에는 K가 L을 여유롭게 받아주고, 둘이 꽁냥거리는 장면으로 봤었어.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보이지 않아.
안현선 연구원: 같은 장면인데. L은 K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던거야. 그러니까, 나는. 아니지. 내 뇌는 그 장면을 더 이상 KL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됐어.
안현선 연구원: 하지만… 취향이 죄야? 나는 내가 뭘 잘못했는가 생각해봤어.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내 잘못이 아니란 것만 알게 됐지.
안현선 연구원: SCP-1818-KO 노출 이후에 나는 리버스가 싫다, 그냥 KL을 좋아한다…하고. 내 계정에 작성했어. 도저히 그 상황이 믿기지가 않아서. 웃기지 않아? 내가 리버스를 이렇게까지 의식하고 있다는 게. 근데, 내 계정 내가 맘대로 쓰는 거니까 별 상관 없긴 해. 난 원래 KL을 좋아해왔단 말이야. 그런 걸 말하고 싶었다고. 리버스를 의식하는 게 아니라. 팬픽도 썼고, 커플 카페도 갔었고. 계정 자체가 KL을 좋아하는 팬 계정이야, 내 계정은.
안현선 연구원: (뜸을 들이다가 갑자기 말을 시작한다.) 근데 그 새끼들이 먼저, 보이는 걸 어떡하라고. 리버스를 싫어할만한 이유를 만들어 주잖아. 봐. 나는 무고해. 마이너 주제에 그러고 있는 꼴이 같잖단 말야. 처음에는 그렇게까진 아니었다고. 내가 SCP-1818-KO 때문에… 내 리버스 커플을 자꾸 마주하게 되니까, 그에 대한 증오감이 더 늘어나는 거야. 정신 건강에 해로워. 눈에서 사라져버리면 좋을 텐데.
안현선 연구원: ……
안현선 연구원: …바로 그건가. 이게 현실성으로 구현되는, 그런 거. 그래. 이걸 SCP-1818-KO의 보고서에 기록해놔야 겠어. 영상 기록이야, 대충 이 정도면 됐겠지. 괜찮아. 말기의 오염 같은 거 별로 걱정 안해. 나는 연구원이잖아, 재단의.
안현선 연구원: 좀 싫긴 하지만. 아니, 많이 싫지만… 다 접으면 되긴 하겠지. 절이 꼴 보기 싫다면 중이 떠나야지. 나한테는 또… 그럴만한 상황도 있고.
안현선 연구원: 이거 다 끝나고 나면, 진짜 탈온4해야지 진짜. 아무튼 기록은 여기까지. 이정도면 증언으로는 충분하려나?
(기록 종료.)
…정말 괜찮은 거 맞아? 머리가 아파. 열이 나는 것 같아. 저 음악 좀 꺼줘. S 그룹의 노래는 싫어, 이제.
시키니까 하는 거지만, 그리고 내가 자신 있는 분야니까 괜찮다고 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연구자로서 자꾸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애초에, SCP 밈적 오염의 대상자가 이 기록물을, 그러니까 보고서 자체를 기록하는 것이 합당한 일일까? 감염자의 부록이라면 모를까. 보고서를 다른 사람이 작성하는 게 나을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보다 더 적합한 사람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겠지만 말이다.
전보다 컨디션이 악화되어 더 자주 의료부에 방문하고 있는 관계로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는 개인적인 사유, 그리고 무엇보다 SCP-1818-KO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이 연구에서 빠지는 것을 상부에 요청했다. 그동안 내가 쓴 부분이 있으니까 앞부분은 누군가가 조금 더 객관적으로 정리 해 줄 것이다.
이제 이 문서에 내가 등장하게 된다면 보고서의 완성 대신 대상자가 작성하는 면담기록, 녹취기록 따위를 남기겠지. 너무 창피해서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SCP-1818-KO에 노출된 이후에 내가 녹화했던 그 영상처럼 말이다.
아무튼 내 요청이 수락되면 좋겠다. 당장은 괜찮은 사람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내가 아니더라도 연구할 인원은 있을 거다, 아마도.
