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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부 오리엔테이션

29mo

자, 시간이 됐네요. 형식부 오리엔테이션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이번 오리엔테이션을 맡은 츠카하라 선임 연구원입니다. 여러분이 입사하시는 타이밍에 저도 이곳 기지로 발령을 받아서 온지라, 아마 서로 어울릴 시간이 길 것 같습니다. 곤란한 일이나 궁금한 점이 생긴다면 언제든 물어보러 오시기 바랍니다.

곧바로 본론부터 얘기하자면, 형식부에 대해 들어보신 분 계신가요? 아, 죄송합니다. 주변을 둘러보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아무도 모른다는 걸 보여드리기 위해 질문한 거니까요.

형식부는 신입 직원 과반수가 처음으로 배치되는 부서입니다. 연구원이나 요원을 가리지 않고 우선 이곳에서 경험을 쌓은 뒤, 적성에 따라 과학부나 요원으로 배치됩니다. 그리고 과학부나 공학기술사업부, 기동특무부대 같은 곳에 출장 형식으로 인원을 파견 보내는 경우도 있으니, 재단의 골격을 담당하는 중요한 부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럼 구체적으로 무얼 하는 부서인가 하니.

주된 업무 내용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화면에 주목해 주세요.

지금 화면에 나온 내용은 SCP-548-JP의 개요를 정리해둔 참고 자료입니다. 등급은 안전. 밈적 재해나 인식 오염 같은 건 없다고 이미 충분히 연구 결과가 나온 개체라서 이번에 특별히 보고서를 교보재로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여러분 대부분은 처음 읽는 개체 보고서려나요. 아, 제가 쓴 보고서고, 제가 담당 중인 개체입니다.

이 개체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비닐 우산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만 변칙성이 발현하는 유형의 개체죠. 그 조건은 보고서에 따르면 '빗방울이 우산의 원단에 계속하여 접촉했을 때', 쉽게 말하면 '비 오는 데서 펼쳤을 때'입니다.

이 개체는 빗방울이 원단에 충돌할 때의 소리를 피아노의 음색으로 변환하고, 그걸 다시 특정 악곡의 선율에 맞추는 변칙성을 지녔습니다. 으음, 이런 온순한 개체도 있습니다. 모두가 웃고 계신 와중에, 한 가지 일러 드리겠습니다. 이 개체는 피험자, 즉 '우산을 쓰고 있던 사람'의 고막을 파괴한 전적이 있습니다.

모두 다시 긴장을 다잡으신 것 같으니,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형식이란 곧, 어떠한 일을 행할 때 정해진 일련의 수순 따위를 가리킵니다. 네, 형식부란 딱 잘라 말해 '변칙성이 발현하는 조건을 연구하는' 부서입니다.

지금 어떤 분이 '엥'이라고 하셨죠. 그래요. 거기 계신 분이요. 뭔가 걸리는 부분이 있으셨던 것 같은데, 말해보시겠어요. 네, "그건 과학부가 하는 일 아닌가요"라. 감사합니다. 그럼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 여쭙고 싶습니다. 아까 그 개체, 조건은 '빗속에서 펼치기'였죠. 이건 과학부 업무의 범위에 들어간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빗방울이어야만 하는가', '눈은 어떨까', '샤워기 같은 걸 대신 쓸 수는 없을까', '인공강우는 어떨까', '물에 포함되는 물질의 조건은 어떨까', '빗방울에 포함된 불순물의 종류나 양은 어디까지 허용될까', '시간은?', '지역은?' 등등등…….

이런 예시가 있습니다.

'방과후에 제자리에서 세 번 돌고 개처럼 짖으라고 강요당한 학생'이, 그 행동을 하고서 괴물로 변신했다고 칩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일의 원인이 그 학생의 존엄과 긍지가 짓밟혔기 때문일까요? 굳이 말하자면 심리학 분야에 속합니다. 하지만 과학부가 이런 걸 조사하기에 앞서, 먼저 형식부에서 '특정 시각', '지병인 요통', '회전 운동의 원심력 때문에 전신에 걸리는 부하', '짧고 큰 발성', '사춘기 인물에게 강요를 당한다는 상황' 같은 조건이 있다고 단정해 두면, 과학부는 좀 더 건설적인 실험을 수행할 수 있을 겁니다.

과학부에서는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며 "결과"에 의문을 품지만, 형식부는 "과정"에 의문을 가집니다.

더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개체 중에서 주문한 대로 액체가 만들어지는 자판기가 있습니다. 과학부는 자판기의 구조나 생성된 액체에 대해 연구하고, 형식부는 개체가 접수하는 주문의 형식, 생성에 성공한 액체와 실패한 액체의 경향을 연구합니다.

