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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 였던 것

karkaroff

karkaroff 2016/06/12 (토) 18:12:15 #87452145

나는 러시아에서 뭐랄까 트레저 헌터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소비에트 붕괴 때 어수선한 통에 공식 기록상에서 사라져 버린 시설이나 정부 자산들을 찾아내서 국가에 재등록하거나, 등록된 시설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감사하거나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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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일을 시작해서 신참이었을 무렵의 이야기다. 이거저거 연수를 마치고 첫 필드워크로 중앙시베리아에 가게 되었다. 내 상사인 K, 어수룩해서 귀여운 모자란 동료 N과 3박 5일로 일종의 출장여행 같은 것이었다. 원래부터 출장이나 필드워크가 기본인 직장이었지만, 아무튼 처음 맡게 된 일이었는데, 철거가 예정된 소비에트 시절부터 사용된 수용소 터에 가서 상황이 제출된 서류와 같은지 조사하러 간 것이었다.

수용소 터에는 시설 관리인이 한 사람 주재하고 있었고, 관리인의 안내로 아직 들어갈 수 있는 건물 몇 군데와 이미 무너져 잔해더미가 된 건물 몇 군데를 둘러보고 서류에 이상이 없는지 둘러보았다. 첫 날, 상사는 차에서 자고 있었고, N과 나는 약간의 탐험을 즐기고 있었던 셈이다, 그 때는……

Ulysses 2016/06/12 (토) 18:19:44 #87459514

재미있어 보이는 직업이군. 트레저헌터라 해야 할지 필드워크 공무원이라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로망이 있다. 초능력 연구소나 비밀병기 연구소나 그런 이야기면 더 좋겠다.

수용소 터라면 인체실험 흔적이나 그런 것도 나오나? 아니면 학살이나 학대 그런 류의 이야기인가? 어떤 이야기든 맛있게 먹을 자신 있다만 묘한 데서 끊냐.

karkaroff 2016/06/12 (토) 18:26:28 #87452145

뭐, 나 개인적으로는 그런 류의 이야기도 아는 게 있다만 이 때의 이야기는 그런 건 아니다.

땡땡이 치고 있는 상사는 내버려 둔 채 N과 나는 시찰 온 군 장교처럼 대접받으며 시설 안내를 받았고, 그것만으로도 모험을 즐기는 셈이었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수용소의 대부분은 2차대전부터 냉전시대에 걸쳐 건축된 것으로, 먼지가 많이 쌓여 있었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없다. 문제는 그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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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일이었다. 상사가 서류 작성을 시켜서 우리는 무너져가는 목조건물이나 이미 무너진 막사들의 조사를 시작했다. 그 구역에는 잔해의 산더미가 펼쳐진 것이, 폐허는 고사하고 폭풍우가 휩쓸고 간 듯한 끔찍한 모습이었다. 단 하나의 건물을 제외하고……

그 건물은 유일하게 손질이 잘 된, 창고 같은 건물로, 관리인의 말로는 무기와 연료가 보관되어 있던 건물로, 지상에 무기, 지하에 연료가 들어갔다고 한다. 지금은 내부가 열화되어 사슬과 자물쇠로 봉쇄하였다는데, 그 봉쇄한 방식이 이상했다.

N과 나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저 열지 않기 위함이라기에는 너무 엄중한 봉인이었다. 여덟 개의 육중한 자물쇠, 여러 겹으로 채워진 녹슨 사슬, 창문도 없고 통풍구조차 내지 못하도록 고정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것은 고대의 괴물이라도 봉인한 듯한,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나와 N은 관리인에게 정말 여기가 무기고였나? 뭔가 다른 게 봉인되어 있는 거 아닌가? 호기심을 드러내며 물었다. 관리인은 초로를 넘은 백발의 남성이었는데, 주름진 미간을 한층 더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고, 그러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건물은 서류 기재에도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었고, 건물 열화 때문에 안전을 위해 봉쇄했다는 말에도 틀림은 없었다. 원래 그 이상 조사할 필요는 없었지만, 나와 N은 호기심에 사로잡혀 관리인에게 그 건물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이어갔다.

관리인은 점점 조바심을 내기 시작하더니 분노를 표출해왔다. 우리가 질문을 계속하자 그는 건물에 대해 빠른 말로, 소리지르듯이 말하며 열쇠 꾸러미를 내던졌다.