내 상태에 대해서 덧붙이자면, 이제 S 그룹의 두 번째 활동곡이 나와서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는 중이다. 가을을 지나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니까, 그에 걸맞은 따뜻한 느낌의 이지리스닝 곡이다. 4집의 4번째 트랙. 그리고 나는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스트리밍을 돌려가며 4집을 닳도록 들은 나는 그 노래도 무척 좋아했었다. 그들도. 지금도 그렇다. 좋아하는 마음은 아직까지 여전했다는 것이 더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스쳐가면서 보았던 방송에서, K는 여전히 미남이고 금발로 염색한 머리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좋은 느낌이 있다. 반면 L은 자연스러운 갈색 머리로 바꿨는데 그 활동기 잠시 사이에 약간 벌크업을 한 것 같은데, 몸이, 잠깐만, 둘의 이미지 대비가 무척 잘 어울리는데, L이 연하로서 K에게 자연스럽게 대시하고, 잠시만, L의 옆에 있는 K는 어쩐지 그의 곁에서 조금 더 부드러운 미소를, 젠장, 이게 아니야.
이런 말들을 SNS에 남기려다 나는 모든 내용을 지웠다. 너무 끔찍한 일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스스로 쓰는 이 개인 기록 안에서도 남기고 싶지는 않았다. 이런게 공식 기록물이 된다면 얼마나 더 끔찍한 일이 될 건지 가늠도 가지 않는데. 이런짓을 일하면서 계속 해야 한다니…
11월 ██일 덧붙임 - 재단이 나의 요청을 거부했다. SCP-1818-KO의 담당자는 아직도 나다. 일적으로, 이제 더 이상은 무리야. 리버스로 모든 것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이 시점, S 그룹도 K도 L도 더는 보고 싶지 않단 말이야. 심지어 그걸로 내가 나 스스로를 분석해서 보고서를 써야한다니, 내가 이걸 과연 제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까.
연구가 내 상태로 인해서 갱신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SCP-1818-KO의 담당자다. 마무리…해야겠지. 정리하자. 깔끔하게.
일련번호: SCP-1818-KO
등급: 케테르
특수 격리 절차: SCP-1818-KO의 현상 자체를 막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정 인터넷 사용자들이 많이 모이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용되는 '리버스' 단어의 사용이 SCP-1818-KO 현상을 야기하므로, 해당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하여 단어의 언급을 되도록 피하는 암묵적인 룰을 특수 격리 절차에 준하여 시행한다.
SCP-1818-KO에 오염된 대상자를 해당 밈적 오염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방법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설명: SCP-1818-KO는 '리버스'라는 단어에 원인 불명의 이유로 삽입된 밈적 오염이다. SCP-1818-KO는 해당 단어를 이해하며 사용하는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발생하며, 최종적으로 오염 대상자의 취향을 변질시키고 왜곡한다.
SCP-1818-KO에 오염된 대상자는 '리버스'에 대한 극도의 적대감을 언어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인터넷 사용 시간에 비례하여 짧아지는 해당 초기 단계를 넘어서면, 대상자는 밈적 오염으로 인하여 좋아하던 모든 것들을 취향과는 반대되는 '리버스'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극도의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하기 시작하며, 초기 단계를 벗어난 대상자는 인지 단계에서의 변질을 깨닫지만 본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으며 해당 변화를 영구적인 것으로 인지한다.
대상자는 인지 왜곡과 더불어 여러가지 변화를 일으키는데, 이에 대한 내용은 부록 1을 참조하라.
SCP-1818-KO가 개인의 취향이 아닌 현실에 끼치는 영향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노출된 피실험자 1인(이하 SCP-1818-KO-1)의 주장을 받아들여 SCP-1818-KO가 현실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사례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해당 기록물은 SCP-1818-KO의 연구를 위하여 SCP-1818-KO-1의 개인 다이어리 앱에서 스스로 삭제한 기록물을 복원하여 수록한 것이다.)