물론 검증 실험에 과학부도 일정 지분 역할을 하는지라, 그럴 때는 대부분 합동 실험으로 진행합니다. 하지만 과학부 업무에서 우산 위에 오렌지 주스를 뿌려본다든가, 스콜을 맞으러 베트남까지 간다든가 하지는 않죠.

여러분, 낯빛이 많이 흐려지고 있네요.

걱정하시는 대로, 형식부 연구원은 때로 과학적 근거가 없는 행동을 진지하게 해야만 합니다. 형식부에서 예측을 열심히 세워봤자, 그 관점이 격리로 이어지진 않으니 우선도가 낮다고 판단되어 실제로 검증 시험조차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게다가 형식부의 의의를 이해하지 못한 인원들 중에는 간혹 "의전"부라며 조롱하는 사람까지 있습니다. 속알맹이 없이 그저 변칙이 발생하는 조건을 찾아 헤매기만 하는 천하태평 부서라면서요. 여러분이 형식부에 대해 들어본 게 없는 데에는 이 부분도 일조했을 겁니다.

그런 부류가 보통 일찍 죽습니다.

변칙이 우리 상식이라는 "형식"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변칙이 항상 혼돈스럽고 무질서하게 활동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변칙에는 변칙 나름대로의 틀이 있고, "형식"이 있습니다. 그걸 확인하는 곳이 바로 형식부입니다.

형식부의 연구 성과는 재단의 활동에 폭넓게 활용됩니다.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가 '초동 격리 시 매뉴얼 구축'입니다. 구체적인 방식을 기록한 교과서 같은 것이 아니고, 무엇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또 무엇을 우선해서 확인해야 하는지, 이런 마음가짐이나 발상법, "형식"을 가늠하는 착안에 관해 형식부에서 요원이나 기동특무부대원을 대상으로 강습을 진행합니다. 이런 강습을 진지하게 수강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될까요? 여기까지 얘기를 들어주신 여러분이라면 쉽게 상상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재현성이나 안전성, 범용성 같은 요소가 충분히 검증된 "형식"은 제조부나 공학기술사업부 등의 부서 쪽과 연계해서 재단에서 운용하게 됩니다. 세계 오컬트 연합이 사용하는 마술 수준의 전문성은 없지만, 네잎클로버를 소지하는 것만으로 고작 위안이 될 수준일지언정 흄 수치가 안정된다고 한다면, 그걸 이용하지 않을 이유는 또 없겠죠.

참고로, 신입 직원 중 과반수가 형식부에서 경험을 쌓는다고 말하긴 했지만, 변칙성을 보유한 신입 직원이라면 오히려 경험을 쌓을 때까지 형식부에 배정되지 않습니다. 변칙성이 발휘되는 조건을 연구하는 부서에서, 연구원 본인이 조건 중 하나가 되는 일은 기피해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 점에서 '신입 연수'를 목적으로 형식부에 배정하는 것은 몹시 위험하니까요. 결코 변칙성을 가진 직원에게 차별 의식이나 선민 사상을 가져서 "형식"적인 조치를 취하는 게 아니니, 그 점 충분히 이해 바랍니다.

이런, 점심 시간이 다 됐네요. 여기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갖겠습니다.

재단 예보상으로는 슬슬 비가 내릴 것 같으니, 회장 밖으로 나가진 않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홀 밖에 매점이 있으니 식사는 거기서 사시면 됩니다.아참, 클로버가 들어간 스트랩도 팔고 있으니 하나쯤 사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1시간 뒤에 일정 재개하겠습니다. 오후부터는 좀 더 구체적인 업무 내용에 대해 설명할 예정입니다.

아, 그렇지.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 하나.

형식부의 실험은 비과학적인 검증도 다수 섞여 있습니다. 직설적인 표현을 피해서 말하자면, '진지하게 위험한 짓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행동 때문에 주변에서 깔보는 일도 있죠. 신입 연수라고는 해도, 이런 부서에 배치된 본인의 처지를 비관하는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디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다니십시오.

많은 부서가 재단을 지키는 창이나 방패 역할을 하지만, 형식부는 그들이 지키는 재단이라는 집의 기둥이자 열쇠입니다. 대체할 수도 없으며, 기능을 멈춘다면 집은 무너지고 안의 것들은 죄다 밖으로 튕겨 나오겠죠.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십시오.

재단이 변칙이나 초상을 가두려 하는 건, 그것들이 "형식"이라는 틀에 구속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선, 여러분도 그걸 믿어주시길 간곡히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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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R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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