「저기에는 ‘무언가’가 있다. 비밀경찰보다, KGB보다 더 무서운 무언가가 꿈실거리고 있어!」 「안에 있는 놈들은 70년 전부터 계속 늘어나면서, 내가 모르는 말로 밤마다 뭐라고 호소하고 있어! 알고 싶으면 마음대로 안에 들어가서 죽여 버려!」

그렇게 말하고 관리인은 더 이상 자기 알 바 아니라는 듯 그 자리를 떠나 버렸다. 나도 달아나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게 되었다. 그 N이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자물쇠를 열기 시작했던 것이다.

Valent 2016/06/12 (토) 18:30:39 #87453641

B급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유형의 놈이지. 대개 한 번 들어가면 죽을 때까지 못 나오게 되는 법인데, 결국 어떻게 되었지? 그 동료 N만 들어갔나? 아니면 더 재미있는 전개?

karkaroff 2016/06/12 (토) 18:37:20 #87452145

결국 나도 들어가게 되었다. N이 어린애처럼 빛나는 눈동자로 다중결박된 사슬을 하나씩 풀어나가며

「차에 맹수용으로 실려 있는 샷건하고, 그 옆에 내 이름이 적힌 탄약통이 있으니까 갖다 줘. 그 사이에 자물쇠를 다 풀어 놓겠어」

그딴 식으로 말을 하기에 놈의 무기 탄약을 가져올 처지가 되었고, 내가 본의 아니게 차에서 12게이지 샷건과 놈의 탄약을 가져왔을 때는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저는 했지만 그 울렁울렁 설레는 아우라라고 해야 하나 그 무언가를 참지 못하고 총과 탄약을 챙겨오는 처지가 되었다, 라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피스톨 그립에 단총신의 베가스12와 형형색색 탄약들이 들어 있는 케이스에 긴장했지만 씁 어쩔 수 없지 하며 돌아와 보니 문이 열려 있었다.

N은 “아싸” 거리며 총을 받아들고는 파란색 산탄을 삽탄하며 나한테 말하기를……

「이건 암염을 채운 탄을 축성한 건데, 고스트한테 박아주면 크레믈린보다 더한 곳에 매장해 줄 수 있다고.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어」

이 때 확신했다. 이 놈은 진짜 모자란 바보다.

건물 안에는 텅 빈 선반들이 이어져 있었다…, 아니, 이런 게 제격이겠지. 거기는 옛날에 사체 안치소였다. 사체는 한 구도 남아 있는 것이 없었고, 텅 빈 사물함과 여기저기 묻은 검은 얼룩, 곳곳에 망치인지 뭔지로 내려친 듯한 흔적이 보였다. 수십년 간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는지 곰팡내 나는 공기와 숨 막힐 듯 역겨운 냄새에 얼굴을 찡그리며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들어오는 햇빛과 손전등으로 비춰진 방 안쪽에는 해치 같은 것이 열려 있었다. N이 희희낙락 다가가서 살펴보니 아래로 사다리가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다리는 녹 투성이라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아, 보통 사람이라면 들어가기를 주저해야 마땅할 것이었다.

하지만 N은, 그 바보는 달랐다. 내게서 손전등을 건네받은 N은 총을 메고 주저없이 사다리를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것이 방아쇠였다.

변화는 금방 일어났다. 녹으로 뒤덮여 쉽게 움직일 것 같지 않던 해치가 갑자기 덜컹덜컹 거리고, 지하에서 무언가 반향음이 들려왔다. 그것은, 몇 개의, 아니 대량으로 겹친 『목소리』였다.

Valent 2016/06/12 (토) 18:55:39 #87453641

왜 그 바보는 주저없이 그렇게 진행한 거지? 나 같으면 해치 시점에서 사진만 찍고 도망갔을 텐데.

하여간 그 바보가 자기가 둠가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틀림없군.

Senesca 2016/06/12 (토) 18:57:17 #87457412

나는 놈이 시리어스 샘이 된 줄 알았을 거라고 확신한다. 둠가이라면 펌프액션 샷건이 아니라 더블배럴 샷건이니까 다른 작품이겠지. 아니면 레드필드일 수도 있고. 그놈이 얼마나 근육이 있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karkaroff 2016/06/12 (토) 19:01:20 #87452145

그 바보는 기껏해야 호기심이 넘치는 앨런 웨이크 정도이겠지. 다만 스태미너와 총솜씨는 그 작가보다 탁월할 거 같지만.