오늘 두통약을 받으러 가는 길에 그 사람에게 말했다. 나는 어제 한 가지 프로젝트를 완료했고, 또 이후에는 WoI 연구과를 그만둘 거라고.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을 했으니까 들어줄 것이다. TO가 나는 자리로 다시 배치되겠지.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당장은 아니고 그만두는 시점은 결혼 이후가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 사람은 예전에 말했던 그 SCP 때문에 그러냐고 물었다. 그런 것이 몸서리쳐지게 싫었기 때문에 신체적인 증상까지 나타났다고 이미 말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것들에 대한 취향과 그것을 좋아하던 나 자신이 바뀌는 경험 자체가 끔찍하다는 것을 그에게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나는 여전히 S 그룹을, 또 KL을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읽는 것은 LK이다. 피실험자 SCP-1818-KO-1로 지칭되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제 SCP-1818-KO로 인한 오염 때문에 뇌가 그렇게 해석을 해버린다. 나 자신도 왜 그렇게 되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그런 끔찍한 상황을 피하기 위하여 S 그룹을 K 그리고 L을 피해야만 한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나의 정신 및 신체 건강에 더 이상의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 같다.
여러 원인을 분석한 결과, 그 사람은 내가 결혼을 앞두고 너무 신경 쓸 일이 많아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직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하루 종일 전자기기를 잔뜩 쓰는 지금의 일은 예비 신부에게는 좋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신체적으로도 영향이 오는 거라고 그 사람은… 다정하게 말해줬다.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이는 모르는 게 너무 많다…아마 알지 못할 것이다. 나는 설명할 자신도 없다. 지금의 내가 어떤 상황인지. 그래도 두통약을 먹으니 머리의 통증은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부서를 옮기게 되면 기본적으로 기억소거조치를 받는다. 그렇다면, 나도 기억소거조치를 받을 것이다. WoI 연구과에서 본 것을 다 잊는 일. 그것이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나의 취향에 기반한 모든 것들을 그 약이, 재단의 기억소거제가 해결해줄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런 것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아, 정말로…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인터넷을 끊는 거다. 당연하지만 부서를 옮기면 그 작업도 쉬워지겠지. 진짜로. 오프라인은 그렇다쳐도. 온라인이라도 끊어야 한다. 내가 K와 L을, S 그룹을, 그들을 그 곳에서 접하지 않는다면… 인터넷이 아닌 현실에 살아간다면 그 망할 놈의 '리버스'로 부터 나는 자유로워 질 것이다.
타이밍이 괜찮다. 곧 그와 결혼도 하니까 말이야. 이게 나쁜 선택이 아니기를 빈다.
…
나는 그와 결혼했고, 신혼여행을 오게 되었다. 약속한 대로 인터넷은 이제 접기로 했다. 여행은 아주 순조로웠고, 마음에 걸리는 것도 하나도 없었다. 그날 밤이 오기 전까지는.
널찍한 풀빌라의 침대. 그 방에 들어온 나에게 그가 말했다.
"현선아, 아니. 아, 이제 둘밖에 없으니까… 주인님이라고 하는 게 좋을까? 주인님, 저를 마음대로 다뤄주세요."
내가 이런 말을 들어도 되었던가, 하고.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그는 내 무릎 아래에서 엎드려 간청하기 시작했다. 신혼 첫날밤에. 내가 아는 그는 이런 취향이 아니었는데. 성중 씨는 아주 평범한 남자였다. 주인님이라니, 연애 도중에도 정말로 단 한 번도 나를 그렇게 불러본 적이 없었는데.
"제 몸도 마음도 전부 주인님의 것이에요. 당신을 제가 기쁘게 해드릴 수 있어요."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고, 셔츠의 단추를 천천히 풀었다. 그 순간, 내게 떠오르는 개념은 단 한 가지였다. SCP-1818-KO. 나는 그것을 떠올렸다. 그에게 물었다. 평소의 말투로. 내가 그렇게 물어왔으므로 그는 평소의 말투로 대답해주었다.
"언제부터야?" "…처음부터." "…" "원래 그런 취향이었던 거, 알고 있잖아."