아무튼 목소리가 들렸다.

독일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여러 언어가 뒤섞여 서로 반향하고 있었다. 해치는 삐걱삐걱대고, 빈 사물함에서는 휙휙 바람이 불어나오듯 무언가 나오려는 듯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가 기어오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나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조명 하나 없는 건물이다. 입구를 통해 새어들어오는 빛 때문에 어둑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밝음은 있었지만, 움직이면 주위의 무언가에 끌려갈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몇 분 동안 무언가에 둘러싸인 채 그 자리에서 버텼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영원이라고도 할 수 있을 대기시간은 한 순간에 타개되었다. 지하에서 총성과 함께 총구화염이 터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튕기듯 달려나갔다. 몇 번 발이 걸려 넘어지고, 무언가 옷을 잡아끌었지만,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뒤돌아보니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아니 그것들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워 없애듯이 총성이 울려 메아리치고, 빛이 번쩍였다. 굴러나오듯이 밖으로 나온 N이 모든 잔탄을 어둠 속에 퍼붓는 것을 알았다. 어둠 속의 그것들에게 그게 효과가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었지만, N은 문을 닫고 놀라운 속도로 문을 원래대로 봉인했다.

잠시 후, 상사가 혼자 우리 곁으로 왔다. 그는 우리를 보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리를 차로 데려갔다. 「너희 들어갔구나? 뭘 봤냐?」 라스푸틴도 동사시킬 것 같은 상사의 말에 우리는 본 대로 말하는 것 이외의 선택지가 없었다.

상사 K는 이야기를 듣고 대시보드에서 보드카를 꺼내 우리가 한 잔씩 마시도록 하고 말없이 차를 몰았다.

「보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언급하지 않는 보고서를 작성해라. 그 다음은 어떻게든 될 거다」

나는 그가 믿음직해 보였지만, 동시에 뭔가 일말의 불안이 스쳤다. 그러고 보니 그 뒤에 관리인의 클레임을 받아 심하게 혼났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 뒤, 나와 N은 그 건물에서의 일은 모두 없던 일로 하는 보고서를 썼다. 수용소는 그 뒤 철거되어 긴급시를 위한 물자집적소가 되었는데, 그 건물만 폭파처리된 끝에 지하는 콘크리트로 메워졌다고 한다. 확실히 어떻게든 하긴 했지. 물리적으로!

Senesca 2016/06/12 (토) 19:10:17 #87457412

물리적은 무슨. 다음 시설이 세워지면 되살아나서 덮쳐오는 놈이잖아! 우리는 현생에서 호러게임 속편을 즐기고 싶은 게 아니야!

Valent 2016/06/12 (토) 19:13:39 #87453641

그보다도 처리가 익숙하구나, 그 상사……. 이런 일은 정말로 있었던 일인가? 아니, 여기서 이런 말 해봤자이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뭔가 작위적인 게 느껴지는 이야기인데, 이거는.

karkaroff 2016/06/12 (토) 19:22:04 #87452145

지금 생각하면…… 그렇지, 상사는 우리가 죽지 않을 정도로 위험한 일을 겪게 해서 경각심을 심어주려고 했던 것 같다. 우리 직장에서는 이런 일이 드물지만 있어. 정확히는 그런 이야기가 하찮은 농담거리가 되어서 여기저기 떠돌고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잊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들이 여러 언어로 말하던 무슨 말, 그리고 N이 그 후에 알려준 그것들의 모습이다. 그것들은 자기네 말로 도움을 구하고 있었다. 적어도 일본어와 영어와 러시아어로 도움을 구하며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고 울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혹시 그들은 그저 돌아가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옷을 잡아당긴 것은 나와 함께 밖에 나가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N은 아닌 것 같았지만……

N은 내가 그것들을 동정하는 말을 하자 지하에서 자기가 본 것을 말해 주었다. 그것은 사람도 귀신도 아니었던 것 같다. 거기에 있던 것은 대량의 무언가가 뒤섞인 키메라 같은 괴물이었다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자기를 집어삼키려고 덮쳐 왔다고 한다.

내가 들은 말들, N이 본 괴물,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진실을 밝힐 생각도 없고 추적할 생각도 없다. 고양이는 자기가 누구의 고기를 먹었는지 알고 있다(누가 잘못했는지 알고 있다는 뜻의 일본어 속담). 그렇다면 대가를 치르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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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amander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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