나는 마음 속으로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의료부 소속의 정성중 박사. 나와 결혼한 새 신랑. 그는 좋은 남자였고, 괜찮은 남편감이었으며 남자친구로서도 훌륭하고 평범한 잠자리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당신이 첫 날 밤의 신부에게 '길들여달라'는 표현을 올릴 리가 없다고.
나는 내 남자친구를, 내 신랑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은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침묵을 유지하고 있자, 그는 나에게 간청했다.
"주인님, 당신의 손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는 내 발끝에 입을 맞추었다. 그런 행동은 어떤 신호였다. 그리고 나는 이 감각을 익숙하게 알고 있었다. 모르는 감각이었지만 아는 것. 나는 SCP-1818-KO를 떠올렸다. 나의 취향과는 상관 없이, 상대까지 바꿀 수 있는 그것을. 원래 그럴 리가 없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식으로 행동해버리도록 만들며, 어떠한 공통점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변칙성. 그것이 본질이었다. 나의 취향을 변질시키다 못해 어쩌면 나의 기억을, 그리고 현실에서의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릴 수 있는 것.
나는 그순간 눈을 질끈 감았고, 그에게 말했다.
"이건 리버스야."
██번째 추가 기록 : SCP-1818-KO 추후 연구에 대하여
SCP-1818-KO의 영향 범위가 인터넷과 개인적인 인지 재해에 한정된다는 기존 가설은 폐기되었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재단은 SCP-1818-KO-1의 오염 이후 의료부 치료 기록 전수 조사를 요청하였다. SCP-1818-KO-1이 작성한 SCP 보고서와 개인적인 기록물, 의료부의 치료 기록을 검토한 끝에 재단은 SCP-1818-KO는 대상자의 신체-정신적으로 끼치는 영향력 및 현실 세계에 끼치는 영향 범주를 예측하기 어려운 점에 주목했다. WoI 연구과는 SCP-1818-KO를 기존 유클리드 등급에서 케테르 등급으로 상향하였으며, 해당 등급 상향은 SCP-1818-KO-1이 작성한 최종 보고서에 즉시 반영되었다.
의료부에서는 SCP-1818-KO-1과 같은 재단 내부에서의 SCP-1818-KO의 노출 케이스를 조사하기 위하여 WoI 연구과에 대한 별도의 조사를 진행하였다. 업무적으로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WoI 연구과 내부에서만 SCP-1818-KO의 영향을 받은 대상자 7인이 추가되었다. WoI 연구과는 추후 조사 범주를 넓혀 SCP-1818-KO의 영향력을 보다 명확히 작성하여 연구 보고서의 내용을 보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밀접 관찰 대상자들의 대부분은 현재까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SCP-1818-KO-1은 SCP-1818-KO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하여 인터넷과 관련된 일체의 업무에서 배제되어 있는 상태로, SCP-1818-KO의 보고서는 WoI 연구과의 타 연구원이 담당하여 SCP-1818-KO-1의 기록을 첨부하여 수정할 예정이다. SCP-1818-KO의 변칙성이 개인에게 끼치는 신체-정신적 영향력의 범주 측정과 더불어, SCP-1818-KO-1의 주장에 따라 개인적인 성적 취향의 변화 등을 면밀히 관찰 중이다.
SCP-1818-KO-1은 자신의 배우자와 관련된 기록을 작성할 때마다 '리버스'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 의료부 정성중 박사
by
Misty_sky
각주
1. 탈(출) 오타쿠의 준말로, 오타쿠 취미를 접는 것을 말한다.
2. 일반인 코스프레의 준말. 오타쿠의 반대 개념이 일반인으로 칭해지는 것으로, 오타쿠인 것을 외부로 티내지 않는 것을 말한다.
3. 비즈니스 게이 퍼포먼스 (Business Gay Performance)의 줄임말. 남성 아이돌 업계에서 멤버 간 케미를 강조하며, 실제 관계와는 무관하게 팬들이 둘의 동성애 관계를 상상하도록 조장하는 것.
4. 탈 온라인,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모두 접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